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710화 (709/1,559)

제 710화

상자에서 나온 것은 팔찌였다.

“오…….”

심플하면서도 깔끔한 디자인. 겉보기엔, 에게? 꼴랑 이거? 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의 농도를 눈치챈 나는 이게 절대 가볍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어디 보자…….”

팔찌를 손에 쥐기가 무섭게 내용이 눈앞에 떠오른다.

그래도 이펙트가 다른데.

“어디 보자…….”

팔찌의 정보를 상세보기로 활성화하자 다수의 글귀가 설명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 오.”

[잃어버린 자의 팔찌]

-팔찌를 만든 장인으로부터 약속을 이어받은 한 장군의 팔찌. 시간이 흘러 주인이 없는 상태가 되었음에도 그 안에 힘이 머물러있다. 팔찌, 반지, 목걸이 세트로 장착 시 세트 효과가 발휘한다.

-120시간 쿨타임. 세트 장착 시, 어떤 경우에든 1번의 죽음을 면역.

죽음에 이르는 치사 데미지를 받을 시 공간을 단절시켜 완전 회복.

“실환가?”

-?????

-저게 뭐야?

-미친. 옵션 실환가.

-저런 거 있으면 죽을 걱정 없는 거 아냐 솔직히.

-요르문간드 길드입니다! 그 물건 세트로 나오면 꼭 좀 팔아주세요!

가장 큰 반응을 보인 건 역시 목숨 걸고 싸우는 각성자들이었다.

즉사 방지? 완전회복?

조건이 없다면 이건 거의 기적수준인데?

세트는 총 세 가지. 하나하나는 큰 옵션이 없지만 세 가지가 모이면 기적을 상시 몸에 달고 있는 꼴이 된다.

“음…… 이건 추첨하기 좀 그렇네요. 죽으면 좀 그렇잖아?”

피식 웃은 내가 손을 살살 비볐다.

“좋아. 혀만 담그려 했는데 이런 게 나오면 좀 이야기가 달라지지”

“어딜 가려고?”

내 행동을 막아선 페르세르크가 눈을 가늘게 뜬다.

“데이비. 그대는 분명 본녀에게 말했지. 도박은 인간을 망친다고.”

“아니 이건 잃는 게 없잖아.”

-맞음. 잃는 게 없는 도박. 개꿀.

“게다가 몬스터를 잡으면 더 많은 사람이 안전할 수 있다고.”

내 말에 페르세르크는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저…… 저는 괜찮아요. 다…… 다녀오세요.”

자신은 괜찮다며 에이리아가 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녀를 보고 있자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가장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높은 이는 다름 아닌 에이리아.

이클립스 정도의 적이 아니라면 이 세트는 그녀가 지니고 있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 대신 약속해주세요!”

“약속?”

“무…… 무리하지 마세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조심스레 말한 그녀가 고개를 푹 숙였다.

이에 나는 말 없이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륀느에게 손짓했다.

동시에 륀느가 해킹을 시도해 화면을 꺼버렸고 나는 망설임 없이 그녀의 팔을 잡아끌어 그녀의 입에 내 입을 맞추었다.

“웁?!”

깜짝 놀란 그녀가 눈을 부릅뜨며 나를 본다.

하지만 곧 해롱해롱해진 얼굴로 흐느적거리며 눈을 감고 몸을 내게 맡겨왔다.

뜨거운 입맞춤 끝에 옅은 타액이 끌려 나오자 나는 절로 미소지어주었다.

“고마워.”

“이…… 이런 건 혼인 후에나 하는 건데…….”

“상관없잖아? 그딴 의식 같은 거.”

어차피 결정에 번복은 없다.

내 말에 그녀는 빨개진 얼굴에 손부채 질을 하고는 작은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상징이에요…… 이걸 가져가 주세요.”

“거 산책가는데 너무 그런다. 륀느가 그동안 널 지켜줄 거야. 여기서 잠시 애들과 놀아줘.”

그 후 나는 페르세르크에게 다가가 그녀에게 물었다.

“질투나?”

“본녀에게도 해줘야지. 그거면 돼.”

그 말에 에이리아 때와 똑같이 그녀에게도 입을 맞춰준 나는 페르세르크를 끌어안고 조용히 말했다.

“간 보고 올게. 그동안 에이리아 잘 부탁한다.”

