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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740화 (739/1,559)

제 740화

207. 뒤흔들린 근본. 카트시의 저력

수차례 충돌하는 동안에도 이클립스는 그저 느긋하게 앉아 그저 구경만 할 뿐이었다.

대체 그녀가 어떻게 나타났는가에 대한 의문은 사실 길게 볼 것도 없었다.

그녀의 모습은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마치 환각과 같았으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이클립스가 아무리 위험하고 공포스러운 존재라 할지라도 지금의 그녀는 어떤 것도 간섭할 능력이 없다는 게 현실판단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인 상황.

아비트를 통해 힘을 회복한 내 한 수를 그녀에게 들켜버린 건 그리 좋지 않지만. 그녀가 가세하는 것보단 나은 상황이다.

쿠웅!!

이 악물고 그를 공격한다.

작은 신체를 가진 카트시였지만 그런 작은 신체를 이용해 그는 쉴 새 없이 빈틈을 노리고 공격해 들어왔다.

그가 가진 검은 힘에 한 번 닿으면 끝장이라는 섬뜩한 생각이 들었기에 절대 무리하지 않고 계속해서 돌려 깎듯 그를 소모해나갔다.

그런 카트시와 나의 전투가 점점 심화할수록 이클립스는 꺄르륵 웃어대며 좋아했다.

그리고 그런 힘의 균형은…….

“카…… 카트시 님! 제가 돕겠습니다!”

멍청한 오트가르스가 난입하면서 뒤집어졌다.

“방패 고맙다. 개자식아.”

순식간에 빛의 사슬을 쏘아 보내 오트가르스를 강제로 끌어당긴 내가 카트시의 공격을 오트가르스의 육신으로 막아내고 강제로 틈을 만든 것이다.

“이…… 이이 악랄한!!”

카트시의 얼굴에 경악과 분노 그리고 슬픔이 어렸다.

“네놈에겐 피도 눈물도 없는 것입니까!!”

“그걸 니들이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콰작!!!

그가 만들어낸 베리어를 그대로 부숴버리듯 초단이를 찔러넣은 내가 그의 심장에 검을 꽂았다.

싸움의 결과가 드러난 것이다.

흉신 서열 1위 아틀란티스의 왕 카트시는 바닥에 쓰러졌고 나는 숨을 짧게 고르며 그를 내려다보았다.

카트시는 의식을 방해하기 위해. 나는 자칫 여파가 이 미국 땅 전체에 퍼지지 않게 하기 위해 서로가 힘의 무분별한 방출을 최대한 아꼈다.

결과적으로 넬타리드의 일면, 파괴가 내세운 적치고는…….

너무 허무한 승리를 안아버린 것이다.

물론, 놈이 페르세르크에게 무언가 수작질을 했다는 말은 거짓이 아닐 것이다.

“흐응…… 끝난 거야?”

이클립스가 고개를 갸웃하며 귀엽게 물어오자 나는 한 손에 광원을 모았다.

“그만…… 그만두십시오.”

“흐응…… 재미없네. 한쪽은 너무 빈약한걸.”

이클립스가 조막만 한 손으로 나를 가리켰다.

“그리고 또 한쪽은…… 너무 약해져 있어.”

그녀가 자리에서 폴짝 점프하듯 일어나더니 빙그르르 돌며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이클립스는 재미있는 게 좋은데…….”

투정을 부리는 아이처럼 칭얼거린 그녀의 모습에 카트시가 보기 드물게 혀를 차며 짜증을 드러냈다.

“닥치세요. 고대룡.”

“흐응…… 영혼의 일부를 빼내 다른 이에게 심어 넣은 반쪽짜리인걸?”

그렇게 말한 이클립스가 헤실거렸다.

“아핫! 바보야 바보! 자기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이런 짓을 했어!”

꺄르륵 웃는 그 모습에 그가 움찔거렸다.

“이런 식으론 재미없으니까 이클립스가 도와줄게!”

대체 누구 편인지 모를 그녀의 행동에 카트시가 눈을 찡그렸다.

동시에.

이클립스의 눈에 붉은 혈광이 돌았고. 급기야 카트시의 몸이 쿵!! 하고 튕겨 나갔다.

“큭?! 당신…… 아직 형체가 없어서 간섭을 못하던 게 아니었습니까?!”

“흐응…… 친구가 도와주는걸? 이클립스도 이런 거 할 수 있다?”

그녀의 말대로 아주 순간적으로 그녀의 힘이 드러났던 건 사실이었다.

그 효과는 그녀와 직접 만났을 때와 다르게 매우 미약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카트시에겐 충분한 영향을 끼친 듯 보였다.

쓰러진 채 자신의 손을 올려다보던 카트시가 초단이의 검신을 피가 나게 휘어잡았다.

푸욱!!!

그리고는 검을 뽑아 던져버린 뒤 천천히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이클립스…… 당신 설마. 나의 창조주의 힘을 끌어다 쓴 겁니까?”

“흐응? 이클립스는 그런 거 모르는…….”

쿠웅!!!

좀 전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섬뜩할 정도의 힘이 주변을 짓누른다.

