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74화
티오니스에 있는 마계는 현재 타르타로스 지하산맥을 통해 가는 대륙의 서남부 지역에 있다.
과거 마족과의 전쟁에서 마족이 패한 뒤로 그들이 타르타로스 지하영역을 넘어 쫓겨났고 그 이후 지하산맥 전체에 결계가 처져 지금까지 두 종족의 교류가 전혀 없으며 마족의 경우 인간을 향한 증오만을 불태워왔다.
하지만 그 결계가.
한 인간에 의해 무너져 내렸다.
데이비 올 라운, 뱀파이어의 계략에 따라 티오니스 대륙을 공격한 마족들이 단 한 명의 인간에 의해 계략이 개 박살이 나버렸다.
그리고 그 인간은 마족을 몰아낸 것도 모자라 마왕의 자리를 찬탈한 마왕이 되었고. 급기야 티오니스와 타르타로스 지하산맥의 결계까지 불태워버렸다.
그의 행적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마왕이 가지는 권능을 가지가지로 쪼개어 몇몇 권능만 회수하고 나머지를 죄다 사방에 흩뿌려버렸다.
권능을 가진 자가 마왕이라 불리며 계속되는 세력싸움을 하고 있다.
그것이 현재 마계였다.
“빨리 설명하시지! 언제까지고 그렇게 침묵한다고 되는 게 아닐 텐데?!”
거대한 체격을 지닌 발록이 타오르는 안광을 번뜩인다.
마족과 종족 자체는 다르나 오랜 시간 함께해온 발록 종족이다.
과거 발록의 왕이 죽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대신 이어받은 발록이 바로 그였다.
“왜 안된다는 건지 말을 하라 이거다! 만족스러운 대답이 아니면 당장 군대를 몰고 와 네놈의 영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주마!!”
발록의 외침에 푸른 피부를 지닌 마족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박하게 굴지 마라. 그로쉬. 네 근육질만 가득한 뇌로 생각이라는걸 해야 할 거다.”
“뭬야!?”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당장 한판 붙던지!”
으르렁거리며 싸우는 두 마족을 보는 마계 대공 아스타로트가 지친 한숨을 내쉬었다.
마계는 변했다. 그동안 변하지 않았던 인간을 향한 증오만을 키워왔던 마계는 강제적으로 개혁을 당했고 이제는 인간을 적으로 두는 게 아닌 자신들의 세력을 키우는 쪽으로 흩어졌다.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나쁜 건 종족 상잔이 일어난다는 점이고, 좋은 점은 고여있던 마계가 발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인간을 향해 증오만 내뿌릴 뿐 실질적인 발전이 더디던 마계가 오히려 저들끼리 반목하며 더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빌어먹을 내 영역에서 그 빌어먹을 놈의 목소리가 들려와서 참을 수가 없단 말이다!”
빌어먹을 놈. 그건 발록뿐만이 아니었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권능을 지닌 자칭 마왕들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다.
지하 속에 숨어있던 무언가가 속삭이기 시작한다. 그 때문에 최근 마족들 사이에서 혼란이 상당하다. 목소리에 넘어간 자들이 그들의 힘을 흡수하고 흉폭하게 변하기 시작했으니까.
“아스타로트 대공. 그놈들을 막을 방법은 없는 거요?”
“찾아봐야겠지.”
사실상 방법이 없다. 지하에 있는 놈들의 목소리는 끊임없이 들려오는데 그 목소리를 막을 방법은 없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해방했다간 무슨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
마음에 들진 않지만, 데이비라는 인간을 통해 이미 지하에 잠든 고대 마수들이 어떤 존재인지 듣지 않았던가.
세계수의 가지를 먹어치운 늑대, 펜릴.
독을 먹고 만드는 세상을 휘감는 뱀, 욤.
천공을 뒤덮어 하늘을 검게 만드는 거대한 메뚜기. 칸.
등등.
종류는 다양하다. 본래 그들 마수는 마족 중 드물게 나타나는 특이체질의 존재들이 그들의 꿈에 진입하고 그들과 계약하여 봉인을 푸는 방법을 듣는다는 전설이 있다.
지금까지는 전 몽마를 제외하면 거의 그런 일이 없었는데 이제는 동시다발적으로 마계 내부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려고.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던 와중 발록이 분노를 토해냈다.
“이게 다 그 빌어먹을 마왕 때문이요!”
“마왕!”
“그 빌어먹을 인간 마왕이 이곳에 오지만 않았어도 우리가 이 꼴이 나진 않았을 테지!”
발록의 외침에 마족들은 동의하지도 거부하지도 않았다.
