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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776화 (775/1,559)

제 776화

내가 한심하다는 듯 그녀를 보자 그녀가 샐쭉하니 내 시선을 피해버린다.

“그리고 의식장은 찾아놨으니까 보옥의 회복에만 신경 써. 의식을 진행하든 보옥의 힘을 이용하든 그건 그때 가서 내가 판단한다.”

케인은 결국 어느정도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베르단데를 보며 화가 나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그녀를 지금 내 눈앞에서 치워버린 것이고. 이클립스가 지운 빚만 아니었으면 그녀는 이미 내 손에 죽었으리라.

“그런데. 여기서 뭘 어쩔 건데? 네가 아스타로트인지 맘타로트인지 하는 그 마족을 존중해준 건 알겠는데. 아무것도 없이 여기서 뭘 어떻게 정보를 수집할 거냐고.”

그녀의 물음에 나는 아공간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무림에서 수집해둔 철검 중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건네준다.

“세상에 현철검이잖아? 이건 왜?”

“받아. 아스타로트는 멍청한 작자는 아니야.”

그가 단순히 거절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그 와중에도 내게 도움을 요청했다.

“나는 이해를 못 하겠는데…….”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따라와.”

그렇게 말하며 도시의 안쪽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말없이 한참 동안 주변을 둘러보던 내가 가볍게 몸을 튕겨 지붕을 밟고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꺄아아악!!”

“제…… 젠장 또 나타났어 도망쳐!!”

그곳에는…….

“으아…… 징그러워…….”

생각지도 못한 존재들이 도시의 거리로 튀어나오고 있었다.

상의를 탈의한 초 거구의 근육질 토끼들.

머리에 토끼 귀가 돋아난 마족들이 기괴한 표정으로 뛰어다닌다.

그중 한 녀석이 건물의 옥상에 서 있던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한다.

“뀨?”

“뀨는 무슨 얼어 죽을.”

인상을 찡그리며 나는 바닥에 있는 돌멩이를 걷어차 그대로 정체불명의 엽기토끼를 기절시켜버렸다.

저건 좀 더러워서 가까이 가기가 싫다.

“망할…… 눈이 썩는 기분이네요.”

케인의 평가가 정확하다.

새하얀 피부, 쫄쫄이 타이즈처럼 달라붙은 바지. 온몸의 기괴할 정도로 거대한 상체 근육 머리에 돋아난 귀.

게다가 어디 지옥에서 굴러들어온 헬스에 미친 놈마냥 움직일 때마다 근육을 자랑하듯 돋보이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근육이 움직일 때마다 꿈틀거리며 징그러움을 한 스푼 더한다.

귀엽지도 않으면서 무표정한 얼굴로 기이한 소리를 내고 있는 마족들.

지하에 박혀있는 어떤 괴물 중 하나가 이딴 개 같은 취향을 가지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토끼형태의 변이 마족들을 만들어낸 고대 마수 놈이 가장 위험한 놈이다!

그렇다면 이쪽도 비장의 카드를 꺼내는 수밖에.

“가라 이실디! 너로 정했다! 가서 제압해!”

“시…… 싫어! 저…… 저건 좀…… 너무 지저분하잖아!”

극도의 혐오를 드러내며 주춤거리는 걸 보니 저 끔찍한 외향은 아무래도 심연의 공주에게도 먹히는 그런 것인가 싶었다.

지들도 본체는 어디 크툴루에 나오는 니알라토텝마냥 일그러진 주제에.

한숨을 내쉬며 나는 이실디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빨리 처리하고 와. 내가 여기 왜 왔는데. 조사하러 온 거잖아.”

마족 상부에서도 제대로 정보를 알지 못하면 직접 캐내야지. 하나하나 세심하게.

봉인이 상당히 견고한 탓에 놈들을 온전히 꺼내려면 놈들이 선택한 마족들이 의식을 진행해야 하는데. 그건 마족의 여론 상 불가능하니 다른 방법으로 꺼낼 수밖에.

“뀨.”

“뀨?”

현철검을 들고 움찔거리며 거대한 근육 토끼들을 향해 거부감을 여지없이 드러내던 이실디를 향해 놈들이 서서히 몰려든다.

그러자 그녀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주…… 죽이면 안 돼?!”

“죽이면 안 돼.”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혐오가 가득한 얼굴로 움찔거리며 2족 보행형 근육 토끼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때였다.

콰앙!! 쾅!!

마치 기다렸다는 듯 도시의 반대편 쪽에서 갑작스런 굉음과 마족들의 비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나는 눈 깜짝할 새에 난리가 나고 불바다가 되어버린 난장판의 반대편을 보았다.

“저건…….”

“그 마족 회의장에서 본 뱀 이름이 욤이라고 했나?”

담담하게 내가 묻자 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을 휘감은 뱀이라고 했지요.”

도시의 새로운 습격자는 수 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아나콘다와 흡사하다.

고대의 괴물이 목소리를 내어 간섭하고 있는 건 아는데 이렇게 모습을 홀로그램화 시키거나 하수인을 보낼 정도로 봉인이 약해져 있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 정도면 초단이로 봉인을 직접 부술 수도 있겠는데?

중요한 건 엽기스러운 토끼 변이체와 저 뱀 괴물은 같은 고대 괴물의 손에서 태어난 건 아니라는 것이다.

