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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737화 (736/1,559)

제 737화

유일한 변수이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붉은 변이체가 내게서 도망치겠다는 일념으로 움직인 직후.

나는 모두의 시선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자취를 감추었다.

그 덕에 티오니스 성자의 모습으로 움직이고 있는 건 붉은 변이체만이 남게 되었고 나는 자연스레 흉신 놈들의 시야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맹주, 변이체의 움직임이 빨라졌습니다. 아무래도 파장을 찾아낸 것 같군요.]

내가 가까워질수록 놈은 더 빠르고 멀리 도망친다.

하지만 반대의 현실왜곡에 노출되어버린 놈은 대상이 가까울수록 점차 빠르게 추적한다.

흉신을 잡고 있는 것도 아니면서 어떻게 흉신의 파장을 임의적으로 기억시켰는가.

사실 반쯤은 도박에 가까웠다. 성공하면 일이 쉬워지고 아니면 놈을 그 자리에서 죽이면 되는 일이다.

결과적으로 놈은 흉신의 소재에 서린 아틀란티스라는 종족 공통의 파장을 기억했다.

놈이 완벽하다시피 할 만큼 찾아내지 못해도 상관없다.

어느 정도 거리에 이르면 내가 상대를 파악할 수 있으니까.

“솔직히…… 본녀로썬 그대가 가지 말았으면 해.”

얇은 이불로 몸을 가린 채 그녀가 내 뺨에 손을 뻗었다.

“본녀의 손에 닿는 이 온기. 촉감. 이 모든 것이 너무 소중한 게지.”

“지금 안 막으면 나중엔 어떻게 될지 몰라.”

말이 세상의 운명을 건 싸움이지 이건 말 그대로 서로 간의 생존을 건 싸움이나 다름없다.

심연 쪽과 나, 그리고 흉신 쪽.

어떤 의미로는 패배자는 죽게 되리라.

“데이비.”

부스스 소리와 함께 그녀가 다가온다.

몸을 가리고 있던 이불이 스르륵 흘러내리며 새하얀 그녀의 몸이 시야에 잡혔다.

“페르세르…….”

그녀의 행동에 놀라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으려던 그 순간.

그녀는 말없이 내 뺨에 손을 올리며 그대로 입을 맞추어왔다. 그리고는 그대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던 나를 침대에 눕힌 뒤 나를 제압하듯 위에서 내려다보았다.

제법 저돌적인 것이 거침없다.

처음엔 그렇게 부끄러워하더니.

물론, 최근 들어서 그녀에게 역으로 기를 빨리는 기분이 들지만, 오히려 내 쪽에선 좋은 입장이다.

“데이비.”

“가야 해.”

“다치지 말아.”

그렇게 말한 그녀가 자신의 반지를 보여주었다.

“본녀가 그대를 지켜보고 있어.”

담담하게 말한 그녀가 고개를 숙여 다시 한번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미소지어 보였다.

“따라가게 해달라 한들 안 되겠지.”

“이제는 영체가 아니니까.”

영체였다면 어디든 가겠지만 이제 그녀는 육신이 존재한다.

비록 환골탈태를 거쳤음에도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몸은 여전하다지만 아이를 못 낳는다 하여 그녀를 미워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대의 아이를 가지고 싶었는데.”

“언젠가 내가 가능하게 해줄게.”

애초에 그녀가 가진 본연의 유전자를 확보하는 것부터가 난관이겠지만.

“바로 떠날 게야?”

“금방 다녀올게.”

내 말에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걸어두었던 옷을 걸쳤다.

그리고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부인의 고집 정도는 들어줄 수 있는 게지.”

그녀가 원하는 바는.

너무 간결했다.

* * *

페르세르크는 겉보기에도 말하는 것만 들어보아도 상당히 소유욕이 강하다.

그런 그녀가 어째서 에이리아를 허락했는지. 또 호시탐탐 일리나마저 노리는지는 진위를 알 수 없지만, 그녀는 그것에 대해선 절대적으로 함구했다.

늦은 밤 내게 줄 목도리를 짜느라 잠도 자지 않고 있던 에이리아까지 데리고 저택을 빠져나간 나는 폐허가 된 속초시 내부로 들어갔다.