속으론 그렇게 생각하지만, 겉으론 쉽게 그런 감정을 드러낼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데이비가 과거 나타났을 때 마계에 어떤 피바람이 불었던가.
그는 마계를 지배하고도 그들을 억압하지 않고 방임했지만, 손에 피를 묻힐 땐 거부할 수 없는 재앙을 불러일으켰다.
지금이야 마계를 떠나 다른 곳에 있으니 뒷담이라도 까는 거지 눈앞에서 그런 말을 했다간 무슨 꼴을 볼지…….
그러거나 말거나 새로운 발록의 수장은 지치지도 않고 그 인간의 뒷담을 까대기 시작했다.
“애초에 그 인간이 문제였소! 제깟 인간 놈이 감히 마왕의 자리를 찬탈하는 것도 모자라 멋대로 전통을 억압했지!”
그때 마족 중 하나가 움찔한다.
“이…… 이보게 알라 그만…….”
“그만하긴 뭘 그만해!! 어디 그뿐인 줄 아는가? 빌어먹을 인간 놈이 전 마왕님을 강제로 부활시키고 세뇌시켜 그분의 힘을 찬탈하고!! 수많은 마족들을 죽이고 억압하여 다시 이곳에 가두지 않았는가!”
또 한 명의 마족이 움찔거렸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알라의 뒷담음 계속된다.
“그래.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그래서야! 내 인간 세상과 연결된 시야로 보니 아예 물 만난 고기가 따로 없더구먼! 감히 우리를 이렇게 분열하게 만들어놓고 뭐?! 전 마왕님을 납치해서 결혼을 해?! 그분은 우리의 왕이지 그놈이 멋대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분이 아니라는 소리다!”
“음음. 그래?”
“그래! 지금이라도 일어나게! 모두 힘을 합쳐 그 인간을 제압하자고! 그리고 그놈들 데려와서 지금 땅속에서 말로만 지껄이는 이 빌어먹을 마수들의 제물로 바쳐서 그들을 잠잠하게 만들어야지!! 제깟 못생긴 인간 놈이 뭐라고!”
계속 말을 하던 발록 알라가 고개를 든다. 그를 제외한 모든 마족들이 그를 보고 있지 않았다.
고요함이 감돌았다.
게다가 그들의 표정엔…….
공포가 서려 있다.
“잉? 뭐 하는…….”
말을 하던 그의 어깨뼈 쪽에 작은 감촉이 일었다.
작고 부드러운 손이었다.
감히 누가 발록의 왕의 어깨에 멋대로 손을 올리는가!
분노한 그가 다른 마족들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화를 내려다 멈칫했다.
붉은 눈.
검은 머리카락.
분명 발록인 알라에 비하면 작은 키이지만 존재감이 남다르다.
“…….”
잠시간 침묵이 일었다.
공포에 질린 마족들이 몸을 파르르 떤다.
“그래. 페르세르크와의 결혼이 그렇게 못마땅했나? 그런데 왜 네가 그렇게 생각하지?”
“…….”
“웃기네. 마왕이 어떤 존재였는지도 모르면서. 단순히 그녀가 마족이라는 이유로 따르기엔…….마족의 전통과도 맞지 않고.”
담담하게 말하는 청년의 뒤편엔 뭔가 재밌다는 듯한 미소를 짓고 있는 청발의 소녀와 그보다 작은 소년이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마…… 마, 마마마마……”
발록 알라의 현실도피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목소리도 채 나오지 않는지 뼈로 이루어진 거대한 턱을 따다다닥 떨었다.
“그래그래 하고 싶은 말 있으면 계속해 없는 곳에선 임금님도 욕한다고. 뒷담도 좀 까고 할 수 있지 안 그래?”
빙그레 웃는 소년이 그의 등에서 가볍게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마족 중 한 명을 보며 물었다.
“그래. 너도 그렇게 생각하나?”
“아…… 아니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소!”
“흐음…… 그래? 그럼 너는?”
“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요! 나는 저 빌어먹을 근육 뇌와 생각부터 달랐어요!”
여성 마족이 기겁하며 소리친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흑발의 청년 데이비가 알라를 향해 물었다.
“왜 말을 하다 말아? 계속해봐.”
“마…… 마마마마왕…….”
“그래 마왕이야. 너희들도 마왕으로 내가 인정해줬을 텐데. 뭐 계급장도 같겠다 막 덤벼도 괜찮은데.”
빙그레 웃는 그가 미소를 지웠다.
“뭐 생긴 거로 불만을 표하는 건 있을 수 있어 종족이 다르니까…….”
