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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690화 (689/1,559)

제 690화

“우웅? 오빠?”

고개를 갸웃거린 그녀의 얼굴에 해맑은 미소가 어리기 시작했다.

“와아! 신기해!”

다시 회복되어버린 내 몸이 신기한지 녀석이 해맑게 웃으며 폴짝폴짝 뛰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주 찰나의 순간. 이클립스의 육신이 순간 가속하며 파고든다.

“이클립스랑 술래잡기 다시 해!”

쩌어어엉!!!

공간을 찢어발기며 파고드는 속도는 정확히 인지를 초월한 속도를 뽑아냈지만, 이전과는 달랐다.

정확히 내 복부를 향해 뻗어진 그녀의 손을 무형의 백색을 띤 기운이 뻗어 나가 쳐내버린 것이다.

“아?”

예상치 못한 저항에 그녀의 천진난만한 보랏빛 눈동자가 크게 뜨여진다.

같은 심연의 공주의 힘인 베르샤의 저주도, 그 외에 수많음 힘도, 반신의 위계에 올라선 간섭력 까지도.

심지어 금기의 힘이 서린 힘조차 내성을 무식한 힘으로 버텨낸 그녀였지만.

이번엔 결과가 달랐다.

자연스레 내 손을 분해시켜버릴 듯 펼쳐진 무형의 장막을 내 손이 뚫고 진입한 것이다.

그리고, 공간이 찢어지며 그녀의 육신이 힘없이 튕겨 나갔다.

“일단. 뚫는 데엔 성공했네.”

방어력 100의 몬스터에게 100의 데미지로 공격해본들 데미지는 0이지만 101의 데미지를 박아넣으면 데미지가 추가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물론, 100과 101 같은 웃긴 수치 차이는 아닌 게 분명했다.

의도하지 않은 힘에 그대로 튕겨 나간 그녀는 거대한 사막의 모래를 뒤엎으며 날아가 처박혔다.

겉보기엔 귀엽고 앙증맞은 소녀이지만 그녀의 본질은 지금껏 만나 본 그 어떤 적보다 위험하고 강한 존재였다.

“후…… 사장님 나이스샷.”

짧게 헛숨을 내쉬며 중얼거린 나는 손에 모여드는 새하얀 힘. 즉 프리아 여신의 신력을 보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이 정도면.

제법 타격을 줄 수 있다.

장기전으로 본다면 이 힘으로 충분한 타격을 줄 수 있으나 그녀를 죽이는 게 쉽지 않다.

그리고, 혹시라도 그녀 이외에 지구에 자리를 트고 있는 넬타리드의 이면과 싸운다면 이 힘은 최대한 아껴야 했다.

“흑…… 흐흑…… 오빠가 이클립스를 때려써…… 때렸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난 그녀가 엉엉 울기 시작한다.

방금 한방이면 어지간한 심연의 공주는 사망에 이를 텐데…….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 엉엉 우는 그녀는 얼마나 서러운지 바닥을 두드리며 통곡을 해댔다.

방금 전까지 몸통박치기를 하고 날 잡아 빙글빙글 돌리거나 주변에 퍼진 힘으로 나를 짓누르는 짓은 잊은 건지.

애초에 그녀는 상당히 뒤틀려 있었다.

놀아주지 않겠다고 말하는 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사지를 터뜨린 만큼 그녀는 단순히 천진난만한 성격을 넘어 위험 수준에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오빠 나빠! 나빠!!!”

이윽고 이클립스가 천천히 일어나며 눈을 감은 채 양손을 꼭 쥐고 빼액 소리를 질렀다.

동시에 무형의 기운이 폭발하듯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미친!!”

그 모습을 본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녀와 나의 중간지점부터 마치 거대한 광선이 지면을 갈라버린 것처럼 갈라졌다.

지면에 쏟아진 브레스가 그대로 그어 올려진 것처럼 일순간에 날아가 버린 것이다.

그것이 아무런 형태도 없이 무형의 공격으로 날아들었다.

“하나하나가 거의 재앙이네…….”

끝도 없이 갈라져 버린 사막을 보며 나는 이쯤 되면 이놈의 알프 온라인에 멀쩡한 영역이 있는지 의문이 서리기 시작했다.

알프 온라인은 넬타리드의 이면인 평온에게 반기를 들고 있던 흉신이 갇혀있었던 곳이다.

가급적이면 그녀의 힘에 그들이 싸그리 날아가 주었으면 하지만…… 그게 쉽지는 않으리라.

쫘악 미끄러지는 몸을 강제로 제동한 나는 소리를 지르며 엉엉 우는 그녀의 머리 위로 몰려드는 힘의 여파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저거…….

“아무리 봐도 블랙홀인데…….”

빛, 시간, 공간, 마나, 대기, 중력까지. 법칙의 모든 면을 뒤틀고 흡수하는 거대한 검은 공간.

