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58화
[웃기지 마라! 이딴 꼼수로 감히 정령왕을 소환하려는 것이냐!! 분수를 알아라. 인간!!]
격노하는 바람의 정령왕 실피드의 외침과 함께 칼날 같은 바람이 내게 날아들었다.
애초에 내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정령을 소환한 바 있던가.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나 내 손에 소환된 정령은 정령 여제 유리아나가 계약했던 바람의 정령왕이었다.
휘이이이잉!! 서걱! 서걱!
싸늘한 칼바람이 몰아친다.
닿는 대로 모조리 베어버릴 것 같은 공격이 나를 위협하듯 휘몰아치지만 나는 녀석의 장단에 놀아나 줄 생각이 없었다.
“할 거야?”
스릉…….
병 끝의 날카로운 부분이 빛나기 시작했다.
[무슨?]
“안 할 거야.”
빨리 정해.
내 미소에 그의 얼굴에 식은땀이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 * *
눈이 팅팅 부은 바람의 정령왕 실피드. 통칭 제비가 비굴하게 손을 비비적대며 내 곁에서 부유한다.
현재 나는 실피드가 만들어낸 바람의 새에 올라탄 채 대양을 빠르게 건너고 있었다.
정령왕답게 엄청난 속도라는 점에선 제법 만족스럽다.
부유 마법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편이라 장시간 사용하는 건 굉장한 부담이 되는 것도 물론 속도가 빠를 수가 없다.
메가로드리아나 신수들을 동원하지 않는 지금에 이르러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 바람의 정령을 이용하는 것인데.
사람이 정령을 소환할 거면 그냥 소환하면 쓰나.
바람에 앉듯 느긋하게 몸을 맡기고 있던 내가 그를 흘겼다.
“야.”
[예…… 예?]
“여기서 떨어뜨리는 순간 아주 크게 후회할 거다.”
[…… 아…… 암요! 누가 그러겠습니까요!]
당황한 듯 녀석이 온 손짓 발짓 다 하며 울상을 지었다.
비굴하게 구는 정령왕의 모습은 확실히 괴리감이 들지만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제 아무리 잘난 정령왕이라도 정령계가 아닌 이곳에서 사용하는 힘에도 한계가 있다. 또한.
맹자 가라사대.
매질 앞에 장사 없다고 하였나.
[여…… 여기로 가면 될깝쇼…….]
“더 빨리 못가?”
[여……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예. 빨리 가야 한다면 얼른 가드려얍죠.]
처음엔 당당하게 나서던 녀석이 레바테인 한 번에 고분고분해지는 걸 보면 역시 이놈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한 느낌이다.
상황에 따라 이리 붙었다가 저리 붙었다 하는 간신.
제비 자식. 니가 그러면 그렇지.
물론 성격이 저렇게 촐싹거리는 간신이라도 능력은 확실히 보장되는 정령왕이라 할 수 있다.
순식간에 대양을 넘어 육지에 다다르자 아주 대놓고 나 왔소! 하며 시위하듯 이클립스 특유의 끔찍할 정도로 무거운 힘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작정하고 날뛰면 지구의 인간이 버티는 시간이 얼마나 되겠는가.
길어야 며칠 정도.
알프 온라인 일부를 일거에 사막으로 바꿔버릴 정도라면 딱히 계산이 필요하기나 할까.
서서히 이클립스의 힘의 파장이 강해지자 나를 태워 가던 실피드, 제비 녀석의 표정이 파랗게 질린다.
“이게 무슨…….”
쉬이이이이이잉!!!!
이클립스의 힘은 정령왕조차 경악하게 할 정도였던 모양이었다.
마침 기다렸다는 듯 대여섯대의 전투기가 내 곁으로 날아든다.
이에 느긋하게 고개를 돌리니 전투기의 조종석에 앉은 이가 말없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어쩌라는 건데.
쉬이이잉!!!!
