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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714화 (713/1,559)

제 714화

인간을 몬스터로 바꾸는 거대한 나무.

흉신을 만들어낸 창조주이자 지구의 신. 파괴와 온존이 공존하는 두 개의 인격을 지닌 삼신 중 하나.

넬타리드의 일면인 파괴의 힘이 서린 나무다.

지구에 있던 거대한 문어 다리에서 파생되었을 이것은 어떤 의미로 보면 지구에 깊게 파고 들어있는 셈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둘 수야 있을까.

“부숴야 합니다.”

언제 온 것일까.

나는 어느덧 내 뒤에 자리 잡은 케인과 프레이아를 바라보았다.

“너흰 여기서 뭐 하는 거냐.”

“당신이 이곳으로 떠난 직후 느낌이 이상하여 바로 찾아왔습니다. 그보다…… 전해야 할 일도 있고요.”

케인의 말에 내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 인간이 움직였다나? 어쨌든. 지금 네가 있던 그 인간의 국가는 난리가 났어. 군인들이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모조리 통제하고 있지.”

“생각보다 빨리 일을 쳤네. 그래서. 페르세르크는 안 지키고 왜 네가 여기 있나.”

“제가 손댈 게 애초에 있습니까?”

그의 말에 내가 멈칫했다.

“이미 장악 끝났습니다. 당신 부인의 힘을 너무 우습게 여긴 모양이더군요.”

사람들은 자 모른다.

하지만 페르세르크의 무력은 나와 비교해서 뒤처질 뿐 엄연히 전대 마왕.

게다가 환골탈태까지 강제로 거친 탓에 페널티도 거의 삭제되었으니 사실상 그녀를 헤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지구의 화력과 싸우기엔 위험요소가 많다지만.

멍청하게도 서호진은 그녀를 죽인다는 선택을 내리지 못했을 터.

그렇다면 그 후의 결과는 훤한 일이었다.

“안 죽였지?”

“예. 경고는 한 모양이지만 당신을 의식해서 그냥 둔 모양이더군요.”

“그거면 됐어. 페르에게 이 이상 피를 묻히게 하면 안 되지.”

담담하게 말한 내가 프레이아를 심드렁하게 바라보았다.

“뭐 좀 알아냈나?”

“예상대로. 이건 넬타리드 님의 일면인 파괴의 근본과 이어져 있는 힘의 일부야. 적어도 이걸 부수면 더 이상 균열이 일어나진 않겠지. 다만…….”

말을 흐린 그녀가 두려운 듯 몸을 파르르 떨었다.

“자칫 잘못 건드렸다간 어찌 될지…….”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화염을 꺼뜨렸다.

그리고는 나무에 손을 올렸다.

스르르륵…….

그러자 나무들이 일순간 내 손을 감싸듯 장악한다.

물론, 그래 봐야 얼마 가지 않아 내 손에서 흘러나온 신력에 튕겨 나갈 뿐이다.

“새삼 궁금하지만, 프리아 여신은 삼신 중에서도 가장 위대하고 압도적인 신일 텐데.”

어떻게 두 신과 전쟁이 가능한 것일까.

아니 애초에 하위 신인 두 신이 어떻게 프리아 여신에게 맞서는 게 가능한 것일까.

여러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무시했다.

“조금 아깝긴 하지만 상관없다.”

프리아 여신의 신력을 쏟아부어 힘의 근원을 위축시키고 부순다.

금기의 업도 좋은 방법이지만 상대가 신이라면 같은 신의 힘으로 찍어누르는 게 오히려 더 안전할 가능성이 높았다.

으직!! 으지지직!!

프리아 여신의 신력이 나무에 스며든다.

그러자 분노한 신력이라고 해야 할까.

특유의 흉포해진 신력이 넬타리드의 힘의 일부인 이 거대한 나무에 스며들며 내부에서부터 서서히 소멸시켜나가기 시작했다.

구구구구구구구구궁!!!

동시에 거대한 진동이 일어난다.

넬타리드의 일면인 파괴가 저항하는 것이다.

나를 돕는 넬타리드도 현재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데 이놈이라고 다를까.

