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99화
상공에 미사일이 날아든다.
국가에선 파악하지 못했지만 사실 속초시에는 생존자들이 다수 남아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몬스터들의 수색에서 살아남고 있었다.
물론, 그 수는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사람이 살아있는 곳일진대.
이렇게 핵미사일이 날아와 처박히는 게 좋을 리가 있나.
이곳을 장악하여 닥치는 대로 몬스터들을 토벌하던 메가로드리아는 세클레톤들이 데려온 인간들을 흘끗 바라보았다.
한 입 거리도 안되는 미물들이다.
하지만 데이비는 그들을 살려두라 말했다.
한 명이라도 더 발견해서 더 많이 구해두라고.
상황이야 어찌 되었건 그가 그것을 바랬다면 환수인 그는 그것을 이루어줄 뿐이다.
그런데.
멀지 않은 곳에서 메가로드리아의 감각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아오는 그것을 보며 메가로드리아는 망설임 없이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날개를 펄럭이며 데이비에게 지금 상황을 말한 뒤 입에 브레스를 모으기 시작했다.
츠츳…… 츠츠츠츠츳!!!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집약되며 모여들기 시작했고, 이내 메가로드리아의 시선에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아드는 거대한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별미로구나!!]
남의 코를 속여도 자신의 코를 속일 순 없다!“
메가로드리아는 자신의 입에 머금은 브레스를 망설임 없이 미사일을 향해 방출했다.
동시에 압도적으로 거대한 빛의 기둥이 허공을 찢어발기며 미사일 채로 증발시키듯 불태워버렸다.
쿠웅!!!
그리고.
창공 아주 높은 곳에서 엄청난 규모의 폭발이………….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일어났다.
하지만 그 여파가 멀리 퍼져나가기도 전에 무형의 기운과 폭풍의 힘이 그것을 짓누르며 충격파와 열기 방사능까지 압축하듯 짓눌러버렸다.
그리고.
그 압축된 거대한 재앙의 씨앗을 바라보던 메가로드리아는 망설임 없이 그것을 먹어치워 버렸다.
[으음…….]
메가로드리아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러기를 잠시.
망설임 없이 트림을 한 메가로드리아가 제 배를 두드렸다.
[으으음!! 극상의 맛이로구나!! 더 내놓아라! 인류!]
인류멸망의 열쇠를 먹어치운 환수왕의 담담한 감상이었다.
* * *
‘메가로드리아.’
상황을 알기 위해 녀석에게 의념을 보낸다.
하지만 대답은 한참 뒤에나 돌아왔다.
[식사 중이다 건들지 마라 계약자.]
못난 놈. 쯧…….
멀쩡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핵 무기라는 건 메가로드리아에게 상상 이상으로 좋은 별미였던 모양이었다.
멀쩡하니 다행이긴 하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게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니었다.
“속초에 생존자가 몇이나 남아있는지는 알고 있나?”
존대를 집어치워 버린 내 물음에 사내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뜻이지?”
“당신들이 방금 핵미사일을 박아넣은 속초시에서 내가 찾아낸 생존자가 몇인지는 알고 있냐고.”
속초뿐만이 아닐 것이다. 몇몇 도시엔 아직도 피난 가지 못하고 그곳에 남은 이들이 있을 것이다.
미처 도망치지 못했거나.
일부러 남았거나.
어떤 상황이건 존재한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당신들이 사람 새끼들인가?”
내 말에 대통령이 경악한 듯 몸을 벌떡 일으켰다.
“이…… 이게 무슨 소린가! 핵이라니!”
그의 외침에 주변에서 침묵이 쏟아졌다.
하나같이 눈치를 살피는 모양새들이었다.
“말들 해보시오!! 대체 이게 무슨 소리냐고!”
“각하. 보고는 올리려 했습니다. 연합군에게서 양도받았던 소형핵탄두를 좀 전 사용…….”
쾅!!!
대통령이 벌떡 일어나 그의 멱살을 잡았다.
“이보시오 곽병철 장관. 지금 내 귀가 잘못된 것이오? 분명 절대 핵 투하는 안 된다고 회의에서 말했던 것 같은데.”
“잘 들으신 겁니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해결하려 했…….”
“그곳엔 생존자가 있어!!”
