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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713화 (712/1,559)

제 713화

“장군님. 준비는 됐습니다.”

본래라면 구속되어 감옥에 있어야 할 서호진은 바닥에 피를 뿌리며 쓰러진 수많은 이들을 차가운 시선으로 내려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나라가 외세에 빼앗기게 둘 순 없지.”

“살아남은 이들은 어찌할까요.”

“매국노 같은 놈들. 적당히 가둬놔. 싸그리 모아서 삼청교육대로 보내버려야 해.”

씨근덕거리던 그가 눈을 번뜩였다.

“그래. 그놈이 데려온 여자들의 위치가 파악되었나?”

“예.”

“그거면 됐다.”

“그가 날뛰지 않을까요. 국제적인 비난도…….”

“이제 와서? 명심해. 그년들을 잘 구류해서 숨겨두면 그놈은 절대 우리를 헤치지 못할 테니까. 그렇게 되면 우리는 압도적인 무력을 완벽하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거다.”

그렇게 말한 그가 고개를 까딱였다.

* * *

“불편한 점은 없는 게야?”

너무 열심히 놀았는지 고롱고롱 잠든 홍단이를 품에 안은 채 페르세르크가 에이리아에게 물었다.

그러자 에이리아는 귀를 쫑긋거리며 어쩔 줄 몰라하다 배시시 웃어 보였다.

“너무…….”

“너무?”

“너무 행복해요…… 지금 저는 꿈을 꾸는가 싶어요.”

그녀의 표정엔 숨길 수 없는 행복이 서려 있었다.

페르세르크는 그런 그녀의 미소를 보며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역시 후회할 선택은 아니었다.

에이리아의 성격도 성격이지만. 그녀의 존재는 차후 앞으로도 데이비의 삶에 큰 평안을 가져다줄 것이다.

“아이가 살아있었다면…….”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인 에이리아가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여신의 분노를 산 데이비 때문에 프리아 여신이 에이리아에게 내린 축복을 거둬들였다.

그 결과. 본래엔 존재할 수 없으나 신의 축복으로 잉태된 아이는 빛도 보지 못하고 그렇게 다시금 사라졌다.

행복하다, 괜찮다 하지만 어쩌면 에이리아에겐 평생을 안고 가야 할 고통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언니는 정말 괜찮은 건가요?”

“음?”

“제…… 제가 데이비 님의 곁에 있어도…….”

“본녀는 적어도 손해 보는 짓은 하지 않아.”

이미 손해를 봤는데?

그런 의문을 표하는 그녀였지만 페르세르크는 그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줄 뿐이었다.

데이비와 비슷한 그 행동에 에이리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본녀는 그대에게 늘 미안해하고 있어. 데이비의 아이를…… 첫 아이를 잃어버렸으니까. 무심하던 데이비를 대신해 본녀가 사과해야 할 테지.”

“아…… 그…… 그건…….”

비록 환골탈태했으나 페르세르크는 예상과 다르게 아이를 아직 밸 수 없는 몸이었다.

만들어진 육신인 그녀의 몸이 아이를 만들어낸다는 건 데이비가 인체연성을 하는 것과 똑같은 결과를 낳을 테니 말이다.

어쩌면. 그녀가 아이를 가지는 건 평생 불가능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때였다.

가만히 앉아 녹초가 된 듯 늘어져 있던 륀느의 푸른 눈동자가 번뜩인다.

“페르 님, 다수의 움직임을 포착.”

그 말과 함께.

어디선가 날아온 연막탄이 데굴데굴 굴러온다.

“이건?”

퍼엉! 푸쉬이이이이이이익!!!

동시에 일대 전체에 메케한 연기가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웁?! 콜록콜록!!”

생각지도 못한 습격에 놀란 에이리아가 손으로 코를 틀어막았지만, 후각이 예민한 에이리아에게 이런 연막은 굉장히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잔뜩 굳은 얼굴로 무너져 내리는 모습에 페르세르크가 급히 마기를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가 마법을 발현하기도 전에 연막 속에서 녹빛의 레이저들이 일순간 그녀와 에이리아. 그리고 륀느를 포함해 청단이 홍단이까지 겨누어졌고,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페르세르크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파바바박…….

신속하고 빠른 진입이었다.

검은 특수부대 복장을 한 이들이 순식간에 파고 들어와 에이리아와 페르세르크를 에워싸고 그대로 제압하듯 덮쳐 들어왔다.

이에 페르세르크는 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다시 마기를 일으켰다.

[멈춰라!!]

쩌엉!!

