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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759화 (758/1,559)

제 759화

노아스가 만들어낸 거대하고 평평한 섬 위에 오롯이 선 것은 이클립스와 내가 전부였다.

그녀는 먼지 하나 묻지 않은 깔끔한 자신의 드레스를 툭툭 털어냈다.

동시에 그녀의 팔 바깥쪽에 생겨난 거대한 균열에서 튀어나온 어마어마한 크기의 용의 발톱이 서서히 균열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그게 네 본체냐?”

“웅. 이클립스는 어어어엄~ 청 커다란걸?”

헤픈 웃음을 흘리는 그녀를 보며 나는 헤라클래스의 취향이 정말 저런 성격인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그게 무슨 상관이랴.

“오빠. 이클립스랑 놀아줄 거야?”

“그래. 일단은.”

신창 롱기누스를 튕기듯 잡고 그녀를 노려보며 신력을 바짝 긴장시켰다.

카트시도 이클립스 정도의 위험성 강한 괴물이라지만 놈은 여러 가지 요소가 그를 약하게 만들었고 그를 죽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클립스는 달랐다.

카트시와 한바탕 싸운 것치곤 그녀는 너무 멀쩡했으니 말이다.

잠시 침묵하는 나를 올려다보던 그녀가 양 손뼉을 짝하고 부딪혔다.

“오빠! 그럼 이클립스랑 재밌게 놀아!”

“오냐.”

쩌어어엉!!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형의 기운이 위에서 내리찍듯 나를 향해 내리쳐졌다.

신력이 퍼져나가며 머리를 보호했지만, 신력이 없었다면 참 꼴이 볼만했으리라.

“와아…….”

탄성을 흘리는 그녀는 정말로 놀란 듯 보였다.

“오빠. 이제 이클립스랑 신나게 놀 수 있는 거지? 그럼 이클립스…….”

말끝을 흐린 그녀가 방긋 웃는다.

동시에 그녀의 기세가 변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세로로 찢어지더니 전신에서 환한 백색과 보랏빛이 섞인 화염이 불똥을 튀기듯 튀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장난스럽고 어린아이 같던 모습이 일순간 사라졌다.

[숙여라.]

쿠웅!!!

평소의 이클립스가 내뱉던 목소리와 다른 힘이 나를 짓누르자 한쪽 무릎이 비틀거렸지만, 강제로 자세를 잡고 힘을 견뎌냈다.

[비틀려라.]

쩌엉!!!

강대한 힘이 내 몸 안에 스며든다.

프리아 여신의 신력이 그것을 막아내지만, 슬금슬금 새어 들어온 힘이 내 팔 한쪽을 뒤틀어버렸다.

침투력 실화냐.

어지간해선 아껴두려 했지만 역시 상대가 쉬울 리가 있나.

[금기의 업 활성화.]

전신에 붉은 공허의 힘. 금기의 힘이 감돌기 시작하며 그녀의 힘이 일순간 밀려나자 그녀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잠시 놀란 듯하던 그녀는 이내 머리가 아픈지 인상을 팍 찡그리며 말했다.

“오빠. 그거…….”

인상을 찡그린 채 중얼거린 그녀가 내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작고 흰 손이 닿을 리는 없었다.

“짜증 나…… 머리 아파…….”

그 말과 동시에 심상찮던 그녀의 기운이 완전히 변해버렸다.

“오빠…… 싫다…….”

콰아앙!!!

공격은 한순간이었다.

순식간에 허공이 찢어지며 거대한 팔이 쏟아져나와 나를 후려쳐 날려버린 것이다.

“쿨럭!”

말도 안 되는 힘이 서린 한방에 전신의 뼈가 으스러진 것 같은 데미지가 들어왔다.

지탱할 곳을 잃은 채 통통 튕기듯 날아간 나는 수차례 바닥을 굴렀고, 내가 방금 거대한 용의 발과 부딪힌 장소는 마치 거대한 폭탄이 터진 것 같은 끔찍한 흉터가 남았다.

쉬이이잉!!

오싹한 기분이 들어 반사적으로 롱기누스를 뻗는다.

일점을 찔러넣어 힘을 흩어버리는 방식.

어지간해선 막는 게 아니라 뚫어도 이상하지 않으련만.

허공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용의 발은 밀려나지 않고 나를 짓밟으려 들었다.

신의 금속으로 만든 헬릭시움의 창이 순식간에 활대처럼 휘고 내 육신이 충격파에 휩쓸리듯 짓밟혔다.

쩌엉!!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견고함만큼은 세상 그 어떤 것보다 단단한 창답게 그녀의 공격을 버텨낸 롱기누스가 용의 앞발을 튕겨냈다.

“크…….”

입가에 보랏빛의 화염을 토해내며 그녀가 몸을 숙였다.

마치 막판 스퍼트를 준비하는 육상선수처럼 크라우칭 스타트 자세를 취한 그녀의 육신이 한순간에 타오른다.

-크아아아아앙!!!

그리고.

그녀가 움직임과 동시에 그녀의 앞에 균열이 일어나며 순간적으로 그녀의 육신이 거대한 용으로 변했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폭음에 해류가 요동치고 내 육신이 바다 깊은 곳까지 튕겨 나갔다.

