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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726화 (725/1,559)

제 726화

주먹질을 할 때 손에 단단한 무언가를 쥐고 패면 더 아픈 법이다.

그리고. 지금 그 단단한 무언가를 십자가로 대체한 내가 괴인들을 망설임 없이 폭행하기 시작했다.

“마…… 막?! 으악!!!!”

쩌엉!!

급속도로 가속된 주먹이 날아들어 또 한 명의 머리통을 흔적도 없이 분쇄해버린다.

그야말로 전장은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나를 제압할 수단을 가져온 그들이 사용한 로 아이아스의 결계 마법은 그만큼 대단했다.

하지만 그뿐, 그것을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는 놈들이 사용하면 결국 의미 없는 짓에 불과할 뿐이다.

순식간에 또 한 명을 쓰러뜨린 나는 섬광처럼 날아들어 하나둘 주먹으로 때려죽이기 시작했다.

퍼엉!! 펑!!

“아…… 아아아!! 오지마 이 괴물아!!”

퍼엉!!

나를 향해 흑마법을 난사하려던 사내가 영창을 하기도 전에 턱을 맞고 머리통이 사라져버렸다.

털썩.

머리를 잃은 육신은 힘없이 무너져 내렸고 그대로 사라졌다.

적의 수는 열다섯 정도.

“다음 환자분.”

내 시선이 닿자 괴인들이 움찔거리며 물러난다.

본능적으로 시선을 마주한 놈이 다음 타깃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들의 히든카드는 로 아이아스의 아티펙트.

하지만 그것이 내게 먹히지 않았다.

“어…… 어떻게?! 어떻게 그 마법이 통하지 않는?!”

“니들보다 내가 그 마법을 더 잘 알아요. 이것들아.”

퍼엉!!

뺨을 쳐올리듯 손바닥 위에 십자가를 올려놓고 그대로 또 한차례 한 명의 괴인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계획이 틀어졌다! 준비한 대로 퇴각하라!”

“도…… 도망쳐!!”

마치 준비한 것처럼 사방으로 산개하는 그들은 상황이 틀어졌을 경우 도망치는 방법도 고려해둔 듯 보였다.

하지만 도망치게 둘 생각이었으면 내가 이렇게 손수 때려죽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도망치는 그들을 바라보며 한발을 들어 올린 내가 조용히 뇌까렸다.

“노아스. 콜로세움을 요청한다.”

[계약자의 요구에 응한다.]

쿠우웅!!!!!

동시에 지면이 갈라지고 뒤틀리며 도망치던 그들의 퇴로를 막듯 벽이 높게 솟아올랐다.

“헉?! 기…… 길이?!”

두려움에 질린 그들이 파르르 떨며 나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가장 먼저 나와 눈이 마주친 놈의 머리통이 터져나갔다.

푸쉬이이이이익!!!

거기에 멈추지 않고 나는 대기 마나를 배열해 짙은 안개를 만들어냈다.

“다음은 누가 될지 해보자.”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퍼엉!!!

펑!!

펑!!!!!

“사…… 살려줘! 살려…….”

퍼엉!!!

수차례 머리통이 터져나가는 소리만 들려온다.

손에 잔뜩 묻은 피를 털어내며 안개를 걷어냈을 때.

퇴로 없는 콜로세움에 남은 적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한 놈은 도망갔네. 흠…… 조금 있다가 잡으면 되겠고.”

나는 주변을 가둬버린 벽을 거둬들이고는 멍하니 주저앉아있는 현아를 지나쳤다.

그리고는 바닥에 쓰러져 피를 울컥울컥 토하는 배를 부여잡고 있는 코오나에게 손을 뻗었다.

“손 치워.”

“읏…….”

“치우라고.”

담담한 내 말에 그녀가 천천히 환부를 압박하던 손을 치웠다.

우웅…….

그리고, 내 손이 곧 그녀의 환부에 닿았을 때.

그녀의 환부에서 빛이 흘러나오며 서서히 상처가 아물기 시작한다.

“이미 흘린 피는 못 찾는다. 끝나고 돌아가면 철분부터 보충해.”

“…… 아직…… 아직 끝이 아니에요.”