저들은 페르세르크가 정확히 어떤 존재인지 모른다.

애초에 그녀가 전 마왕이라는 것을 아는 이도 극도로 드물뿐더러. 일면에선 그녀가 마족이라는 것도 모르는 이들이 다수였다.

휘이이이이잉!!!!

퍼엉!!

이윽고 그들을 멈춰 세운 페르세르크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자신들의 몸에 대체 무슨 변화가 일어난 건지 이해 못 한 채 굳어버린 특수부대원들은 진입은 훌륭했지만, 대처가 나빴다.

그들을 굳게 만들어버린 페르세르크가 새빨간 혈안을 번뜩이며 물었다.

“겁이 없는 게지.”

그 말과 함께 검은 힘이 뿜어져 나오며 특수부대원들을 잡아 허공에 띄웠다.

“결국, 데이비의 생각대로 되는 게야. 무리수를 두는 자는 결국 끝이 좋지 못한 게로고.”

담담하게 말한 그녀가 오만하면서, 우아한 자태로 허공에 떠오른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에이리아와 잠들어있던 두 아이를 고통스럽게 하던 연막이 강풍에 의해 완전히 사라진다.

검은 고글을 쓰고 있는 특수부대원들이지만 페르세르크는 그들의 표정을 읽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각성자는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대체선이다.

하지만 각성자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었다.

각성자가 몬스터를 잘 잡는 건 사실이나 그들이 그렇다고 슈퍼맨인 것은 아니니까.

그들은 총탄과 폭탄에 약했고 당연히 힘이 있다고 무법을 저지를 정도로 강력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조금 안일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컥…… 커헉…….”

“그대들이 보기에.”

허공에 떠오른 사내 하나가 고통스런 신음을 흘리며 비틀거리자 페르세르크가 다가가 스산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바닥에 주저앉은 에이리아를 바라본 그녀의 표정은 지금껏 보여주었던 그 어떤 표정보다 싸늘했다.

“본녀가 그리 우습게 보였던 게야. 그렇지?”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오른팔을 앞으로 뻗어 손목을 회전시키듯 핑거 스냅을 튕겼다.

따악!!!!

청명한 소리와 함께 공포가 현신하기 시작했다.

특수부대원들은 그녀의 등 뒤에서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공포스런 힘에 전신을 바들바들 떨었다.

스산한 미소를 짓고 있는 페르세르크의 몸에서 나온 힘은 처음 느꼈던 검은 힘과는 달랐다.

그보다 더 어둡고. 그보다 더 끔찍하게 소름 끼치는.

그런 무언가였다.

마치 끝도 없는 심연을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이 든 그들의 정신이 비틀리고 망가져 간다.

따악!!

또 한 번 핑거 스냅을 튕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주변의 소리가 사라지고. 색이 사라져 간다.

“데이비에게도 숨기고는 있지만…… 본녀가 삼천 년을 영혼으로 존재해오며 느낀 건 딱 한 가지야.”

사라지는 한이 있어도. 그녀의 가족을 건드리는 자는 철저하게 파멸시켜버릴 거라는 것.

결과적으로 데이비가 원한대로 서호진 사령관은 구속된 주제에 다시 자신의 세력을 이용해 이곳을 노렸다.

아마 같은 시간대에 대통령 관저나 현아의 집까지 노렸을 가능성이 높다.

데이비가 심연, 그리고 흉신과 싸우느라 바쁜데 인간이 인간의 뒤통수를 친다고?

그 꼴을 두고 볼 수 없음이리라.

허공에 떠오른 채 서서히 밀려 나가는 그들을 향해 그녀가 뒷짐을 지고 걸어 나가다 한 손을 빼 가볍고 부드럽게 휘저었다.

콰앙!!!

동시에 지면이 갈라지며 검은 기류가 일어났다.

심연의 구덩이.

“괴…… 괴물…….”

공포에 질린 듯 중얼거리는 한 특수부대원을 향해 페르세르크가 화사하게 웃어 보였다.

“괴물이 괴물이라 불린들 그리 서러울까.”

콰직!!!

동시에 검은 균열 속에서 검은 창날이 쏘아져 올라오며 그들을 꿰뚫었고.

그대로 그들을 집어삼키듯 균열 너머로 잡아당겼다.

끝도 없는 심연.

여왕의 권능으로 만들어진.

여왕의 힘이 발현된.

가상의 검은 구덩이.

그곳에 처박힌 존재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당당하고 고고한 자태로 왼손은 뒷짐을 진 채 오른손을 부드럽게 휘저어 모두를 죽음으로 떨어뜨려 버린 페르세르크는 유일하게 운이 좋아 살아남은 특수부대원 하나에게 다가갔다.

