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11화
201. 혼자 있고 싶습니다. 다 나가주세요 (2)
-크라라라라락!!
-캬아아아악!!!!
현재 1급 위험 극지로 분류되는 케임브리지.
과거엔 사람이 살던 곳이었으나 이제는 몬스터의 천국. 아니 몬스터의 출몰 근원지라 불릴 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몬스터와 그 몬스터들을 뱉어내는 균열들이 밀집된 지역이다.
하지만 영국의 최대 고민거리로 남아있던 이곳도 지금에 이르러선 폐허 그 자체가 될 수밖에 없었다.
비록 그랜드마스터라 하였지만, 환수왕 메가로드리아의 힘은 그보다 약한 이들에겐 재앙에 가까울 정도로 방대한 힘이었다.
즉. 환수왕들의 힘은 양민학살에는 극한의 효율 시너지를 발휘한다는 것이 입증된 꼴이었다.
“음, 균열이 안 보이는데, 다음은 그럼 미국으로 한번 가봅시다. 듣기로는 미국이 근대 최대강국이라 들었는데.”
-세상에 균열까지 휩쓸려서 지워진 거 보소.
-저게 물리적으로 파괴될 수 있는 장소였음?
-그러게…….
-영국에서 지내고 있는 사람입니다. 현재 거리는 지금 축제 분위기입니다.
최대 위협이 하루아침에 누군가의 손에 증발해버렸으니 기뻐할 수밖에.
메가로드리아를 타고 다시금 이동하려던 그 순간이었다.
파직…… 파지지지직…….
방금까지 아무것도 없던 허공이 갑자기 갈라지기 시작한다.
-미친!
-???????
-저게 뭐야.
허공에 나타난 거대한 균열도 균열이지만 그 안에서 번뜩이는 수천 쌍의 눈동자는 보는 이로 하여금 섬뜩한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감히!]
살기를 풍기는 균열을 보며 메가로드리아가 다시금 힘을 끌어모으려 한다.
아마 자신의 공격에 다시금 재생한 균열을 보고 화가 난 것이리라.
그런 녀석의 행동에 나는 녀석을 다독이듯 부드럽게 말했다.
“비켜 약골아.”
[망할 계약자! 죽고 싶은 거냐!]
킥킥 웃으며 그에게서 뛰어내리기가 무섭게 메가로드리아의 폭풍 칼날이 내게 날아들었다.
카아앙!!!
하지만 순식간에 내 몸 안에서 뿜어져 나온 대량의 마나가 그것을 쳐내버렸다.
[흥!]
“거 성질 하곤…….”
비물리 법칙 계통의 통로나 다름없는 저 균열은 단순히 브레스로 부숴버린다고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메가로드리아의 브레스는 어지간한 비물리 법칙 계통에도 통할 정도로 강하지만, 흉신 놈들이 준비를 단단히 하기라도 했는지 통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가장 효율적인 것은. 역시 초단이나 청단이로 균열의 근원을 부숴버리는 것이지만 그게 불가능하다 하여 아예 안되는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 조금 의뭉스러운 점도 존재했다.
대체 이 많은 몬스터들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대체 무슨 수로 이렇게 균열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파괴의 힘은 이클립스를 인도하고 현재 나와 조력하고 있는 온존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아무리 고대의 화신이라도 한계치는 존재할 텐데…….
“이걸 보면서 생각한 건데요.”
나는 균열이 모두에게 보이게끔 위치시킨 뒤 입을 열었다.
“세상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주신 빼고는 불가능하다, 이 말입니다.”
-주신이 있음? 하느님이 아니고?
-세상에 순식간에 신성모독 당함.
-애초에 넬타리드 교단도 있는데 뭐. 그럼 넬타리드라는 신이 주신임?
“그 양반은 반쪽짜리.”
담담하게 말한 나는 아공간에 손을 밀어 넣었다가 천천히 창을 꺼내 들었다.
동시에 거대한 균열을 시작으로 허공에서 수십 개의 균열이 열리며 그 안에서 몬스터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순 없다.
하지만 균열은 열리고 몬스터는 계속 넘어온다.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 롱기누스를 빙그르르 돌리며 쥐었다.
-검 쓰는 거 아녔음? 갑자기 창?
내가 창을 익숙하게 빙글빙글 돌리며 다룰 준비를 하자 빠른 반응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내가 아는 나름의 밈을 써주는 수밖에.
“창이 얼마나 대단한 무기인지 모르는 당신들이 불쌍합니다.”
-미친 드립 ㅋㅋㅋㅋㅋㅋ
-타 차원 인간 맞음?ㅋㅋㅋㅋ
-일국의 왕자치고 개 유쾌하네.
유쾌하게 웃는 채팅창을 무시한 채 내가 롱기누스를 변화시킨다.