“네 예언 같은 건 내 알 바가 아니야. 난 내가 알아서 할 거다.”

담담하게 말한 뒤 그녀의 이마를 쿡 찍어 밀어버린 나는 가장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는 괴물.

삼촌이 변이한 괴물에게 다가갔다.

홍단이에게 반으로 잘려 죽었음에도 다시 부활했다.

이지가 말살당했음에도 그는 괴물이 되어서까지 현아를 지키려 했다.

하지만 괴인들의 수작으로 힘을 많이 잃었는지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삼촌을…… 구할 순 없나요?”

현아의 물음에 나는 잠시 침묵했다.

그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변이로 인해 인격은 말살되었고.

이미 변해버린 육신은 무슨 짓을 해도 돌아오지 않는다.

반신이니 신력이니 사실상 지금으로선 크게 효과를 볼 수 없다.

결국, 이대로 신염을 일으켜 완전히 불태우고 청단이로 불사를 끊어내는…….

“아니…… 하나 있긴 하네.”

생각해보니 방법이 딱 하나 있다.

바로 내가 랜덤 박스에서 얻은 엘릭서.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절대 영약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고민이었다.

엘릭서의 사용 용도는 사실 절대보옥의 각성에 있었다.

절대보옥을 각성시키면 심연을 대처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남은 것은 이 빌어먹을 흉신과 타차원까지 찾아와 난동을 부리는 일루미나티가 전부.

하지만.

그렇게 되면 삼촌은 영원히 살릴 수 없다.

아니, 엘릭서를 사용해 살린다 할지라도 정신이 온전해질지는 사실 확률이 너무 낮았다.

누가 봐도 저울질은 한쪽으로 기운다.

“…….”

“이봐요…….”

내가 침묵하자 현아가 나를 천천히 불렀다.

“좋은 선택은 아닐 겁니다.”

코오나의 만류도 있었다.

그녀는 정확히 모르지만, 직감적으로 무언가를 느낀 게 틀림없었다.

잠시간의 고민이 있었다.

나는 조용히 괴물과 시선을 마주했다.

마치 자신을 죽여달라는 듯 바라보는 시선에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멍청한 짓인 건 아는데.

그럼에도 나는 선택을 내렸다.

“애초에 대의보다는 나를 위해서다.”

변하는 건 없다.

퐁!!

나는 망설임 없이 절대보옥의 각성을 촉진시키기 위해 보관해놨던 엘릭서를 모조리 그에게 부었다.

평범한 인간도 마스터 급 강자로 만들어버릴 만큼의 절대 영약이다.

그것을 죄다 들이부었으니 결과가 가볍진 않을 것이다.

스스슷…… 화아아아아악!!!!

이윽고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으으…… 그아아아아아!!!!

엘릭서를 흡수한 괴물이 고통 속에 온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전신에서 고름이 쏟아져 나오고 끔찍한 촉수들이 꾸물거렸다가 터져나가기를 반복했다.

그 참혹한 모습에 현아가 경악했다.

“무…… 무슨 짓을?!”

“가까이 가지 말고 기다려.”

애초에 생각할 거리도 없는 고민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괴로워하는 괴물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렇게 끔찍한 비명이 한 5분간 이어졌을까.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콰직…….

단단하게 굳은 피부가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엘릭서는 죽은 사람도 되살린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엘릭서가 발현하는 효과는 단 한 가지.

대상을 영혼이 가진 본래의 모습을 되돌리는 것.

괴성이 조금씩 분리되는 것처럼 울려 퍼지며 딱딱하게 굳은 피부가 갈라진다.

그리고.

갈라진 그 안에서 한 사람이 튀어나왔다.

낡은 양복에 짙은 수염. 피곤한 인상을 한 동양인 사내.

그를 본 나는 반사적으로 그에게 소리칠뻔했다.

‘당신은 하나도 안 변했네요.’

“삼촌!!!”

놀란 현아가 내 팔을 털어내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쓰러진 그를 흔들며 눈물을 흘렸다.

“삼촌! 나야! 현아야 현아라고! 눈을 떠봐 응?! 제발!”

