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96화
-키아아아아아악!!
콰작!! 콰직!!
제아무리 악마 같은 몬스터라도 일단은 생명.
그런 만큼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처절한 몸부림은 끔찍한 난전을 만들어냈다.
거대한 덩치를 지닌 오우거의 한방에 스켈레톤 대여섯 마리가 쓸려나간다.
하지만 그 뒤를 10마리가 넘는 스켈레톤들이 달려들어 딱딱한 이빨로 물어뜯고 뼈로 만들어진 무기를 찔러넣었다.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인 놈들은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 가며 스켈레톤에게 저항했다.
본디 서로를 보기만 하면 물어뜯고 싸우고, 잡아먹던 관계였다.
하지만 몬스터들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하나가 되어 싸웠다.
수많은 스켈레톤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백색 오우거 한 마리가 지르는 비명에 십수 마리의 고블린들이 달려들어 오우거를 구조하고 스켈레톤들을 몰아냈다.
전장에서 싹트는 우정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도움을 받은 오우거는 곧 위험에 빠진 고블린을 구해주었고, 고블린은 놀란 듯 오우거를 올려다보았다.
이때만큼 듬직한 순간은 없었다!
몬스터들은 하나같이 일치단결하였고, 이 위기를…….
콰직!!
오우거가 휘두른 투지 담긴 몽둥이질이 스켈레톤의 두개골을 부수지 못하고 멈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든 스켈레톤의 눈이 이상하리만치 섬뜩하게 번득였다.
까드드드드득!!!
동시에 오우거의 머리통이 터져 나갔다.
“쟤들 드라마 찍나?”
데이비의 입에서 기가 막힌다는 심정이 담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면서도 그의 손에 머금어진 검은 기류는 멈추지 않고 허공으로 뿜어져 나갔다.
[하드 스킨]
[스트랭스]
피부도 없는데 피부 강화 마법이 먹힌다.
근육도 없는데 근력 강화 마법이 들어간다!
몬스터들의 단결은 대단했지만.
애석하게도 그들이 상대하는 놈은 도저히 그들의 빈약한 지능으로 생각하기엔 상식이 들어맞지 않는 괴물 같은 놈이었다.
그냥 보통 인간의 뼈로 이루어진 스켈레톤이지만 지금 데이비의 손을 타고 일어난 놈들은 그야말로 하나의 투사가 된다.
나름대로 팽팽한 접전을 펼치던 것도 사실상 스켈레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스켈레톤들의 힘이 점차 강해지기 시작했으니.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절망할 대로 절망한 몬스터들이 도망친다.
기존의 몬스터, 그 외에 무언가가 합쳐진 듯한 기괴한 생김새를 지닌 괴물들도 마찬가지였다.
파괴를 위해 태어나 죽을 때까지 파괴를 외치는 괴물들조차 질려버렸는지 움찔거리며 도망쳤다.
단단한 피부를 지닌 괴물은 숟가락 살인마에게 두드려 맞는 것처럼 죽을 때까지 두드려 맞고는 처참하게 쓰러져 나갔다.
한 도시를 폐허로 만들어버린 괴물들이 이제는 일방적으로 도망치고 토벌당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조금…… 불쌍할 지경이네요.”
“어그로 끌었는데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야, 따라와.”
멍하니 몬스터들이 소탕되는 꼴을 지켜보는 현아의 뒷덜미를 낚아채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스켈레톤들이 이 도시를 쓸어 담기 시작한 이상 당분간은 계속해서 이곳을 배회하며 닥치는 대로 몬스터들을 처리할 것이다.
그 후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난 후에야 자신이 살았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든 것일까.
현아는 다리가 풀려버렸는지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저…… 나 지금 다리가 풀려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고 장막을 펼쳐 기감을 숨겼다.
그리고는 품 안에서 꺼낸 회복약을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마셔, 부작용 없이 천천히 회복할 수 있으면 그게 최선이니.”
“이게…… 뭔데요?”
“몸에 좋은 약.”
“…….”
내 설명에 그녀는 긴장한 듯 그것을 보다 조용히 약을 들이켰다.
현아가 이곳에 온 이유는 물자의 운송을 직접 감독하는 것.
그 과정에서 습격을 당했고, 불시착하며 물자도 잃어버리고 이 도시까지 쫓기듯 들어왔다는 것이다.
“척 봐도 토끼몰이 당했네.”
“뭐라고요?”
“너 함정에 빠졌다고 멍청아.”
도시에 이제 보이는 것은 산자를 찢어발기려 드는 몬스터가 아니라, 몬스터만 보면 찢어발기려 눈을 부릅뜬 스켈레톤이 대부분이다.
