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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721화 (720/1,559)

제 721화

서열 5위 흉신 성난 황소 안타레스.

그는 사실상 흉신 중 가장 단순무식함의 상징 그 자체이기도 했다.

실제로 놈의 육체능력은 흉신 중 가장 최상위라고 불릴 정도로 강인한 게 사실이었으니까.

단순히 맨손으로 산을 으깨버린다고 할 정도로 그의 힘은 강하다.

하지만 그는 상대를 잘못 만나고 말았다.

가장 정직하고 우직하게 싸우는 방식을 고수하는 그에게 데이비와 같이 비열한 수단을 아끼지 않는 적은 그야말로 상극 중에서 상극이었다.

차라리 그가 압도적으로 강했다면 잔재주가 통하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애석하게도 상대는 힘이 부족하면 어른을 불러오듯 신력까지 동원해 상대를 약화시키고 자신을 강화시키는 짓도 서슴지 않는 인간군상이었다.

그런 마당에 소환 당시 대규모 폭발에 의한 치명상까지 입었느니.

그의 입장에선 완전히 날벼락 그 자체였다.

그런 마당에 싸움 방식도 문제였다.

마치 자신과 비슷하게 힘으로 모든 것을 승부한다는 것마냥 힘으로 상대하는 인간이 마음에 들었다.

출현 당시 공격은 마음에 안 들지만, 상대는 신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존재였던 인간.

상남자 같은 스타일에 따라 자신도 그에 따라 맞춰 싸우겠다 다짐했건만.

그는 그 빌어먹을 주둥이로 몇 차례고 그를 농락했고 속였다.

“속은 놈이 멍청한 거지.”

그건 알지만.

“네…… 네놈은 반드시 죽이리라!!!”

분노가 어디 사라지는 건 아니더라.

그의 격노가 급기야 거대한 힘으로 방출되며 거대한 오르가의 육신을 꿰뚫고 구멍을 내버렸다.

하늘을 부숴버릴 듯 쏘아져 올라가는 거대한 힘의 여파가 곧이어 중력을 뒤틀며 역중력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네놈은 반드시 뼈를 으깨 죽이리라!”

극도로 분노한 서열 5위 흉신. 안타레스가 한 손을 들어 바닥을 내리쳤다.

쿠왕!!!!

그의 분노는 곧 그의 힘.

극도로 분노한 그의 주먹이 바닥을 내리치자 오르가의 초거대 육신 전체가 한차례 크게 진동하며 울렁거렸다.

“와우. 힘 한 번 세네.”

겁에 완전히 질려버린 인간 암컷과 다르게 눈앞의 이 빌어먹을 존재는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죽이겠다!! 죽이겠다!!”

격노하며 소리친 그가 포탄처럼 날아들었다.

데이비가 반사적으로 장막을 펼쳤지만, 무식한 힘의 대명사인 안타레스는 그대로 장막을 무시한 채 파고들어 데이비를 낚아채고 구멍이 뻥 뚫린 창공으로 그를 집어 던져버렸다.

그리고는 그를 걷어차듯 날려버리며 본인도 따라 나갔다.

“페르세르크!!”

그런데. 이 와중에도 그는 느긋한 목소리를 잃지 않았다.

“걔 데리고 잘 챙겨서 나와!”

그리고는 무방비하게 흐느적거리던 몸을 일순간 뒤틀더니 안타레스의 주먹을 낚아챈다.

“그래. 대번에 죽을 거라곤 생각 안 했다.”

스산하게 웃는 데이비의 미소에 안타레스는 순간 남은 눈동자에 보인 그의 얼굴을 보고 움찔거렸다.

눈앞에 이놈.

비열하지만.

섬뜩할 정도로 강한 놈이다.

본능이 그에게 경고를 울렸지만.

이미 그는 몇 개의 덫에 걸려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 * *

상위 흉신과의 첫 전투는 사실 뭐라 판단하기 어렵다.

당연했다.

그에 준하는 수준을 본 적이 없으니까.

예상보다 강하면 위험해지고. 약하면 준비한 것들이 아깝다.

그런 점에서 나는 몇 차례고 케인의 정보와 륀느의 유적지 같은 고대시대의 정보를 추론하고 또 추론했다.