담담한 미소를 짓는 그가 발록 알라의 거대한 갈비뼈를 콱 틀어잡았다.
“흐억!!”
동시에 발록 알라의 입에서 공포에 질린 신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날 못생겼다고 매도하는 건 참을 수가 없다!”
콰직!!
순식간에 그의 갈비뼈 하나가 부서지자 발록 알라의 안광이 거칠게 흔들렸다.
“끄…… 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그가 무너지나 데이비가 손을 놓았다.
그리고, 그의 손에 새하얀 신성력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엄밀히 말해서 신성력이 마족의 상극은 아니다. 상극은 뱀파이어 쪽이지.
하지만 새하얀 빛의 검은 마치 단죄의 검과 같아 두려움을 몇 배로 증폭시켰다.
“마지막으로 할 말 있나?”
“사…… 살려…….”
“에이 누가 죽인 댔나?”
죽기 직전까지만 맞으면 되는 거야. 물론, 한 대만 더 맞으면 정말로 죽겠지만.“
이후 죽은 발록의 왕을 대신해 자리에 오른 자칭 패왕 발록 알라의 애처로운 비명이 고성 전체에 길고 강하게 울려 퍼졌다.
* * *
마족들이 조용히 침묵한다. 그들은 현재 마계의 상태를 전해 들은 데이비가 팔짱을 낀 채 침묵하고 있자 긴장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
그는 자신들에게 간섭하지 않는다 했다.
비록 원수이지만 그는 마족들의 편의를 최대한 봐준다며 그들을 억압하던 결계를 부쉈고 몇몇 지식을 전수하여 마족의 삶을 빠르게 개선하고 있는 존재였다.
알라가 비록 뒷담을 까긴 했지만, 그의 논리에 동조하지 않는 마족도 존재했다.
원수는 원수지만 그가 가져온 혜택을 부정하는 건 자신의 신조에 맞지 않는다 여기는 마족도 다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땅속에 있는 자칭 고대의 신이라는 놈들이 매일 밤잠도 못 자게 속삭여 댄다?”
“그…… 그래요.”
마족들을 대표해 대답하는 건 아스타로트의 뒤에 숨어있던 앙증맞은 마족 소녀였다.
신기하게도 그녀는 다른 마족들과 달리 양 머리에 돋아난 뿔이 유난히 컸다.
보통 엄지손가락만 한 뿔을 지닌 마족들과 달리 그녀의 머리엔 마치 산양의 뿔이라도 달린 것처럼 거대하기 짝이 없었다.
“뭐야. 마왕의 권능을 먹은 녀석 중에 저런 쥐방울도 있었나? 그래도 어지간하면 다 파악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쥐방울이라니. 말도 참 곱게 쓴다.”
“넌 좀 닥쳐.”
이실디를 쏘아붙인 데이비가 그녀를 보자 작은 소녀가 눈물을 그렁그렁하게 만들며 뺨을 부풀리고 그를 노려보았다.
울음을 억지로 참아내고 싶어 하는 게 퍽 귀엽기 그지없다.
“알리타! 그만두거라!”
다급히 아스타로트가 그녀를 제 뒤에 숨겼다.
“아스타로트. 늘그막에 취향이 바뀌었나?”
“말조심하시오! 내 혈육이외다.”
그의 말에 데이비가 잠시 움찔했다.
“음…… 미안하게 됐어. 그나저나 혈육?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당신이 우리 마족에 대해 관심이 얼마나 있었다고. 죽은 내 아들과 며느리인 리리네 올로와쥬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공주이올시다.”
혼혈공주라.
고위의 마족들 중 혼혈인 이들을 두고 혼혈왕자, 혼혈공주라 부르곤 하는데 그녀가 거기에 포함되는 모양이었다.
말없이 그녀를 보던 데이비가 고개를 끄덕인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그래서. 너희들이 파악하나 그 땅속의 자칭 고대신이라는 정신병자들의 수가 몇인지 파악했나?”“일단 우리가 파악한 수는 총 넷이요. 더 있는 것 같긴 하오만…….”
“잘됐네.”
데이비의 말에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놈들 다 꺼내자.”
다만 이어지는 그의 말에 모두가 경악했다.
“그게 무슨?!”
“미친 소리!”
대번에 반발하고 나서는 마족들이었다. 그럴 수밖에 지금도 목소리 때문에 미칠 지경인데 그놈들을 풀어놓으면 이곳이 어떻게 되겠는가.
애초에 그 괴물들은 목소리만으로도 마족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존재였다.
그들을 꺼낸다는 건 자살행위와 다름없다.