조그마한 공간으로도 태양에 이르는 질량을 지닌 거대한 에너지 소용돌이.

닥치는 대로 빨아들이는 그 거대한 에너지의 구체를 인지하는 것도 그 부분의 주변을 회전하는 빛과 마나의 흐름 때문이었다.

“아니…… 저건 빨아들이는 게 아니라…….”

거대한 구체를 만들고 닥치는 대로 지워버리고 있다.

바닥의 모래가 마치 거대한 줄기처럼 이어지며 빨려 들어가기 시작하며 그 크기를 점차 불려나간다.

그 흡입력은 점차 커지며 지면을 뒤틀기 시작했다.

마치 판이 끌려들어 가듯 지면이 바뀐다.

단순히 분석하자면 저건 모든 별을 공전시키는 원흉인 은하의 중심. 그 중력의 소용돌이가 아니었다.

막대한 그녀의 힘이 응축되어 하나의 블랙홀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런 만큼 어마어마한 힘을 원료로써 계속해서 사용한다.

쩌적…… 쩌저저저적!!!

그러니까.

오래 못가지.

갑자기 무언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구체가 일순간 사라져 버리자 그녀가 눈을 크게 떴다.

“으응? 이…… 이클립스 장난감이 사라졌어!!”

그녀가 당황한 듯 소리쳤다.

“넬타! 넬타! 이클립스 장난감이 사라졌어!”

허공에 대고 소리치는 그녀가 인상을 찌푸렸다.

“싫어!! 나쁜 오빠 때지 할 거야! 그리고 이클립스는 오빠랑 재밌게 놀고 싶어!”

그녀가 대화하는 게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프리아 여신과 넬타리드의 일면인 평온이 나를 대리자로 잡았다면.

파괴의 일면은 엄연히 저 괴물 같은 꼬마 아가씨를 대리자로 잡은 것이다.

자신의 힘이 사라져버린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지 입을 삐쭉거리는 그녀를 향해 나는 손에 쥔 것을 보여주었다.

“이거 보여?”

내 미소에 그녀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는 작고 흰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아아! 이클립스의 보물!”

“그래. 네 보물이겠지.”

하지만 이제 내 꺼다.“

나는 손에 쥐어진 벽옥의 보석. 절대보옥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스산할 정도로 역겨운 느낌이 뿜어져 나오는 보석이다.

하지만 그만큼 이 보석이 가진 힘은 놀라울 정도였다.

이클립스의 말도 안 되는 힘을 아무렇지도 않게 방출할 수 있게 해주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이미 내 손에 들어왔고.

이번엔 내 차례다.

“도…… 돌려줘!!! 이클립스 꺼야!!”

빼액 소리를 지르며 그녀가 대지를 뭉개버리며 날아든다.

하지만 나는 침착하게 왼발을 미끄러지듯 내밀었다.

아직 멀쩡한 고운 모래가루가 내 발에 밀려 밀리고 밀리다 내 발을 덮어씌웠다.

그리고 회복된 오른손을 잡아당긴 나는 꽉 쥐고 있떤 주먹을 서서히 펼쳤다.

그녀에게 치명상을 입히긴 어렵다.

하지만.

절대보옥을 빼앗긴 그녀를.

이곳에서 묶어둘 순 있다.

알프 온라인은 지구의 인간들을 티오니스와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통로이지만 반대로 감옥이기도 하니까.

치직…….

꽉 쥔 주먹이 서서히 펴지며 손바닥에서 새하얀 섬광이 튀었다.

그리고, 이내 마치 아지랑이 펼쳐지듯 일렁이는 무언가가 서서히 선명해지며 새하얀 검의 형태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검의 형태는 거대한 기검의 형태였다.

길이는 수십 미터까지 순식간에 길어졌고 방대한 힘을 내뿜으며 그 기세를 자랑했다.

이윽고. 그녀가 내 영역에 들어선다.

나는 왼손에 공간을 뒤틀어 차원의 틈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녀가 사정거리까지 다가왔을 때.

“어린애들은 일찍 들어가야 이놈 아저씨들이 안 잡아가지.”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 검을 휘둘렀다.

논다는 핑계로 사람 죽이려 드는 이 무식한 꼬마에겐 따끔한 훈계가 필요하다.

검술의 극의, 심검, 혹은 심득.

그딴 건 아무 필요 없는 정말 불공평할 정도의 진짜 신검이 세상을 갈라버렸다.

지금 내게 신경 쓰이는 건 프리아 여신이 내게서 왜곡시켜버린 한가지 현실이다.

무엇이 바뀐 것인지 불안한 마음만 가득하다.

새하얀 빛이 모든 것을 감싸고.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차원을 넘어 티오니스로 도망친 후였다.

내 손엔.

그토록 찾아 헤매던 절대보옥의 원본이 자리하고 있었다.