공포에 질린 몬스터들은 도망치거나, 숨는 쪽을 택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기껏해야 도시 하나.
소탕 자체는 오래걸리지 않았다.
“이럴 때가 아닌데…… 지금 보급물자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에요…….”
말없이 시계를 본 그녀가 굳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보급물자?”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서 작전을 펼치던 각성자 일곱 명이 고립되어있는 상황이에요. 부탁해요…….”
그녀가 내게 말했다.
“도와주세요…….”
이 정도로 큰 규모의 병력을 일으킬 수 있다면 그들을 구할 수도 있지 않나.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었다.
“좀 뻔뻔한 것도 아는데…… 사람의 생명이 우선이잖아요.”
그녀의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평소라면 제 목숨 앞가림도 못 하는 주제에 어딜 기어오냐고 화를 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타박보다 먼저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어…… 어어?!”
내가 등과 허벅지를 받치고 안아 들자 깜짝 놀란 소리를 내는 현아였다.
“뭐…… 뭐하시는…….”
“다리 풀려서 계속 걷게? 원하면 해줄 수 있는데.
간단한 회복마법이면 해결될 일인데.
나는 그저 묵묵히 그녀를 안아 들었다.
“데이비 님. 륀느의 판단으론 리스토어 마법이면…….”
“조용히 해. 눈치 없기는.”
륀느의 조언을 베르단데가 막아섰다.
그리고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서 찢어지도록 해. 나는 개인적으로 알아볼 게 있으니까.”
“여기서 알고 싶은 게 뭔데.”
내 물음에 베르단데는 품에 안은 마법서를 꼭 쥐었다.
잠시 침묵한 그녀가 내게서 등을 돌린다.
“중요한 일. 나뿐만 아니라, 스쿨드와 울드까지.”
“참고로, 애먼 짓 하지 마라.”
“적어도 한 배를 탄 이상 당장 배신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렇게 말한 그녀는 일순간 마치 허상이었다고 말하듯 흩어져 버렸다.
“어라?”
놀란 현아가 베르단데가 사라진 곳을 본다.
“저…… 방금 그 여자분은…….”
“비즈니스 파트너. 됐고, 위치는 알지?”
내 말에 품에 안겨있던 현아가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했다.
“지도는 있어요. 자세히 설명…….”
“내놔.”
내가 지구의 지리에 대해 모를까.
그녀가 품 안에서 꺼낸 좌표와 상세 지도를 보여주었다.
본래대로라면 이 지도를 보는 역할은 그녀가 아니라 그녀를 보호하던 이가 가지고 있던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꼭 가져다 줘야 해요.”
그녀가 내민 것은 작은 코어 같은 물건이었다.
“용도는 모르지만…… 무언가 여는 열쇠라고 들었어요.”
척 봐도 지구의 문물과는 느낌이 달랐다.
조심스레 물건을 품 안에 숨긴 그녀가 어딘가를 가리킨다.
“저쪽으로 가줄 수 있어요?”
“저긴 왜.”
그녀가 가리킨 것은 전자상가 건물이었다.
“그들이 아직 살아있다면 연락을 취해야 해요. 김 실장님께 무전기를 다루고 연결하는 법 정도는 배웠어요. 괴물들은 전파장비를 사용하지 않으니까 재밍없이 연결할 수 있을 거예요…….”
그녀의 말에 나는 근처를 스윽 둘러보았다.
부서진 탱크. 누군가가 떨어뜨린 것으로 보이는 총…….
바닥에 손을 짚어 한 차례 파동을 보낸 뒤 나는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어디론가 향했다.
“이…… 이봐요 어딜 가는…….”
이에 놀란 그녀가 무언가 소리치려다 멈춘다.
내가 도착한 골목길엔 피투성이가 되어 반쯤 썩어 문드러진 시체와.
그 시체의 앞을 막아서듯 쓰러져 있는 몇몇 군인의 시체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방치가 오래되어 구더기가 득실득실했지만 미련 없이 그들의 품 안에서 사제 무전기를 회수할 수 있었다.
999k 같은 군용전용 장비가 아닌 사제 장비였다.
“배터리가 없네.”
“대체 이들의 시체는 어떻게 찾았대…… 그나저나 배터리가 없으면 무용지물인데요. 예비 배터리도 없는 걸 보니…….
현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끔찍한 것을 보지 못하던 성격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이전과 다르게 구더기가 득실득실한 시체를 뒤져 물품을 회수할 정도로 강심장이 되어있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대체 이 지구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 그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되는 게 가능이나 한가.
