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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700화 (699/1,559)

제 700화

그는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인간은 말이야. 의외의 부분에서 정말로 단합이 잘되거든. 니들이 분열시킨 지금까지의 지구인들과는 다르게 말이야.”

“…….”

“아. 그리고. 네가 흉신을 소환하지 못하게 두면 내가 그놈을 죽일 수가 없잖아.”

그놈의 접근을 막을 뿐.

“메세스의 힘이나 성격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고. 남은 건 이용하는 것뿐이지. 골수까지.”

그는.

애초에 메세스를 적으로 보고 있지 않았다.

아니, 흉신 전체를 적으로 보고 있지 않았다.

지독하게도 오만하지만. 이상하리만치 지금의 그는 그 모습이 너무 당연해 보였다.

단순한 인과관계로 위험을 피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용한다면 충분히 이용하고 철저하게 박살 내겠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아…… 안돼…….

윤태강은 의식을 놓으며 속으로 절규하듯 부르짖었다.

이놈, 정말로 위험하다고.

* * *

희생자는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죽은 이는.

단 하나도 없다.

한국은 현재 연일 연시 흉신에 대한 소식을 보도했다.

결계 장치라고 알고 활성화 시킨 장치는 사실 재앙의 씨앗이었고.

그곳에서 튀어나온 재앙은 한국에 있는 피난민 대부분을 절망케 했다.

그림자의 망령.

흉신 메세스.

알프 온라인에서도 설정상으로 유명했던 괴물로. 유저들이 힘겹게 사냥하는 데 성공한 12 흉신 폭염의 갈그락스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힘을 지닌 괴물이다.

문제는 게임 때의 힘이 완전해도 힘든 상대가 지금 이곳에 튀어나왔다는 게 문제였다.

흉신 메세스는 이미 DMG 영역에서 튀어나와 사실상 강원도 영역과 경기도를 초토화 시킨 괴물 중의 괴물이며. 이를 막기 위해 파견된 각국의 연합군을 고작 사흘 만에 괴멸시켜버린 괴물이기도 했다.

10등급의 몬스터.

그것이 바로 메세스였다.

물론, 메세스가 시내 한복판에 나타났다고 하여 그 자리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은 건 아니었다.

다만. 죽을 운명에 처하게 된 건 사실이었다.

윤태강이 불러낸 메세스의 힘은 그림자를 먹는 것.

즉 사람의 그림자를 먹어치워 일주일 안에 그 존재를 지워버리는 괴물 같은 힘을 지닌 존재였다.

결계 활성화를 위해 직접 행차했던 수많은 장관과 대통령, 그 외에 수많은 정부 인사나 시민들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메세스의 출현과 동시에 그림자를 강탈당했고. 일주일 후에 사라질 운명에 처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말도 안 되는 물건을 보내준 넬타리드 교단에게 분노했고 시위대는 길거리에서 넬타리드 교단의 문양과 상징을 발로 밟고 불태우는 분노를 터뜨렸다.

대구에 몰린 인구 수백만 중 최소 5분의 1 이상이 죽음에 처하게 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메세스는 계속해서 죽음을 흩뿌리며 마치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놀 듯 시한부의 생명을 부여했다.

그는 그렇게 말했다.

[게임을 시작하니. 하찮은 벌레들이여. 일주일 안에 나를 막지 못하면 죽음을 맞이하리니. 절망하고 발버둥 쳐라. 너희들의 하찮은 발버둥을 내 친히 지켜보겠노라.]

메세스의 섬뜩한 목소리에 사람들은 절망했고 넬타리드 교단에 대한 원망은 더욱 커져만 갔다.

당연히 넬타리드 교단에서는 자신들이 한 일이 아니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분노한 시민들의 귀에는 들려오지 않았다.

결국, 한국정부는 저 메세스를 처리하는 것 이외엔 방법이 없다고 판단. 강력한 랭커급 각성자들을 대거 투입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사실상 죽어서라도 막으라는 소리였다.

투입된 각성자는 총 200여 명.

그것도 메세스에게 데미지를 주고 안 주고를 떠나 빽이 없거나 돈이 없어 다루기가 쉬운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고위관직의 자제나 돈이 많은 집의 자식들은 뇌물을 이용해 징집 명단에서 빠져나가다 보니 수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

강제 징집.

사실상 한국의 각성자들은 국가의 대접을 거의 받지 못했다.

방산비리의 존재 때문이었다.

압도적으로 중간에서 해 처먹는 양이 많다 보니 정작 돈을 쏟아부어도 각성자들에게 가야 할 대우가 너무도 부족했다.

당연히 보상도 부족한데 목숨을 거는 이가 되어봐야 몇이나 될까.

멍청이도 아니고 이렇게 부려 먹히는데 싸우라는 거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도망쳐도 메세스에게 죽고. 싸워도 죽는다. 저항하고 싶어도 군부의 총부리가 각성자들을 위협하고. 해외에선 메세스라는 특수한 적으로 인해 상황을 지켜보려는지 한국 각성자들을 돕지 않고 방관했다.

