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45화
타로 카드 정위치.
효과 반전 없는 돌직구형 발현.
뒤집어져 있던 빛으로 된 카드가 오픈되며 그 안에서 거대한 힘의 파장이 쏟아져 나온다.
당연히 효과가 제대로 먹혀들어 갔다.
“50분의 1치고는 깔끔하네.”
이 정도는 되어야 어디 가서 밑 장 좀 뽑았다는 소리를 하지.
신마의 카드첩 중 영혼과 연동된 카드는 총 50장이다.
그리고. 내가 현재 활성화하는 데 성공한 카드는 총 10장으로 사실상 꽝만 40장이 존재한다.
하지만 내 손에 뽑힌 빛으로 된 카드는 엄연히 내가 뽑고자 한 카드가 맞았다.
“역시 손은 눈보다 빨라.”
카드의 빛이 일대를 휘감자 나를 향해 돌진해오던 이들이 멈칫하고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카드의 빛이 내게 완전히 스며들고도 아무 일이 없자 피식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뭐…… 뭔진 모르겠지만 놈의 마법이 실패했다! 희생의 효과가 있으니 지금 공격…….”
물론 놈들의 말은 끝맺어지지 못했다.
가장 가까이 있던 놈에게 순식간에 덤벼든 내가 놈의 머리통을 낚아채 들어 올렸기 때문이었다.
츠츠츠츠츳!!!
“그…… 그으으으으으!!! 으아아아아아아!!”
콰아앙!!!
동시에 그의 영혼이 폭주하듯 주변에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마나의 폭발도 물리적인 폭발도 아닌.
형체가 없는 영혼의 폭발이었다.
단 한 번에 영혼의 반절이 터져나간다.
하지만 흑마법 계통의 소울 익스플로전과는 다르게 버서크 소울의 효과는 주변의 영혼을 가리지 않고 마모시켜 버렸다.
“끄윽?!”
갑작스런 무형의 타격에 나를 향해 공격하던 이들이 비틀거렸다.
“끄으윽…… 무…… 무슨 짓을…….”
“생명의 영혼은 대량의 에너지를 품고 있거든. 이건 그 영혼의 힘을 소모시켜서 대량의 영혼폭발을 일으키는 거다. 저항력이 낮은 너희들은 무슨 짓을 해도 못 막아.”
내 말에 나를 향해 자폭하던 이들의 눈에 혼란이 서렸다.
“물론, 조건이 좀 까다롭긴 하다만. 너희처럼 저항력도 떨어지는 놈들한텐 밑장빼기가 그렇게 쉬울 수가 없는데.”
놀리듯 말한 내 손끝을 타고 또 하나의 카드가 빛을 뿜으며 나타났다.
“자자! 한 번 더 간다!! 두 번째 타로 카드, 정위치 오픈”
또 한차례 카드가 일어난다.
이번에도 똑같은 그림체를 지닌 카드였다.
“버서크 소울.”
내 한마디에 그들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콰아아아앙!!!
손에 잡힌 그의 영혼이 또 한차례 대량 소모되며 대규모 영혼 폭발을 일으킨다.
“커억!!!”
“우웨에에에엑!!!”
극도의 현기증으로 비틀거린 이들 몇몇은 속에 든 것과 피를 게워내며 끔찍하게 죽어가기 시작했다.
“세 번째 카드 간다.”
빛을 발하고 사라진 버서크 소울 타로 카드가 다시 카드첩에 스며들고 빠르게 뒤섞인다.
그리고. 또다시 열어젖힌 카드에는…….
“그…… 그만!!”
똑같은 문양의 카드가 또 있었다.
직접 당해봐서 알지만. 저항력이 부족한 이에게 이 빌어먹을 영혼폭발을 다루는 카드는 극도로 끔찍한 기억과 트라우마를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감히 좋은 시간을 방해한 대가를 치르는 만큼. 살아서 빌어봐라.
콰아아앙!!!!
이미 내 손에 잡힌 인간의 영혼은 너덜너덜해져서 도저히 인간의 혼이라고 부를 수 없는 걸레짝이 되었지만 나는 자비를 베풀지 않고 또 한차례 거대 폭발을 일으켰다.
“우웨에에에엑!!”
급기야 생명이 아닌 흑기사들마저 그 여파에 노출되어 몸을 비틀고 쓰러져 파르르 떨어대기 시작했다.
“네 번째. 오픈.”
“제발!! 제발 그만!!”
“버서크 소울.”
콰아아아앙!!!!
계속되는 폭발.
그제야 놈들은 깨달은 듯 보였다.
내가 단순히 그들을 박멸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니들이 죽는 그 순간까지 철저하게 괴롭힐 거다.”
“비…… 빌어먹을!! 그 많은 카드 중에 왜 하필 그 빌어 처먹을 기괴한 카드만 나오는 거냐!!”
바닥에 쓰러져 눈물 콧물을 다 쏟아내며 한 사내가 비명을 지르듯 소리 질렀다.
이에 내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다음 카드에 똑같은 게 나온다에 내 마나 전부를 걸지. 니들은 뭘 걸래?”