그런 내 의문은 곧 륀느가 팔랑팔랑 넘기는 달력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지금 나랑 얼마 만에 만난 거야 너.”
내 물음에 그녀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대답.”
“당신이 사라지고 얼마 안 있어서 바로 사태가 터졌으니까…… 6…… 6개월?”
시공이 뒤틀렸다.
비슷한 광경은 이미 회랑에서 본 바 있었다.
천년에 가까운 세월이 티오니스에서는 고작 6년이었으니까.
“없어…… 없어…….”
품을 뒤져 예비 배터리를 찾지만 원하는 게 없자 그녀가 쓴 한숨을 내뱉었다.
“다시 움직여야 해요. 이건 아쉽지만 쓰지 못할 거 같아요.”
“그럼 채워야지.”
“네?”
파직!
손끝에서 옅은 스파크가 튀긴다.
동시에 무전기에서 치직! 소리가 나기 시작하자 현아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 요즘 저승사자는 그런 것도 할 줄 알아요?”
“그럼, 기본소양이지.”
피식 웃으며 나는 무전기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 * *
울진에서 멀지 않은 지역에 위치한 중형 공단.
이제는 주인을 잃어버린 폐공장의 한 곳.
본래엔 반도체 공장이었으나 지금은 반파된 장비로 가득한 이 공장 안에는 현재 몇몇 남녀가 지친 몰골로 모여있었다.
“쯧. 꼼짝없이 갇혔어.”
“어떻게 해요? 나 죽고 싶지 않아…….”
근육질의 중년이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동시에 아직 어린 소녀가 울먹거리며 손에 쥔 창을 끌어안자 껄렁한 인상의 청년이 주저앉은 그녀의 다리를 걷어차며 쏘아붙였다.
“좀 닥쳐, 시끄러우니까 망할 년아.”
“무…… 무슨?”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이 개 트롤 년아. 니가 처 쫄아서 비명만 안 질렀어도 포위는 안 당했어 알아?”
“흑…… 흐흑…….”
고작 6개월이다.
생존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상황이라곤 하지만 고작해야 학생이었던 소녀나 일반인이 견디기에 이런 사태는 너무 끔찍하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다 뒤지고 싶어?! 조용히 해!”
중년 남성이 엄하게 호통치며 공장의 바깥 창문을 조심스레 바라보았다.
“일단 여기까지 온건 좋은데. 그래서 어쩔건데요. 보급물자 들고 오던 인간들 중간에 격추당해서 무기도 없고, 식량도 없고, 탈출수단도 없고.”
껄렁한 인상의 청년이 짜증스레 중얼거렸다.
“제일 중요한 이거, 이거 여는 수단도 없고.”
청년의 말은 일리가 있는 편이었다.
살아남은 것 총 네 명. 중년 남성인 박두식, 이제 십 대 후반의 소녀일 뿐인 회복 담당 각성자 이지민, 그리고 한쪽에서 필사적으로 장비를 가동시켜 연락을 취하려 하는 허진우.
마지막으로 짜증을 부리는 윤태강.
본래 이들은 총 8명의 팀으로 팀의 특성상 잠입 임무 쪽에 특화된 이들이었다.
하지만 무언가 임무가 잘못되었다.
이곳 공장 지대에 추락한 수송선에서 중요한 물건을 회수하는 것까진 좋았다.
목숨 걸고 하는 일이지만 국가에서 그만큼의 보상을 받기도 하거니와 가족들의 안녕을 위해 직접 전선으로 뛰어든 것이 바로 이들이었다.
벌써 3달째 함께해온 이들인데 고작 한순간의 사고로 절반을 잃어버린 꼴이었다.
“이대로 다 죽자. x발. 이딴 의뢰 받는 게 아니었는데…….”
윤태강의 짜증에 박두식이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이내 그도 침묵했다.
그만큼 상황이 절망적이었으니 말이다.
물건을 탈취하는 것까진 좋았는데 몬스터들이 눈에 불을 켜고 그들을 찾고 있으니. 나갈 수가 없다.
숨어 있겠다고 할지라도 얼마 가지 않아 들킬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그들이 믿을 수 있는 건 오로지 국가의 지원뿐이었다.
“됐다!”
그때였다.
장비를 만지작거리던 허진우가 환희에 찬 목소리로 소리를 쳤다.
“여긴 폭스 새도우 팀! 폭스 새도우 팀! 응답 바람 오버.”
-치이이익. 응답받았습니다. 오버. 말씀하십시오.