“네놈이 드디어 우리 마족을 말살하려는 것이냐!! 아무리 마왕이라도 그건 참을 수 없다! 차라리 나의 마왕쟁탈을 받아들여라!”
한 마족이 참다못해 일어나며 허리춤에 채워진 거대한 핸드액스를 꺼내 들고 소리 질렀다.
다른 마족들도 겁에 질려 말을 안 할 뿐 모두가 시선이 좋지 않다.
“뭐라는 거야 이 멍청이들이. 언제까지 그놈들 개소리를 듣고 있을 거야?”
“뭐요?”
“끄집어내서 싹 다 조져버릴 거니까 너희는 그놈들이 꿈으로 불러들인 특이체질의 마족만 준비해. 나머지는 내가 한다.”
갑자기 나타나 마계의 가장 큰 골칫거리를 해결한다고 한다.
솔직히 이자가 갑자기 뭘 잘못 먹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론 정말 그라면 괴물을 해치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의 끈도 생겼다.
물론, 얼마 가지 않았지만.
“웃기는 소리 마시오. 그 괴물이 튀어나오면 마계는 끝이오!”
“아 그러니까. 내가 처리해준다니까? 마침 그놈들 어떻게 꺼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잘됐네.”
담담하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여유가 가득하다. 정말로. 해결하기 위해 온 것일까.
의심 가득한 눈을 하는 마족들이 그를 바라본다.
그가 강한 건 아는데 땅속에 박힌 자칭 고대신들의 존재가 너무 두려웠다.
그때였다.
-하아…… 맛이 좋은 마나를 품은 존재가 왔구나.
갑자기 마족들이 앉은 원탁 테이블의 중앙에 거대한 에너지가 모여들며 거대한 뱀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요…… 욤!!”
“세상을 휘감는 뱀!”
땅속에 처박혀있어야 할 괴물 중 하나가 반투명한 형태로 마치 실체화하듯 나타난 것이다.
“호오…… 육질이 좋아 보이는 먹이들도 가득하고.”
놈은 마족들에게 포위당해있음에도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애초에 실체가 아니니까.
“어떻게 바깥으로…….”
“봉인이 약해지니 의지를 내보내 실체화하는 게 가능해졌을 뿐이지. 크흐흐 어떠한가 나의 존재가 두려운가?”
마치 놀리듯 말하는 뱀이 갈라진 혓바닥을 스르륵 내밀었다.
그때였다.
“이거 빌린다.”
담담하게 말한 데이비가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는 근처에 있던 사각 술병의 목을 잡더니 테이블에 내리쳐 와장창 깨뜨렸다.
화끈한 그 태도에 마족들은 물론 의지를 실체화해 마족들에게 공포를 심어주려던 뱀인 욤 또한 그를 보았다.
“너 거기 꼼짝 말고 있어라. 내가 지금 당장 가서 그대로 뱀술 담가줄 테니까.”
본능적인 두려움에 다른 마족들이 모두 얼어버린 이 순간에도.
데이비는 느긋하기 그지없는 말투로 그를 쏘아붙였다.
콰직!!
그리고 욤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새하얀 기운을 머금은 술병의 끝으로 농의 의식체를 찢어버린 뒤 갈비를 붙잡고 끙끙대던 발록 알라에게 던져주었다.
“신력을 두른 술병이다. 어디 가서 돈 주고도 못 구할걸?”
장난스레 말한 그가 표정을 지웠다.
“이쪽도 시간이 많은 건 아니라서, 마냥 여유 부릴 순 없거든. 안내해. 저 망할 뱀부터 해서 마계에 자리 잡은 그 잘난 고대신이라는 짐승 새끼들 싹 다 박멸해줄 테니까.”
그렇게 말하는 그의 표정이 제법 진지해 모두가 의아함을 표했다.
여유 가득한 얼굴이나 서두른다는 감이 없잖아 있었다. 마냥 여유 부릴 순 없다? 그렇다면 혹시 그의 몸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희망 반 의문 반 서린 표정을 짓는 마족들 사이에서 눈치 없게 한 명이 손을 들었다.
“너 뒤지는 거야?”
순진무구한 질문을 던지는 건 아스타로트의 손녀. 알리타였다.
그녀의 질문에 데이비가 느긋하게 답한다.
“늦으면 페르세르크에게 바가지 긁히니까. 아, 아직 총각인 마족도 있나? 나이가 몇인데 결혼도 못하고 싸움에만 미쳐서 그러고 다니냐. 어휴, 쯧쯧.”
데이비의 깐죽거림에 마족들의 이마에 실핏줄이 돋기 시작했다.
그토록 강한데. 왜 저렇게 얄미운지 모를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