“이미 수복하기 힘든 땅입니다! 그들 중 일부는 피난을 가지 않고 일부러 남은 자들입니다!! 그뿐인 줄 아십니까?! 그 검은 용이 이곳으로 움직이기라도 하는 날엔 그땐 모두가 끝장인 걸 왜 모르십니까!”
저들은 메가로드리아가 아군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래서. 자국 땅에 그 방사능 덩어리를 던졌습니까?!”
개판이 따로 없다.
군권이 강해지며 군부의 입김이 대통령의 말을 무시하는 수준에 이르렀으니 이건 거의 쿠데타가 성공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애초에 전쟁이 터지면 군권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지만 지금 상황은 놀라울 정도로 기형적이었다.
“이이…… 미친 인간들이!!”
격분한 대통령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당신들은 살인자요!!”
“살인자라 불릴지라도 이 이상의 희생은 없애야겠습니다.”
“반드시 후회할 거요.”
“그러길 빌지요.”
저마다의 신념을 가진 발언들이었다. 당연히 반성하거나 후회하는 이 또한 없었다.
대통령의 권력은 내가 보는 것 이상으로 많이 약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협상은 끝이라고 말했지.”
내 말에 모두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경어를 버렸지만, 그 누구도 거기에 불만을 품는 낌새는 없었다.
“뿌린 대로 거두는 거다. 당신들이 공격한 게 아군임을 알았다면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안 됐어.”
“그걸 네게 이해해달라 말하진 않겠다. 이곳을 떠나라. 한국은 인류를 멸절시키려 한 존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 다만. 도움을 받은 것은 변함없는 사실. 네놈이 이곳을 떠날 때까지 잡지는 않도록 하지.”
그들의 공격에 대한 대가는 내가 직접 치르게 하지 않았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이 내가 입을 다물면 그만이니까.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이들의 잘못을 죄 없는 인간이 덮어써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조만간 당신네는 후회하게 될 거야.”
* * *
사람이 많은 도심지.
피난 온 이들과 이곳에서 살던 이들이 모여들면서 현재 대구는 말 그대로 제2의 수도라고 불러도 될 만큼 사람이 많았다.
그들 중 일부는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살아가려 아등바등 용을 썼고.
몇몇은 이 암울한 세계에 절망해 얼굴에서 미소를 잃어버렸다.
그런 도심지의 한 가운데에 한 사내가 전신을 꽁꽁 싸맨 채 모습을 드러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몇 번이고 중얼거리며 그가 으르렁거렸다.
이윽고 그는 손에 낀 장갑을 한 짝 천천히 벗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검은 털이 수북하게 덮여있는 손이 모습을 드러냈다.
“빌어먹을.”
또 한차례 중얼거린 그가 손을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수많은 이들의 환호를 받으며 한 장치가 설치되고 있었다.
거대한 결계 장치.
현재 넬타리드 교단에서 각국에 배포하고 있는 결계 장치라는 물건이었다.
이 결계 장치를 이용하면 몬스터들의 위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만큼 시민들은 환호할 수밖에 없었다.
안전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
모두가 환성을 지르며 결계가 활성화되는 순간을 지켜보고 있지만 유일하게 후드를 덮어쓴 사내인 윤태강만큼은 흉흉한 시선을 보냈다.
스르륵…….
다시 장갑을 낀 그가 몸을 돌린다.
툭!!
동시에 피하지 못한 행인 하나가 그와 부딪혔다.
“아이씨 눈을 어디다 대고…….”
그렇게 말하던 행인이 후드 속에 숨겨진 윤태강의 얼굴을 보고 멈칫했다.
그리고는 스멀스멀 물러나더니 말없이 도망쳐버렸다.
끔찍한 몰골.
현재 그의 얼굴은 털인지 수염인지 모를 것으로 가득 덮여 있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목, 가슴, 배, 다리, 손발.
어느 곳 하나 할 것 없이 털로 가득했다.
이게 사람인지 원숭이인지 모를 정도로 털이 가득해지니 보는 이로 하여금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게 만든다.
보이지도 않는데 사방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비웃음을 던지는 것 같았다.
그만큼 증오심도 커졌다.
“빌어먹을 놈들.”
그렇게 중얼거린 그의 입가에 순간 스산한 미소가 서린다.