자원자가 적다 보니 현재 대통령을 멋대로 구금한 군부 쪽에서는 이들 각성자들을 협박 회유 및 갖은 방법으로 가제 징집하여 끌어모았다.

당연히 원성이 나쁠 수밖에.

그런데도 군부는 그들을 향해 이게 다 국민을 위해서다. 각성자들이 싸워주지 않으면 모두가 죽는다고 말했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투입된 각성자들만 죽어 나가게 된 꼴이었다.

[하아…… 맛좋은 그림자들이로구나. 어디 저항해보라.]

검은빛의 거대한 낫을 든 메세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탱커!!!”

200여 명을 이끄는 공격대의 대장인 유성현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빌어먹을 국회의원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나아가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그게 바로 지금 이것이고.

누구의 잘못이든 지금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면 하루아침에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갈 게 뻔했다.

그러니 메세스를 처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했다. 아니 성공시켜야만 했다.

콰앙!!!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그의 의견일 뿐이지만 말이다.

순식간에 탱커진이 무너진다.

경악할 정도의 힘에 탱커진 중 일부는 메세스가 힘을 줄이고 있음에도 처참한 몰골로 무너져 내렸다.

두려움에 이가 딱딱 떨렸다.

탱커들이 순식간에 [였던 것]으로 변해버리니 다음 공격을 막아줄 이들이 없다.

당연 메세스의 공격에 수많은 각성자들이 다치고 쓰러져 나갔다.

놀랍게도 메세스가 그들을 가지고 놀았기 때문인지 죽은 이는 없었지만,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

탱커진이 무너지니 딜러진, 힐러진은 당연히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고.

시작부터 적의 수준을 잘 못 보고 만들어낸 끔찍한 상황만이 펼쳐졌다.

순식간에 전의를 상실해버린 공격대가 무너져 내린다.

압도적인 힘 앞에 굴복한 인류를 보며 메세스는 즐겁다는 듯 움직였다.

그리고. 한 소녀를 향해 그림자 같은 빛을 뿜어냈다.

“시…… 싫어! 싫어!!”

공포에 질린 아직 어린 소녀는 척 봐도 전장에서 싸울 만한 나이가 아니었다.

고작 십 대 중반의 소녀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겠는가.

엉엉 울며 살려달라 외치지만 공포에 질려버린 각성자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그저 멍하니 그 몰골을 지켜볼 뿐이었다.

[맛있는 그림자로구나 넌 일주일이나 기다릴 수가 없겠어. 그럼 어디.]

그렇게 메세스가 소녀의 그림자를 먹어치우려는 그 순간.

우웅.

치잉!!! 칭!!

갑자기 메세스의 몸을 기준으로 오망성이 그려지듯 특이한 문자들이 바닥에서 빛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하늘에서 수많은 부적들이 흩날리며 쏟아지기 시작했다.

[1급 주박술]

[성려 대금주]

1급 최상위 주술.

하늘에서 쏟아진 빛으로 된 거대한 기둥들이 메세스의 몸을 정신없이 꿰뚫으며 그를 굳게 만든다.

그와 외부를 완전히 격리시켜버린 것이다.

그도 사람을 공격하지 못하고, 사람도 그를 공격하지 못하게 만들어 완전한 격리공간을 구현해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9위계 성마법]

[그랜드 리커버리]

새하얀 깃털들이 쏟아지며 쓰러져 죽은 것처럼 침묵하던 각성자들을 하나 둘 일으킨다.

경악스러운 장면이었다.

방금 전까지 메세스의 독주였다면.

이번에 갑자기 난입한 이의 독무대였다. 그 메세스조차 일방적으로 찍어눌러질 만큼 말이다.

모두의 시선이 곧이어 이 사태의 원흉에게 향했다.

마치 천사가 강림하듯 하늘에서 빛으로 만들어낸 특이한 날개를 펄럭이며 내려온 청년은 메세스가 떨어뜨린 소녀를 천천히 안아 들었다.

그제야 그 인물의 정체를 알아낸 이들은 알 수 있었다.

그 존재가 알프 온라인 내부에서만 봤었던 존재이며.

단신으로. 맥뎀을 띄워 흉신 굼다를 지워버린 괴물이라는 사실을.

또 그 힘이 다른 각성자들과 다르게 여전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괜찮니?”

부드러운 물음에 소녀는 멍한 얼굴로 청년을 바라보았다.

“윤가영의 동생. 맞지? 한참 찾았네.”

윤가영은 내가 하이잭했던 희생당한 소녀의 혼이었다.

이번 사태의 전말을 알려주고 떠난 그 소녀.

“네? 아…… 네.”

청년. 데이비의 발에 모두가 숨죽이고 그를 바라보았다.

