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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718화 (717/1,559)

제 718화

콰아앙!!!

피난처로 진군하는 몬스터들은 보이드나 중간중간에 끼인 강대한 네임드 급 개체도 존재하지만 가장 위험한 지렁이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었다.

어디서 언제 오는지도 모르게 기습적으로 땅을 파헤치며 나타나는 놈의 주둥이는 크고 치명적이라 범위 내에 모든 것을 씹어 삼켜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일본 각성자들 중 코오나라는 이름의 소녀가 보이는 움직임은 말 그대로 놀라운 신위였다.

그에 반면 다른 각성자들은 딱히 뛰어나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만큼 코오나라는 소녀의 힘은 독보적이었다.

“어떻습니까.”

미리 준비된 헬기를 타고 도착해 코오나의 신위를 본 알하자드가 탄성을 흘렸다.

“대단하군요…….”

하지만 한편으론 조금 불안한 표정이기도 했다.

“이정도 적이라면 티오니스 성자님의 힘 없이도 충분합니다. 우리 일본은 알하자드 왕가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싶습니다.”

콰아앙!!!

바닥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괴물을 향해 코오나가 다시 검을 비틀 듯 틀어잡았다.

쩌억!!

동시에 그녀의 몸이 다시금 섬광처럼 날아들었고 거대한 지렁이 한 마리의 육신이 무너져 내린다.

일순간에 수십번의 검격을 박아넣는 모습은 확실히 지구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무력이었다.

지구의 인간이 무력을 각성한 지 얼마 안 된 점을 생각하면 단연 독보적이었다.

“그런데 의문스럽군요. 일본에 저토록 강한 각성자가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는데.”

“그렇습니다. 본디 그녀는 몬스터와 싸우길 원치 않았으니까요.”

“흐음…….”

몬스터들 중 상위 몬스터들을 코오나가 쓸어버리기 시작하니 남은 몬스터들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한다.

그 틈에 각성자들이 일사불란하게 보이드를 포함한 하위 몬스터들을 하나하나 격파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날벌레 형 몬스터였지만 코오나는 상위 몬스터를 처리하면서도 날벌레 형 몬스터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쉬지 않고 검격을 쏘아냈다.

-데이비?

“이상하네. 아이나가 알아온 선녀는 쟤가 아니었는데.”

티오니스에서 선녀라 불리던 한 인물을 들은 바는 있다.

한때 티오니스에 체류하던 유저들의 신상을 대략 파악하고 있던 나는 그녀가 선녀가 아님을 직시했다.

아니. 애초에 그녀도 티오니스에서 이름을 본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유저들의 정보는 내가 쥐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녀의 이름은 코오나. 내가 아는 그녀는 선녀가 아니라 일반 검사 계열의 직업군이었다.

선녀는 명백히 다른 인물이었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녀가 발현하는 힘은 엄연히 주술과 비슷한. 그중에서도 상위 신수인 해태의 힘을 품고 있었다.

‘상위 신수의 힘 때문인지…… 제법 강하네.’

그녀의 경지보다는 적응도와 재능이 놀라웠다.

물론, 지구에도 저런 재능을 지닌 이가 없진 않을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힘은 상상 이상이었다.

어느 정도 수준이냐면. 알프 온라인 내에서 봤던 어떤 유저들 보다도 강한 수준.

다들 각성을 하면서 한 차례 약해진 것에 비해 그녀는 그런 제약이 전혀 없어 보였다.

아마 그녀의 힘의 근원이 해태이기 때문일 터.

장점은 성장 속도가 어마어마하다는 점이고…….

단점은, 한계가 명확하다는 점이다.

이윽고 몬스터들을 한 차례 몰아내는 데에 성공했는지 코오나가 마지막 지렁이를 반으로 갈라버리며 고고하게 검을 납도 했다.

그녀의 검이 한 차례 움직일 때마다 새하얀 빛무리가 일렁이며 그녀를 따른다.

“하여튼 어린 여자애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 미친놈답네.”

마를 증오하는 신수 해태.

그 해태의 성질머리는 내가 알던 그대로였다.

뭐 어찌 되었건. 그녀의 힘이 놀라운 건 사실이지만 사실 거기까지였다.

애석하게도 지금 지구의 상태는 아무리 좋게 봐줘도 각성자들의 수준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다.

결국, 감당이 가능해지더라도 그건 지구의 인간 대부분이 사라진 후의 결과일 터.

참 우습기 그지없다.

“다 정리가 끝난 듯하군요. 어떻습니까. 이정도면 코오나 양의 저력이 놀랍지 않습니까?”