“그래. 죽어라. 다 죽어버려라.”
우웅!!
이윽고 장치가 활성화 되기 시작한다.
동시에.
치직!! 쿠우웅!!!
청록빛의 섬광이 장치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자 시민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윤태강이 조용히 손을 귀에 가져다 대었다.
“임무 완료했습니다. 조금 문제가 있긴 했지만, 티오니스 성자는 아무래도 이 물건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한 모양입니다.”
그렇게 말한 윤태강이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그가 떠나간 뒤로 하늘을 향해 빛을 쏘아 보내던 장치가 불길을 빛을 뿜어내기 시작하더니 이내 변하기 시작했다.
“어…… 어어어?!”
당황한 사람들이 주춤거린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빛의 기둥은 곧이어 커다란 균열을 허공에 만들어냈고.
이내 거대한 게이트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흉신을 불러들이는 소환의 제물.
그 균열 속에서.
섬뜩한 눈동자가 세상을 직시하기 시작했다.
[아아…… 그림자가 식욕을 돋우는구나…….]
흉신 메세스.
그림자를 먹고 강해지는 존재인 그가 눈을 뜨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실이 알려지지 않은 탓에 재앙의 문이 이곳에서 열리고 말았다.
* * *
메세스의 출현 이후 느긋하게 한국을 벗어날 준비를 하던 윤태강이 전신에 돋아난 털을 보며 짜증스레 인상을 찡그렸다.
“이걸 해결할 방법부터 찾아야겠군.”
그렇게 중얼거린 그는 곧 그를 데리러 올 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목적은 완수했다.
현재 화약고나 다름없는 이 한반도에서 흉신 메세스를 출현시킨다.
현재 지구에 있는 흉신은 수가 적었다.
게다가 메세스 같은 경우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움직임이 매우 더딘 편이기에 이렇게 직접 소환하는 식으로 불러내야만 했다.
목적은 상위서열의 흉신을 불러낼 때까지.
넬타리드 교단에서 한국을 지원하기 위해 결계 장치를 담은 수송기를 습격하게 만들었고, 물건을 바꿔치기하여 옮기게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비록 실수를 하는 바람에 들키고 팀원들을 살인하긴 했지만, 어차피 정이 있는 인간들도 아니었다.
저들과 다르게.
물론, 조금 의외의 상황도 있었다.
몬스터의 제어에 미숙했던 윤태강은 몬스터를 다루는 데 실패했고 죽을뻔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어쩔 수 없이 속초 부근에서 메세스를 소환하려 했지만. 이게 웬일인가.
티오니스의 성자가 나타난 것이다.
흉신이 경계하고, 일루미나티 내에서도 정보가 오가는 존재가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윤태강은 소환 촉매를 옮기는 데에 성공했고 그것을 인간들이 사용하게 만들었다.
이제 이곳을 유유히 떠나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휙!!
“빌어먹을 어떤 새…….”
퍼억!!!
그건 그의 계략일 뿐, 다른 계략을 꾸미는 악랄한 흑발의 소년에겐 상관없는 일이었다.
“거 어디를 가시나. 악랄한 짓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너…… 넌?!”
경악한 그가 눈을 부릅떴다.
느긋한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을 아는 윤태강의 얼굴에 경악이 서림과 동시에 그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털로 수북해진 그는 털 사이에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놈이다.
이놈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그의 손바닥에서 놀아난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왜 기다린 것일까.
그런 의문이 윤태강의 머릿속을 맴돈다.
“네가 죽인 소녀가 네가 벌을 받길 바라더라고. 다른 건 몰라도 죽은 사람 소원하나 못 들어줄까.”
역시 알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라는 말이 나와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왜 니가 이 짓을 하게 놔뒀는지 알고 싶다는 눈치 같은데. 틀렸나?”
데이비의 미소에 윤태강은 의식을 겨우 붙잡고 데이비를 노려보았다.
“별거 없어. 내가 정말 그 개념 없는 군부의 인간들에게 열 받아서 메세스를 불러내게 둔 게 아니거든. 음, 그래 메세스는 꼭 여기 나와줄 필요가 있었어.”
그 말인 즉.
“궁금해? 내가 왜 정말로 이 상황까지 너희들을 유도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