버서크 소울.
“오…… 오오…… 데스 로드 시여…… 저에게 차라리 죽음을…….”
본능적으로 끔찍한 거부감이 드는 영혼 폭발이.
또 한차례 일대를 뒤집었다.
* * *
사방은 침묵했다.
걸레짝이 되다 못해 이미 증발하고도 액기스 까지 쪽쪽 빨아 먹힐 정도로 폭발의 숙주가 되었던 영혼이 바스러졌다.
보이는 것은 정신을 잃어버린 이들이 대부분이다.
애초에 버서크 소울은 양민학살용 카드 능력이다.
단 한 명을 죽여 수십 명을 제압하는 기술.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선 여러 조건이 만족되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빛이 사라져버린 카드 첩을 가볍게 들어 손장난 치듯 섞어 보인 내가 카드를 이리저리 섞었다.
그리고는 가장 위에 한 장을 스윽 뽑아 펼치자…….
또 버서크 소울이 나타났다.
“오랜만인데 손이 아주 착착 감기네.”
영혼의 힘으로 섞이는 카드첩조차 이렇게 사기를 치는데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시가 대수랴.
“니들 장로들도 이 손기술에 껌뻑 죽어 나갔는데 말이야.”
“끄…… 끄르륵…… 제…… 제발 그만…….”
비명 지를 힘도 남지 않은 한 사내가 제발 그만해달라며 애걸복걸해왔다.
제 목숨 하나 버려가며 자폭세례를 하던 놈들치곤 참 비굴하기 짝이 없다.
“걱정 마. 넌 지금 안 죽여.”
내비게이션이 죽어버렸거든.
차우 황을 먹어치우고 내게서 도망쳤던 붉은 변이체.
놀랍게도 이놈은 버서크 소울 영혼폭발 5번째쯤에 그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의외였다.
어지간한 공격에도 버텨내던 튼튼한 녀석이었는데 카드 술사 신마의 기술 몇 번에 이렇게 죽어버릴 줄이야 상상이나 했을까.
“하여튼. 이 양반 기술은 좀 많이 특이하다니까.”
그렇게 말하며 카드를 섞은 내가 손을 뻗었다.
“타로 카드 정위치 오픈.”
내 말에 따라 카드 한 장이 움직인다.
이미 주변은 전소된 마나로 인해 마나 폭풍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여기서 굳이 마나를 쓰는 것보단 차라리 영혼의 힘인 신마의 힘을 쓰는 게 더욱 편할 수밖에 없다.
“컥?! 이게 무슨?!”
그리고. 모두가 죽은 이 와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내가 자신의 몸에 생긴 변화에 눈을 부릅뜨며 버둥거렸다.
하지만 몸은 놈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마리오네트.”
내 발언과 동시에 그의 팔과 다리에 어디서 내려온 건지 모를 붉은 실에 걸려 하늘 위로 뻗어져 모습을 드러냈다.
“됐고. 지금 도망치는 놈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내 내비게이션이 고장 났거든.”
이놈들 말려 죽이는 건 말려 죽이는 거고, 일루미나티의 잔당을 박멸하는 건 어차피 할 일이다. 예외 따윈 없다.
* * *
“어서 움직이십시오. 시간이 없습니다.”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이들이 황급히 헬기로 올랐다.
애초에 예상했던 일이지만 너무 빠르고 너무 정확했다.
이미 세계 각지에 변이체들이 활동하고 있는 이 시국에 대체 어떻게. 무슨 수로 여길 대번에 찾아온단 말인가.
우연이라기엔 너무 폭거에 가까울 정도의 상황이지만 일루미나티의 남은 조직원들은 거기서 멈출 수가 없었다.
“교단에 간 자들은 어떻게 되었나.”
“임무를 마치고 좀 전에 복귀했습니다.”
“작전은?”
“성공적입니다.”
“최후의 순간에 사용할 수 있겠군.”
노년의 사내가 중얼거리며 헬기에 올라탔다.
“시간이 없다. 결사대가 놈을 붙잡고 시간을 끌어주고 있는 동안 우리는 이곳을 벗어난다. 목표를 이루었으니 우리는 이제 이 땅에 어떤 필요도 남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불안전한 마석을 모조리 터뜨려서 놈이 우리를 추적하지 못하게 마나를 전부 흩어버려!”
콰아앙!! 쾅!!
헬기는 엔진을 이용해 떠 오르는 만큼 마나의 여부에는 상관이 없다.
하지만 그 빌어먹을 티오니스 성자는 마나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마나의 움직임을 막고 폭발을 일으켜놓으면 아무리 그라도 쫓아오지 못하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이윽고 헬기 대여섯대가 동시에 이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바닥에서 새하얀 빛이 일어나더니 새하얀 안개처럼 생긴 맹수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콰직!!!!!
그리고, 헬기가 벗어나기도 전에 스프링처럼 점프해 헬기들을 급습했고 그대로 구동부를 물어뜯어 추락시키기 시작했다.