-근데…… 수가 너무 많은데?
-아까보다 더 많아진 거 같음.
어쩔 줄 몰라하는 이들을 향해 내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잘 봐요. 저놈들 지금 다양성을 잃었잖아. 죄다 갑주 두른 드루크아이인 거 보이죠?”
드루크아이.
오크의 사촌격인 몬스터로 생김새는 큰 차이가 없으나 피부색이 붉은빛에 뿔이 달린 놈들이다.
실제로 티오니스 대륙에서는 드루크아이라는 오크와 흡사한 종족 때문에 한때 오크들이 박대를 받기도 했었다.
지금에 이르러선 유명한 용병부족으로 유명하지만 말이다.
-그러네. 피부가 좀 기괴한 것 빼곤 전부 드루크아이임.
-저거 한 마리 한 마리가 상위종 아님? 내가 알기로 저거 잡으려면 대규모 포격해서 싹 정리 후에…….
-아니, 애초에 균열 일어나면 보통 전파 차단되지 않음? 근데 어떻게 방송 계속하고 있는 겨?
-나 몬스터 대규모 출현하는 거 처음 봤다.
“그런 복잡한 건 내버려 두고. 저놈들도 여유가 없다는 거예요. 왜 그럴 거 같아?”
담담하게 말한 내가 언월도를 가볍게 당겼다.
“저놈들도 급해졌거든.”
본능적으로 눈치챈 거다. 내가 여기서 무언가를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쿠웅!!
가볍게 들어 올린 언월도를 내리친 나를 향해 수를 헤아리기 힘든 몬스터들의 돌격이 시작된다.
-미친 돌진 한다!
-도망쳐요! 아니면 저 흑룡…….
-아니 애초에 혼자서 저 많은 수를 어떻게 이겨?!
“아. 좀 자극이 심했나? 괜찮아요. 몬스터 상대법. 어렵지 않아요.”
지축이 울리는 공격 속에서 나는 숨을 짧게 고른 뒤 입을 열었다.
“일단, 귀에 자극이 심할지도 모르니 가급적이면 귀를 막아주시고. 혹여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나올지도 모르니 가능하면 화면을 한 3분 정도.”
스릉…….
“꺼주시면 내가 제재를 안 당하겠죠?”
거대한 드루크아이 군세를 향해 내가 몸을 살짝 숙였다가 뒤로 당긴 뒤 숨을 크게 들이켰다.
[팔라디아식 행성분열창]
[맨틀 깎기]
콰드드드득!!!
어마어마한 폭음과 함께 언월도 형태의 신창 롱기누스는 거대한 맹수의 발톱이 되어 일대 영역의 지면을 모조리 할퀴고 뒤집어엎었다.
* * *
경악스러울 정도의 폭음은 인공위성도 순간적으로 감전이 될 만큼의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단순히 화염폭발이 아니라 거대한 힘이 지면을 갈아엎어 허공에 튕겨 올리면서 일으켜낸 재앙인 것이다.
거대한 연기가 걷힌다.
일격에 드루크아이 다수가 희생당했지만, 아직 남아있다.
나는 창끝에 거대한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낸 뒤 빙그르르 돌렸다.
그리고.
거대한 폭발에 정신을 못 차린 녀석들을 향해 한발 내디뎠다.
양민학살은 환수왕의 특성뿐만이 아니다.
나는 그토록 바글바글하던 몬스터들을 모조리 쓸어버릴 생각이었으니까.
나를 향해 맹렬한 적의를 드러내던 드루크아이는 기본적인 피부색이 조금 변질되어있었다.
새하얀 갑각 같은 파편이 몸에 덕지덕지 붙어있고 피부도 하얀빛을 띤다.
흉포함은 더할 나위 없었고 근력 또한 일반적인 드루크아이 그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놈들은 내게서 살기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입장이었다.
쩌억!!
거대한 반월의 검기가 놈들을 반으로 갈라버리는 것도 모자라 고열 고압의 오러 블레이드로 육신을 불태워버린다.
사방은 먼지와 화염으로 가득 찼고 놈들의 비명으로 가득해졌다.
처음엔 머릿수만 믿고 자신감이 가득하던 몬스터들이었지만.
지금에 이르러선 항거할 수 없는 재앙에 맞서는 불쌍한 족속일 뿐이었다.
물론, 이들은 지구의 인간들에겐 재앙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놈들에게 나라는 존재는 인간 중에 유일하게 꿈에 나올까 두려운 존재.
흉신으로써도 전력을 다해 견제해야만 대적이 되는 사실상 인간 최후의 보루나 다름없을 테니까.
그 위치를 나는 스스로 잘 판단하고 있다.
-크르르르륵…… 큭!