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 흉신과 내가 서로의 신의 힘을 깎아내릴수록 점차 한쪽이 유리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서서히 새하얀 빛을 머금은 균열이 만들어지고 곧이어.

나무의 본체 자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껍질을 깨고 나오듯 그것이 무너져 내렸고 이내 내가 처음 봤던 거대한 문어 다리가 나타났다.

-끼아아아아아악!!

끔찍한 소리와 함께 거대하고 반투명한 연녹빛의 문어 다리가 바스러져 사라져간다.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끔찍한 하울링에 케인과 프레이아가 그대로 귀를 틀어막고 주저앉지만, 프리아의 신력은 나를 보호하듯 감싸 내 행동을 지속시켜주었다.

스르르륵!!

이윽고 결국 참지 못한 듯 문어 다리가 축소되더니 그대로 증발하듯 사라진다.

어마어마한 심력 소모가 뒤따랐다.

처음은 무리가 없지만 두 번째 세 번째를 이렇게 쉽게 하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파스스스스…….

그리고 결국, 문어 다리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자 끔찍하게 역겨운 향취와 잔재가 서서히 사라지는 게 느껴졌다.

삐릭!!!

[다수의 상위 가디언들을 죽임으로써 환골탈태 스택 50스택을 적립]

[다수의 몬스터 척살보너스 적용. 랜덤 박스의 개봉횟수가 20회 증가.]

[넬타리드의 일면, 파괴의 힘을 약화하는 데에 성공하였으므로 랜덤 박스의 스택이 가득 찹니다. 세 번에 한하여 초월등급의 물건이 나올 확률 대폭증가.]

“오호.”

넬타리드의 일면인 파괴가 아닌 온존이 내게 선물을 주었다.

기분 좋게 웃어 보인 나는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끝도 없는 싱크홀만을 남기고 사라진 구덩이를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대충 이곳 시스템을 알았으니 됐다.”

흉신은 파괴의 힘의 상징인 이 문어 다리를 지키며 인간을 말살시키는 게 승리조건이고.

나는 지구의 인간을 지키면서 이 문어 다리들을 모조리 다시 처박아 넣으면 된다.

어느 쪽이건.

내가 불리할 건 없었다.

* * *

삐릭.

-영상 봤음? 이거 함부로 유출하다간 그대로 잡혀가는데. 솔직히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보여줌. 직접 찍은 거임.

한 유저의 게시글에 영상이 첨부되었다.

해외사이트 영상이라 함부로 정부가 멋대로 영상을 내리는 건 불가능하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물론, 그거야 오래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충분히 볼 인간들은 보고 퍼갈 사람들은 퍼간 후였다.

영상의 내용은 간단했다.

놀이공원에서 일반인과 다를 바 없이 행복하게 웃으며 소탈하게 일상을 즐기던 데이비가 방송과 인류 구원을 핑계로 급작스레 영국으로 날아가 버린 직후.

흉신 메세스의 토벌에서 문제를 일으켜 수많은 이들을 죽이려 했던 서호진이 결국 완전한 쿠데타를 일으켰다.

국민들은 국제 정세가 바뀜에 따라 몸을 사리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움츠러들기엔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영상에는 우연히 찍힌 페르세르크의 모습이 있었다.

에이리아와 함께 풍경을 구경하며 담소를 나누던 중 연막탄이 날아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막이 일순간 걷히며 나타난 것은…….

고고하고 우아하며, 제왕의 압도적인 위세를 풍기는 페르세르크가 차가운 표정으로 특수부대원들을 장악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미친…… 여왕님 개 멋있다.

-나 팬티 좀 갈아입고 옴. 난 사람이 저렇게 멋있는 게 되나 처음 알았다.

-어우야. 저 미소 봐라, 진짜 반하겠다.

-한 손은 뒷짐 지고 한 손으로 다 제압한 거임? 개 쩌는데?

-개 폼 잡는 거 아닌가?

-저 정도 힘이면 폼 좀 잡으면 어떰. 애초에 폼이 아니라 너무 자연스러워서 더 잘 어울린다. 솔직히.

-그거 리얼.

-와 티오니스 대륙에 있을 때도 여왕님 저렇게 강하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는데 실환가? 진짜 부부가 쌍으로 괴물이네.

-쩐다. 진짜 존멋…….

