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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777화 (776/1,559)

제 777화

마족의 도시를 습격한 존재.

땅속에 처박힌 고대 괴물들이 만들어 낸 것으로 추정되는 뱀을 돌돌 말아 병에 보관하고 느긋하게 술을 담글 준비를 하는 내 행동거지에 주변이 침묵으로 인다.

퍼어어엉!!

저 멀리서 근육 토끼들이 이실디의 불꽃 터지는 죽빵을 맞고 날아와 내 곁에 처박히거나 말거나 느긋하게 작업을 계속했다.

“어디 보자……. 뱀술은 머리를 어느 방향으로 담느냐가 관건인데.”

죽이지 않고 잘 기절시킨 건 좋은데 이제 선택의 때가 온 것이다.

독이 흘러나오는 방향은 보통 사람이라면 먹을 수 없다.

하지만 내겐 특수한 맛을 주는 조미료가 된다.

“같이 먹을 것이냐. 혼자 기가 막히게 즐길 것인가.”

고민은 길고 강렬했다.

다시 못 구할 소재다. 놈들의 몸 안에 있을 힘의 근원, 즉 내단이라고 할 그것을 흡수하고 나머지는 담가 버릴 생각인데 이놈들이 어디 세상에 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좋아, 제일 큰 놈만 독하게 담가야겠다.”

그런 놈은 다시 보기 힘들다.

특히 산채로 담가야 그것이 제대로 된 맛이니.

마족의 도시를 습격한 괴물의 난동은 순식간에 제압되어 버렸다.

익숙하게 도망치거나 숨을 준비를 하던 마족들은 자신들을 괴롭히던 뱀이 순식간에 제압당하다 못해 병에 돌돌 말려 뱀술이 되어 버리자 벙찐 표정들을 지어 보였다.

“흡!! 흡!!”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고개를 슬쩍 돌려보자 거의 미쳐버린 것처럼 이실디가 토끼 마족들을 집어 던져 탑을 쌓는 게 보였다.

가까이 가는 것도 싫다는 듯 굴던 그녀였지만 무슨 일을 당했는지 분노가 가득해 보인다.

“손을 씻어야해…… 손을…….땀 냄새가 배겼어…….”

와들와들 떨며 중얼거리는 그녀였다.

“그 자식들……. 근육을 자랑하면서 나한테 달려들었다고!”

“그래. 고생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보이며 나는 알리타에게 다가갔다.

“이…… 인간.”

“그래 인간이다.”

그녀의 머리를 쿡 눌러 버린 뒤 나는 멍하니 상황을 바라보는 마족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들도 목숨은 아까울 거다. 틀린가?”

“…….”

주변은 고요함으로 가득하다.

“일단 복수도 살아남아서 하는 거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살아남아. 그리고 언젠가 강해지면 그때 다시 덤벼라.”

전쟁이라는 증오의 족쇄가 있건 말건 그딴 건 중요하지 않다.

“나를 이용해라. 나 또한 너희를 이용할 테니.”

당장 증오를 내버려 두고 나를 따라라.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나를 믿어 봐라!

반쯤 구걸에 가까운 신뢰 요구였지만 그것으로 아주 잠깐의 협조를 얻어 낼 수 있다면.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

마족은 멸종해선 곤란하다.

페르세르크가 그토록 지켜주려고 했던 시대에 희생된 종족이니까. 언제까지고 이곳에서 처참한 삶을 유지하다 보면 인간과 마족 사이에 화합은 영원히 오지 않을 터.

엘프와 드워프는 쉬웠는데 마족은 왜 이리 어려운 건지.

물론 요시아를 제외한 빌어먹을 뱀파이어는 예외다.

내 말에 주변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마왕의 여론이 얼마나 안 좋은지 알 만한 상황이었다.

“당장 뭔가를 바라진 않겠다만. 적어도 정보는 줘야 내가 뭘 해 주지 않겠나?”

“우…… 웃기지마! 아빠를 죽인 인간에게 어떤 말도 해줄……. 읍읍!”

“그만해 맥심! 죽고 싶어?! 겁도 없이 어딜 나서는 거야!”

가족으로 보이는 마족 소녀 하나가 마족 소년의 입을 틀어막고 내게서 물러난다.