정확한 정보는 없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해 보였다.

상위 흉신도. 결국은 고대시대의 힘을 모조리 끌어내진 못하고 있다는 것을.

그럼에도 놈은 위협적일 정도로 강했다.

새파란 창공이 주변에 비친다.

“나는 안타레스!! 위대한 고대의 신의 의지를 받아 태어난 다섯 번째 자손이다! 네 이름을 말하라!! 강자에 대한 예우를 취하라!”

그의 외침에 나는 허공에서 그를 걷어차 거리를 벌리며 말을 이었다.

“굳이 그런 게 필요해? 니들이 원한을 품고 있는 프리아 여신의 개. 그 정도면 충분하잖냐.”

“흥!!”

애초에 흉신은 대화가 불가능하다.

당연한 일이었다.

놈들의 존재의무는 파괴의 넬타리드에게 온전히 종속되어있으니까.

나를 죽일 듯 공격해오는 거대한 미노타우로스 형 흉신. 안타레스의 주먹을 피해내기가 무섭게 대기가 찢어지고 깨어져 나간다.

파란 하늘이 뒤틀려 검은 공허가 드러날 정도로 무식한 한방에 나는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미친놈이 힘 하나는 울드도 울고 가겠네.”

울드의 메인 힘은 잠식이다. 무언가를 잠식하는 힘. 하드웨어는 그 부가적인 요소라지만 울드의 육체능력은 엄연히 재앙에 가까운 힘이었다.

그런 그녀조차 압도하는 힘이라니.

분노할수록 더욱 강해진다.

한방 잘못 맞으면 훅 간다는 생각이 들자 장난치는 것도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놈은 치명상을 입은 주제에 쌩쌩하게 움직이며 나를 압박해왔다.

하늘까지 튕겨 올라와 거리를 벌리는 나와 별개로 놈은 막대한 힘으로 허공을 깨뜨려 부수고 그것을 지반 삼아 나를 쫓아온다.

눈을 크게 뜬 채 나를 올려다보는 아랍의 왕자 알하자드와 다수의 각성자들이 보였다.

거리는 이쯤 하면 됐고.

회랑 때의 힘을 모조리 찾는 건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다수의 방식을 통해 강해지는 요소를 얻어낸 바 있다.

강해지는 데에 정도 따윈 없다.

다른 방식이 존재한다면 그것을 얻어 비워진 것을 메꿔놓으면 되는 일.

어차피 신력의 존재가 있다면 회랑에서의 전력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나는 순식간에 달려들어 나를 잡아챈 안타레스의 한쪽 눈을 직시했다.

“거리는 충분하고.”

“이곳에서 지하 끝까지 널 처박아주마! 죽어라!”

놈의 육신에 거대한 힘이 서린다. 잠깐 잡은 것으로 팔뼈가 박살 날 정도로 극심한 격통이 몰려오자 나는 이를 악물고 그의 명치를 한차례 걷어찼다.

한 번이 안 되면 두 번. 두 번이 안 되면 세 번.

“흥!! 그런 약해빠진 발차기로 나를 막을…… 커헉?!”

결과는 빠르게 드러난다.

“아프냐?”

내 물음에 그의 얼굴에 혼란이 서렸다.

“아플 줄 알았다. 그럼 끝장을 좀 보자.”

그렇게 말한 내가 놈의 손을 쳐낸다.

박살 난 팔을 신력으로 강제로 재생시켜 움직인다.

놈의 손을 한순간 털어낸 내가 놈의 목덜미를 잡아 고정시킨 뒤 입을 열었다.

“도루마…… 아니지 두신 님들. 거래를 하러 왔다."

키이잉!!

동시에 내 손목에 새겨진 넬타리드의 성흔과. 등에 있는 거대한 프리아 여신의 성흔이 빛을 발한다.

[10위계 초월 신성 마법]

[성전 선포]

동시네 하늘 높은 곳에서 거대한 프리아 여신을 상징하는 십자가가 나타난다.

그리고 새하얀 깃털이 흩날리며 일대 영역을 완전히 성역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피아를 구분하는 어마어마한 버프와 디버프 마법.

아군에겐 버프를 적에겐 디버프를.

다만 내가 노린 건 버프나 디버프 같은 게 아니 성역 그 자체였다.