나와 속도를 맞추어 이클립스의 파장이 느껴지는 곳으로 날아가던 전투기들이 일제히 곡예 비행하듯 나를 중심으로 기체를 기울여 어디론가 빠르게 향하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내가 온 것을 안 미 국방부쪽에서 지원 식으로 보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군대 화력으로 크게 효과를 볼 수나 있나?
애초에 화기 내성은 흉신 쪽의 특권이지만 심연은 저들의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하물며 이클립스 정도라면 더 말할 것도 없으리라.
이윽고 나를 유도하는 전투기를 따라 다시 바다 쪽으로 나가니 기다렸다는 듯 거대한 항공모함 한 대가 있는 게 보였다.
수십 대의 전투기가 당장이라도 출발할 준비를 하듯 점검을 받고 있고 군복을 입은 수많은 군인들과 특수한 제복을 입은 남녀들이 가득 보였다.
이윽고 나를 향해 아래쪽을 가리킨 전투기들이 흩어졌다.
잠시 저길 들려달라는 소리겠지.
나는 서서히 나를 태우던 바람의 새를 항모의 활주로에 착륙시켰다.
후우웅!!!
거대한 바람이 터져나가듯 천천히 나를 내려 세우자 수많은 이들의 시선이 내게 닿는다.
“데이비 왕자야.”
“오 신이시여…… 정말로 와줬어.”
그들의 표정엔 안도와 기쁨이 서려 있었다.
“미합중국 제7함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미 해군 7함대 함장 아이작 넬슨이라 합니다.”
절도있는 말투로 나를 향해 경례를 붙이는 그 모습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티오니스 대륙의 라운 왕국 소속, 데이비 올 라운입니다.”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우선 자세한 이야기는 함내로 가셔서…….”
아무래도 내가 오기 전부터 이클립스를 상대로 미 군부와 각성자들이 무언가 작전을 펼치고 있는 듯 보였다.
말없이 그를 따라 함내로 들어서자 수많은 군인 장교들이 긴장한 채 나를 바라보는 게 보였다.
“시간이 없다는 건 알고 계실 겁니다.”
“그 괴물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으십니까.”
“자세히는 몰라요.”
알아도 말해줄 생각은 없지만.
“다만. 한번 붙어본 적은 있습니다.”
내 답변에 그들의 얼굴에 환희가 어렸다.
“오오. 그렇다면…….”
내가 적을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지 여기저기서 희망찬 발언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미함장 아이작 넬슨만큼은 표정이 굳어졌다.
“눈치 빠르시네요.”
“죽이지…… 못하신 겁니까?”
“정확히 말해서 털렸습니다. 아주 시원하게요.”
내 말에 주변의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그래서. 이클립스를 상대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아…… 그…… 그것이 그녀의 힘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토벌을 위해 갔던 세계 최고의 각성자와 군부대가 눈 깜짝할 새에 전멸했으니까요.”
그의 설명은 당연한 내용이었다.
“그냥 두면 며칠 내로 지구를 말살하고도 남을 겁니다. 알고 있는 사람도 있을 텐데요?”
흉신이 나의 여론을 안 좋게 만들기 위해 이클립스와 내가 싸우다가 알프 온라인을 개 박살 내는 영상이 한 차례 지구에 나돌았었으니까.
“그 영상이…… 사실이었단 말입니까?”
“수백 킬로미터 땅덩어리를 한순간에 사막으로 바꿔버리는 괴물이니까요. 그래서?”
“아. 계속하겠습니다. 현 국방부에선 육지 내에서 그녀와의 싸움은 너무도 큰 피해를 낸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하여 그녀를 바다로 유인하여…….”
“유인해서?”
“핵미사일과 마나억제탄을 투하할 생각이었습니다.”
아마 그 핵미사일이 한발을 말하는 건 아닐 것이다.
수백 발에 달하는 핵을 쏟아버릴 생각이었을 터.
문득 방사능 처리는 어떻게 할 건지 궁금증이 일었다.