애초에 둘이 풍기는 힘부터가 다르다.

나는 거대한 아나콘다와 싸우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면식이 있는 마족이었다.

내가 이곳으로 오는 동안 길을 헤맬 때 먼저 도착해있었던 것일까.

혼혈공주. 알리타.

몽마와 다른 종족의 혼혈. 아스타로트의 손녀였다.

호위 마족들이 모두 나가떨어지고 홀로 남은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주저앉아 파르르 떨고 있었다.

근처의 마족들은 겁에 질린 채 도망치거나 그녀에게 도망치라 소리친다.

[제물!! 제물이 필요하다!! 너도 양분이 되어라!]

스산한 소리와 함께 그녀를 향해 거대한 뱀이 빠르게 접근한다.

그 상황을 느긋하게 지켜보던 나는 아스타로트에게서 나오기 전 받았던 2미터는 넘는 거대한 시약병을 꺼내 놓았다.

“조금 작은데…….”

술의 기초는 깔끔하게 머리위치를 잡아 담가야 한다.

독이 새어 나오면 맛은 좋겠지만 보통 인간은 먹을 수 없으니까.

“가만. 나 어지간한 독은 면역이잖아.”

고민하던 내가 눈을 번뜩였다.

“말아서 담가보면 들어가겠지. 케인.”

내가 케인을 부르자 그가 나를 향해 다가온다.

“꺄아아악!! 다가오지 마!”

멀리서 토끼들에게서 도망치는 이실디의 비명도 들려온다.

“내가 말하는 것들 좀 가져올래? 마족들 상당수가 도망쳐버려서 비어버린 가게가 제법 되니까 이리저리 뒤져보면 될 거다.”

“뭘 하시려고…….”

“수집가의 기본은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모두 모으는 데에 있다.

그 욤이라는 뱀. 세상을 휘감는다는 칭호까지 있는 거 보면 제법 큰놈이 분명하다.

어디 가서 못 구한다는 소리였다.

저 뱀은 변이체는 아닌 거 같고. 그 욤인지 놈인지 하는 놈이 소환한 화산체 같은데.

그럼 술을 담그기에 아주 적합하다!

내 논리에 케인이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나는 놈에게 더 이상의 반문 여지를 주지 않았다.

쩌엉!!!

그리고는 성큼성큼 걸어 아나콘다와 알리타의 사이로 걸어 들어간 뒤 입을 쩍 벌리는 거대 뱀의 송곳니를 한 손으로 틀어막아 저지했다.

뱀의 돌진속도는 상상을 초월했지만, 성큼성큼 걷는 내 속도는 마치 주변의 시간을 일그러뜨리듯 홀로 빠르게 움직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소리와 함께 놈의 거구가 멈춘다.

[커헉?! 아이고 내 송곳니!]

온몸의 체중을 실어 돌진하던 녀석이 이빨에 닿은 무언가에 의해 막혔으니 송곳니가 박살 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내 행동에 몸을 비틀며 물러난 뱀이 나를 노려보며 황색의 눈동자를 번뜩였다.

[감히 건방지게!!]

“취미로 마왕을 하고 있는 인간이야.”

마왕이라는 단어에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던 마족들이 경악한다.

그냥 인간인 줄 알았는데 그들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마왕이라고 하니까.

어그로는 역시 옳다.

장난스런 내 말에 알리타가 경악한 듯 나를 바라보았다.

“이…… 인간? 대체 여기서 뭘…… 위험해 물러나! 네가 아무리 강해도 놈은!”

터엉!!!!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손에 거대한 뱀의 머리를 잡아 지면에 처박아버렸다.

반 영체…….

순간적으로 공간을 괴리시켜 내 공격을 흘려버리려던 게 보였다.

자기는 공격하면서 공격받을 때마다 마치 실체가 없는 것처럼 통과했을 테니 너무 말도 안 되는 사기 괴물이라 여긴 것이겠지.

“뭐라고?”

나는 공격이 통과되지 않고 적중해버린 탓에 경악하는 알리타를 향해 물었다.

“어…… 어떻게…….”

어떻게긴. 이놈도 마나를 기반으로 움직이는데.

디스펠의 술식의 기본은 주변 마나를 제어하는 데에 있다.

이깟 저급한 6서클 정도의 반 영체화 정도야.

이후 나는 기절해버린 아나콘다를 정성스레 말아 시약병에 넣기 시작했다.

“맛있게 익어라. 조만간 네 형제자매는 물론 널 이곳에 보낸 그 욤인지 뭔지 하는 놈도 담가서 사이좋게 보관해줄 테니까.”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뻗어버린 뱀을 장인정신을 발휘하듯 아주 틈 없이 둥글게 말아가며 병에 채우자 아슬아슬하게 모두 들어갔다.

그 상황을 보던 마족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혼란스레 바라본다.

“꺄아악!! 어딜 만져!!”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결국 선을 씨게 넘어버린 토끼들에게 분노가 터져버린 이실디의 회오리 같은 검기가 그들을 날려버리는 게 보였다.

“마왕이 니들을 구하러 온 거야. 어때 고맙지?”

“…….”

“고마우면 고맙다고 해야겠지?”

엎드려 절받기. 생각보다 얼굴에 철판을 깔면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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