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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752화 (751/1,559)

제 752화

연희의 육신에서 이해 못 할 수준의 무거운 투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러 의식장에서 떨어진 거리에 방어진을 치고 있었던 덕분에 의식에는 문제가 없었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면 분명 영향을 끼쳤으리라.

데이비가 내린 명령은 절대 적이 의식을 방해하지 못하게 막을 것.

데이비가 그녀를 믿기에 내린 막중한 임무였지만 그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성장 속도로는 지금 날뛰는 괴물을 막아내기 버겁다는 것을 말이다.

게다가 데이비는 모르는 듯했지만.

이번 명령에 목숨을 지켜가며 싸우라는 말은…….

‘없었다고 판단.’

륀느의 눈에 푸른 빛이 일렁였다.

어떤 일에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던 그녀였지만 지금의 그녀는 무표정임에도 충분히 결사항전의 낌새를 표정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표정이 변했네요. 기계 같던 표정은 당신에게 마냥 어울리진 않습니다.”

“정체를 밝힐 것을 요구.”

륀느의 소유자. 데이비의 전생의 삶이었던 신현수의 가족이며, 장녀인 신연희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녀가 아니었다.

애초에 그녀가 저런 분위기와 위압을 품는 건 불가능하니까.

그 말에 연희가 씁쓸한 웃음을 짓더니 이내 형태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은 소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당신은 그곳에 있을 존재가 아닙니다.”

“륀느, 협상은 생각이 없음을 명시.”

철컹!!

륀느의 손에 입자들이 모여들며 거대한 주포의 형태를 만들어냈다.

그리고는 남은 손으로 주포의 포신을 받쳐 그에게 겨눈 뒤 다시 말했다.

“륀느에게 하달된 명령은 적들의 진입을 저지.”

“…… 넬타리드 님의 처단부대였던 당신이 어찌하여 그토록 타락했단 말입니까.”

“륀느. 그런 건 모른다고 대답해.”

“하면 이야기해드리지요.”

지이잉…….

투쾅!!!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집약되어 순식간에 그를 향해 날아든다.

막대한 반동으로 주욱 밀려난 륀느가 맨발에 힘을 주어 지반을 갈아버리듯 몸을 지탱했다.

처음 륀느가 깨어났을 때와는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출력이었다.

초창기 단순한 마스터 급 뱀파이어의 힘만 발휘하던 하프 뱀파이어. 밀피유와의 싸움에서도 특별히 적을 압도하지 못하던 그녀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내뿜는 힘은 이제는 단순히 마스터 급 존재가 막아내기엔 너무 거대해졌다.

콰앙!! 쾅!!

딱히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소년 카트시와 다르게 륀느는 망설임 없이 사방을 비행하며 그에게 폭격을 가했다.

수차례의 폭격에 이어 그녀의 손등에 생겨난 라이트 세이버가 고열의 빛을 발한다.

“흡!”

카트시의 눈이 부릅 뜨여짐과 동시에 잔상을 남기듯 섬광처럼 파고든 륀느가 라이트 세이버를 빙그르르 돌리듯 파고들었다.

“당신은 자랑스러운 넬타리드 님의 종자였고, 절대적인 처단부대의 상징이었습니다.”

위협적인 공격이 계속된다.

그 반면 카트시는 륀느의 공격을 여유롭게 피해내며 계속해서 륀느를 자극했다.

“륀느는 아무것도……!”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내 눈은 속일 수 없습니다!!”

격하게 소리친 그가 빠르게 접근하는 륀느와 이마를 충돌시킬 것처럼 몸을 숙였다.

륀느의 푸른 눈동자가 살짝 크게 뜨여진 것과 동시에.

콰앙!!!!

바닥을 강하게 구른 그의 발끝에서 시커먼 줄기들이 쏟아져 나왔고 륀느를 한순간 감쌌다가 사라졌다.

마치 벌레떼가 모여들 듯 검은 안개는 살아있는 것처럼 륀느를 동그랗게 감쌌다가 그대로 흩어졌다.

검은 안개 속에서 나타난 륀느의 육신은 처음과는 완전히 달랐다.

깨끗하던 옷은 넝마가 되어있었고 육신 여기저기에 상처가 가득 했다.

“커헉?!”

참지 못하고 륀느가 격한 토혈을 한다.

그녀의 육신에 가동되는 붉은 에너지 용액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경악감을 감추지 못한 채 쓰러지는 그녀를 보며 카트시는 마치 시간이 느려진 것처럼 느릿느릿 쓰러지는 그녀에게 빠르게 파고들어 그녀의 목을 틀어쥐고 사정없이 바닥에 내팽개쳤다.

콰아아아아앙!!

그녀의 몸이 지면에 닿자 사방이 갈라지고 부서진다.