“자비는 좋은 단어인 게야. 본녀도 그러고 싶고.”

하지만.

“하지만 그대들이 데이비를 노린 것이라면…….”

본녀는 악마가 되어줄 수 있음이니.

페르세르크는 잘 알고 있다.

프리아 여신은 일리나와 에이리아 등등 데이비의 주변인들에게 상당히 편의를 봐주고 있다고. 하지만.

반대로 페르세르크를 끝도 없이 견제하고 있다.

그녀는 어쩌면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페르세르크가 데이비에게 현재 숨기고 있는 진실을 말이다.

문양이 새겨진 그녀의 마족 특유의 혈안이 붉게 번뜩이며 혈선을 만들어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지옥 끝에서 기다리시게. 본녀가 찾아갈 터이니.”

쩌적!!

바닥에서 튀어나온 검은 손이 그를 잡아챘다.

“으…… 으으으으…… 으아아아아아악!!!”

공포에 질린 사내가 버둥거리는 것도 무색하게. 지하고 끌려 들어 가버렸다.

말없이 특수부대원들이 사라져 버린 땅을 보던 페르세르크가 고개를 돌렸다.

“비밀로 해주겠니?”

“경고. 페르 님의 상태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판단. 데이비 님의 올바른 진단을…….”

“과거에 프리아 여신이 그렇게 말했다지.”

수천 번을 시도해도 절대 바뀌지 않는 진실이 있다고.

데이비는 그 일면을 바꿨지만.

그 잘나신 프리아 여신이 고작 그 정도도 예상치 못했을까.

“결국, 본질은 변하지 않는 법이야.”

그러니, 그때까지만이라도…….

* * *

“장군님 괜찮겠습니까…….”

“실패는 없네. 나는 분명히 말했네.”

이미 대통령 관저는 장악이 끝났다.

데이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신성 그룹 또한 강제 억류하고 활동을 못 하게 제지했다.

군사력이 강해지며 군사정권의 낌새를 보이던 대한민국이.

하루아침에 완전한 군사국가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시민들은 경악했지만, 목숨이 아까워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다.

그동안 오랜 시간 준비한 것이다.

데이비의 비공정은 물론, 데이비가 아끼는 이들 대부분을 잡아 들이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은 그에게 쾌거였다.

잘만 이용하면 데이비 올 라운이라는 인간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권한이 생긴 것이니 말이다.

위험하긴 하지만 잘만 다루면 완벽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이미 물러날 곳은 없다. 서호진은 이미 나라를 장악했고. 이제는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 되었다.

데이비가 방송을 한답시고 해외로 나가버린 게 가장 큰 이득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러니 그의 부인으로 여겨지는 두 소녀만 잘 확보한다면…….

달그락…….

어디선가 들려온 총소리.

묘한 소리와 함께 느껴지는 싸늘한 냉기에 서호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곧이어 그는 선 자세 그대로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앉은 테이블 앞에 놓인 소파에 한 소녀가 고고한 자세로 앉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아하고 숨이 막히는 아름다움을 뽐내며 커피를 한 모금 마신 그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화를 자초하는 건 인간의 종족 특성인 게야.”

담담하게 중얼거린 그녀가 물었다.

“그래. 데이비가 없으면 본녀를 장악하여 그를 굴리려 하였던가?”

“너…… 너, 넌…….”

“본녀가 그리 쉽게 보였다니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로고.”

씁쓸하게 중얼거린 그녀가 서호진을 향해 다가온다.

이에 서호진이 급히 권총을 뽑아 들어 그녀에게 겨누었다.

“이 나라는 이 나라 국민의 것이다. 네년 같은 외세의 것이 아니라.”

“흐음. 본녀가 남의 마음을 일면 읽는다는 걸 모르는 게지.”

담담하게 말한 그녀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그 미소가 어찌나 매력적인지 서호진조차 잠시 멈칫할 정도였다.

“그대는 이 나라가 국민의 것이 아니라 그대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진대.”

“…….”

“뭐. 본녀가 여기까지 찾아온 건 그저 전해주고 싶었던 것뿐이네.”

포기하면 편하니. 숨죽이고 있도록 하시게. 곧 데이비가 찾아갈 터이니.

그 말을 끝으로 페르세르크는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렸고.

서호진은 두려움에 온몸이 굳어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애초에. 항거가 가능한 대상이 아니었다는 두려움만이 그에게 남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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