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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720화 (719/1,559)

제 720화

바깥은 고요한 침묵으로 바뀌었다.

자랑스레 참전했던 일본 각성자 연합은 히든카드나 다름없던 코오나가 잡아먹힌 뒤로 망연자실해 버렸고 알하자드는 그 뒤를 이어 느긋하게 참전한 데이비가 스스로 놈의 뱃속으로 들어가 버리자 걱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정작 제 주인인 데이비가 먹혔음에도 청은발의 작은 요정 같은 소녀는 장난을 치듯 바닥의 모래를 가지고 놀고 있을 뿐이다.

“저…….”

떨떠름함을 지우지 못한 채 알하자드가 륀느를 부르자 륀느가 모래성을 쌓던 것을 뒤로한 채 고개를 돌려 고개를 갸웃거렸다.

“괜찮은 겁니까?”

그녀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데이비 님. 절대 죽을 곳을 함부로 들어가지 않는 신중한 성격이라고 륀느가 판단.”

“그 말은…….”

“데이비 님의 행동에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추정. 륀느는 그동안 적이 날뛰지 못하게 막는 역할.”

날뛰지 못하게 막는 역할치고는 너무 태평하기 그지없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 당신은…….”

알하자드의 물음에 륀느는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륀느 현재 매우 중요한 작업 중이라 보고. 이에 대해 방해를 낮게 평가.”

그 중요한 작업이 모래성 쌓기냐고 묻고 싶지만, 그는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아냈다.

쿠웅!!!

그때였다.

바닥을 뚫고 튀어나온 흉신 오르가의 육신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모두가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흉신은 엄연히 재앙에 가까운 존재다.

가장 약한 흉신인 12 서열의 갈그락스를 잡을 때도 어마어마한 트라이 횟수와 상위 NPC의 도움 끝에 겨우겨우 토벌하는 데에 성공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흉신 오르가는 그런 갈그락스 이상으로 위험한 괴물이었다.

단순 서열만 봐도 알 수 있는 수준이었으니까.

놈의 위험성은 전신이 불타도 죽지 않는 방대한 생명력.

정확히는 놈의 육신이 너무 거대해서 일부가 불탄 거로 죽지 않는 것뿐이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을 모르는 이들은 놈의 생명력이 거의 불사에 가깝다고 착각한다.

그리고 두 번째 놈이 쉬지 않고 내뿜는 죽음의 질병균이 담긴 연기였다.

이미 놈이 발작하면서 내뿜는 질병균은 놈의 육신 일부에 퍼질 대로 퍼졌다.

보통 인간이라면 대번에 죽어버릴 정도로 독한 질병 연기는 치명적이다.

그런 괴물이 있는데.

왜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구는 것인가.

멍하니 그것을 지켜보던 알하자드는 곧이어 흉신 오르가의 검게 타버린 육신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동시에 모래성을 쌓던 륀느가 마지막 장식을 완성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손을 탁탁 털어내며 새하얀 팔을 빙빙 돌린 그녀가 한 손에 입자들을 구현해낸다.

그리고, 그 입자들은 곧 그녀의 손등 위에 커다란 장비를 만들어냈다.

“륀느, 충전 완료. 현 시간부로 전투 모드 이행. 라이트 세이버와 인류의 구원자를 채택. 섬멸확률 89.92퍼센트로 추정.”

무언가 중얼거린 그녀가 눈을 감았다가 뜨자 눈동자에 푸른 글자들이 빠르게 출력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치 무언가를 조준하듯 조준점이 생겨나며 신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엘더 브레인 륀느 명령 하달. 준비된 디셉티콘 편대. 어벤저편대 적을 섬멸.]

그 말과 동시에.

그녀가 허공에 던진 큐브들이 반응한다.

키이이이잉!!!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은 거대한 인간형 골렘이었다.

그리고, 그 골렘은 한 손엔 거대한 드릴과 나머지 한 손엔 거대한 회전 톱을 가동시키기 시작했다.

투쾅!!!

그리고 전투의 시작을 알리듯 멀리서 날아든 거대한 광탄이 날아들어 연기가 퍼진 지역에 초저온의 냉기를 퍼뜨리기 시작했다.

불타오르고, 얼어붙는다.

냉탄과 화탄이 번갈아 날아오며 대기의 온도가 급속도로 변하기 시작하자 연기가 마치 힘을 잃은 것처럼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질병균의 유일한 약점인 온도변화.

단순한 공략법이었다.

철컹!!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메가트론과 티아라가 만든 둠이 빠르게 파고들기 시작했고. 그 뒤를 이어 륀느가 라이트 세이버를 한 자루 뽑아내며 날개를 펄럭여 날아올랐다.

“섬멸개시.”

* * *

“콜록…… 콜록콜록…….”

코오나는 이미 많이 약해져 있었다.

해태의 힘이 문제가 아니라. 오르가가 내뿜은 질병균의 힘이 그녀를 실시간으로 침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해태의 힘으로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사실 그녀에게 남은 미래는 죽음뿐이었다.