“자…… 자비를…….”

“자비? 뭐 좋아. 자비 정도야.”

빙그레 웃으며 다가간 내가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가 고개를 숙여 내 시선을 피한다.

머리에 돋아난 뿔이 그녀가 순혈 마족임을 알려 주고 있다.

“근데 우리 지성인답게 서로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지.”

속삭이듯 말하자 소년의 눈에 불이 튀었다.

하지만 소녀는 소년을 꾹 누른 채 주변인에게 눈치를 보냈다.

그러자 몇몇 마족들이 슬금슬금 다가와 소년을 잡아 끌고 간다.

“안돼!! 누나!! 누나!!”

악을 쓰며 내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소년이었다.

“죽일 거다!! 마왕! 널 내손으로 반드시 죽일 거야!! 누나한테 손가락 하나…….”

“시끄럽네. 진짜.”

짝!

뭔 주고받는 거에 받기만 하고 주기 싫다고 저렇게 악을 쓰는지.

손뼉을 쳐 공간 전체에 침묵 마법, 즉 사일런스를 펼친 나는 긴장한 표정으로 서 있는 소녀를 보았다.

“저…… 제 집으로 가실가요?”

“응? 네 집으로 왜 가. 이 도시를 관리하는 놈 불러서 광장으로 데려와.”

애초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것도 눈 가리고 아웅이다.

처음엔 박자나 맞춰 주려고 했다만.

그 흉물스런 토끼들을 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며칠 안에 그 자칭 고대신 놈들을 모조리 뽑아내서 성불시키든지 해야 하리라.

“네?”

의아한 듯 나를 바라보는 그녀였다.

“나…… 남들이 보는 앞에서…… 절 범하실 건가요?”

그리고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아…….”

이것들 설마.

그쯤 생각이 미치니 왜 소년이 그 난리를 쳤는지도 알 것 같았다.

“순식간에 나쁜 놈이 됐네? 축하해. 원래 나쁜 놈이긴 했지만 넌 이제 구제가 안 되는 쓰레기가 된 거야.”

“저는 모른 척 하겠습니다.”

케인과 이실디의 신랄한 비판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둘 다 술에 담가 버릴라, 진짜. 이봐 너. 이름이 뭐야.”

“매그나…… 라고 합니다. 마왕님.”

“그래. 좀 전에 그 뱀하고 이 흉물스러운 토끼들 봤지?”

“네? 네…….”

“네가 보기에 내 직급은 무엇인거 같지?”

나는 사일런스 마법을 풀고 모두가 듣게끔 이야기했다.

“마…… 마왕님.”

“그래. 마왕은 뭘까? 맞추면 선물을 주마.”

“마, 마족을 지배하는 분…….”

“음, 그 말이 맞네. 다른 건?”

“마계에서 가장 강한 분…….”

“음……. 그 말도 맞다. 또?”

슬슬 인내심에 한계가 온다.

머릿속까지 근육으로 가득 찬 전투민족이 따로 없다.

“마…… 마족을 지켜 주시는…… 분.”

“그래. 맞아.”

담담하게 말하며 나는 매그나의 팔에 생긴 상처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새하얀 빛이 스며 나오며 그녀에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시…… 신성력!”

경악한 그녀가 두려움에 가득 찬 얼굴로 물러나려 한다.

하지만 저항은 오래가지 않았다.

신성력이 그녀의 상처를 치료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어…… 어떻게?!”

“신성력이 우리 몸을.”

놀란 마족들의 시선이 모여든다.

“뭐, 신성력이 너희에게 나쁜 건 아니지. 애초에 너희들이 모시는 마신도 프리아 여신인데.”

“시…… 신성 모독!”

“자자! 다들 주목!!”

내 외침에 시선이 몰린다.

“너희들에게 나라는 존재는 참 마음에 들지 않을 거다! 너희 가족을 죽인 악귀가 바로 나니까!”

내 외침에 주변의 분위기가 어두워진다. 복수대상이 눈앞에 있는데 나서는 이가 없었다.

나섰다간 죽을 거라는 게 훤히 보였으니 말이다.

마족이 힘을 숭상한다 하지만 목숨이 아깝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돕지 않으면 너희는 저 흉물스러운 엽기토끼로 변해버리거나 뱀에게 잡아먹힐 거다!!”