방금…….

한순간이지만 완전히 현신한 거 같은데.

전신의 뼈가 부러진 느낌이 아니라 단 한방에 뼈가 완전히 아작나버렸다.

혼과 육신을 동기화했는데도 이 지경이라니.

카트시가 멀쩡했으면 얼마나 끔찍했을지 상상도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여파를 퍼뜨리지 않기 위해 바다 한복판에 섬까지 만들었는데.

천천히 고개를 드니 바닷물 속으로 부서진 삼의 잔해가 쏟아지고 먼지가 일어나는 게 보였다.

‘진짜 어이가 없네. 저걸 무슨 수로 이겨?’

비록 절반이라곤 하지만 완전 현신화도 아니고. 일부인데.

하물며 절대보옥도 없으면서 대체 저만한 무력은 어디서 나온 것이란 말인가.

이래서 사기캐를 키우라는 거지.

페르세르크의 내부에 있는 타나토스의 근원은 아마 그녀의 권능과 관련이 없잖아 있을 것이다.

그것을 이클립스가 흡수하게 만들기 위해선…….

‘아비트.’

내 부름에 붉은 공허에서 파장이 일어난다.

그에게서 금기의 힘을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받은 후 붉은 공허의 파장을 어디서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말씀하십시오. 맹주.]

‘이클립스를 이길 방법은 없나?’

바닷물 바깥에선 이클립스가 아직 날뛰고 있는지 굉음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있을 것 같습니까? 그냥 맹주가 완전한 지배자가 되시면 됩니다. 1대 맹주가 세상의 기반을 다져놓았으니 당신이 세상을 창조하면 된다는 말입니다. 그것이 어떤 세상이건 당신의 마음대로!]

‘애초에 그렇게 되면 내가 바깥에 간섭도 못할 텐데.’

[죽도록 노력해서 1만 년 정도만 노력해보십시오. 비록 본체까진 아니더라도 일부 정도는 현신화 할 수 있을지 누가 압니까.]

개소리.

1만 년이 어디 뉘 집 개 이름이냐.

결국, 도움이 안 된다.

엘라임이 준비를 잘해주면 좋겠는데.

나는 섬을 만들어낸 노아스와 바람을 일으켜 섬의 바깥을 최대한 차단하고 있는 실피드 두 명의 정령왕 이외에 또 한 명.

물을 관장하는 엘라임의 임무를 막중하게 여겼다.

일반적인 방법으론 페르세르크의 몸 안에 있을 심연의 권능. 즉 타나토스로 추정되는 그 근원의 힘을 빼낼 수 없다.

무엇보다. 페르세르크와 그녀를 접촉시킬 방법이 필요했다.

‘차라리 여기서 시간을 조금 더 버는…….’

콰앙!!

그때였다.

분명히 이곳에 없어야 할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폭발한 전투기의 잔해들이 무더기로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개 트롤 새끼들이!

인상을 왈칵 찡그린 나는 어두운 바닷속에서 나를 향해 맹렬하게 달려오는 상어를 흘끗 보고는 그대로 손등을 휘둘러 백상아리의 코를 후려쳤다.

생각지도 못한 반격에 놀란 상어가 버둥거리기가 무섭게 나는 녀석을 낚아채 밟고는 그것을 지지대 삼아 그대로 튕겨 나갔다.

콰아앙!!

바깥은 재앙이었다.

내가 섬 밖에서 물속으로 처박힌 걸 봤는지 아주 작정하고 총공세를 펼치고 있는 미 함대였다.

물론 그것들이 얼마나 부질없는지는 하늘에서 터져나가는 폭발만 봐도 알만했다.

“푸하!! 엘라임!! 얼마나 남았어!”

내 외침에 물방울들이 빠르게 비산하며 작은 요정 여성의 형태를 취했다.

[거의 다됐어요!]

“앞으로 3분. 그 안에 끝내!”

나는 미친 듯이 날뛰며 닥치는 대로 함대를 부수고 있는 이클립스를 바라본다.

거대한 전투기의 기체를 맨손으로 찢어발기며 화를 내는 이클립스의 모습에 나는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휘리리릭!!

동시에 사방으로 흩어졌던 수천 개의 검이 일제히 그녀를 향해 쏘아져 들어갔다.

“초단이!”

그리고.

빠르게 부유하던 청단이와 홍단이가 내 손으로 빨려 들어오듯 모여들어 합쳐지며 청적색의 검신을 가진 직선형의 장도로 변했다.

“이 악물고 가자.”

[네! 아버지!]

초단이의 대답과 동시에 나는 바람을 타듯 날아올라 수천 개의 검을 피해내고 쳐내는 이클립스를 향해 정면으로 날아들었다.

“이클립스 이런 거 싫어!!”

짜증을 부리며 손을 휘저어 수백 자루의 검을 가루로 만들어버린 그녀가 세로로 찢어진 동공을 내게 보냈다.