“그 빌어먹을 프리아에게 몇 번을 이용당하실 겁니까!! 한번 속아 종족 전체를 데리고 배신한 것도 모자라 육신까지 제공하더니! 이번엔 영혼까지 너덜너덜해진 채 기억까지 봉인 당했습니까!?”

대꾸할 틈조차 없는지 륀느는 카트시에게 잡힌 채 흐느적거리듯 끌려갔다.

“자랑스러운 처단부대가! 감히 신의 검을 상징하는 백익 세피로스가!!! 한 종족이나 다름없는 당신이!!!”

무엇이 그리 화가 났는지 카트시가 륀느의 머리를 잡고 그녀의 골통을 부숴버릴 듯 지반에 내리찍었다.

쾅!!! 쾅!!!

차마 지켜보지 못할 정도로 참혹한 공격이 이어진다.

그리고 수차례의 난타 끝에 카트시의 행동이 멈추자 륀느가 파르르 떨리는 팔을 들어 그의 손을 잡았다.

“어찌 이리 추한 꼴이 되었단 말입니까. 육신도 기억도 잃고 이렇게 인형이 된 꼴이 퍽 우습군요.”

카트시의 말에 륀느의 공허해진 표정에 피식 미소가 걸렸다.

“륀느…….”

“…….”

그 말에 카트시가 행동을 멈추고 그녀를 본다.

“데이비 님의 성능 우수한 생체 골렘 륀느. 지금은 그 외에 어떤 것도 관심 없다고 명…… 시.”

그녀의 기계 심장이 급속도로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순간에 너무 과한 충격을 받은 것이다.

애초에 륀느도 모르지 않았다. 데이비조차 가진바 모든 힘을 끌어내야 하는 카트시를 상대로 그녀가 버틸 수 있을 리 없으니까.

그렇다고 데이비를 이곳에 부를 수도 없었다.

그는 세계 각지를 빠르게 순회하며 닥치는 대로 심연의 존재들을 격멸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도움이 되면 되어야지 방해가 될 순 없다.

물론 이렇게 그를 놓칠 생각 또한 없었다.

목숨을 걸어가며 막았으니. 그의 발목을 조금이라도 붙잡으리라.

그 대가는…….

목숨 정도.

“유감스럽네요. 솔직히 말해서 당신은 정말 증오스럽거든요.”

콰아앙!!!

이윽고 옅게 입자를 모아 작은 라이트 세이버 단검을 만들어낸 륀느가 카트시의 팔에 찔러넣는 것으로 행동을 멈추자 카트시는 그녀의 머리를 잡은 채 한 차례 더 지면에 처박아버렸다.

륀느의 날개가 마치 빛을 잃은 것처럼 색이 탁해진다.

그녀의 이마에 새겨진 작은 보석이 서서히 옅어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생명력이 점차 바닥을 향해 떨어졌다.

“륀느…… 임무 속행.”

거의 기어들어 가는 듯한 목소리로 륀느가 중얼거리기가 무섭게 지반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흣?!”

이에 카트시가 눈을 부릅뜨고 륀느를 잡은 채 주변을 둘러보기가 무섭게 순차적으로 금빛의 창살 같은 것이 그와 륀느를 가둬버리듯 지상 아래에서 쏘아져 올라왔다.

철컹!!

그리고 그를 가두어버리듯 완전히 닫혀버렸다.

“세피로스…… 제 1격 결계…….”

낭패를 봤다는 표정으로 카트시가 쓰게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설마하니 지하 속에 이런 결계를 준비하고 있었을 줄이야.“

“륀느…… 임무를 속행해…….”

“아직도 살아있었습니까? 그래. 세피로스 때의 힘을 쓴다는 건…… 기억이 조금이나마 있다는 것이겠죠.”

“륀느…… 무슨 말인지 의미불명…….”

끝까지 잡아떼는 륀느를 보며 한숨을 내쉰 카트시가 공허하게 웃어 보였다.

“뭐 상관없겠지요. 어차피 당신을 마무리하고 이 창살을 부숴버리면 그만이니.”

담담하게 중얼거린 그는 창살 안에 륀느를 아무렇지 않게 던져버렸다.

그리고는 양손으로 창살을 잡았다.

“1격 결계라곤 하나 본래의 육신도 아닌 당신이 만든 1격 결계는 애들 장난일 뿐이지요.”

콰직!!! 콰지지지지직!!!

그의 손끝에 따라 힘이 모여들기 시작하며 창살이 서서히 일렁이기 시작했다.

이클립스와도 싸우는 카트시의 전력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견고함이긴 하지만 그래 봐야 그를 막기엔 버거울 뿐이었다.