병이 한두 개도 아니고 어마어마한 양의 질병이라면 어지간한 치료로는 살리는 게 불가능할 테니 말이다.

“당신은…….”

“얌전하게 물러나 있어.”

-그만!! 그만둬라!! 이 비겁한 놈!!

“비겁? 웃기는 소리 하네.”

사실 밖에서 륀느가 날뛰기 시작함에도 제대로 오르가가 반응하지 못하는 건 놈의 의식이 지금 나와 대면 중이기 때문이었다.

몸속에서 내가 무슨 짓을 벌이는지 놈은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경악했다.

상위 흉신. 고대룡과 싸울 정도로 전투능력이 뛰어난 존재들로 그 무력은 엄연히 6위 이상의 하위 흉신과는 격이 다른 수준에 있다고 한다.

그런 놈을 지금 오르가가 소환하려 하고 있다.

하위 흉신은 비교적 넘어오는 게 쉽지만 상위 흉신이 아직 현신하기엔 무리가 많은지 녀석은 이런 수단을 취했다.

대량의 원유를 먹어치워 그 힘을 기반으로 자신의 군주라는 상위서열의 흉신을 불러내는 것이다.

소환만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 여긴 듯 보이지만.

그 꼴을 내가 두고 볼 리 없다.

나는 정성스럽게 신력과 마나를 응축시킨 마나 붐을 균열 곳곳에 설치했다.

흔히 말하면 TNT 폭탄을 스폰 지역에다 설치해놨다는 소리였다.

그리고는 힘겹게 나를 따라온 코오나를 들쳐멘 뒤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리고 신성력을 끌어올렸다.

“어린양 은총 요구. 대가를 지불.”

그렇게 말하며 신력의 극소량을 바침으로써 간이 성역을 만들어낸다.

“여기서 죽어도 나오지 마.”

빛으로 이루어진 신성한 영역을 신기하게 보는 코오나에게 말한 뒤 나는 몸을 돌려 균열을 정확히 직시했다.

그리고.

칭호란을 열었다.

“준비엔 이것만 한 게 없지.”

“또?”

“또는 무슨 좋은 방법이면 몇 번이고 써먹을 거야.”

칭호. 별부수미를 장착.

충전한 힘을 일순간 방출할 수 있는 일격필살계통의 칭호다.

그리고.

나는 그동안 주기적으로 대량의 힘을 충전해놓은 바 있었다.

망설임 없이 그것을 이용해 극도로 빠르게 회전하는 타원의 도넛을 만들어낸 내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어서 와.”

츠츠츳…….

그리고.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상위 흉신이 모습을 서서히 드러낸다.

“지뢰밭은 처음이지?”

나를 발견한 거대한 소 형상의 미노타우로스가 눈을 부릅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미 소환되기 시작한 놈이 돌아갈 수단은 없으며 설사 내 의도를 알아차렸다 해도 반응하기엔 늦었고 힘도 부족하다.

그러니.

얌전히 선빵을 맞아라.

번외 마법이자 대 오딘 표 개조식 폭발형 마법이 머리를 들이민 놈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놈이 눈을 부릅뜨며 소리 질렀지만.

이미 버스는 떠났다.

“무슨?! 잠깐!!”

“잠깐은 무슨.”

콰아아아아앙!!!!

천지를 뒤흔드는 듯한 거대한 폭발이 오르가의 거대한 육신을 모조리 증발시키며 새로이 균열 속에서 튀어나온 상위 흉신까지 집어삼켰다.

* * *

지구를 장악한 흉신, 넬타리드의 전력이나 다름없는 흉신의 수는 총 열둘.

그중 유저의 손에 죽은 멍청한 흉신이 하나.

그리고. 내 손에 아작난 흉신이 총 다섯.

남은 흉신의 수는 상위 서열 5마리를 제외하고 아직 나타나지 않은 하위 흉신 하나.

사실상 놈들의 전력을 단시간에 절반 이상 깎아 먹은 꼴이다.

심연의 경우 오버 마인드와 함께 대규모 행성 폭발 유도 마법이 심연에 적중한 탓에 저쪽도 제대로 된 전력이라고 해봐야 울드나 이클립스가 전부인 상황.

정작 가장 큰 위협인 타나토스나 넬타리드의 파괴 일면이 있지만, 그들은 애초에 무력으로 이길 생각 따윈 없었다.

그저 더 이상 활동하지 못하게 봉인하는 게 전부일 테니까.

어마어마한 폭발에 정신을 못 차리는지 코오나가 바닥을 틀어쥐고 부단히 버텼다.

그녀의 무기는 이미 박살 난 후였으니 그녀는 현재 맨손이다.

사실상 전력으로 쓸려야 쓸 곳도 없는 애물단지라는 소리였다.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느긋하게 기다리자 곧 완전히 증발되듯 폭파되어버린 공간 내부에 피를 뚝뚝 흘리는 거대한 미노타우로스가 보였다.