뱀은 모르겠고 엽기토끼들은 아마 본래엔 마족이었으나 힘에 오염되어 변해버린 케이스일 것이다.

어떤 의미든 엽기토끼를 만들어낸 마수 놈이 제일 우선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아는 게 있다면 전부 말해라! 그렇게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해!”

내 외침에 주변의 시선이 모여든다.

나에 대한 여론이 좋진 않지만 살아남기 위해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기꺼이 이용해도 좋다.

나의 그런 외침에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알리타가 다가왔다.

“소용없을걸? 이곳을 관리하는 백작은 인간에게 아들을 잃었어.”

이게 문제였다.

아스타로트를 포함한 마족들이 고대 마수와 싸우려 들면서도 내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는 이유.

이미 많은 마족이 전쟁으로 인해 죽었고 그 가족들의 증오가 나를 향하고 있다.

그러니 아스타로트도 내게 도움을 요청해 나와 협력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었으리라.

그런 모습까지 보인다면 현재 마계를 이끌어가는 상위 계층 귀족들은 마족들의 원성을 살 테니까.

단순히 원성의 문제가 아니라 마계의 기반이 뒤흔들려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공공의 적이라는 걸 목표로 두면 이들의 여론 완화에 큰 도움이 될지 모른다.

“그냥 마왕의 힘으로 누르면 될 것을.”

“앞을 안 보고 지금 당장만 보면 그게 낫겠지, 멍청아.”

케인을 향해 쏘아붙인 뒤 내가 말했다.

“누가 용감하게 나서 봐라. 아는 대로 말하면 내가 반드시 돕는다. 증오도 증오지만 일단 살아야지?”

내 말에 서로 눈치를 살피던 마족들 중 일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크흐흐흐! 좋다! 좋아! 좋구나!”

고급스러운 저택 내에서 와인을 들이키던 지배 계급 마족이 곁에 있는 수많은 마족 여성과 소녀들을 향해 손을 놀렸다.

가까이와 와인을 따르는 소녀의 뺨과 목을 스르륵 만지던 그가 스산하게 물었다.

“너. 언제 왔느냐.”

“어…… 어제부터…… 영주성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백작님.”

“그래? 결혼은 했느냐?”

“아…… 아직. 곧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초야권에 대한 법은 알겠지?”

백작의 물음에 소녀가 움찔거렸다.

초야권. 야만적인 풍습이지만 다른 도시는 몰라도 이곳에서는 재수가 없으면 영주가 이런 식으로 굴긴 했다.

아니, 원래는 그렇지 않았다.

영주가 비록 방탕하고 성격이 못나긴 해도 적정선은 지키던 자였으니까.

하지만 아들이 전쟁에서 죽은 이후 그는 극도로 인간을 증오하고 마왕을 거부하는 입장이었다.

실제로 마왕인 인간 데이비 올 라운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아 마냥 증오할 수도 없는 마족들조차 억압하여 강제로 분노를 피워 올리게끔 했다.

그의 그런 행동은 점차 심해졌고 심지어 광기까지 내비치기 시작했다.

“하…… 하지만…….”

“말을 듣지 않겠다고? 내 명을 거부한 이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듣지 못했나?”

왜 못 들었을까. 초야권을 거부한 빈민가의 한 마족 소녀를 영주가 고문실로 끌고 가 처참하게 망가뜨리고 내다 버린 사건을.

지금 영지 내엔 기이한 현상과 괴물들이 갑자기 출현하고 있지만, 마족들은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입장이었다.

악랄하기 그지없다.

그의 행동에 마족 소녀는 눈을 꼭 감고 파르르 떨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려움이 앞선 것이다.

“알겠습니…… 다…….”

“크흐……. 그럼 그럼. 그렇게 해야지. 그나저나 내가 준비하라 시킨 이들은 어찌 되었는가.”

“말씀하신 아이 10명을 깨끗이 씻기고 준비해 두었습니다.”

“그래?”

스산하게 웃어 보인 그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는 소녀를 끼고는 집무실의 바깥으로 향했다.

덜컥!! 끼이이이익!!!