[마령검 84초식]

[천충직도 운무낙혈]

마령검의 오의 계 80초식 대 검술이 펼쳐진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내보인 채 이를 악물고 섬뜩한 시선으로 나를 노려보던 그녀가 한 손을 휘저었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신력을 계속해서 끌어내 나를 감쌌다.

쩌엉!!

그리고, 그녀가 펼친 장막이 일순간 찢어지며 초단이의 검이 그녀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어지간해선 뚫어도 모자랄 공격이다. 게다가 실피드를 이용해 순간적으로 그녀의 움직임을 방해했건만.

그 와중에 공격을 피했다고.

[으아아아악!!! 계약자! 나 무서워! 이런 괴물하고 무슨 수로 싸우라는 거야!!]

바람의 정령왕 제비 녀석의 비명과 함께 바람들이 일순간에 그녀의 힘에 찢겨 나갔다.

“아파…….”

인상을 찡그린 그녀가 제 어깨에 난 상처를 붙잡고 나를 노려보았다.

“오빠…… 이클립스는 그 힘 싫어…….”

숨겨둔 힘을 끌어낸 직후 그녀는 금기의 업으로 인해 상당히 곤란한 기색을 내비쳤다.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느낀 것 일터다.

미쳤다고 해도 그녀는 헤라클래스의 아내였으니까.

비록 완성형이 아니라곤 하지만 그의 힘을 모를 순 없다.

아니, 애초에 이 정도 완성도이기에 그녀가 더 익숙하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클립스와 함께 있을 때의 헤라클래스는 금기의 업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을 테니까.

그녀를 지나쳐 허공에서 몸을 빙그르르 돌리듯 자세를 고쳐잡은 내가 아래를 내려다보자 그녀가 양손을 모아 장풍을 쏘듯 손을 모았다.

쿠웅!!

동시에 보랏빛과 백색의 화염이 일렁이며 거대한 브레스가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세상이 새하얗게 변하며 초고열의 열기가 내 전신을 녹여버릴 듯 파고들었다.

조금만 더.

그녀의 힘을 최대한 빼놓는 게 우선이렷다.

나를 잠식하는 고열의 브레스를 신력으로 받아내며 힘을 충전시킨 내가 초단이에 힘을 실었다.

그리고는 조금 약해진 기미를 보이는 브레스를 그대로 잘라버리고는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개조식 초월 흑마법]

[붕괴.]

으직!!

그녀가 떠 있던 공간이 일순간 뒤틀리고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균열이 생기듯 일어난 붕괴가 그녀를 보호하던 힘을 일순간 비틀어버리자 나는 그대로 소리 질렀다.

“엘라임!! 시작해!”

[아…… 아아 나는 몰라요!]

비명과도 같은 엘라임의 외침이 울려 퍼진다.

그리고.

허공에서 생겨난 물의 균열이 나와 이클립스를 순식간에 뒤덮듯 감싼다.

만물에는 물이 존재하고 그 물은 한줄기의 강이 될지니.

그 강의 끝은 어디로든 이어져 있으리라.

정령왕 중 공간 전이가 가능한 존재는 단 둘이다. 공간의 정령왕과 물의 정령왕.

엘라임의 공간 전이능력은 공간의 정령왕에 비하면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상당히 제약 없이 어디론가 날려 보내기엔 최적의 힘을 지니고 있다.

물만 있으면 충분하니까.

풍덩!!

허공에 생겨난 거대한 물의 거울 속으로 이클립스와 내가 모두 빨려 들어가자마자 주변이 변한다.

나는 그대로 이클립스를 잡아 던지듯 물 밖으로 내던졌고 그대로 그녀를 따라 물 밖으로 튕겨 나갔다.

분명 그녀와 처음으로 싸운 장소는 미국 동부의 플로리다 해변에서 멀리 떨어진 해양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은 한국의 경기도 지역 앞바다.

그거면 충분했다.

“오빠!!”

나를 향해 파고드는 그녀의 손이 순식간에 내 복부를 꿰뚫었다.

그래. 차라리 그렇게 내 몸에 네 몸을 고정시켜라.

나는 그녀를 끌어안듯 포옹하며 그대로 전신의 마나를 끌어 올렸다.

이클립스의 존재 자체가 엄청난 저항력을 지니고 있기에 미국에서 한국까지 한방에 날아오긴 극도로 어렵다.

한국의 바다와 미국의 바다가 똑같은 물인 만큼 자연스럽게 공간 자체를 교체하는 엘라임의 전이 능력과 다르게 정교한 이동마법은 극도로 범위가 좁혀질 수밖에 없다.

나는 그녀를 끌어안은 채 삼차원 마법진을 발현했고.

그대로 그녀를 데리고 공간을 다시 한번 넘었다.

목표는.

페르세르크의 앞.

그 후엔 도박에 가까운 시도가 될 것이다.

퍼엉!!

공간이 팽창하다 못해 찢어진다.

그녀의 힘을 견디지 못한 마법이 부서져 나갔지만, 이동은 했으니 충분했다.

“데이비?!”

나를 보고 경악하는 페르세르크. 그리고 이클립스를 발견하기가 무섭게 눈을 부릅뜨며 전투태세를 취하는 륀느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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