“거 바다에서 펑펑 터지면 방사능 문제가 심각할 텐데.”
“그 부분에 관해선 군 기밀이라…….”
양해를 부탁한다는 듯한 말에 나는 손사래를 쳤다.
그 말인 즉 미국은 감당이 안 되는 괴물인 이클립스를 해양으로 유인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다행히 그녀는 미국방부의 전투기를 흥미롭게 보며 따라오고 있습니다. 좀 전 플로리다 해변의 위로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오고 있다더군요.”
참 기가 막힌 발언에 내 곁에 몸을 숨기고 있던 실피드가 조심스레 모습을 현신했다.
철컥!! 철컥!!
동시에 경악한 군인들이 일제히 총을 그에게 겨누었다.
[감히!! 인간 따위가 내게 무기를 겨누는가!!]
휘이이이잉!!! 챙그랑!!!
순식간에 유리창이 박살 나고 내부의 장비들이 거칠게 날아다녔다.
사람을 날려버릴 정도로 강대한 바람을 내뿜는 그의 행동에 나는 한쪽 손을 들어 그대로 실피드, 제비 녀석의 머리를 짓눌러버렸다.
“나대지마. 제비”
[옙!]
내 발언에 그가 언제 그랬냐는 듯 입을 다물고 고분고분하게 침묵하자 쓰러진 군인들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을 했다.
“미안합니다. 일단은 정령의 왕이다 보니 콧대가 좀 높아요.”
“괘…… 괜찮습니다.”
[저…… 계…… 계약자님?]
“왜.”
[저…… 저는 이제 그만 돌아가 봐도 되지 않을까요?]
나를 향해 녀석이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말했다.
아마 이클립스가 내뿜은 파장에 완전히 겁을 집어 먹어버린 것이리라.
나 완전 겁먹었음! 이라고 아예 이마에 써 붙인듯한 녀석의 표정을 보니 이클립스의 여파를 제대로 느끼고 있는 듯 보였다.
확실히. 지금 인간들은 모르는 듯하지만, 실피드나 나의 경우 그녀의 힘의 여파가 전신에 닭살이 돋을 정도로 저릿저릿하게 퍼져오고 있으니 말이다.
“누구 마음대로. 넌 죽어도 내 곁에 있는다.”
[아…… 아니 그럴 수 없다고! 아…… 아니 없어요! 할 건 다 했잖아요!]
“네 도움이 필요해.”
내 말에 녀석이 어쩔 줄 몰라 방방 뛰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녀석을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혹시라도 도망치면 네 몸에 레바테인을 직접 꽂으러 정령계 까지 찾아갈 거다.”
[아…… 악독한 인간!!]
“유리아나에게 한번 당했는데 내게 못 당할 건 없지?”
내 미소에 그가 멈칫했다.
[당신이 그녀를 어떻게…….]
좀 전까지만 해도 경박하던 녀석의 모습이 아니었다.
멍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그를 뒤로한 채 내가 다시 아이작에게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레이더 반응!! 목표가 접근 중입니다!!! 속도가 갑자기 빨라졌습니다!”
레이더를 보는 장교의 외침에 주변의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5함대와 8함대가 먼저 대기하고 있었을 텐데?! 그들은! 그들은 어찌 되었나!”
“위성사진 출력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몇 장의 사진을 특수한 장치에 출력한다.
그리고 모두가 경악한 듯 입을 다물었다.
바다 위를 춤추듯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고딕풍 드레스를 입은 소녀의 주변으로 생지옥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각난 항모가 두 대. 배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호위함들이 검은 연기를 뿜은 채 조각나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분명……5분 전만 해도 이상 없음이라고 보고가 왔는데…….”
아이작이 아연실색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에 나는 실피드 녀석의 뒷덜미를 낚아채고 말했다.
“당신들이 싸우는 게 그런 괴물입니다. 함대 물리세요.”