다수의 마나 붐에 별부수미 칭호의 일격까지 버텨낸 건 용할 지경이었다.

“크르르르르…… 이 비겁한 놈.”

나를 향해 맹렬한 적의를 드러내는 놈은 이미 치명상을 입었음에도 싸울 의지를 꺾지 않았다.

그 어마어마한 투기에 코오나는 순식간에 전의를 상실했는지 겁에 질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인간에게 아직 상위 흉신은 감당하기 힘든 공포일 테니까.

실제로 상위 흉신의 모습을 본 그녀는 두려움에 빠진 듯 몸을 파르르 떨었다.

아직 어린 소녀가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다.

특히.

그녀는 적응력이나 육체 재능이 좋을 뿐 정신적으로 성장해있다거나 그런 케이스가 아니기에 두려움은 배가 되었다.

“거. 빨리 정리하고 여기 있는 광물 좀 챙겨가게 얼른 좀 죽어주라.”

놈을 놀리듯 내가 양손에 권기를 머금었다.

그리고. 정확히 나를 향해 돌진하는 놈을 향해 양손에 권기를 머금고 파고들었다.

콰아아아앙!!!

일순간에 놈의 거대한 손과 내 팔이 마치 힘겨루기를 하듯 충돌했다.

“흥!! 이깟 힘으로 나를 막아서려는 것이냐!”

당당하게 소리치는 그놈의 외침에 나는 한발 강하게 내디디며 스산하게 말한다.

“그럴 거 같더라.

나는 환골탈태를 전부 하지는 못했다.

그 탓에 육신의 성장은 엄연히 회랑의 일부만을 찾은 채 멈춰있다.

실제로 현재의 내 전력은 프리아 여신의 신력과 반신급의 영혼 환골탈태로 인해 생겨난 간섭력이 전부.

그것이 없었다면 상위 흉신과의 싸움도 마냥 이렇게 유리하게 끌고 가는 건 불가능하리라.

하지만 현재 내가 가능한 방법이기에 이런 선택을 내린 것에 후회는 없었다.

끄극…… 끄그그극…….

“흥!! 감히 나와 힘겨루기를 하겠다니 그대로 짜부라져 죽으리라!”

이윽고 나를 힘으로 찍어누르겠다는 듯 놈이 힘을 가한다.

소환 당시의 충격 반동으로 몸이 엉망진창이면서.

치명상을 입은 주제에 엄청난 힘이다.

이런 무식한 힘겨루기에 페르세르크가 기가 막힌다는 듯 나를 향해 말했다.

“데이비. 굳이 이렇게 무식하게 싸울 필요가 있는 게야? 그대는 아직 환골탈태를 완전히 해내지…….”

“착각하면 안 되지.”

내가 환골탈태를 완벽하게 해내지 못해 회랑 때의 전력을 모두 끌어다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니 페르세르크의 말대로 놈을 처리할 땐 신력을 최대한 사용해서 단번에 찍어눌러야 할 것이다.

오르가는 대형폭발의 여파로 이제는 가만히 놔둬도 죽을 터.

하지만 눈앞의 이놈은 다르다.

“모로 가든 강해진다는 점에 정도는 없어.”

무슨 수를 쓰든 강해지면 그게 결과물일 뿐이다.

“그극?! 이게 무슨?!”

경악한 놈을 향해 내가 한 발 내디뎠다.

“무식하게 힘만 쓰면 그렇게 되는 거다. 멍청한 놈아.”

[마왕 유르그 식(式) 군중제어기]

[정강이 까기]

콰작!!!

신성 버프 마법과 방대한 마나로 강화시킨 내 발이 놈의 정강이를 걷어차 부숴버린다.

순식간에 고통과 지지기반을 잃어버린 녀석이 비틀거리며 무너지자 나는 놈의 팔을 풀어낸 뒤 주먹을 말아쥐고 뒤로 당겼다.

“이 악물어라.”

[마왕 유르그 식(式) 군중 제어기]

[눈 찌르기]

콱!!!

망설임 없이 파고든 내 손이 거대한 놈의 눈동자 하나를 꿰뚫어버렸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악!!!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온다.

미안하게 되었다. 이가 아니고 눈꺼플을 악물어야 했나 보다.

쿠구구구구궁!!!

동시에 놈이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버둥거리기 시작했고 나는 자세가 무너진 놈을 걷어차 올린 뒤 다시 한번 주먹을 당겼다.

“이번엔 정확히. 눈 조심해라.”

내 말에 녀석이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제 눈을 가린다. 마지막 남은 눈은 반드시 보호하겠다는 듯한 태도였다.

[마왕 유르그 식(式) 군중제어기]

[명치 X나 세게 치기]

[아수라 패황권]

하지만, 이번엔 정확히 놈의 명치를 향해 내 주먹이 날아들었다.

“커헉?! 이…… 이 비열한 인간 놈!!!”

소환되자마자 놈의 처절한 분노가 섞인 절규가 터져 나왔다.

거 적의 말을 함부로 믿는 멍청이가 어디 있나.

아, 여기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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