하지만 그는 정신을 잃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 그를 보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복잡한 낌새를 지우지 못했다.

멍청하다 소리를 들을지 모른다.

엘릭서의 존재를 들은 케인이 절대보옥을 당장 활성화할 수 있을 거라며 기뻐하던 모습도 떠오르지만 결국 결과는 이러했다.

일루미나티가 지금 상황을 노렸는지 아닌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똑같은 상황이 벌어져도 나는 결국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다가가 그의 맥을 짚어보고 그의 상태를 확인한다.

“의대생이라는 게 멍청하게 허둥대기는. 비켜.”

“읏!”

몸 이곳저곳을 눌러 확인하며 이상이 없는가 점검한다.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완전히 육안으로 구분할 수 없기에 마나의 파장을 이용해 내부를 정확히 진단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육신이 본래대로 돌아왔음을 확신하고 그를 부축하듯 상체를 세웠다.

“육신은 되돌렸지만, 기적이라도 있지 않는 이상 정신이 돌아올 가능성은 없어.”

“그럴 수가…….”

“그래도 기도라도 해봐. 기적이 일어날지는 모르니까.”

“당신은…… 성자라면서 그걸 알 수 없나요?”

“그것까지 알면 성자가 아니고 내가 신이겠지.”

반신과 신은 다르다.

게다가 정신이 돌아와도 상당한 후유증이 생길지도 모른다.

두려움이 서린 현아의 눈을 마주하며 내가 말했다.

“데리고 돌아가. 저 녀석이 널 보호해줄 거다.”

코오나를 고갯짓하며 말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신은?”

“이 일을 벌인 놈들이 무슨 계략이 있었건 대가는 지불해야지.”

그렇게 말한 나는 도망친 놈의 몸에 박아넣은 사령 마나의 잔향을 쫓았다.

세상 어디로 도망가도 내 눈을 피할 수 없을 거다.

나는 내가 사령 마나를 심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도망치는 한 명의 흔적을 유유히 쫓기 시작했다.

* * *

“후우! 후우!”

허겁지겁 도망치는 그의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어떻게든 살아남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세상에 저건 성자가 아니야. 미친놈이지.”

그는 온몸에 돋은 소름을 어찌할 줄 몰라 킥킥거렸다.

그는 처음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말이 되지 않는다.

다른 이들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 당황한 듯하여 모른 것 같았지만 그는 알 수 있었다.

그의 내면에서 뭔가가 잠깐 깨어났다.

그는 평소의 모습을 가장한 채 광기를 철저하게 숨겼지만 사내는 알 수 있었다.

그는 수많은 인간을 죽여온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인 그조차 움찔할 정도로 괴물 같은 놈이라는 것을.

어찌 되었건 목적은 완수되었다.

흉신들이 요구한 계략은 성공했고, 그 대가로 일루미나티는 양질의 실험체와 자료들을 얻을 수 있으리라.

일루미나티의 목적은 상관없었다. 그저 더 많이 죽일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하는 그였다.

“그러고 보니 그년이 피 맛이 좋았는데.”

복부에 자상을 남기고 주저앉아버린 일본 태생의 작은 소녀.

그녀가 무표정한 얼굴로 올려다보던 그때를 떠올리며 그는 황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보는 이가 공포에 질릴 만큼의 환하고 무시무시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음에…… 다음에 꼭 다시 만나자.”

연쇄살인마. 그리고, 일루미나티에 가담한 각성자.

직업명 침식마도사인 그는 어서 돌아가 이 상황을 떠넘기고 그녀를 다시 볼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음? 누가 바라보고 있나?”

고개를 돌려보아도 아무도 없다.

그가 대단한 인간이라곤 해도 도망치는데 자신 있는 그를 찾아내진 못하리라.

어느 정도 위치에 다다른 그는 바닥에 그려진 전이 마법진을 가동시켰다.

그리고는 숨을 고르고 손을 비벼댔다.

“좋아. 어서 돌아가자고.”

그는 알고 있었을까.

그의 바로 옆에.

무표정을 한 채 서 있는 청년, 아니 소년이 멍하니 그와 같은 방향을 보며 서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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