전신에 부서지고 일그러진 륀느는 처참한 몰골을 한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팔은 언제 뜯겨 나갔는지 내부에 푸른 부품과 회선이 삐져나와 있었고, 다리 부분은 표면이 일그러져 푸른 스파크를 튀기고 있었다.

육신 전체가 짧게 짧게 경련하기도 했다.

그런 주제에.

그녀의 시선은 죽어가면서도 끝까지 카트시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전까지 륀느가 겪어온 그 어떤 죽음의 위협보다 치명적인 부상. 기계 심장에 과한 데미지가 가해져 버린 것이다.

잘 움직이지 않는 입술을 오물거리며 륀느가 말했다.

“1격…… 결계…… 당신에겐 치명적…….”

“그렇다고 해도…… 당신은 너무 약해져 있으니까요. 예전 처단부대의 상징이자 세피로스 그 자체였던 당신이라면 모르겠지만.”

그 말에 륀느가 피식 웃어 보였다.

쩌적!!

그리고.

곧 그녀가 만든 1격 결계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삼십 분. 한 시간.

결국, 륀느의 결계는 그 정도밖에 카트시를 묶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죽어버린 듯 침묵하는 륀느를 뒤로한 채 1격 결계가 바스러지듯 주변으로 흩어지자 카트시는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나는 당신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 빌어먹을 고대룡과 같은 심연이니.”

“심연과 동맹을 맺은 주제에 말이 우스운 게지.”

그의 앞을 막아선 건 활발한 느낌을 주는 드레스를 입은 은발의 소녀였다.

소녀의 머리엔 마족을 상징하는 백색의 큰 뿔이 달려있었다.

다른 어떤 마족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장 큰 크기. 보통 크기가 손가락 엄지 정도 사이즈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녀의 뿔은 이례적으로 거대한 편이기도 했다.

주로 뿔의 크기는 마족의 상징이라 하였던가.

사뿐사뿐 걸어오는 소녀의 손에 빛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콰드득!!

동시에 그녀를 향해 접근하려던 카트시의 몸이 비틀거렸다.

“큭?! 이제 와서?!”

경악한 듯 그가 중얼거렸다.

륀느에게 받은 부상은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그가 이클립스에게서 살아 돌아온 건 반쯤 행운이나 다름없었다.

이클립스는 그만큼 카트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했고.

그녀에게도 반격을 가했지만 애석하게도 그 또한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다.

휘리리리릭!!

마치 그림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그의 팔다리를 구속하자 카트시가 소녀를 노려보았다.

“안심하십시오. 솔직히 심연은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만…… 나는 당신이 싫습니다. 솔직히 여기서 죽여버린다고 무엇이 문제 될까요.”

그깟 심연 놈들 엿이나 먹으라지.

“대의 따위는 애초에 눈에 보이지도 않았던 게지.”

심연은 그녀를 데려가려고 할지언정 그녀를 죽이지 못한다.

그녀가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니까.

반대로 카트시를 포함한 파괴의 넬타리드 진영은…….

그딴 건 상관없었다.

“분명 당신이 이곳에 오지 못하게 그 홀른이 막았을 텐데…… 그걸 무시하고 나온 모양이군요.”

“륀느의 생명력이 떨어지는걸 두고 볼 수 없으니까.”

페르세르크의 눈에 서늘함과 분노가 서렸다.

그녀의 눈에 넝마가 되어버린 륀느가 잡혔다.

“새하얀 처단자. 6익의 세피로스를 걱정하는 타나토스의 상징이라. 퍽 웃기군요. 홀른을 포함한 프리아 진영을 가장 많이 참살한 세피로스가 홀른에 붙은 것도 사실 기가 막히지만.”

짧게 중얼거린 그가 그림자의 촉수를 벗어나려 애쓴다.

하지만. 그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제대로 끊어내지 못했다.

“그대. 아직 부상이 너무 심해서 제대로 싸울 수조차 없는 몸인 게지.”

그리고 그런 그의 상태를 페르세르크는 정확히 꿰뚫어 보았다.

그리고.

사뿐사뿐 걸어온 페르세르크의 주변으로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본녀를 이 지경으로 만든 심연을 원망해도 좋을 게야. 변화는 정말 원치 않지만…… 작정하고 싸우면 이런 것도 가능하니.”

데이비는 모르지만.

옅게 웃어 보인 그녀가 천천히 카트시를 향해 다가가며 한쪽 팔을 들어 보였다.

요염해 보이기까지 한 그 행동 끝에 그녀의 손가락이 비틀리듯 튕긴다.

따악!!

청명한 소리와 함께.

카트시의 주변 공간이 흑백으로 탈색되었고.

그렇게 변질 된 공간 너머에서 경악스러운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커헉?!”

그 모습을 본 카트시의 얼굴에 경악성이 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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