“그래. 처음부터 그리 말했으면 된 것을.”

그렇게 말한 뒤 다시 장치를 활성화하자 채팅창에 물음표가 정신없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나는 염동력으로 장치를 띄워 내가 잘 보이게끔 허공에 고정시킨 뒤 말했다.

“천마리에 한 번 개봉이잖아요. 안 그래?”

-말 돌린다.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임?

-왜 안 보여줌?

-절대 해명해.

“해명은 얼어 죽을 곧 부부가 될 약혼자 간에 애정 표현하는 걸 전 세계에 보여줄까.”

내 말에 륀느의 해킹을 이용해 한도금액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놓은 후원이 빛을 발한다.

찰랑!

도널드 드럼퍼 님이 5,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면 결혼식장을 미합중국의 최고급 호텔로 초대하겠습니다.

-????

-뭐임? 500을 후원한다고?

-개 큰손이네? ㅁㅊ

-근데 미합중국 대통령 이름 아님?

-컨셉 질이겠지.

“거 한두 푼도 아니고 이런 데 돈 쓰지 마시죠. 어쨌든 염두는 해둘게요. 그럼 어디로 갈까. 어디 몬스터 득실득실하게 모인 곳 아는 분?”

내 말에 채팅이 빠르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여러 요소가 있었지만, 대부분이 자기 나라의 위험지대를 알려주고 있었다.

“음…… 좌표는 모르는데. 그냥 걸어가기엔 너무 멀고.”

찰랑!!

유나이티드 킹덤 퀸 님께서 2500만 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케임브리지 쪽에 몬스터가 많습니다. 게다가 현재 영국에서는 케임브리지 지역에 몬스터 현상금을 대대적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당신의 방문이 있어도 아마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겁니다.

이번엔 여왕님 컨셉이신가.

-어우야. 이번엔 여왕님 컨셉.

-저러다가 잡혀가지.

-여왕이 미쳤다고 저런 말투 쓰겠음? 그냥 컨셉 질인데 큰손이네.

저렇게 아이디 함부로 짓다간 좋은 꼴 못 볼 텐데.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어디를 말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누가 설명해줄 사람?”

알면서도 모른 척 입을 닫자 채팅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케임브리지가 영국에 위치한 장소이며 현재 그곳에 계속해서 균열이 폭주하듯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럼 문제없다는데 후딱 다녀옵시다.”

-한국에서 영국까지? 비행기 타도 하루종일 걸림.

“그거야 고철이니까 그런거고.”

그렇게 말한 나는 거대한 전망대의 바깥으로 나갔다.

“어우. 바람이 세네요. 그럼 가봅시다. 좌표를 모르긴 하지만 직접 되겠죠.”

-어떻게 간다는 거임?

-맞아. 비행기 타도 시간 어마어마하게 잡아먹는데.

“전용택시 타야죠.”

그렇게 말한 내가 허공에 손뼉을 친다.

동시에 하늘에 구름이 낀 듯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시청자들의 채팅에 물음표가 미친 듯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미친. 저게 뭐임?

-세상에…….

“가자. 설마 환수왕씩이나 돼서 고철보다 느리진 않겠지?”

[흥! 그깟 고철과 비교하지 마라!]

매번 탈것 취급하지 말라던 말과 다르게 자존심이 상한 듯 구는 메가로드리아를 보며 나는 가볍게 타워에서 뛰어내리듯 그의 등에 올라탔다.

-자. 그럼 복잡하게 굴지 말고 도착하고 다시 합시다.“

그 말과 함께. 메가로드리아가 날개를 펄럭인다.

[어느 방향이지 계약자?]

“음…… 그러네. 방향을 모르겠네. 혹시 방향 아시는 분?”

-그걸 어떻게 알아요.

-정확한 위치도 모르는데.

“아니 여길 왜 몰라?”

-모르니까 모르지;;

티격태격 쏘아붙인 내가 한숨을 내쉬었다.

“별수 없다.”

[방법이 있음?]

“딱 하나 있네요.”

그렇게 말한 나는 주변의 바람을 차단시킨 후 메가로드리아에게 들리게 똑바로 발했다.

“추운 방향으로 가. 그리고 지구 한 바퀴 돌자. 그러면 보이겠지.”

단순무식의 끝장.

내 결정에 시청자들이 난리가 난 듯 비명을 내지르지만 나는 요지부동으로 결정을 밀어붙인다.