* * *

“데이비!!”

나를 보자마자 달려들어 안기는 페르세르크였다.

하지만 곧 그녀는 내 팔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냄새가 달라…….”

그렇게 말한 그녀가 당황한 듯 나를 올려다본다.

“데이비…… 설마 팔이…….”

“넌 대체 그걸 어떻게 구분하는 거야.”

“사랑하는 사람의 체취 하나 구분 못 할까.”

파랗게 질린 채 내 뺨을 쓸어내리는 그녀의 눈에 눈물까지 고였다.

“다친 곳은 없는 게야? 정말…… 괜찮은 게 맞아?”

“그래. 어떻게든 그 망할 꼬맹이 알프에 처박아놓고 도망쳤다.”

숨을 고르고 말한 나는 눈앞에 있는 두 여성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너흰 또 왜 여기 있냐.”

“그걸 말이라고 해? 네가 죽어 나자빠지면 자성이나 지희는? 걔들을 보지도 못하고 나까지 죽을 순 없어.”

“비슷한 이유야. 지금 네가 죽으면 나도 곤란해.”

커다란 마법 책을 품에 안은 심연의 공주, 베르단데.

그리고 비록 힘의 반절을 잃어버렸지만 그럼에도 일반적인 심연의 공주와는 비교도 못 할 힘을 지닌 심연의 공주. 이실디가 있다.

“넌 또 왜.”

“선생님 피는 어디 가서 또 구할 수 있는 줄 알아요? 사람을 이렇게 바꿔놨으면 평생 책임을 지셔야지. 이제 선생님 피 아니면 다른 사람 피는 비려서 냄새도 못 맡겠는데.”

어디 비싼 입맛만 들여놔서는…….

요시아 프랑소스가 다가와 내 품에 안겼다.

딱히 그녀가 내게 연정을 품고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름대로 정이 있는 만큼 그녀가 나를 나름대로 걱정했구나 싶었다.

곧이어서 팔에서 느껴지는 따끔함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야!! 떨어져!”

“우우우웁!! 우웁!”

내 팔을 물고 늘어지며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 피를 빠는 요시아의 행동에 나는 그녀를 떨쳐내려다 멈췄다.

그리고는 조용히 나를 보는 베르단데. 그리고 이실디. 마지막으로 케인을 향해 말했다.

“케인. 지구에 큰 문제가 생겼다. 상황 알아보고 와.”

그러고 보니 지금 이곳에 있어야 할 수소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그 녀석과 나 사이에 이어진 로드 오브 기어스가 끊어졌다.

녀석이 죽은 게 아닌. 무언가 대규모 변화가 생긴 것이다.

“…… 이미 확인했습니다.”

조용히 중얼거린 그가 인상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흉신들이 탈출했어요. 넬타리드 님께선 일차적으로 지구의 균형을 지키기 위해 유저들을 회수하셨구요.”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당신이 흉신과 날뛰던 날. 넬타리드 님의 이면이 깨어났죠. 거기에서 초월적인 힘을 방지하던 규칙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넬타리드 님께서 그 이면을 봉인하고 있던걸. 당신을 돕는다고 부숴버린 겁니다.”

결국, 내탓이라이거네.

“그 결과 파괴의 이면이 깨어났고, 그는 자신의 권속인 흉신들 중 남은 힘을 모두 지구로 불러들였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릴까요?”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지구는 동시다발적으로 기현상이 벌어져 수억에 달하는 인구가 죽어가고 있어요. 알프 온라인의 아바타를 불러 지구인을 강화시켜도 말입니다.”

그나마 이클립스가 지구에 넘어가지 않은 건 다행이다.

이미 흉신은 도망쳤으나.

이중으로 이클립스를 알프 온라인의 세상 안에 가두어놓았으니.

이클립스가 빠져나오기 전에 흉신을 모조리 처리해 넬타리드의 이면을 끝장내거나…… 아니면, 심연을 틀어막아야 했다.

“다 끝났어요…… 이제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야기 들었습니다. 심연이 절대 보옥을 가졌다고요. 이제 길지 않은 시간 안에 계속해서 밀릴 겁니다. 저흰 그들을 막을 수단을 잃었고요.”

그의 말에 나는 주머니 속에서 녹색의 벽옥을 꺼내 그에게 보여주었다.

“이거 말하냐?”

“어? 그거 어디서 났습니까?”

놀란 듯 나를 바라보는 케인과 그 벽옥 속에서 느껴지는 힘에 경악한 이들이 나를 본다.

“오다 주웠다.”

* * *

같은 시각. 하인스 영지를 통해 날아든 린디스 제국의 급보가 날아들었다.

에이리아 황녀가, 갑작스레 하혈과 함께 쓰러져 사경을 헤매고 있다고.

제발 와서 딸아이를 살려달라는 데오르트 황제의 다급한 전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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