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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724화 (723/1,559)

제 724화

204. 가족의 염원

거대한 형체가 불분명한 괴물.

도저히 인간이었다고 볼 수 없는 변화였다.

흑마법. 육체 변이.

단순히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메타몰포시스와 다르게 극도의 약물과 마법을 통해 인간을 뒤바꾸어놓는 마법이기도 했다.

문제점은 변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

그걸 본인이 가장 잘 느꼈을 텐데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빨리 설명해.”

내 말에 현아는 흐느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시선을 돌려보니 사방엔 검은 로브를 입은 놈들이 보인다.

이놈들에게 정보를 뽑아내야 하나 싶지만 애석하게도 놈들은 이미 죽은 지 한참 되어 영혼이 완전히 빠져나간 후였다.

“울지 말고 말을 하…….”

“피하세요!”

답지 않게 냉정함을 잃은 내가 현아를 다그치려던 그 순간.

히든 클래스로 전직하며 해태의 힘을 다루게 된 코오나가 급히 소리쳤다.

그리고, 그녀의 예지가 적중하듯 방금까지만 해도 기이한 울음소리만 내던 괴물이 정확히 나를 향해 거대한 손을 내뻗은 것이다.

쿠웅!!!

피할 틈도 없이 날아든 공격은 그대로 내게 적중했고 나는 한쪽 팔만 들어 그것을 받아내면서 그대로 밀려 나갔다.

밀려 나가?

쿵!!

어마어마한 근력을 자랑하기라도 하는지 한참이나 거리를 벌리고 나서야 멈춰선 나는 괴물의 공격을 막았던 팔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큰 타격은 없지만, 상상 이상의 근력이었다.

“…….”

파괴자의 칭호나 버프 마법을 걸지 않았다고 해도 이렇게 밀려날 정도로 흑마법으로 변이된 생명체가 강하진 않을 텐데.

나는 말 없이 삼촌이었던 존재를 바라보았다.

언젠간 만날 거라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이런 재회는 아니었는데.”

-크아아아아아아!!!

끔찍한 성량의 괴성을 내지르며 괴물이 움직인다.

형체가 불분명하던 괴물의 육신이 다시 한번 움직이자 나는 망설임 없이 홍단이를 뽑아 들었다가 멈칫했다.

멍청하게 적을 눈앞에 두고 망설이는 짓을 하면 안 되는데.

카앙!!!!

그런 생각을 하기도 전에 그의 공격이 나를 향해 쏟아졌다.

무엇이 되었건 이성이 완전히 잠식되었다면 숙주가 된 육신을 구해도 방법이 없다.

저 몸을 다시 변이시켜 삼촌을 본래대로 되돌려도 말살된 인격이 살아남을 확률은 사실상 없으니까.

일루미나티.

그들의 짓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로 아이아스의 흑마법이 섞일 리 없지.”

대체 이 빌어먹을 놈들은 자신들의 세계를 지켜준 영웅의 육신에 무슨 짓을 한 것인가.

그녀의 육신으로 만들어진 아티펙트를 그렇게 찾아 부수고 흡수했음에도 아직까지 남아있다.

애초에.

일루미나티의 목적은 무엇인가.

아무리 봐도 이놈들의 목적은 단순히 하나를 위한 것이라고 하기엔 미묘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티오니스 대륙의 일루미나티와 다르게 이놈들은 마냥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멋대로 날뛰고 있지 않은가.

“미안합니다.”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삼촌이 어째서 괴물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괴물이 되었다면.

하다못해 삼촌에게 고맙다고 한마디도 제대로 못 한 내가 눈을 감겨드리는 수밖에.

구원받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 삼촌의 혼을 윤회의 고리에 보내주는 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은혜일 것이다.

스릉…….

그쯤 생각이 미친 내가 한 발 내디딘다.

기회는 지금. 그의 육신이 완전히 변이하기 이전에 끝장낸다.