드루크아이로 가득하던 이곳은 어느새 불타오른 시체만이 가득 남았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드루크아이가 숨을 헐떡이며 공포에 질린 듯 쓰러져 나를 올려다보았다.
“음…….”
-???
-뭐임? 대체 뭔 일이 있었던 거?
또다시 채팅창은 물음표로 가득하다. 정말로 화면을 꺼버린 인간이 몇이나 될까. 조금 그로테스크할 수도 있는 만큼 최대한 오러 블레이드의 고열을 이용하여 태워버리는 쪽을 선호했지만 이런 식이면 현아의 아이디는 내일 아침 사용 불가 계정으로 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미 랜덤 박스의 강화에 필요한 관심은 실시간으로 갱신되고 있으니까.
굳이 방송을 유지하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간단한 흥밋거리였다.
과거 전생의 삶에서 나도 개인방송을 즐겨보곤 했으니 말이다.
내가 죽은 후 고작 몇 년밖에 흐르지 않았지만.
서걱.
이윽고 마지막 드루크아이의 정신을 붕괴시켜 죽여버린 나는 롱기누스 창을 죽창형태로 바꾼 후 말했다.
“3분 지났나?”
-정확히 2분…….
“1분. 아슬아슬하네.”
내 발언에 물음표가 다시 뜬다.
-지금 그 많은 몬스터 다 죽이고 아슬아슬하다고?
-무력 진짜 실환가. 각성자들도 나중에 저렇게 강해지는 거임?
놀라워하는 이들을 무시한 채 나는 아직도 미련이 남았는지 제대로 닫히지 않는 균열을 향해 한 손에 검은 화염을 피워올렸다.
[9서클 마법]
[헬파이어]
지옥 불 마법이 내 손에서 타오르며 곧 거대한 화구로 변한다.
이윽고 나는 그것을 균열 저편으로 쏘아 보냈다.
퍼엉!!!!
하지만 헬파이어는 균열에 들어가지 못한 채 겉에서 폭발해버렸고. 균열 자체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일방통행. 심연의 놈들이 만들었던 통로와 비슷하지만, 그보단 약하다.
아마 내가 그 균열을 타고 역공을 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리라.
물론, 균열 너머가 놈들의 공간이라는 것은 확실해졌지만 말이다.
“균열이 일방통행인가 보네요. 들어가서 근본을 부숴버리려고 했는데 그게 안 되네.”
그렇게 말한 나는 곧 죽창처럼 변한 롱기누스를 투창하듯 잡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거대한 균열을 향해 조준했고.
콰지지지지직!!!
거대한 뇌기를 일으키며 그대로 던졌다.
쩌엉!!!!
섬광이 번뜩이며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거대한 일섬은 그대로 날아들어 균열을 관통하여 완전히 부숴버렸다.
본래라면 다시금 재생이 되어야 하지만 이번엔 쉽지가 않았던 모양이었다.
오랜 시간 이곳에 자리 잡아 영국을 괴롭혀온 재앙치고는 너무 허무한 결말이었다.
-실시간 재앙정리법.
-이렇게 쉽게 끝나나…….
“아무래도 이 이상은 방송으로 하기가 좀 그런 거 같네요. 방송은 여기서 상자 개봉하고 일단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아…… 조금만 더하지.
-조금 더 보여줘요.
아우성치는 반응을 무시한다.
안쪽에서 기이한 기운이 느껴진다.
본능적으로 이게 본래대로 방송에 나가면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에 시청자들이 긴장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솔직히 10번인데. 이 정도면 나올 때 됐다.”
그래. 벌써 몇 차례 꽝이었나. 한 번쯤은 천장 시스템으로 나올 때가 됐다.
그렇게 생각하며…….
상자를 모조리 개봉한다.
[육포]
[육포]
[한우 갈비]
[낡은 철검]
[프라이팬]
[해열제]
[데이비 왕자의 흑역사 모음집]
…….
“…….”
침묵은 길었고.
웃음은 한순간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폭ㅋ망ㅋ
-망함
-아니 흑역사 모음집은 뭔데? 저거 사진 아님?
쏟아진 사진은 조금 의외의 모습이 찍혀있었다.
페르세르크와의 혼례식에서 내가 긴장을 바짝 한 채 얼어있는 모습이었다.
지금 보니 왜 이렇게 남에게 보여주기 뭣한지.
-우리 티오니스 성자 형 바짝 얼었잖아? 결혼식임?
-여왕님하고 결혼식 할 때네!
-ㅋㅋㅋㅋㅋㅋ 표정 개 웃김 ㅋㅋ
여기저기서 비웃음 소리가 들려오는 기분이었다.
말없이 채팅창을 보던 나는 눈을 감은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혼자 있고 싶습니다. 다 나가주세요.”
삑!!
방송이 꺼졌다.
다시는 개인방송 따위 하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