[이…… 이게 무슨!! 이놈!! 당장 이걸 풀어라!!]

“흠…… 그거 한번 걸리면 사흘간은 무슨 수를 써도 안풀려.”

[감히 나를…….]

“운 좋은 줄 알아. 당장 니가 무슨 짓을 하건 관심이 없거든.”

[무슨 뜻이냐.]

“말 그대로.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을 도와줘야 할 이유도 모르겠다는 뜻이다. 요즘 도움 요청은 일단 뺨 후려치고 적반하장으로 나오면서 하나 보지?”

데이비는 생각했다.

무슨 논리를 가져다 붙이건 그들은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그런 선택을 내렸을 것이다. 과격하긴 해도 만약 메가로드리아가 적이었다면 지금의 선택은 틀린 선택이 아닐 것이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도 이해한다.

나는 용서하마.

하지만.

그렇다고 어처구니없이 맞아버린 내 뺨이 용서할까.

그런 생각이 들자 킥킥 웃음이 나왔다.

그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의 귓가에 들려왔다.

그리고 공포심을 불러왔다.

웃는 게…….

웃는 것이 아니다.

[괴물 같은 놈…….]

“사흘 정도 후면 그게 풀릴 거다. 중간에 끼어든 건 미안하지만 이 아이가 휘말리면 체면이 안 서지.”

[감히 누구 마음대로.]

“뒤질래?”

서늘한 공기가 일대를 잠식했다.

사흘 동안 무슨 짓을 해도 안 풀린다더니.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말하는 듯한 공포심을 느낀 듯 놈이 움찔거렸다.

[…… 데…… 데려가라.]

메세스의 대답에 데이비는 멍하니 안겨있는 소녀를 안아 든 채 지나쳤다.

메세스는 영리했다. 생각 이상으로 너무도 강대한 존재를 괜히 거슬러서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겉보기엔 아무것도 못 느낀 듯 보이지만 포식자와 피포식자를 구분하는 눈은 정확했다.

“티…… 티오니스 성자!”

누군가가 그를 알아보고 소리친다.

하지만 데이비는 그들을 무시한 채 지나치며 품에 안은 작은 소녀를 향해 미소지어줄 뿐이었다.

“가자. 네 언니 만나러 가야지.”

“아…… 아아…….”

뜬금없는 상황을 따라가지 못한 소녀가 멍하니 침묵했다.

그리고 그녀를 안아 든 데이비와 쓰러져 있다가 자신이 다시 살아났다는 사실에 놀란 이가 눈을 마주쳤다.

“다…… 당신이 살려주신 겁니까?”

마치 홀린 것처럼 멍하니 중얼거리는 질문엔 논리가 없었지만 정확했다.

“눈앞에서 괜히 누가 죽어가면 꿈자리 사납다.”

그말에 모두가 경악했다.

고작 꿈자리가 사납다는 이유로 바로 전에 메세스에 의해 죽을뻔한 이들을 모조리 살려낸 것인가.

아니. 그보다 기괴한 것은.

메세스의 공격에 한 명도 죽지 않고 최대 중상인 것이 과연 우연이었을까.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이…… 이봐요!”

너무 자연스러운 이 상황에 가장 먼저 정신 차린 건 공대장 유성현이었다.

그는 데이비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뛰어갔다.

“음?”

극도로 위험한. 그냥 두면 수백만을 죽일 괴물을 눈앞에 둔 자치고는 너무도 담담한 눈빛이다.

감정이 없는 것일까.

아니.

너무 익숙한 것뿐이었다.

“도…… 도와주세요! 티오니스 성자 맞죠! 이대로 가다간 수많은 사람이 죽게 될 겁니다!”

“도와달라고? 내가?”

“네! 제발 부탁드립니다!”

“왜?”

데이비의 질문에 유성현이 침묵했다.

“그건…….”

“이봐.”

말을 끊은 그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현재 한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체를 통해 지금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

“내가 아낌없이 베푸는 성자라도 되나?”

그 말에 모두가 침묵한다.

일단 성자는 맞잖아.

하지만 그걸 입 밖으로 말하는 이는 없었다.

“적어도 호의적인 쪽을 돕는 거지 경계하고 음해하고 적대하는 놈들 도와서 뭐해.”

천천히 걸어 떠나가는데 아무도 손을 뻗을 수가 없었다.

결국, 데이비는 떠났지만 각성자들의 관심은 더 이상 메세스가 아니었다.

메세스를 순식간에 묶어놓고 떠나버린 저 괴물 같은 인간에게 있었다.

한번 굴복했으나 목숨을 건졌고 시간을 벌었다.

비록 사흘간은 메세스에게 직접 공격을 할 수도 없게 되었지만 상관없었다.

덤비면 죽는다는 진실을 안 이상 공격할 멍청이는 없었으니까.

대신.

그들의 머릿속에 단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아니, 그것밖에 없다고 모두가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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