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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715화 (714/1,559)

제 715화

202. 세 번째 노예와 질병의 흉신 오르가

“젠장 더 빠르게 갈 수 없는가!”

살기위해선 튀어야 했다.

“이 멍청하고 우둔한 개돼지 놈들…….”

그는 속으로 불안감을 애써 삭혔다.

이미 한 차례 대규모 사건을 일으킨 탓에 그의 입지는 이 나라를 장악하지 않는 한 범죄자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다.

천금 같은 기회였다.

몬스터로 인해 혼란이 오고 타국이 한국에 신경을 못 쓸 때.

그저 운 좋게 힘을 얻은 것으로 날뛰는 각성자들을 견제하고 몬스터들과 싸우도록 군대가 나설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그가 꿈꾸던 군사정권의 개막을 확실시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그의 그런 계획은 차곡차곡 진행되었고 억압과 협박. 그리고 회유를 통해 이미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을 다수 확보해놓았다.

하지만…….

“이쪽입니다. 비행기는 들킬 염려가 너무 큽니다. 몰래 빠져나가셔야 합니다.”

“빌어먹을 반드시 이 치욕은 반드시…… 가자!”

“아버지! 정말 가야 하나요?”

“쓸데없는 소리 말고 따라와라! 이미 이 나라는 끝났다. 외세에서 온 놈이 멋대로 날뛰는 이상 이 나라에 주권 같은 건 없을 거다.”

인상을 찡그린 채 그가 미리 준비한 옷을 덮어 입고 배에 올랐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대로 배는 항구를 떠나 망망대해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아니.

나아가려 했다.

갑작스레 북극에 온 것마냥 바다의 표면이 얼어붙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콰작…… 콰작…….

갑자기 배가 멈춰버리고 주변에 차가운 냉기가 감돈다.

서호진은 놀란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채 비틀거리듯 배의 머리 쪽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저 멀리서 걸어오는 흑발의 청년을 볼 수 있었다.

“…….”

“바닷물은 원래 잘 얼지 않아. 어는점이 낮거든. 그럼 이렇게 하려면 대체 얼마나 냉기가 높아야 할까. 생각해본 적 있나?”

그의 물음에 서호진은 몸을 파르르 떨었다.

기어이 그가 찾아왔다.

악마 같은 놈이 찾아온 것이다.

“걱정 마. 당신과 내가 만난 지금 상황은 아무도 모르니까.”

그말에 서호진은 안도할 수 있었다.

적어도 지금 몰골이 이 나라 인간들의 시선에 보이진 않았다는 소리일 테니까.

“흥. 운이 좋아 얻은 힘만 믿고 날뛰는 애송이 같은 놈이…….”

분을 삭이지 못한 듯 그가 품을 뒤적거렸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총을 겨눈다.

“이 나라를 네놈 같은 놈에게 넘겨줄 성싶으냐?”

“적어도 당신보다는 이 나라 사람들 사는데에 간섭을 안 할걸?”

“침략의 의도가 어떻든 넌 절대 좋은 결과는 내지 못할 거다.”

타앙!!!

그가 나를 향해 총을 쏘았다.

팅!!!

하지만 무형의 무언가에 의해 총알은 내게 닿기도 전에 도탄 되어 튕겨 나갔다.

“…… 괴물 같은 놈. 흥, 나를 잡아갈 것이냐?”

“흠…….”

“결국, 네놈이 원하는 대로 되려면 절대 나를 죽이지 못할 것이다. 이 나라엔 사형제도가 있으나 집행은 불가능한 국가니까. 나는 다시 감옥에 갇히더라도 넌 날 죽이지 못해.”

반대로.

한번 죽이려고 작정한 이상 내가 널 못 죽이려 들까.

그가 총구를 내게 다시 겨누었다.

“그래. 언제까지 막을 수 있는지…….”

그렇게 말하며 탄환을 갈아 끼우려는 그 순간이었다.

“가족들은 빼내고 본인이 내 어그로를 싸그리 끌어모을 생각이었나?”

“…….”