눈을 감은 채 셋을 센 나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는 괴물을 향해 홍단이의 검 끝을 겨누었다.

[중검]

[태산 가르기]

압도적인 중량을 검에 담아 당긴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미끄러지며 힘을 실어 내리친다.

폭주하듯 주변을 마구 파괴하며 나를 공격해오는 괴물의 머리에 홍단이가 닿았을 때.

아주 찰나의 순간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이 들었다.

서걱!!

스산한 소리와 함께 미끄러지며 물러난 나는 홍단이를 가볍게 털어낸 뒤 괴물을 바라보았다.

미친 듯 날뛰던 괴물은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찰나의 순간 나를 오롯이 시야에 담은 괴물은 곧 전신의 중앙이 갈라지며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강력한 괴물인 것은 사실이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괴물이 가진 건 강대한 육체능력 뿐. 변이 도중엔 상당히 무방비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머리가 좋은 괴물이었다면 절대 내 눈앞에서 변신하지 않았겠지만, 이성이 없고 오로지 본성만 남은 괴물이 그런 것을 판단할 여력이 될까.

괴물이 무너지는 것을 본 현아의 얼굴엔 절망감이 가득했다.

아무리 괴물이었다곤 해도 삼촌이었을 테니까.

홍단이를 쥐던 손이 파르르 떨렸다.

복잡하고 씁쓸한 감정이 물밀 듯 밀려온다.

“대체 뭐냐 이 상황.”

“…… 흑…… 흐흑…… 삼촌…… 삼촌…….”

엉엉 울던 현아가 내 말을 무시한 채 삼촌이자, 이제는 반쪽이 되어버린 괴물의 시신을 향해 다가갔다.

평소라면 말렸겠지만 나는 그녀를 제지하지 않았다. 천천히 다가가 괴물에 손을 뻗은 그녀가 통곡하듯 운다.

“삼촌…… 눈 좀 떠봐…… 삼촌. 응?”

투명한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녀가 허겁지겁 괴물의 시신을 두드렸다.

“눈 좀 떠보란 말이야! 나랑 약속했잖아! 이번 프로젝트만 완성되면 언니랑 푹 쉬기로 했잖아…… 근데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데? 교단 본산에 갔다 온다던 사람이 왜 이렇게 된 건데!!!”

그녀의 처절한 절규가 울려 퍼졌다.

“말 좀 해보란 말이야!! 왜…… 왜 이렇게 된 건데.”

“이미 죽었어.”

“흐아아아앙!! 삼촌 내가 잘못했어! 응? 눈 좀 떠봐 삼촌 제발!!”

내가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팔을 잡아당겨도 그녀는 요지부동으로 엉엉 울며 소리쳤다.

“오빠도 가고 삼촌도 그렇게 갈 거야?! 내가 잘못했어. 삼촌! 제발! 제발 내가 더 잘할 테니까…….”

“이미 죽었어. 흑마법으로 변이되면 인격은 말살된다. 이미 네 삼촌은 죽었어.”

“싫어!!!”

비명을 지르듯 그녀가 시신을 부여잡고 엉엉 울었다.

“아냐!! 삼촌이 죽었다고 말하지 마!! 괜찮을 거라 그랬어…… 교단에서도 분명…….”

말을 하던 그녀가 입을 틀어막는다.

아무래도 신성 그룹의 성장 비하인드 스토리에 넬타리드 교단이 있었던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삼촌이 하던 사업이 갑자기 그렇게 번창할 리 없으니까.

“너, 네 삼촌이 이상한 걸 알고 있었구나,”

내 말에 그녀는 침묵했다.

“왜 말 안 했어.”

애초에 삼촌의 이상을 그녀가 몰랐을까.

알면서도 자세히 모르기에 그저 입을 다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쯤 생각이 미친 나는 망설임 없이 현아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판단이 앞서기도 전에 먼저 그녀에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왜, 말 안 했냐고!!!!”