“현재 물자 탈취에 성공했으나 몬스터에게 포위당했다 오버. 반복한다…….”
빠르게 상황을 알리는 그들이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몬스터들이 그들을 찾기 전에 지원군을 보내주길 기도하며 말이다.
하지만, 손을 꼭 잡고 기도하는 지민과 박두식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들려오는 대답은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치이이익…… 현재 지원을 보내기 어렵습니다. 자력으로 빠져나오거나, 이틀만 그곳에서 버텨주면…….
“야 이 개x끼야!!! 여기서 한 시간도 못 버텨!! 지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비켜!!”
당황한 허진우의 외침에 윤태강이 달려들어 그를 밀쳐냈다.
“x발 당장 지원군 보내!! 우리 다 죽게 생겼다고! 니들이 중요하게 원하는 물건까지 우리가 가지고 있…….”
-현재 그보다 더 중요한 사안을 검토 중이다 오버. 반복한다. 현재 당장 지원은 어렵다. 오버.
“이 개새끼들!!”
믿었던 지원이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경악한 윤태강이 무전기를 집어 던져버렸다.
이에 놀란 허진우가 급히 그것을 주워들었지만, 모두의 분위기는 어두워질 대로 어두워져 있었다.
“x발…… 알프 온라인에서 그 티오니스 성잔지 개자인지 나발 부는 자식만 없었어도…….”
각성자만 계속해서 나와줬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이미 세상에 알려진 사실.
티오니스 성자가 알프 온라인을 박살 내는 바람에 지금 지구의 상황이 이토록 어려워졌다는 사실이 그토록 분노스러웠다.
그런 윤태강과 팀원들이 믿을 수 있는 건 이젠 정부와 협회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정부가 그들을 버렸다.
이제는 죽음만이 남았다는 소리였다.
“x발…… 이대로 죽을 순 없어…….”
대체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다고 이렇게 죽어 나가야 한단 말인가.
바깥엔 기적을 바랄 수도 없을만큼 거대한 몬스터들이 돌아다니고 있으니 남은 결과는 이제 죽음뿐이었다.
모두가 체념한다.
곧 죽을 상황에 결국 윤태강이 눈을 부릅떴다.
“x발. 이렇게 된 거 내 마음대로 하고 가련다!”
그렇게 말한 그의 눈이 스산하게 지민이에게 향했다.
이에 지민이 화들짝 놀라려던 찰나.
무전기를 들고 어딘가에 이야기를 하던 허진우가 경악했다.
“뭐라고요?! 지원을 와준다고요?!”
놀란 그의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반복합니다! 몇 명이죠?! 여긴 B급 이상의 몬스터가 다수입니다! 그쪽 숫자는…….”
치지직…….
이윽고 들려온 청년의 목소리는 모두의 희망을 짜부라뜨렸다.
-셋.
고작 셋?
수십 명이 와도 아슬아슬한데 고작 셋?
억울해 미쳐버릴 것 같은 이 상황 속에서 지민이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흑…… 흐흑…… 이대로 죽을 순…….”
“이봐요 지금 장난해요?! 고작 셋으로 여길 지원하겠다고?! 수십 명이 와도 목숨 아슬아슬한 판국에 지금 장난해?! 무슨 지들이 백호 길드원들이라도 돼?!”
허진우의 외침에 무전기가 침묵한다.
“차라리 오지 마요.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는 이 빌어먹을 지원 같은 건 우리가 거부할 테니까.”
“야 허진우! 뭐 하는 거야!”
“x, 이게 다 그 상자 때문이야! 빌어먹을 상자!!”
그들이 탈취해온 물건을 가리키며 허진우가 격하게 소리쳤다.
이제는 분노가 목표물에게 향한 것이다.
“그거, 폭발 가능성이 있다고 했지.”
“너 설마…….”
“터져버려. 아주 그냥.”
허진우가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 빌어먹을 물건 때문에 우리가 지금 다 죽는 거니까 그것도 작살내버리…….”
-치이이이이익…… 반복 안 한다. 난 두 번 말하는 걸 싫어해.
그때였다.
갑자기 무전기에서 치지직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숙여라.
그 말에 박두식이 반사적으로 지민의 머리를 잡아 눌렀다.
그나마 눈치가 빠르던 윤태강은 재빨리 몸을 엎드렸고 허진우는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걸어가다 그대로 다리가 걸려 넘어졌다.
콰아아아앙!!!!!
동시에, 일대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진동이 울려 퍼졌다.
-다시 반복한다. 여긴 저승사자. 죽기 싫으면 계속해서 엎드려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