“나라 하나 멋대로 해 처먹으려던 인간이 가족은 끔찍이도 아끼는군.”

“…… 이 나라는 한국이다. 네놈이 있는 티오니스의 미개한 절대왕정이 아니란 말이다. 네놈이 여기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그 어떤 것도…….”

“아. 알아. 법적으로 무언가 할 생각이 없는 것도. 단순히 내가 방송을 켜고 당신을 살려놓은 것도 전부 여론몰이 때문일 뿐이거든. 실질적인 내 행동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

“…….”

그가 침묵하자 나는 배를 향해 천천히 다가간 뒤 가볍게 뛰어올라 그의 앞에 섰다.

“나는 당신이 군사정권을 하건, 억압정치를 하건, 그건 관심 없어.”

빙그레 웃은 나는 서호진이 총을 들고 있던 것과 같은 오른손을 들어 흔들어 주었다.

그러자 멍하니 고개를 돌린 그의 눈이 크게 뜨여진다.

“헉?!”

그의 눈이 찢어질 듯 크게 뜨여졌다.

“눈에는 눈. 피에는 피. 당신이 내 부인을 건드렸다면. 나는 당신의 부인에게 그 대가를 물어야겠지.”

싸늘한 내 살기에 그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너무 정치적으로 생각한 것이다.

내가 여론과 이 나라 국민의 눈을 신경 써서 그를 헤치지 못할 것이라고.

해봐야 구속하고 끌고 가는 정도일 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느낄 수 있으리라.

내가 지금 여기서 그를 찾아온 건 그를 잡아가기 위함이 아닌.

여기서 끝을 내버리려는 것을 말이다.

“무…… 무슨?! 안된다!!”

그가 기겁하듯 소리쳤다.

“그 사람이 무슨 잘못이냐!!”

“그럼 페르세르크는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개수작에 휘말렸나?”

그렇게 말하며 한걸음 내딛자 허공에 빛으로 된 황금빛의 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나를 응축시켜 만든 기검이였다.

“단순히 이 나라를 돕기 위해 온 것뿐이었다. 그걸 걷어차고 배척한 건 당신이고. 급기야 선을 넘어버린 것도 당신이야.”

“이 상황에서 네놈을 적이 아닌 아군으로 판단할 여지가 어디 있는가! 알프 온라인을 부순 것도 네놈이고 공포스러운 괴물을 불러낸 것도 네놈인데!”

그의 외침에 내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그리고는 그가 무어라 말하기 전에 허공의 기검 하나를 잡아 그를 베어버렸다.

촤악!!!

섬뜩한 파육음과 함께 허공에 뜬 기검들이 일제히 그의 몸을 관통했다.

“끄륵…… 끅…….”

“헛소리. 네 눈엔 내가 네 거짓말에 놀아나 주는 성인군자로 보였나?”

그 말과 함께 서호진의 육신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의 눈빛에 담긴 감정은 어째서인지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성자 맞잖아. 개자식아…….

그런 칭호는 그 사람을 대변해주지 않는다.

물론 그렇게 끝낼 생각은 없었다.

쓰러진 그의 시체에서 영혼이 빠져나와 윤회의 고리에 오른다.

하지만 나는 사령 마법을 통해 그의 영혼을 중간에서 하이잭한 뒤 말했다.

“어허. 어딜 가시나.”

“무슨?!”

“설마 죽으면 끝인 줄 알았나?”

“이…… 이 악독한 놈!!”

“별건 아니고. 이 나라에 재밌는 종교가 있던데. 불교 49일제라고 알고 있나?”

빙그레 웃으며 그의 영혼을 낚아챈 나는 조용히 말했다.

압도적으로 말도 안 되면서, 압도적으로 불합리하기 그지없는 심판.

어떤 말을 포장해도 단순히 이건 학대에 불과하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로 융통성이라곤 쥐뿔도 없는 재판과정.

나는 그들의 그런 논리에 반박했고. 칭호로 힘을 얻어냈다.

“사람을 죽인 자, 죽이려 한자. 그들은 불구덩이 속으로 던져질 것이고, 거짓말을 하는 자는 혀가 뽑힐 것이며…….”