-개 같은 군부 새끼들. 쿠데타 일으키자마자 예전에 군사정권 때마냥 사람들 압박하는 거 개 꼴 보기 싫었는데 차라리 싸그리 날려버리면 좋겠다.

-오늘부터 여왕님 팬합니다. 평생 믿고 갑니다.

-여왕님을 국회로!

-국회는 얼어 죽을. 그런 더러운데 보내면 안 됨.

-그 와중에 저 수인 아가씨 괴로워하는 거 봐라…… 너무 안타깝다…….

-수인이면 후각이 예민하다는 설정 본 적 있음, 진짜 인권이 없나. 무슨 시대를 역행하고 자빠졌네. 이 새끼들은.

영상의 반응은 페르세르크가 특수부대원들을 가차 없이 제압하는 과정임에도 큰 호평을 받았다.

일부에선 사람들 다 죽인 것이냐며 잔인하다 하였지만.

이미 군사정권의 군인들이 얼마나 일반인들을 향한 횡포를 많이 부렸는지 아는 만큼 큰 공감을 얻진 못했다.

언론에서는 이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입장이었다.

저들도 쿠데타가 성공한다 한들 그 끝 맛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걸 알 테니 말이다.

하지만 서호진의 입장에선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으니 어찌 보면 이건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나 다름없었다.

물론, 의외의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분명 또 움직임을 보이거나 계속해서 시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압박해야 할 군부가 갑자기 조용해져 버린 것이다.

마치 겁을 집어먹은 것처럼.

완전히 굳어버린 쿠데타에 사람들은 살살 눈치를 살피다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편엔 자유를 빼앗길 수 없다며 시위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의경들이 급히 나서 시위를 진압하려 하지만 그것도 하는 척일뿐 사실상 제대로 막는 곳은 없었다.

그리고.

그런 혼란 가운데에 또 한 번 방송이 켜졌다.

“여러분 또 보네요.”

-세상에…… 이 시국에 방송을?

-대체 뭐 하는 거임? 지금 님 와이프 습격받은 거 모름?

방송을 켜기가 무섭게 득달같이 달려드는 시청자들의 수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

띠링!!

도널드 드럼퍼 님이 2000만 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한국 개 막장 국가입니다. 미국으로 오세요. 미국은 당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차후에도 함께할 동반자로서 어떤 지원도, 환대도 아끼지 않겠습니다.

-또 시작했다. 컨셉 충.

-근데 진짜 막 드럼퍼 대통령이고 그런 거 아님?

-대통령이 할 짓 없다고 이런 방송을 실시간으로 보겠나.

-아, 그건 그러네.

정신없이 올라가는 채팅을 가볍게 정지시킨다.

그리고 나는 주변을 보이게 카메라를 잡은 뒤 말했다.

“뭐. 아이디 어카운트는 나중에 바꾸도록 하고. 우선 보여줄게요. 우선 라운 왕국과 협약을 맺은 대통령의 보호는 계약사항이니까. 다만 그전에.”

-어? 저기 청와대 아님?

-엥? 저긴 또 언제 들어감?

놀란 듯 구는 이들을 무시한 채 나는 상자를 꺼내 내밀었다.

“내가 특종소식을 가져왔다 이 말이야. 무려 세 번에 한해서 초월등급이라는데. 초월등급. 한번 본 적 있죠?

-설마?

-미친. 가차에 미친 괴물.

-가낳괴…….

“상황이 이런 상황인데 랜덤 박스를 깐다며 기겁하는 인간들을 향해 나는 유쾌하게 웃어 보였다.

“이럴 때일수록 웃어야죠. 이때 화를 내면 세상 참 삭막하잖아.”

담담하게 말하는데 화면 너머로도 내 분노가 전해졌는지 채팅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자. 그럼 까보겠습니다. 일단 쿠데타를 일으킨 세력은 라운 왕국과 적대세력으로 교전 권한을 받았습니다. 뭐, 그래 봐야 일반 병사가 무슨 잘못이야. 머리통이 잘못한 거지. 전쟁을 해도 결국 전쟁을 일으킨 놈들은 잘 먹고 잘살잖아요? 안 그래?”

-그거 리얼.