확실히 단신으로 조금 강하다 싶은 몬스터들을 모조리 도륙해버렸으니까.

그렇게 강해 보이지 않는 얇은 검 한 자루로 저렇게 큰 공적을 세우는 건 사실상 현재 각성자들에겐 불가능한 경지였다.

자랑스레 말하는 모습에 나는 턱을 어루만졌다.

“미안합니다. 도와준다고 했는데.”

알하자드가 중간에 일을 가로채여진 나를 보며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괜찮아요.”

이에 나는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계약은 그대로고. 아직 할 일이 차고 넘치는데 벌써 끝낼 것도 없으니.”

“네?”

“그런 생각 안 듭니까?”

내 말에 무라타가 눈을 찌푸리며 물어온다.

“무슨 뜻이죠?”

“놈들이 굳이 석유 매장지 쪽에서만 버티고 있다가 이제 와서 움직이는 이유.”

“이유? 당신은 그럼 저 몬스터들이 저런 행동을 보이는 게 전략 전술과 관련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보통은 그렇게 생각해야겠죠.”

내 말에 무라타가 불쾌한 티를 숨기지 않았다.

“틀렸습니다. 몬스터들의 지능은 극도로 낮습니다. 놈들을 지휘하는 개체도 사실 그리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닙니다.”

“왜 그냥 상위개체라고 생각하시지?”

“예?”

“저건 뭐라고 설명할래요?”

내가 고요한 지면을 가리키며 말하자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온다.”

그리고.

내 말과 동시에.

쿠구구구구구궁!!!

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하며 수십 수백에 달하는 촉수 가닥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

촉수 가닥들은 순식간에 각성자들을 잡아 허공에 던져버렸다.

아무리 각성자라도 저 높이에서 죽으면 결과는 훤하다.

내가 페르세르크에게 시선을 주자 그녀가 한 손을 가볍게 뻗어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동시에 허공에 떠오른 각성자들의 몸이 부유하듯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저게 대체 무슨?!”

“오르가라고 했던가. 그놈 맞네.”

“그런 것 치고는 상당히 강한데?”

서걱!! 서걱!

계속해서 각성자들을 노리며 날아드는 촉수들. 그 사이에서 코오나가 섬광처럼 종횡무진하며 촉수 더미들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다른 각성자들의 공격조차 무시하며 계속해서 베어냈지만 촉수 가닥은 사라지지 않았다.

끝도 없이 쏟아지는 촉수 더미를 베어내던 그녀의 표정이 점차 어두워진다.

본인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이대로는 끝이 없다는 것을.

이에 그녀는 해태의 힘을 극한으로 끌어내기 시작했고 곧 그녀의 뒤로 새하얀 백호와 같은 형체가 일렁이듯 나타났다.

“해태!!”

이윽고 코오나의 외침에 해태의 형체가 그녀에게 스며들자 그녀의 몸이 한 차례 변하기 시작했다.

마치 진짜 선녀처럼 전신에 빛이 터져 나오며 그녀의 옷 여기저기에 날개옷 같은 하늘거리는 천이 모습을 드러냈다.

방대한 도력이 머금어진 형태.

숨을 짧게 들이켠 그녀가 검을 휘둘렀다.

쩌억!!

동시에 빛이 터져 나오며 수많은 촉수 가닥들이 잘려나갔다.

다른 각성자들의 대피가 대부분 끝났음에도 그녀는 끝까지 남아 싸워나갔다.

물론.

그것도 곧 일어난 변화에 한계가 생겼지만 말이다.

콰앙!!!!

어마어마한 폭음과 함께 지반이 무너져 내린다.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지반 싱크홀 속에서 이전과는 다른 두꺼운 촉수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이내 그 안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괴하게 생긴 거대한 식물이었다.

거대한 식물은 계속해서 검은 연기를 뿜어냈고 자신을 방해하는 코오나를 향해 촉수를 쏘아 보냈다.

“드디어 나왔네.”

땅속에 숨어서 석유를 닥치는 대로 삼키던 놈이.

자신을 노리는 위협적인 촉수의 행진에 코오나가 검을 빼 들고 다시금 휘두른다.

캉!!!

하지만.

그녀의 검은 흉신의 촉수를 자르지 못한 채 막혀버렸고.

“앗?!”

눈 깜짝할 새에 그녀의 검을 휘감아 녹여버렸다.

무기를 빼앗긴 그녀가 놀라 거리를 벌리려 했다.

콰드득!!!

하지만 바닥에서 튀어나온 촉수들이 이내 그녀의 팔다리를 구속하며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싱싱한 먹이로구나.