지구에 와 초대형 공습 비공정 아스가르드를 정박시켜놓은 도시이며 실제로 지금 이곳에는 아스가르드의 선원인 드워프나 몇몇 엘프들이 지내고 있다.

그리고 드워프들의 기술력으로 인해 잠시 복원된 건물로 들어선 나는 두 사람을 조용히 안내했다.

“데이비?”

“여기 재밌는 게 있더라고.”

내 말에 페르세르크가 의아한 표정으로 에이리아를 보았다.

“아는 게 있는 게야?”

“아뇨. 저도…….”

에이리아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궁금해했다.

그럴 수밖에.

몬스터를 처리하다가 찾아낸 걸 드워프에게 부탁해 개조해둔 것이니까.

내가 두 사람을 안내한 것은 커다란 극장이었다.

둘을 데리고 의자에 앉힌 내가 씨익 웃어 보였다.

“뭐…… 폐허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운치도 있잖아.”

마치 세상이 모두 멸망하고 단 셋만 남은 고요함이 감돈다.

일대 영역에는 엘프의 결계로 인해 몬스터의 출현도 불가능하니 중간에 습격을 당할 걱정은 없었다.

두 사람은 곧 내가 하려는 행동이 궁금했는지 간이의자에 앉았고 나는 천천히 걸어 단상 위에 올라간 뒤 멋들어지게 예의를 차렸다.

그 모습이 퍽 우스웠는지 그녀들이 키득거렸고 나는 곧이어 단상의 한쪽에 있는 발판을 밟았다.

덜컹!! 드르르륵!!

동시에 바닥 일부가 꺼지더니 그 안에서 무언가가 나왔다.

“저건?”

놀란 두 사람이 신기한 듯 그 모습을 지켜본다.

“해줄 수 있는 선물이 많진 않더라.”

그렇게 말하며 나는 단상 위로 올라온 그것의 의자에 앉았다.

거대한 피아노.

바로 그것이 정체였다.

말없이 자리에 앉은 나는 검지 끝으로 건반을 하나 눌렀다.

[노래 실력은 지옥의 세레나데가 따로 없지만, 피아노는 제법 잘 다룰 줄 아니 칭찬은 해줄게. 다른 악기보다 훨씬 낫다.]

음유시인 영웅. 뮤트, 혹은 뮤즈와의 기억이 순간적으로 떠올랐다.

띵~

청명하면서도 강당 전체를 울리는 소리에 내가 눈을 감았다.

“오오…… 데이비 님 운치 있는 풍경을 륀느가 높게 평가.”

언제 따라왔는지 륀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륀느가 이것을 촬영. 개인방송을 통한 다수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

대체 혼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녀석을 말리진 않았다.

이윽고 눈을 감은 채 잠시 침묵하던 내가 손을 움직였다.

그래. 이번엔…… 낡은 시계로 가보자.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

나름대로 각색을 하는 재미가 있는 부드러운 음악이 손끝을 통해 펼쳐진다.

아름다운 음색이 강당 전체로 천천히 퍼져 나가자 내 주변으로 오색의 오오라 같은 것이 마치 정령의 춤을 추듯 흩날렸다.

효과는 활기 상승.

큰 의미는 없지만, 자연적으로 나올 정도로 몸에 밴 탓에 내 주변은 이미 오색으로 찬란한 상황이었다.

“아아…… 예뻐…….”

곡이 연주되기 시작했고. 에이리아가 조용히 읊조렸다.

페르세르크는 조용히 눈을 감은 채 음악을 감상했고 나는 그런 두 사람을 위해 내 진위를 담아 천천히 건반을 눌러나갔다.

폐허 속에서의 음악회가 이어진다.

낡은 시계 음악 자체에 편곡을 가해 빠르고 느리게를 반복하며 주변을 음악으로 가득 메우자 다수의 생명력이 느껴지는 게 보였다.

아마 폐허가 된 도시에 자리를 잡은 산짐승들이리라.

고개를 돌려보니 고라니나 멧돼지 같은 것들이 언제 왔는지 한쪽에 모여 있는 것도 보였다.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동물들도 그저 멍하니 연주를 감상하듯 지켜보았고 나는 최선을 다해 끝까지 연주를 끝마쳤다.

“왜 울어.”

내 물음에 페르세르크가 침묵했다.

“…… 아무것도 아니야.”