“묻겠습니다. 고대룡 이클립스. 방금 나의 주신의 힘을 사용했냐 물었습니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어마어마한 힘이 주변을 짓누른다.

“헤헤…… 이제 재밌겠다.”

대답을 회피한 이클립스가 헤실거리자 그가 섬뜩한 표정으로 말했다.

“…….”

“하…… 골 때리네.”

그제야 카트시의 얼굴에 짙은 노기가 서린다.

휘적휘적 일어난 카트시의 시선엔 더 이상 내가 담겨있지 않았다.

“방금 당신이 내게 가한 위압 때문에 임무를 위해 나섰던 키르시나의 육신에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당신 때문에 본래의 계획이 모두 망가졌습니다. 당신 때문에!!”

그의 언사가 격해지며 그의 육신이 변하기 시작한다.

골격이 뒤틀리며 크기가 커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3~4미터 정도 되는 뼈인지 갑각인지 모를 무언가로 뒤덮인 존재로 변하기 시작한다.

머리 위에 돋아난 두 개의 뿔과 화염이 일렁이는 눈동자. 날카로운 이빨. 모든 것을 찢어버릴 것 같은 손톱까지.

좀전의 점잖던 꼬맹이와는 많이 달랐다.

-크아아아아아아아!!!

어마어마한 포효가 퍼져나가자 나는 절로 몸을 움츠리며 그에게서 물러났다.

“미친놈…… 대체 얼마나 힘을 숨겨놓은 거야.”

섬뜩한 기세가 울려 퍼진다.

만약 그가 이 상태 그대로 싸웠다면…….

내가 이길 수 있었을까.

도망까진 가능해도…… 이기기엔 불가능하지 않을까.

수많은 생각이 든다.

엄청난 존재감으로 인해 거의 폭주하듯 힘을 퍼뜨리는 카트시 때문일까.

도시의 어딘가에서 마나의 불균형이 일어나고 부서져 내렸다.

“당신은 나의 창조주가 힘을 사용하면 안 되는 상황에서 힘을 쓰게 만들었습니다.”

섬뜩한 목소리로 카트시가 이클립스를 내려다보며 손톱으로 그녀를 가리켰다.

“빌어먹을 심연과의 동맹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당신은 더욱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이제는 급기야 내가 시선에도 들어오지 않는지 카트시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하자 이클립스가 헤실거렸다.

“헤헤. 재밌겠다!”

정작 본인은 상관없다는 듯 해맑게 웃는 그 모습이지만 카트시는 그 꼴이 가장 꼴 보기 싫었던 모양이었다.

쿠웅!!!

이윽고 그가 뿔이 돋아난 거대한 발을 쿵!!! 하고 내리찍었다.

동시에 일대 영역이 마치 완전히 다른 공간이 된 것처럼 불지옥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헤헤. 신기하다아…….”

이클립스가 주변을 휙휙 둘러보며 말하다 미소를 지웠다.

“이클립스랑 놀 거야?”

“지금 당신을 죽이지 못해도.”

콰지직!! 순식간에 날아든 꼬리가 그녀의 형상을 낚아챈다.

물리력이라곤 전혀 없을 그녀를 낚아챈 모습에 이클립스도 제법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당신을 쫓아내는 데엔 충분하겠지.”

콰직!!

그 말과 함께.

카트시의 몸에서 기이한 힘이 쏟아져 나오더니 이클립스의 몸이 반으로 찢겨 나갔다.

“아…….”

놀란 이클립스의 단말마와 함께. 그녀의 형체가 흔적도 없이 지워진다.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내보인 카트시가 분노 서린 안광으로 이클립스가 사라진 지역을 미친 듯 짓밟았다.

콰앙!! 쾅!! 쾅!!

“감히!! 감히!! 나의 창조주께 불경을!!”

보아하니 이클립스가 같이 있던 넬타리드의 일면, 파괴가 가진 힘을 끌어다가 사용해버렸던 모양이었다.

힘을 비축해도 모자랄 판에 그런 짓을 저질렀으니. 결과적으로 두 명의 넬타리드의 힘 싸움이 일방적으로 온존 쪽으로 기울어버릴 수밖에.

카트시도 그것을 알기에 극도로 분노한 것이다.

놈은 이클립스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주변공간을 파괴했다.

“본체로 현신조차 하지 않은 당신을 찢는 건 어렵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이클립스를 완전히 증발시켜버린 카트시가 이내 나를 본다.

방금의 여파로 이곳에서 이클립스를 소환하려던 모종의 힘이 완전히 부서져 내렸다.

“당신을 소환하는 소환진은 부서졌지만. 차라리 다행이라 여기는 게 좋을 겁니다.”

당신이 소환되었다면.

눈앞에 이 홀른보다 당신을 먼저 찢어 죽였을 테니.

섬뜩한 발언이 퍼져나가자 허공에서 가루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이내 누군가의 것인지 모를 붉은 형체를 만들어냈다.

“헤헤. 이클립스 재밌다…… 이클립스랑 언젠가 재밌게 놀자.”