기름칠을 하지 않은 듯한 거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눈물기를 머금은 소녀는 누가 되었건 제발 좀 도와달라 빌고 싶었다.

그때였다.

“이런 게 영주라고? 내가 관할하는 지역에서 이런 놈은 용납을 못 하는데. 그보다 여기 어딘가에 마수 감응자가 있는 거 같은데.”

“뭐? 넌 그걸 알 수 있어?”

“좀 전부터 그 끔찍한 엽기토끼가 내뿜던 기운과 비슷한 게 풍겨 나오거든, 이것도 아비트 때문인가…….”

혼잣말을 하며 영주를 올려다보는 붉은 눈의 인간 청년.

그를 본 영주의 얼굴에 경악이 서렸다.

“너…… 넌!”

“영주, 기르타 백작, 맞나?”

“마…… 마왕!!”

놀란 그가 움찔하며 물러나자 붉은 눈의 소년 데이비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그리고는 말했다.

“알리타.”

“어…… 어어?”

내부에 펼쳐진 끔찍한 주지육림의 상황을 본 알리타가 바짝 굳은 채 대답했다.

“마왕의 권한은 어디까지인지 알고 있나?”

“마계에서 마왕이 못하는 건 없어…….”

“그래?”

그럼 이야기가 편하지.

짐승만도 못한 놈을 벨 때 망설임은 필요하지 않다.

그 말에 청년의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영주 기르타 백작은 눈앞에 철천지원수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 입을 뻐금거렸다.

그리고.

그가 내뱉은 마지막 말은.

“무슨?!”

서걱!!!

[무슨] 이라는 단어가 끝이었다.

백작의 목이 허공을 갈랐고, 그의 육신이 무너졌다.

“너 같은 새끼는 다수의 목숨을 책임지고 이끌 자격이 없어. 현 시간부로 이곳은 마왕 직할령으로 정하고 내가 직접 통치한다.”

하인스 영지에 이어 이 영지까지…….

“영지 이름은…… 그래. 아이어로 하자.”

나쁘진 않은 이름이다.

모두가 침묵하는 가운데 소녀는 멍하니 자신을 지옥으로 몰아넣던 영주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

그때였다.

“뭐해. 이리 와.”

담담하게 말하며 그녀를 당긴 마왕이 그녀를 뒤로 숨겼다.

동시에.

목이 잘려 버린 백작의 몸이 뒤틀리더니 몸이 부풀기 시작했다.

하반신은 새하얀 타이즈로, 상반신은 근육이 터질 듯한 형태로.

머리가 다시 돋아난다.

마족의 얼굴이 아닌 기괴한 토끼의 얼굴에 토끼의 귀를 가지고 있다.

“와씨……. 이건 좀…….”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토끼가 데이비를 향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뀨?”

퍼엉!!!

그 모습을 보지 못하겠는지 어디서 나타난 이실디가 괴물의 몸을 아예 터뜨려버렸고 이내 그의 육신이 무너진다.

“죽으면서 괴물로 변하는 건가? 꽤 깊게 자리 잡은 모양인데. 그 마수와 만나 연결된 감응자를 빨리 좀 찾아야겠어. 뭣들 해! 옷 입고 성을 관리하는 놈을 불러와!”

데이비의 외침에 주변 모두가 시트로 몸을 가린 채 눈치를 살폈다.

“방금 네가 죽인 게 그 관리자잖아.”

“저런 놈이 관리를 했을 거라고? 대리 관리인이 있을 텐데?”

그 말에 모두가 침묵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령의 마족 하나가 허겁지겁 달려오는 게 보였다.

“이…… 이게 무슨?!”

당황한 노령의 마족이 데이비를 본다.

“마…… 마왕님이십니까?”

“그래. 넌?”

“영주성의 재정을 담당하고 있는 세바스찬이라고 합니다.”

“좋아 세바스찬. 지금부터 이 영주의 실질적인 실권자는 너다.”

“예…… 예? 그게 무슨…….”

그도 데이비를 향해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함부로 나서서 적대하진 못했다.

“네가 영주라고.,”

“그…… 그것이 저는 하위 마족이라…….”

“그딴 게 어딨어. 하라면 하는 거지.”