“무……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나태한자. 노동의 형벌을 겪을 것이고. 오만에 빠진 자. 그에 따른 철의 심판을 받으리라. 색욕을 탐한 자. 그것을 잘라낼 것이며, 게걸스레 탐욕을 취한 자. 영원히 헤어나올 수 없는 빈곤에 빠지리라.”

내 말에 그의 영혼이 뒤틀린다.

“무슨 뜻인지 궁금해?”

-무…… 무슨?!

“착하게 살았다면 아무 문제 없을 거다. 라고는 하는데. 냉정하게 표현하자면 이걸 무죄로 피하는 놈들은 이 세상에 단연코 단 한 명도 없어.”

그 어떤 생명체도 완벽하게 깨끗할 수 없다.

[칭호, 살생의 업을 파괴한 자를 장착.]

쩌적!!!

업의 심판이 그와 나에게 적용된다.

하지만 몽환 세계 또한 프리아 여신이 근본.

감히 심판자의 힘이라도 프리아 여신의 힘을 가진 대리자를 심판할 수는 없는지 이전과 다르게 금방 사그라져 버렸다.

물론, 나는 괜찮을 뿐 그는 달랐지만 말이다.

-끄아아아아아아악!!!

섬뜩한 비명과 함께 바닥이 갈라지며 그 안에서 빛이 새어 나온다. 그 안에서 화염에 휩싸인 붉은 손길들이 튀어나와 서호진의 몸을 잡아끌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사…… 살려줘!! 살려줘!!!

그의 비명에 나는 말 없이 그를 직시하며 물었다.

“당신이 어떻게 살아. 이미 뒤져버렸는데.”

-요…… 용서해줘! 내가 잘못했!! 끄아아아아악!!

처참한 비명을 들으며 나는 천천히 몸을 숙여 그에게 말했다.

“그 말은 내가 아니라 당신이 죽인 인간들에게나 해.”

살생의 업. 그 최종단계.

그 과정에서 그가 얼마나 많은 인간을 죽였는지는 알법했다.

“걱정 마. 그게 끝나면 다음 심판이 당신을 기다리니까.

탐욕. 나태. 분노, 색욕. 시기. 오만.

나도 겪어봤지만. 그거 참 불합리하기 짝이 없다.

그의 영혼에 나머지 심판의 힘을 모두 적용시킨 뒤 칭호의 장착을 해제시킨 나는 곧 겁에 질린 듯 주저앉아 있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서호진이 데리고 도망치려 했던. 그의 아이와 그의 안사람이리라.

저들의 눈에 비명을 지르던 서호진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본 것은 내 손에 죽음을 맞이하여 차갑게 식어가기 시작한 그의 몸뚱어리가 전부였다.

“이상하네. 왜 아무것도 안 보이지? 복수하려고 했는데 이래서야 천천히 찾아볼 수밖에 없겠네.”

그리고는 짧게 중얼거리며 돌아섰고 손가락을 튕겨 배를 붙잡고 있던 얼음을 모조리 녹여버렸다.

* * *

“이거, 저 못 만들어요.

“나도, 계통이 달라요.”

“형, 그냥 형이 만들면 안 돼요? 듣자 하니 형이 엄청난 실력의 장인이라면서요. 저 배도 만들었다 해놓고.”

물질변환사인 마가 한유나와 포도 녀석은 내가 건네주었던 흉신 메세스의 소재를 가공하는 것을 깔끔하게 포기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메세스의 소재. 검은 넝마 조각을 가공하는 데 필요한 스킬이 둘 다 없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재작랭킹 1위의 빛나는 녀석들이지만. 녀석들의 분야는 대장장이와 물질변환사.

재단사 스킬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흐음…….”

내가 직접 손을 대봐서도 알지만, 흉신의 소재는 내가 직접 다루기보단 각성자의 손을 타는 게 훨씬 안정적이고 큰 효과를 지닌다.

흉신 메세스가 떨어뜨린 소재는 총 세 가지.