갑작스런 내 외침에 그녀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본다.

나 또한 소리를 지르고 스스로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왜 당신이 화를 내?”

“뭐?”

“가족의 일이니까…… 가족의 일이고 남에게 할 이야기가 아니니까 못했던 이야기를 당신에게 해야만 하는 거야?”

아무리 믿음직해도 남에게 말 못 할 사정이라는 게 있다.

내가 그녀를 도와준 건 단순 호의였을지라도 그게 모든 사실을 털어놔야 할 무조건적인 이유는 되지 않았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말이다.

그녀의 말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말대로 나는 전생의 인간인 신현수가 아닌,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데이비 올 라운이다.

라운 왕국의 국왕 크리아네스 올 라운의 아들이자. 어머니였던 선대 왕비 레니 알리샤드의 아들.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는걸 잊고 있었다.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한 건 맞아…… 너무 무서웠어…… 너무 두려워서 어쩔 줄 몰라서…… 믿을 게 당신밖에 없어서 말했어.”

그녀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미안해…… 가족 사정을 이야기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필요할 때만 도움을 요청하고…….”

손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자세히 설명해봐.”

“우리 삼촌…… 불치병이었다더라…… 원래라면 현수 오빠가 죽고 얼마 안 있어 삼촌도 세상을 떠날 정도로 심각한 병이었데.”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퍽 황당한 이야기였다.

그렇게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던 찰나, 우연스레 알게 된 넬타리드 교단과 연줄이 닿았고 그들이 건네준 무언가를 통해 삼촌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당시에 그녀는 그 사실을 몰랐고 나중에 와서야 그 사실을 알았지만 말이다.

“교단을 도와주고, 그 대가로 삼촌의 사업이 번창할 수 있게 해줬다더라…… 그래서 지금까지 멀쩡히 살아있었던 거고.”

교단이 바란 것은 차후 다가올 재앙을 대비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교단을 지원해줄 것. 향후 심판의 날이 시작되었을 때 최대한 많은 사람을 돕고 구해줄 것.

그 대가로 삼촌은 목숨과 사업의 번영을 얻었다.

문제는 그 후였다.

교단과의 약속대로 수많은 사람을 돕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삼촌이 급박한 교단의 연락을 받고 본산으로 향했다.

회사의 일을 현아에게 잠시 맡겨놓고 떠날 정도로 말이다.

그 후가 문제였다.

교단에 다녀온 삼촌이 갑자기 이런 외진 곳에 그녀를 불렀다는 모양이었다.

현아는 시내를 돌아다니며 내게 줄 선물을 사겠다고 돌아다니고 있다가 연락을 받고 곧바로 이동했다.

그래서 그녀의 흔적이 도심에서부터 이어진 것일 터다.

그렇게 해서 찾아왔는데.

정작 삼촌은 보이지 않고 기괴한 로브를 입은 이들이 그녀를 노리고 나타났다.

괴인들은 그녀를 납치하려 했다.

본래라면 곧바로 납치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테지만. 교단과 밀접한 관련도 있고 현아와 연희 누나를 끔찍이도 아끼던 삼촌이 그녀의 위험을 눈치채고 이곳에 도달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곳에 와 괴인들에게 끌려갈 뻔한 현아를 구하려다 치명상을 입었다.

그리고, 괴물이 되어버렸다.

그 변이의 원인에는 그의 목숨을 연명시켜준 그것이 있을 것이다.

그녀는 제법 두서없이 말을 했지만 알아먹을 건 알아먹었다.

넬타리드 교단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지구의 인간을 강화시키기 위해 선택한 인간이 바로 삼촌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목숨. 그리고 소중한 조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그들과 손을 잡고 임상시험이라도 하듯 약을 먹었다.

그 결과가 이것이다.

“처음엔 안 그랬대. 그런데 삼촌의 몸을 매번 봐주던 사람이 바뀌면서부터 이상해졌대…….”