“어쨌든 초월등급을 제외하고는 대충 추첨해서 넘긴다는 건 사실이니 그대로 가고. 우선은 뽑기 20번 가능하니까. 어디 세트 한번 모아봅시다.”

내 말에 채팅이 다시 우수수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후 나는 랜덤 박스를 살살 문지르다 뚜껑을 잡았다.

“일단 확정 뽑기는 내버려 두고. 그냥 17번만 뽑아보자고. 재밌는 거라도 나오면 좋겠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상자를 열기가 무섭게…….

차앙!!!

찬란한 무지갯빛이 번뜩이며 목걸이가 떨어졌다.

“오 대박…….”

내 눈이 동그랗게 뜨여졌다.

-미친 눈 동그랗게 뜨는 거 봐 졸라 귀여워ㅋㅋㅋㅋ 누나한테 장가올래요? 내가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대놓고 불륜 요구하는 클라스 ㅋㅋㅋㅋ

무지갯빛과 함께 뜬 것은 놀랍게도 잃어버린 자 세트의 하나인 목걸이였다.

경악과 물음표가 쏟아지는 가운데 나는 두근거리는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아…… 이래서 사람이 랜덤 박스를 하는구나.

“자…… 잠시만요 일단 두 개 나왔네. 하나만 더 나오면 되잖아. 안 그래요? 그러니까 일단 두 번만 확정 뽑기하고. 그다음에 나머지 다 써봅시다.”

그렇게 말한 내가 물음표에 손을 대자 그 빛이 변한다.

차앙!!!

그리고.

빛과 함께…….

[잃어버린 자의 팔찌][세트]

-중복된 물건이므로 사라집니다.

“…….”

기적같이 중복이 떴다.

“아 뭐…… 그래. 한 번 정도야…….”

그렇게 중얼거린 내가. 다시 확정으로 랜덤 박스를 개봉한다.

차앙!!!

또 한 번의 무지갯빛.

동시에 나타난 것은.

[천상의 맛이 서린 고기]

-재질은 모르나 섭취 시 육체능력이 영구적으로 상승할 것 같다.

개 같은 물건이 나왔다.

“…….”

-뭐지?

-저게 얼마나 올려준다는 거.

의문 어린 시선 속에서 나는 침착함을 유지했다.

“이게 나와야 사람이 평화적으로 일을 처리하는데…….”

-미친 랜덤 박스에 서호진 목숨 걸림 zzzz

-그 인간 같지도 않은 정신병자 새끼는 좀 뒤져야 댐. 폭사 ㄱㄱ

빠른 반응 속에서 나는 숨을 들이켜며 다시금 상자를 개봉했다.

“마지막에 확정 뽑자고.”

그렇게 말하며 상자를 연다.

[물통]

[물통]

[물통]

…….

“으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내가 물통을 던져버렸다.

물통만 봐도 이제는 경기를 일으킬 지경이다.

내가 살다 살다 이렇게 공포와 분노를 격하게 느껴본 건 처음이야.“

숨을 고르며 몸서리를 친 나는 마지막 기회인 초월 등급 확정 뽑기에 모든 걸 걸었다.

“자. 이거에서 반지가 나오면 내가 진짜, 우리 여신님 찬양한다.”

그렇게 말하며.

긴장된 손을 뻗어…… 상자를 열었다.

차앙!!!

그리고…… 무지갯빛과 함께…….

[잃어버린 자의 목걸이] [세트]

-중복된 물건이므로 사라집니다.

“빌어먹을 주신 프리아 여신님, 놈팡이 같은 넬타리드 님. 어디 당신네들 대리자와 어디 각방 한번 써봅시다.”

나는 맹렬하게 분노를 일으키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동시에 허공에 손을 뻗어 무언가를 낚아챘다.

-????

-????저게 뭐임?

-미친 탄환 아님? 그것도 대물 저격 총알?

-그걸 맨손으로 잡았다고?

“받았으면 돌려줘야지.”

나는 총알의 탄두를 손으로 잡아 우그러뜨리며 스산하게 웃어 보였다.

“서호진 사령관. 내가 지금 만나러 갑니다. 기다려요. 개자식아.”

절대 랜덤 박스가 망해서 이러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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