“무슨?! 분명 마나를 전소시켜서 폭풍을 만들어놓았을 텐데?!”
어지간히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지금 상황에 마나를 쓴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물론 마스터 급 이상의 존재들은 저렇게 해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일 뿐이다.
그것은 마스터 급 존재에게도 큰 부담이 될 테니까.
그렇다면 이 미친 맹수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추락하는 헬기 속에서 여기저기 비명이 쏟아진다.
필사적으로 저항하던 헬기들이 하나둘 빙글빙글 돌며 회전하고 추락하기 시작했다.
콰앙!! 쾅!!
그리고 결국은 모두가 제대로 떠오르기도 전에 완전히 추락해버렸고 몇 대는 추락의 충격으로 폭발해버렸다.
“커헉!! 컥!”
바닥에 떨어진 노인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마나 폭발의 여파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대체 어떤 미친놈이, 대체 무슨 방법으로 이런 사태를 일으켰는지 확인하려 했다.
그리고.
그는 볼 수 있었다.
악을 쓰며 비명을 지르는 결사대원 하나를 앞세운 채 느긋하게 걸어오는 소년의 티를 갓 벗어난 청년을 말이다.
“가긴 어딜 가. 이 새끼들아.”
스산하게 웃으며 말하는 그를 보며 노인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렇게 잡히면 조직은 완전히 괴멸한다.
아직 국가 수뇌부에 숨어든 자들이 있긴 하지만 그들은 하나하나 극소수일 뿐. 컨트롤타워인 자신들이 죽어버리면 조직의 근본이 뒤틀려 와해될 수 밖에 없다.
변이체야 일루미나티가 괴멸하건 말건 명령을 주입받은 대로 날뛰겠지만 자신들이 죽으면 변이체가 아무리 많은 들 무슨 소용일까.
그렇기에 살아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던 중 그는 좀 전 넬타리드 교단에 파견되었던 이들이 가져온 성과를 생각했다.
‘그래…… 데스 로드의 마지막 아티펙트로 만든 그녀라면…….’
그렇게 생각한 노인이 숨죽인 채 빌어먹을 괴물 같은 자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뒤편에 살아남은 젊은 흑마법사를 향해 눈짓을 했다.
그녀를 깨워라.
데스 로드의 아티펙트를 이용해 만들어낸.
데스 로드 그 자체.
로 아이아스를 깨워내면 아무리 저 괴물 같은 자라도 어찌하지 못하리라.
비록 불안정한 상태지만 죽음 그 자체인 절대 군주라면 그에게서 도망칠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생각과 다르게 데이비는 너무 느긋해 보였다.
“너희들도 선물해줄게.”
씨익 웃으며 그가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왔던 결사대의 머리통을 낚아챘다.
동시에 그의 주변으로 새하얀 카드들이 빠르게 모여들며 회전했고 뒤섞인 뒤 하나의 덱이 되었다.
“정위치 오픈.”
그 말에 데이비의 손에 잡힌 사내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비명을 질렀다.
“차…… 차라리 죽여줘!! 제발!! 제발 그만!!”
“어허! 뭐가 나올지 어떻게 알고 그러나.”
“개자식아!! 어차피 백날 섞어본들 또 그 빌어먹을…… 우웁!!!”
투쾅!!!!
그 말과 동시에.
헛구역질을 한 사내의 영혼이 반절 정도 소모되며 영혼의 폭발이 일어난다.
“그러네? 또 버서크 소울이네?”
이미 알고 있으면서 몰랐던 것처럼 씨익 웃는 그 모습을 보며 처음 영혼폭발에 노출된 이들이 입을 틀어막고 비틀거리듯 쓰러졌다.
“커헉?! 이게 무슨?!”
“끄윽!!”
상상을 초월하는 어지럼증과 환각. 그리고 무력감과 내장이 진탕되는 듯한 기괴한 느낌이 전신을 엄습하자 순식간에 주변이 무력화되기 시작했다.
“아 좋아 그럼 이번엔 다른 게 뽑히길 기도해보자고.”
장난스레 말한 데이비가 또다시 카드를 허공에 띄워 섞었다.
“타로 카드 정위치 오픈.”
그리고.
“버서크 소울.”
그는 자비심이라곤 한마디도 없다는 것을 입증하듯 무슨 카드인지 보지도 않은 채 그 효농을 입에 읊었다.
보지도 않고 그 효과를 언급했는데 그게 그가 말한 효과가 맞았다?
마치 놀리듯 카드의 효능에 대해 알려준 대로라면 50장 중 한 장을 열 차례 이상 연속으로 뽑은 건 도저히 운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역시 네 맘대로 뽑는 거잖아. 개…… 개자식아아아아!!”
처절한 비명과 함께. 손에 잡힌 사내의 영혼이 4분의 일로 찢겨 나가며 또다시 거대 영혼폭발이 일어난다.
도망치기 위해 모여들었던 일루미나티 전원은 비명을 지르며 애걸복걸하는 사내를 보며 또다시 바닥에 쓰러져 피와 속에든 것들을 모조리 게워내고 고통 속에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