그래. 처음엔 정말로 목숨을 연명시켜주는 부작용 없는 약이었겠지.

교단 내에 스파이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일루미나티가 스며든 게 분명했다.

실제로 티오니스에서도 일루미나티는 수많은 국가에 숨어들어 공작을 펼쳤었으니까.

현재 지구에서 가장 인간들을 위하고 있는 단체에 적대세력이 숨어들어 있다는 게 기가 막혔다.

왜 굳이 삼촌을 괴물로 만들었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확고했다.

이 빌어먹을 놈들을 단 한 놈도 남김 없이 박멸하지 않으면 속이 풀리지 않을 것 같다는 것.

“삼촌이…… 나 구해주러 온 삼촌이…….”

이미 쓰러진 검은 로브의 괴인들 사이사이엔 각성자로 보이는 듯한 이들의 시신도 몇 구 보였다.

삼촌과 함께 온 이들이리라.

현아도 처음부터 내게 도움을 요청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녀를 구하러 온 삼촌이 그녀의 눈앞에서 괴물이 되어버리자 패닉에 빠졌고.

어쩔 줄 모르는 그 끔찍한 절망 속에서 찾은 것이 나였다.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침묵했다.

머릿속이 복잡한 기분이었다.

흉신 서열 1위.

그 소년이 말했던 그들의 준비가 끝마쳐졌다던 말.

그것이 시작된 게 틀림없다.

놈은 정면승부보다는 나를 돌려 깎을 생각이었다.

내가 스스로 지치게끔.

모르긴 몰라도 놈들이 제멋대로 하게 둘 수 없다는 건 분명했다.

그때였다.

스르륵…….

홍단이에 의해 완전히 잘려나간 괴물의 육신이 꿈틀거렸다.

부스럭!!

그리고.

나를 바라보던 현아의 눈이 크게 뜨여진다.

콰아앙!!!

방금 전까지 침묵하던.

몸이 반쪽으로 잘려나가 버렸던 삼촌, 아니 괴물의 거대한 손이.

현아와 함께 나를 노리던 검은 로브의 인영을 후려쳐 날려버렸다.

-그우우우…….

죽지 않은 목소리였다.

분명 숨통이 끊어졌는데. 괴물은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사…… 삼촌?”

놀란 그녀가 거대한 괴물을 바라본다.

괴물은 이전과는 다른 움직임과 울음소리를 냈다.

피아식별조차 못 하고 날뛰던 움직임은 신중하게 변했고.

그 울음 소리는 슬픔이 가득 담긴 구슬픈 울음소리로 바뀌었다.

“젠장! 기습은 실패다! 전원 준비하라!! 티오니스 성자가 공격하기 전에 결계를!!”

현아와 나를 노리려던 검은 로브의 인영들이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며 주홍빛과 검은빛이 섞인 마법진을 허공에 구현화 시킨다.

이미 작정한듯한 움직임이었다.

그들의 로브엔 한가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바로 일루미나티의 문양.

이 빌어먹을 놈들이 제 발로 호랑이의 아가리에 머리를 들이밀고 있다.

-우우우우우우우!!!

그런 불청객들을 보며 변이한 괴물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

적의 출현.

현아는 죽은 삼촌이 다시 살아났다는 사실에 놀란 듯 보였지만.

나는 다른 의미로 삼촌이 변한 괴물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내가 아는 그 변이과정을 거친다면.

현재 괴물이 된 삼촌은 인격이 완전히 말살되어 피아 구분이 안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나는 괴물이 된 삼촌의 눈에서 뜨겁고 투명한 눈물이 흐르는 걸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죽어서 인격이 말살된 주제에…….”

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런 주제에 끝까지 현아를 지키려고…….”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애초에 현아를 납치하려던 일루미나티를 쓸어버린 것도 삼촌이었고.

내가 현아를 다그치자 나를 공격한 것도 삼촌이었다.

그는…….

인격이 말살되었으면서도 그녀를 지키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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