당당한 데이비의 발언에 그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왕 직할령이라지만 직접 통치하는 것보단 마족이 통치하는 게 나을 터.

결국 그 또한 데이비가 원하는 대로 기본적으로 영지를 운영하겠지만 말이다.

“그냥 지금부터 고위 마족해.”

“태생부터 정해진걸 바꾸는 게 가능할 리가…….”

“마왕의 권능 중에 그런 게 있었던 거 같은데.”

[임명.]

페르세르크에게 배우기론 마왕이 내뱉는 마기의 언령으로 하위마족에게 간섭하여 지배계급으로 바꿀 수 있다고 했다.

3천 년 동안 마왕이 공석이라 이런 경우가 없었던 모양이지만 이제는 그가 대적자이며, 마왕이다.

[세바스찬 너를 마왕의 권한으로 상위 마족으로 임명한다.]

데이비 말에 그의 눈이 부릅 뜨여졌다.

동시에 그의 몸 안에서 활기가 샘솟기 시작한다.

물론, 그 대가로 데이비의 몸에서 대량의 마기가 빠져나가기 시작했지만 그래 봐야 일부일 뿐. 애초에 마기는 거의 쓰지 않는 입장에서 당장 마기가 좀 줄었다고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데이비였다.

빛 속에 집어 삼켜진 노집사 세바스찬이 빛 속에서 다시 나타났을 때 그의 모습은 훨씬 젊어져 있었다.

검버섯이 핀 얼굴은 말끔해졌고 주름도 많이 사라졌다.

데이비가 한껏 자신만만하게 물었다.

“힘의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예?”

“장난이야. 어때 좀 더 괜찮은가?”

“히…… 힘이 넘칩니다!”

악마들이 힘을 줄 때 이런 카타르시스를 느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데이비였다.

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평생 바뀌지 않을 태생 계급이 바뀌면서 힘도, 젊음도 되찾은 것이다.

“……마…… 마왕이시여.”

“뭐 당장은 요구하지 않을게. 일단 영지 꼬라지부터 수습하자고.”

영주였던 놈이 죽으면서 역대급으로 끔찍한 엽기 근육 토끼가 되었다.

그 말인 즉, 이 영주성 내부 깊숙한 곳까지 그 끔찍하게 생긴 토끼의 힘이 퍼져 있다. 아마 그 통로는 그 괴물의 감응자이리라.

고대 마수의 감응자는 꿈을 통해 마수와 접근하고 봉인을 풀 수 있는 방법을 듣게 된다.

그 과정에서 힘을 어느 정도 이전받는 모양인데.

그 힘이 새어 나오면서 영주부터해서 마족들을 감염시켜, 죽으면 그 괴이한 만렙 근육 토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그냥 두면 마족이 병사를 하든, 전사를 하든 계속해서 나올 터.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선 감응자를 죽이고 다시 봉인을 견고하게 만들던지.

아니면 감응자를 이용해 놈을 해방시켜주고 그다음에 회 쳐서 포를 떠버리던지.

둘 중에 하나다.

“어차피 후자를 선호하잖아?”

이실디가 빈정거리듯 물어왔다.

“그래서 널 데려온 건데. 열심히 싸워 봐.”

“뭐? 이젠 반쪽짜리인 나보다 네가 더 강하잖아!”

“부하 내버려 두고 두목이 돌진하는 거 봤냐?”

데이비의 말에 이실디가 정말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데이비는 숨기지도 않은 본심을 털어놓았다.

“나도 땀 냄새 진동하는 헬스 근육토끼는 좀…….”

이게 본심이었다.

이후 나는 영주성의 지하에서 느껴지는 감응자의 기척을 찾아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지만 어떻게 꽁꽁 숨겨놓은 건지 잘 감지되지 않는다.

“우선 첫 명령이야. 영지 상황 실태에 관한 서류와 성의 지도를 가져와.”

내 말에 멍하니 있던 세바스찬이 고개를 들어 보였다.

그 말에 세바스찬은 한참을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가 가져온 서류들을 한번 스윽 훑어본 데이비는 망설임 없이 그것들을 집어던지며 말했다.

“X자식이 아주 개판을 쳐놨어, 그냥! 3살짜리가 영지 굴려도 이것보다 잘 굴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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