하나는 나를 분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랜덤 박스요. 나머지 하나는 아직 쓸 곳을 정하지 못한 흑색의 넝마 조각이다.

마지막 하나는 그림자 포식이라는 힘을 부여해주는 구슬인데 아직 보유하고만 있을 뿐 흡수하진 않았다.

“안된다고 포기할래? 안되면 되게 하라. 그게 우리 계약 아니었나?”

“아니 계약이고 뭐고 이건 갈아 넣는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럼 방법을 찾아내야지.”

내 말에 포도와 마가의 표정이 기가 막힌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와…… 뭐 이런 인간이 다 있데?”

“여기 있다.”

“망할!”

씩씩거리는 포도와 다르게 한유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였다.

“아. 거기 물어보는 건 어때요?”

“거기?”

“각성자들이 각성한 이후에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장인 연합이라는 해외사이트가 있어요. 거기에 각성자 출신 제작자들이 거의 다 모여있거든요. 거기서 실력 좋은 재단사를 찾아보는 건?”

“그 실력에 이걸 다루긴 힘들지 않아요. 누나?”

“너…… 우리가 어떻게 랭킹 1위 제작자가 됐는지 잊었니?”

“아…….”

탄식을 흘리며 공감하는 포도를 보며 나는 고민에 빠졌다.

“노예를 하나 더 늘려야 하나?”

그렇게 생각하며 한유나의 소개를 받아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었다.

수많은 장인 직업 각성자들의 노하우나 팁이 담긴 그곳에 나는 글을 이리저리 내려보았다.

그러던 중 마음에 드는 한 가지 글을 찾을 수 있었다.

-마법 천 옷 제작해드립니다. 재료와 수고비만 제공한다면 기꺼이 상등품을 제작해드리겠습니다.

유저의 닉네임은 알하자드.

아무래도 경험치를 쌓아 실력을 증대시킬 겸 나눔 이벤트라도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곧 댓글을 달기도 전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밑쪽에 그가 남긴 글 때문이었다.

-나라에 우환이 있어, 현재 작업이 불가능합니다. 당분간 개인의 사욕은 멈추고 자국민을 돕는 데 일조해야 하니 당분간 의뢰는 받지 않겠습니다.

그 설명에 내가 짧게 입맛을 다시며 글을 남겼다.

-의뢰를 요청해야 합니다. 다만 문제가 있다니 도와드릴게요, 거기가 어딥니까.

단순한 물음.

하지만 답글은 금방 적혀왔다.

-위에 말했듯 현재 작업은 불가능합니다.

-아니 그러니까. 그 나라가 어딘데요.

너무 당당한 물음에 할 말을 잃은 것일까.

알하자드라는 닉네임의 유저가 답글을 달았다.

-중동의 작은 국가입니다. 괜한 불안을 조성할 수 있기에 다국적 사이트엔 기재하지 않습니다.

-거기 내가 해결해주면 의뢰받아줍니까?

그 물음에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장난치지 마세요. 당신이 무슨 티오니스 성자라도 됩니까? 설사 그게 사실이 아니더라도 마음은 고맙습니다만. 우린 지금 장난칠 상황이 아닙니다.

그 질문에 나는 픽 웃음을 흘렸다.

-나도 장난치는 게 아닌데.

* * *

아랍의 왕자. 알하자드는 오랜만에 집요하게 장난치는 한 해외 유저 때문에 짜증이 일었다.

그동안 그는 자신이 게임에서 익혔던 제작기술을 십분 활용하여 많은 사람을 돕는 데에 사용해왔다.

하지만 최근 석유 시추를 하는 장소에서 큰 사고가 터지고 작업이 멈춰지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피해는 커지고 국민들은 피폐해지고 있다. 도움을 받고 싶은데 강대국들은 하나같이 그것으로 뜯어먹을 구석을 찾고 있느라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

그러던 중 댓글이 날아온 것이다.

너무도 쿨하게 한마디로.

그거, 해결해주면 의뢰받습니까?

복잡한 요소 다 필요 없이 그저 의뢰를 받아주냐는 질문.

알하자드는 그것이 질 나쁜 장난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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