담담하게 말한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윽고 내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자 그녀는 말없이 내 품에 안겨 조용히 울음을 흘렸다.

그녀가 우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때 알았어야 했는데.

나는 말 없이 그녀의 등을 다독였다.

“언젠가 꼭 해주고 싶었거든.”

이거 한번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기회나 분위기가 영 마땅찮았던 탓에 해주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예전에…… 데이비 님이 황궁에서 연주해주었던 곡을 아직 잊지 않고 있어요.”

병에서 해방된 그녀가 처음으로 가면을 벗고 수많은 사람들 앞에 나섰던 그때.

그녀는 그때가 가장 인생에서 행복했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도…… 잊을 수 없을 거예요. 평생.”

조용히 미소짓는 에이리아의 귀가 쫑긋거리자 나는 말 없이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그래.”

내 말에 그녀는 조용히 미소지은 채 조용히 물러났다.

그리고, 페르세르크 또한 본능적으로 눈치챈 듯 내 품에 더욱 파고들었다.

“데이비…… 데이비…….”

“오늘따라 어리광을 많이 피우네.”

“부인이 남편을 갈망하는 게 무엇이 나쁜 게야.”

“갔다 와서 보면 되지.”

내 말에 그녀는 조용히 침묵했다.

“륀느.”

“명령 대기 중.”

“두 사람을 지켜. 무슨 일이 있어도.”

내 말에 그녀는 침묵으로 일관한 채 나를 보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두 사람을 아스가르드의 선실로 보낸 나는 함장인 티아라에게 아스가르드의 출항을 명령한 뒤 공간을 넘었다.

이번에 내가 도달한 곳은 중동지역이었다.

왕자 알하자드. 그는 포도나 마가와 다르게 어느 정도 완성되어있던 제작 노예답게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디론가 가는군요. 나의 친구여.”

“이런 전쟁은 오래 끌어봐야 좋아질 게 없으니까요.”

내 말에 그는 부드럽게 웃으며 내게 두 가지를 내밀었다.

하나는 새카만 로브였고, 하나는 특이하게 생긴 물건이었다.

“부적입니다. 내 아버지가 어릴 적 타국을 돌아다니면서 얻은 부적으로 아버지에게 늘 행운을 가져다주었죠. 돈은 의미가 없겠죠. 아무리 많은 황금을 지니고 있어도 당신의 앞길에 도움이 되기엔 너무도 초라하니까요.”

“애초에 돈 때문에 도와준 게 아닙니다. 나는 이거면 충분해요.”

“내가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건 이런 것뿐입니다.”

그의 미소에 나는 미소로 화답해주었다.

“잘 쓸게요.”

“부디 원하는 바를 이루길. 그리고, 언젠가 당신이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룬다면…… 그때 당신의 크루즈를 보여드리겠습니다.”

“크루즈?”

“네. 당신에게 어떤 보답을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내린 결정입니다. 당신의 전용기와 전용 크루즈, 그리고 당신이 자리한 한국에 대규모 부지를 사두었습니다. 건물이 올라가면 당신만을 위한 저택이 될 겁니다.”

“이 양반이 대체 얼마를 쓴 거야.”

허탈한 내 목소리에 그가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나는 은혜를 받고 갚지 않는 사람을 가장 싫어합니다. 당신은 국가적인 입장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고 선뜻 나서서 도와주었습니다. 당신 덕분에 많은 국민이 웃을 수 있게 되었어요. 오히려 이것으로도 당신의 은혜에 보답할 길이 없지요.”

그의 말에 나는 조용히 로브를 덮어 썼다.

로브의 효능은 참 간단했다.

그림자를 먹어치우는 흉신, 메세스의 힘인 그림자 포식의 효과를 방대하게 늘려주는 것.

나는 로브의 힘이 발현되기가 무섭게 메세스의 코어를 흡수했다.

동시에 그림자가 마치 내 육신처럼 움직이기 시작하자 절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당신의 앞길에 큰 행운이 함께하길. 다치지 마세요. 친구여. 언젠가 당신에게 아주 귀한 술을 대접하겠습니다.”

“마침 우화등선주라고 끝내주는 술이 있습니다.”

무려 마스터 급에 이른 제국의 황제를 한 큐에 보내버린 술이다.

빙그레 웃어 보인다.