그렇게 말한 거대한 식물의 표면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수백의 촉수 가닥이 돋아난 입이 벌어졌다.

-나를 방해하는 자 죽음을 맞이하리라.

그렇게 말한 흉신이 검은 연기를 그녀에게 그대로 뿜어냈다.

“우욱!?”

동시에 코오나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비틀거렸고 놈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코오나를 한입에 삼키려는 듯 입을 쩍 벌렸다.

-절망하라!! 인간들이여!!

그렇게 말하고는…… 누가 뭐라 하기도 전에 그녀를 삼켜버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사태에 모두가 침묵한다.

지금까지 본 몬스터와는 격이 다른 수준.

“흉신…… 오르가…….”

그제야 알하자드가 놈의 정체를 깨달은 듯 중얼거렸다.

“그렇군요…… 설정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흉신 오르가…… 지하자원을 먹어치우는 거대 식물…….”

알하자드의 표정이 파랗게 질렸다.

나라를 잠식한 몬스터가 하필이면 흉신이라니!

이건 나라가 한 번에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지 않은가.

끔찍한 전말에 그의 표정이 구겨졌고 코오나를 잃은 무라타 총괄팀장의 표정이 파랗게 질렸다.

“이…… 이럴 수가! 코오나 양!!”

일본의 최대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코오나가 당해버린 탓에 허둥지둥하는 그를 보며 나는 브류나크를 강하게 당겼다.

“약속은 지켜요.”

“네?”

[강사]

[이빨 꿰기]

쩌엉!!

활시위가 손을 떠나며 거대한 충격파. 소닉붐을 만들어낸다.

섬광이 된 화살은 곧이어 거대한 식충식물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에 질병의 흉신 오르가가 급히 촉수 다발을 쏘아 보내 그것을 막아내려 했지만…….

투쾅!!!

섬광의 화살은 놈의 그런 촉수 따윈 관심 없다는 듯 파고들어 놈의 육신에 거대한 구멍을 만들어냈다.

뻥 뚫려버린 구멍.

순식간에 치명상을 입은 흉신 오르가가 나를 발견하고 경악한 듯 소리 질렀다.

-비…… 빌어먹을!! 프리아의 개가 여기 있었나!!

“알면 더 깊게 숨었어야지!”

그렇게 말하며 덤벼든 내가 놈을 하늘에서 내리찍듯 짓밟았다.

콰앙!!!

흉신 오르가는 엄연히 메세스보다 하위서열의 흉신이다. 1위부터 5위까지는 조금 신경 써야 할지 몰라도 하위 서열의 흉신들은 사실상 각성자들에게나 재앙이지 내게는 의미가 없다는 소리였다.

-카아아아아아악!!!

끔찍한 격통을 느끼는지 녀석의 촉수들이 방향을 잃고 흩날렸고 놈의 거대한 육신이 꿀렁거렸다.

그리고 나를 향해 지독한 질병균이 서린 연기를 뿜어낸다.

이것 한방에 코오나가 무력화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 치명적이다.

하지만. 이전에도 말했듯. 성흔을 가진 성자나 성녀는.

질병에 어지간해선 면역이라는 것을 모른다.

“거. 내가 질병 면역이라는 건 네 상사한테 못 들었나 보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딴 것이 가능할 리가 없다!

“적어도 프리아 여신은 네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전능한 양반이라.”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연기를 버텨내 버리자 오르가의 목소리에 다급함과 경악이 서린다.

-이……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돼.”

이후 나는 놈의 입을 잡아챘다.

“거. 입 좀 벌려봐라.”

그리고는 놈의 눈동자가 보이는 미간에 정확히 중지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신께서 이르시길.”

엿이나 먹으라 하셨다.

[9위계 최후성마법]

[신력강화]

[신의 중지 손가락]

새하얀 빛의 기둥이 하늘을 찢어발기며 놈의 전신을 태워버리듯 강타했다.

코오나가 보여준 신위도 놀라웠지만.

애초에 비교가 가능한 대상이 아니었다.

그럴 수밖에.

저들이 히든카드라고 내세운 존재도 존재지만.

나라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놀고 있었던 게 아니니 말이다.

재능이 뛰어나?

그건 아는데.

적어도 재능 면에서 나를 함부로 넘어서려 들지 말았어야지.

“데이비?! 여기서 죽이면 그 아이가!”

“자신만만하던데. 알아서 하겠지.”

심드렁하게 중얼거리며 나는 한 차례 더 신의 섬광을 오르가의 몸에 꽂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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