“자…… 잠시만요! 데이비 왕자! 혼자서 가시면!”
“애꿎은 목숨 날리지 마시라고. 그리고.”
“…….”
“방해됩니다.”
싸늘한 내 말에 아이작이 침묵했다.
자존심이 상하는 것일까.
세계 최강의 군사국가로 자부심이 가득하던 미국방부의 함대 두 곳이 한순간에 전멸한 것도 모자라 도움 안 되는 방해꾼 취급을 당했으니까.
“당연한 거라 생각하세요. 이클립스는 재앙입니다. 미 함대가 아무리 대단해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의 비를 막을 순 없잖아요?”
“그렇다면…… 왕자께선 이길 수 있으신 겁니까?”
그의 물음에 나는 잠시 멈췄다가 선실의 문을 열고 나가며 말했다.
“모르죠.”
* * *
이클립스는 정확히 바다를 가로질러 내가 있는 곳을 향해 오고 있다.
느릿느릿 장난치며 오던 그녀가 속도를 올린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가까이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당장 내가 항모를 떠나 그녀를 요격할 줄 알았던 것과 다르게 내가 바로 떠나지 않고 있자 의아한 기색들이 가득했다.
활주로의 끝에 선 채 말없이 바다의 저편을 보던 내 행동에 항모에 있던 군인들과 각성자들의 시선이 모이는 게 보였다.
“저…… 티오니스 성자님!”
그때 나를 향해 조심스레 다가온 한 병사가 보였다.
그는 말없이 내게 십자가를 건네주며 실없이 웃어 보였다.
“저희 어머니가 주신 십자가입니다.”
“이걸 왜 제게 주십니까?”
“하느님께서 지켜주실 겁니다.”
그의 미소에 나는 피식 웃어 보였다.
나이는 나보다 조금 더 많아 보였다.
20대 초반 정도.
아직 일병에 불과한 계급을 지닌 청년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이번 싸움은 사실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니까요. 원래 전역을 앞두고 있었습니다만 군인이 적을 앞에 두고 물러날 순 없죠.”
“뭐하러 남았습니까. 잽싸게 집으로 가야지. 그렇게 죽으면 누가 억울함을 풀어준답니까.”
“저는 군인이니까요. 이번 일이 끝나면…… 고향으로 돌아가서 어머니를 모시고 농사를 지을 겁니다. 마을에 사는 에밀리와 결혼하기로 약속…….”
“쓰읍.”
그의 말을 끊은 내가 그를 노려보았다.
“죽고 싶어 환장했어요?”
“예?”
“영화 보면 꼭 그런 말 하는 사람이 죽어요.”
내 말에 그가 헛웃음을 흘렸다.
“티오니스 성자님은 지구 사람이 아닌데 정말 지구 사람 같네요.”
“지구는 나름대로 독특하고 매력 있는 세계니까요. 인터넷은 참 좋습니다. 한국에 남은 이유도 사실 그거 때문인 거 같네요.”
“오우. 코리아. 확실히 인터넷이 빠르다고 알고 있어요.”
군인으로서의 자부심이 가득한 청년의 말에 나는 조용히 십자가를 받아들었다.
넬타리드 교단이 생겨난 뒤로 천주교 계통과 불교 계통 등등 수많은 종교가 휘청거린 건 사실이다.
진짜 신의 존재가 나타났으니까.
“비록 하느님의 존재가 불투명해지긴 했지만, 오랫동안 믿어온 종교를 버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일단은 주신의 성자인데 타신의 증표를 주다니요.”
“아하…… 그런가요.”
“뭐 그래도 잘 간직하겠습니다.”
“필요한 게 있으시다면…….”
“왔네요.”
피잉!!!
그 말과 함께 보이지도 않던 바다 저편에서 빛이 번뜩였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속도로 검은 창이 내 곁에 있는 청년을 향해 날아든다.
콰직!!!
묵직한 소리와 함께 창이 그를…….