“열반주는 일반인이 먹기엔 좀 독하니까. 우화등선주정도면 충분하겠죠.”

“기대되는군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여 보이는 그를 뒤로한 채 나는 다시 공간을 넘었다.

[맹주. 부디 몸조심하시길.]

아비트의 걱정에 나는 전신에 끓어오르는 힘을 서서히 갈무리했다.

내 시야에 비친 것은 저 자신이 이미 당했다는 것도 모른 채 맹렬하게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붉은 변이체였다.

붉은 변이체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미국.

미국의 서부에 있는 LA였다.

미국 LA 지역은 이미 한차례 몬스터의 대규모 공습으로 도시의 기능을 상실하고 좀비로 가득 찬 곳이었다.

아마 흉신이 자리 잡기에 인간이 없는 곳만큼 좋은 곳도 없으리라.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아주 미약하게 흉신의 파장이 내게도 느껴지기 시작했다.

“미련하긴. 혼자서 해결이 될 거라 생각하는 건가?”

내 곁에 있던 베르단데가 조용히 물어왔다.

“그래서 널 데려왔잖아.”

“내가 배신하면 어쩌려고?”

그녀의 물음에 나는 픽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면 그리드 국왕은 죽는 거지.”

“개 같은 자식이구나.”

싸늘하게 웃어 보인 그녀가 양손을 펼친다.

기습 직전에 내가 힘을 발현하면 눈치챌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베르단데의 마술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

그녀가 품에 안고 있던 마법서가 떠오르고 그녀의 양손에 푸른 기운이 머금어진다.

그리고.

거대한 빛과 함께. 그녀의 힘이 일대 거대한 영역 전체를 감쌌다.

이후 나는 망설임 없이 신성력을 방출했다. 신력을 오로지 이클립스 대용이니 함부로 쓸 수 없다.

흉신들은 일루미나티에 내가 관심이 몰려있다 판단할 테지만. 오히려 그 미끼들에겐 관심 없다.

오로지 대어에만 관심이 있을 뿐.

물론, 붉은 변이체가 나의 모습으로 이곳저곳에 어그로를 끌어준 덕도 있다.

이놈이 바다 건너 미국까지 도달했다는 것을 놈들이 알아채기 전에 공격을 시작해야 하리라.

[나의 창조주시여, 나의 목자이시여, 나의 길잡이시여. 여기 데이비 올 라운이 당신께 기도를 올리옵나니. 나의 앞길을 막아서는 저 개x끼들의 입을 막아주시옵고.]

[당신의 어린 양에게 창칼을 겨누는 저 x잡놈들의 손가락을 분질러 주옵시고.]

서서히 강해지며 신성력이 내 주변에 마치 공처럼 뭉쳐 회전한다.

[나아가. 나의 앞길에 방해되는 놈들을 모조리 불태우기를.]

그 대가는.

[서비스로 치고 갑시다.]

[9위계 초월 성마법]

[신의 중지 손가락]

[10연발]

초고위 신성 공격 마법이 마치 비가 되듯 쏘아져 내린다.

순식간에 주변에 쏟아지는 신의 일격에 가까운 폭격이 시작된다.

동시에 가장 먼저 반응한 거대한 흉신의 기운을 향해 나는 허공을 튕겨 코로나 디스트로이어를 꺼내 들었다.

쩌엉!!

“컥?! 이게 무슨?!”

모습을 드러내기가 무섭게 코로나 디스트로이어의 공격에 노출된 놈이 비틀거린다.

큰 타격은 없지만 상관없다.

코로나 디스트로이어는 3타용 디버프 무기.

놈의 방어는…….

순식간에 박살 나리라.

제 몸에 생겨난 깨어진 방패형상에 당황한 민머리의 사내가 주변을 둘러보다 겨우 나를 찾았다.

베르단데의 왜곡을 통해도 찾아낸 걸 보면 상위 흉신이 분명하다.

이윽고 물 흐르듯 자연스레 내 손에 뇌광의 창이 쥐어졌다.

신창 롱기누스.

그 두 번째 형태인 죽창.

그것이 현재 내 방대한 마나를 머금고 하나의 뇌창이 되어 모여들었다.

“아아…… 네놈 머리에…… 태양이 있으라.”

당황한 듯 주춤거리는 놈에게 손에 쥔 뇌창이 공간을 찢는 속도로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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