그 말과 함께 그녀가 사라졌다.

갈 곳 없는 분노를 터뜨린 카트시가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빌어먹을 고대룡이 계획을 모조리 망쳐놓았군요. 그렇다면…… 여기서 당신만이라도 죽여 상황을 호전시켜놓지 않으면 안 되겠지요.”

“그게 쉽…….”

철컹!!!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내가 대답을 끝내기도 전에 내 육신이 마치 십자가에 매달리듯 어딘가에 포박되었기 때문이었다.

정체 모를 금속은 나의 팔다리를 정확하게 구속했고.

이내 기괴한 기계 장치가 내 몸에 둘린다.

“제 영역에서는 모든 것이 제 의지대로 이루어집니다. 게임을 시작하지요. 당신에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내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그가 손을 휘젓기가 무섭게 사방에서 맹렬하게 회전하는 검은 톱날이 나를 향해 다가온다.

그리고 내 머리에 채워진 금속 장치가 힘을 발하며 내 머리통을 터뜨릴 듯 조여오기 시작했다.

“시간은 3분. 당신의 몸을 포박한 십자가는 당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겁니다. 팔다리를 희생하세요. 그렇게 당신을 결박한 팔다리를 포기한다면 저곳에 있는 열쇠를 이용해 당신의 머리를 조이는 기계 장치를 풀 수 있는 열쇠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살기위해선 팔다리를 잘라야 한다.

맨정신으로 팔을 자르는 것도 일반 인간에겐 극도의 공포와 고통을 주는데 팔과 다리 네 개를 모두 톱날에 넣어 갈아 잘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반사적으로 마나를 끌어 올려 그것을 부수려 하지만…….

“소용없습니다. 이곳에서 당신은 일반 인간과 다를 바 없습니다. 자 시간은 흐르고 있군요. 어디 한번 발버둥 쳐보십시오.”

그의 말에 나는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이건 영역의 장악이 아니다. 실제에 가까운 환각이다.

하지만 마법사로서 초월의 영역까지 돌파한 존재를 이렇게 한순간에 제압할 정도의 환상이라니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팔다리를 포기해? 거 취미가 나쁘네.”

“30초가 흘렀습니다.”

말없이 나를 노려보는 카트시의 말에 나는 조용히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며 안광을 번뜩였다.

“사람 잘못 봤어. 개자식아.”

콰직!!!

동시에.

내 전신을 구속하던 장치들이 갑작스레 부서져 내리기 시작한다.

“무슨?!”

“네 말대로 내 모든 마나는 여기서 소용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건 진짜 금속장치가 아니라 그가 만들어낸 환상이 내 몸에 작용하고 있는 것.

그렇다면.

“신의 권능도 거부하는 힘을 네깟 피조물이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지 마라.”

카트시는 절대적인 공포의 힘을 지닌 흉신.

그의 힘은 세상 그 어떤 존재에게도 먹힐 수 있다.

지금 이 상황 같은 끔찍한 게임의 경우는 그저 내게 극도의 공포심을 끌어내기 위한 장치일 뿐 사실상 다른 방법으로도 나를 죽일 방법은 얼마든지 있는 그였다.

하지만.

물질적으로 나보다 더 강한 존재일지라도 풀어낼 수 없는 그의 절대 영역을 오로지 나는 해결할 방법을 지니고 있다.

“아비트.”

내 말과 함께. 시간을 흘려 혼과 육신을 동기화시켜주고 한가지 힘을 억제시켜주고 있던 아비트가 리미트를 풀어냈다.

쿠웅!!!

그리고.

나를 잠식하듯 붉은 공허의 힘. 즉 헤라클래스의 금기의 힘이 내 전신을 독립시키기 시작했다.

콰지직!!

그의 말도 안 되는 환상 속에서 순식간에 빠져나온 내가 그에게 날아들었다.

딸랑!!

동시에 힘을 되찾은 내 손에 아공간에서 빠져나온 방울가지가 쥐어졌다.

[1급 대 주술]

[강신술. 기린]

정화의 힘이 서린 거대한 폭발이 그의 전신을 잠식했다.

“애초에 쉽게 이길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엄연히 이클립스와 동일한 수준의 개체. 과거 대전쟁에서도 그는 이클립스가 죽이지 못한 유일한 흉신이었다.

지금이야 상당히 약해져 있다지만 그 힘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닐 터.

지금의 내 수준이라면 조금 힘들지 모르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내가 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니까.

“대체 그 힘은 무슨?!”

“헤라클래스 그 양반의 유산이 좀 대단해.”

“헤라클래스?!”

경악한 듯 그의 붉은 안광이 거칠게 일렁였다.

쿠웅!!!

동시에 신수 기린의 힘이 서린 일격이 주변을 장악하며 놈을 찢어발기듯 퍼져나갔다.

페르세르크가 안전하게 되는 대신 그가 힘을 되찾았다면. 이제는 미국영토 인간들의 목숨까지 신경 써주면서 사울 여건은 되지 않는다.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그 사실이 날카롭게 내 심장을 후벼 파는 듯 지르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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