성전 선포가 되며 영역이 펼쳐지자 그 변화를 눈치챈 놈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린다.

“이…… 이놈!!”

격하게 소리치는 그를 무시한 채 나는 손가락을 튕기듯 중지 손가락을 엄지에 걸어 둥글게 말았다.

그리고.

하늘을 등진 채 놈의 미간에 가져다 대고 경건한 기도문을 읊었다.

“기도해라. 배교자.”

나도 배교짓을 많이 했지만 그건 여신이 잘못한 것이라며 자기암시를 건다.

“감히!! 나를 이깟 잡 사술로 죽일 수 있으리라 보는가!!”

“네 무고함을 지금 이 자리에서 증명하라.”

치잉!!!

그 말과 함께 등에 난 성흔의 양쪽을 중심으로 새하얀 깃털이 펄럭였다.

초대 성녀 다프네.

그녀가 사용하는 건 봤지만 성흔이 없어서 그동안 나는 써본 적이 없거든.

사용조건은 간단하다.

신성력의 영구 소모.

물론, 말도 안 되는 페널티지만. 이미 신력을 통한 커버준비를 해둔 지 오래였다.

“이거 한방이면 나도 손해가 막심한데. 나는 절대 손해 보는 짓 안 하거든.”

센 놈에겐 그에 따른 예우가 필요한 법.

적이지만 비열한 자는 아니었다.

이미 치명상을 수차례 입은 안타레스였다.

그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묵직한 음성을 내뱉었다.

“말하라. 네놈의 본질은 무엇인가.”

“취미생활에 미친 마니아.”

내 대답 끝에.

수많은 깃털이 허공에 뜬 나와 안타레스를 중심으로 빠르게 거대한 원을 만들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위계 초월 절대 성마법]

[신의 문]

거대한 원 형태의 깃털 회오리가 이내 내 손에 모여들었고.

나는 성역 전체의 힘까지 모조리 창에 담아 놈의 몸에 찔러넣었다.

다수의 신력이 소모되었지만 내 근본인 신성력을 영구적으로 잃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흉신 중에 안타레스는 생명력이 가장 질길 것이다.

지상에서 이런 짓을 했다간 근처에 있는 모든 이들이 휘말릴 테지만 창공이라면 다르다.

철컹!!

이윽고 안타레스의 등과 바닥의 사이 허공에서 새하얗고 깔끔하게 음각된 문이 열린다.

내가 내지른 창은 열쇠였다.

“먼저 신의 품으로 가라. 네 친구들이 기다린다.”

그 말과 함께.

내 창이 놈의 육신을 꿰어 문 너머로 던져 넣어버렸다.

* * *

하늘에서 거대한 신성력의 여파가 퍼져 나온다.

두려움에 절어 파르르 떨던 코오나는 문득 자신의 몸이 멀쩡해졌음을 깨닫고 의문 어린 무표정을 지어 보였다.

“데이비가 성역을 선포했으니 이곳은 성지나 다름없는 게지. 질병은 풀려날 것이고.”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구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페르세르크는 멍하니 자신을 따라오는 코오나를 무시한 채 죽어버린 오르가의 육신 아래로 내려갔다.

“어……어디로 가는 거죠? 출구는 저기 위…….”

“본녀가 할 일은 여기 있는 것들을 챙기는 것 뿐인 게지.”

지하광물을 먹어치우는 오르가.

놈은 알프 온라인 때부터 지하광물을 먹어왔을 것이다.

즉.

다른 말로 하면.

놈의 몸 안엔 희귀광물이 무더기로 널려있을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데이비가 저렇게 어그로를 끄는 동안 본녀는 실리를 챙기는 것.”

그것이 협동이라는 거다.

페르세르크의 고혹적이고 매력적인 미소에 코오나는 멍하니 그녀를 직시했다.

흉신의 목적이 지구의 인간을 말살하고 데이비와 싸우는 것이라면.

데이비는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들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놈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이곳에 잠들어있을 미스릴, 오리하르콘, 아다만티움까지.

희귀광물을 대량으로 손에 넣은 데이비가 또 무슨 짓을 할지.

남은 흉신은 이제 다섯. 흉신과의 싸움은 압도적인 속도로 한쪽을 향해 기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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