[미련하기 짝이 없군.]

“거 많다잖아. 빨리 랜덤 박스 까고 싶으니까 빨리 가.”

내 말에. 녀석이 날아오른다.

그리고.

메가로드리아는 정확히 내 요구에 따라 북쪽을 향해 날아올랐고,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쏘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 * *

영국의 영토 케임브리지.

현재 이곳은 몬스터의 대규모 균열 증식으로 인해 사람 하나 살지 않는 곳이다.

케임브리지 대학이 있는 장소로 사실 말만 들었지 직접 와본 건 나로서도 처음이었다.

치직…… 치직!!

당연히 한국의 영공권을 벗어나니 신호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스트리밍 방송 사이트가 손을 써줬는지 처음에 버벅거리던 방송이 곧이어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 지금 30분도 안 됐는데?

-저기 케임브리지 아님? 도시 중에서 균열 저렇게 무더기로 있는 곳 마이애미랑 저기, 그리고 서울뿐인데?

-세상에 속도 실화세요? 그것도 지구 한 바퀴 돌리다가 이 꼴 난 거 아님?

“거 잘 보이지 않더라고. 그래서, 계속 뱅뱅 돌았는데 여기가 케임브리지가 맞나?”

-맞음. 세상에…… 몬스터 득시득실거리는 거 보소…….

-전에 본 것보다 더 늘었네.

경악하는 이들을 보며 나는 랜덤 박스를 꺼내 허공에 띄웠다.

“자. 그럼 바로 조금만 더 혀 담가봅시다.”

-아직 몬스터 안 잡았는데요?

누군가의 의문.

이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소리?”

-아니. 도착만 했지 몬스터 안 잡았잖음. 저 지역 다 합치면 어림잡아도 수천 마리 쉽게 넘어갈 거 같긴 한데.

“아니, 그래서 몬스터가 어딨다고.”

내 말에 시청자들이 의문을 표한다.

하지만. 곧 내가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깨달은 듯 보였다.

치지직…… 콰아아아아아!!!

나를 태우고 있던 메가로드리아가 코웃음을 치더니 거대한 브레스와 폭풍을 모아 그대로 몬스터 천국에 재앙을 쏟아버린 것이다.

한곳에 뭉쳐서 꾸역꾸역 존재감을 드러내던 몬스터들이 메가로드리아의 폭풍과 브레스에 쓸려나가는 것도 한순간이었다.

동시에 랜덤 박스의 카운트가 빠르게 올라간다.

인간은 없고 오로지 적이다.

그럼 더 볼 것도 없었다.

-세상 실환가.

-미친. 무슨 CG도 아니고…….

경악하는 반응들을 무시한 채 나는 이런 상황을 저질렀음에도 영국 측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자 고개를 주억거렸다.

“여기서 난리 쳐도 신경 안 쓴다더니 사실인가 보네요. 어쨌든. 보자…… 10번 깔 수 있게 됐네.”

-아니…… 이게 말이 되나? 몇 국가가 작정하고 토벌하려다가 입구에서 막혔던 곳인데…….

누군가가 기억을 되짚듯 질문을 해왔다.

-대체 저 흑룡 뭐임?

“일단 저래 봬도 일단 왕인데…… 그보다 어서 개봉해봅시다! 이번 한 방에 가자!”

-너무 어처구니없어서 웃음밖에 안 나온다.

-영국 왕실에서 수천억 현상금 걸고 몇 년 동안 골머리 쌓은 지역 맞음?

심드렁하게 말한 나는 랜덤 박스의 상자를 열었다.

치잉!!!

동시에. 강렬한 빛과 함께…….

[마나석]

흔해빠진 쓰레기가 나왔다.

“…….”

-패망ㅋ

-망ㅋ

비웃음이 서린 채팅을 무시한 채 나는 굳은 얼굴로 랜덤 박스를 깠다.

[육포]

[육포]

[물통]

[미약]

[해열제]

…….

“…….”

하지만. 결과가 마냥 좋으란 법은 없더라.

“다른 곳. 다른 곳 어디야.”

-아니, 혀만 담근다메…….

“혀 담갔어. 그래. 내 혀가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길뿐이야. 어디야. 몬스터 씨를 말려버릴 테니까.”

자기합리화는 쉽고 간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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