찌르진 못했다.
혹시나 했더니 정말이네.
나는 손이 저릿저릿할 정도로 강한 힘을 품은 채 날아든 창을 바라보며 그것을 집어 던져버렸다.
“흐악?! 이…… 이게 대체 어디서?!”
청년은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방금 전 자신이 죽을뻔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애애애앵!! 애애애애앵!!
이윽고 레이더에 적이 잡히는지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한다.
“아이작 사령관에게 내 말 전하세요.”
내 말에 그가 떨리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대로 함대 돌려서 최대한 멀리 도망가라고.”
플라이 마법으로 몸을 띄운 내가 양손을 부딪쳤다.
“노아스. 엘라임.”
내 부름에 두 정령왕이 나타난다.
바닷속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흙의 거인과 바닷물이 뭉쳐져 만들어진 거대한 물의 여인이 나를 바라보았다.
[계약자. 자살행위다.]
“프리아 여신의 신력이 아직 남아있어. 쉽게는 못 이겨도 이쪽도 쉽게 지진 않아.”
애초에 그녀를 죽이러 온 게 아니니까.
[요구를 말하라.]
“섬을 하나 만들어줘.”
방대한 신력을 끌어올리며 내가 말하자 노아스는 그대로 눈을 감더니 흙더미로 흩어지며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구구구구구궁!!!!
동시에 거대한 지진이 일어나며 경악스러운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물밖에 없던 바다 한복판에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섬이 솟아오른 것이다.
[이프리트는 부르지 않다니, 뭐 당신이 알아서 하겠죠. 그래서? 나는요?]
그녀의 말에 나는 빙그레 웃어 보였다.
“넌 잠시 기다려.”
그 말과 함께 나는 솟아오른 섬을 향해 날아올랐다.
그리고 내가 섬의 모래사장에 발을 디뎠을 때 저 멀리서 바다 위를 사뿐사뿐 걸어오는 작은 소녀가 보였다.
“오빠!!”
나를 향해 반색하는 소녀를 보며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기는 싸움이 아니라 그녀를 이용해 페르세르크를 구원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애초에 그녀가 지금 죽으면 곤란하니까.
하지만. 그전에.
“오랜만이다?”
당한 건 갚아줘야지.
그 말과 동시에 청단이와 홍단이가 이기어검술로 날아올랐고 그 뒤를 이어 아공간에서 꺼낸 수백 수천 자루의 검들이 하늘을 가득 메우듯 날아올랐다.
대계 이기어검.
수백 수천의 검이 일제히 섬의 반대편에 폴짝폴짝 올라선 이클립스를 향해 겨누어진다.
“오빠! 이클립스랑 놀아요!”
카트시와 한바탕했다더니 생각보다 멀쩡하다.
하지만 흉포해진 기운을 봐선 아마 아예 영향이 없었던 건 아니리라.
“뭘 하기 전에 일단 기세 좀 꺾고 시작하자고.”
유명한 게임인 주머니 괴물을 잡을 때도 그렇지않던가.
피를 빼놔야 몬스터 볼을 던지지.
붕붕!! 터엉!!
신의 금속으로 만든 가장 단단한 무기인 신창 롱기누스를 비틀어 언월도의 형태로 바꾼 내가 그녀를 향해 말했다.
“먼저 간다.”
“와아…… 오빠 그동안 정말 많이 세졌어!”
쩌엉!!!!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전신에서 프리아 여신이 내게 빼앗겼던 신력들이 일어난다.
그리고.
언월도의 창끝이 그녀가 친 장막을 순식간에 찢어발겼다.
“어?”
쩌어어엉!!!
반사적으로 그녀가 눈을 크게 뜨며 손을 휘둘렀다.
동시에 그녀의 팔이 휘둘러지듯 허공에서 거대한 용의 앞발이 튀어나와 내 공격을 쳐낸다.
“오빠…….”
“어때. 좀 많이 아프지?”
이전과 다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