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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778화 (777/1,559)

제 778화

“와…… 이 개새끼들!”

데이비의 요청대로 당분간 현아의 집에서 머무르게 된 수소감귤맛스타. 즉 윤지환은 현아의 본가 건물에서 조금 떨어진, 현재는 비어있는 사용인 숙소를 빌렸다.

물론, 사용인 숙소라곤 해도 그와 산소가 현아에게 폐를 끼치고 싶어 하지 않아 직접 요청한 것이기도 하고 실제로 사용인들의 배려를 많이 해준 현아와 연희였기에 사용인의 숙소는 사실상 산소 남매가 살던 곳보다 더 좋은 시설과 넓은 공간을 가지고 있었다.

“응? 지환아. 왜?”

“이거 봐 누나.”

인상을 찡그린 채 지환이 태블릿 PC를 보여주자 그곳에는 한 영상이 있었다.

그건 밤길을 걷던 한 사람을 차량이 미친 듯이 달려와 들이 받아버리는 장면이었다.

“…….”

사람 죽는 모습이 희소한 세상은 아니게 되었다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차에 치이는 광경이 보기 편할 리 없다.

“…… 너 뭐 스너프인지 스머프인지 그거 보는 거야? 그거 정신병이야. 정신 차려.”

“아니야! 내가 무슨 이상 취향 변태인 줄 아나. 얼마 전에 근처에 있었던 일을 담은 CCTV야.”

“사고 장면이야?”

“그런데 저 애들, 사람 친 것도 모자라서 아예 깔아뭉개서 확인사살까지 하고 가버렸대.”

“…….”

지아가 눈을 찡그렸다.

“그래서? 범인은 잡혔데?”

“잡혔지. 그런데 운전자가 법에 걸린다더라.”

“법?”

“있잖아. 그 빌어먹을 애들 보호법.”

아이는 훈방조치.

아이와 함께 있던 중고등학생 몇몇은 그 자리에서 잡혔으나 솜방망이 처벌을 예측 중이다.

“기가 막히지? 저 큰 차량에 6명이 타고 있었는데 13살짜리 애들이 둘, 16살이 넷이래. 그중에 운전한 게 13살짜리고. 다들 술 처먹고 밤에 차량을 훔쳐 달리다가 사람을 친 거라더라.”

“세상에…….”

“인터넷에 올라온 동영상인데 누가 올렸는진 모르겠는데 경찰은 이걸 숨기려고 했다는 의혹도 돌고 있어.”

대체 왜?

의문이 서린다.

“어휴. 저승사자는 뭐하나 저런 새끼들 안 잡아가고.”

“세상에…… 무면허에 미성년자 운전도 웃기는데 차량 절도에 음주운전까지? 아니 애들이 술을 마셨다고?”

“내가 아나. 뭐, 애들 상태가 음주상태였고 심신미약 상태였으며 반성하는 기미가 보였다고 애들은 훈방 때리고 나머지는 법정에서 간단한 재판을 받는다는 모양인데. 그 정도면 끝났지. 얼마 전에 동급생 구타해서 사람 죽여놓고 솜방망이 처벌받은 놈들도 있었잖아?”

씩씩거리며 분개하는 지환의 말에 관심이 생겼는지 휘적휘적 걸어 나와 물을 마시던 마가가 다가온다.

“비켜 꼴뚜기.”

“더럽게 뭐 하는 짓이야!”

발바닥으로 지환을 걷어차듯 밀어버린 그녀가 핸드폰을 본다.

“이야…… 세상 말세다 말세. 안 그래도 인터넷에 날리더라. 현아도 봤는지 씁쓸해하던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그녀가 어깨를 으쓱였다.

“저거 지금 청원 올라가고 난리더라. 그래서 국회 입법 스캔들 터진 거 묻으려고 공론화 시킨 거 아니냐는 놈들도 막 있고. 지금 난리도 아니야.”

“어휴…….”

벌떡 일어난 지환이 속 터진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튼 그놈의 애들 보호법.”

“애들 보호법이 뭐니 애들 보호법이. 하여튼 무식해가지고.”

“보호법 맞지! 애들이라도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저렇게 죽은 사람이 가장이라더라! 그 사람 아니면 아무도 먹여 살릴 사람 없을 정도로 가난한!”

“그 사람은 누가 보상해줄 건데. 그들이 느낄 슬픔은 어떻게 할 건데.”

“저 미친놈들! 변호사한테 뭐라 지껄였는지 알아? 잘못한 거 알고 있으니 적당히 벌 달라고, 얼른 해치우고 나가서 다시 놀러 갈 거라더라! 너무 당당해서 변호사가 때려치우면서 그걸 퍼뜨린 거야. 녹음파일. 이딴 놈들 처벌해야 한다고.”

“저놈들이 저러는 이유가 뭔지 알아? 자기들이 법으로 보호받아서 크게 처벌 못 받는걸 아는 거야. 아니까 저런 짓을 당당하게 하는 거라고!”

“지환아 일단 진정해.”

산소의 말에 지환이 씩씩거렸다.

“에이씨 벼락 맞아 뒈져버릴 새끼들! 데이비 형이 와서 저놈들 싹 처리했으면 좋겠네.”

“바쁜 사람이 어떻게 저런 일까지 신경 쓰니. 그리고 그 사람은 한국 사람도 아니고 정의의 집행관도 아니야. 나설 이유도, 명분도 없어.”

“그렇겠지?”

“아, 물론 그 인간 워낙에 독불장군에 이기적이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으면 아주 영혼까지 갈아버릴 테지만.”

마가의 장난스런 말이지만 게임을 하며 듣고 있던 포도맛캣타워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인간 진짜 장난 없이 굴리지…… 기술자 갈아 넣는 데에 신이야 신.”

그들은 몰랐다.

그 아이들이 사람을 치고 가기 전 CCTV 영역 밖에서 이미 누군가를 한차례 친 사실 때문에 일이 더 커졌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그 대상이 하필이면…….

* * *

마계 마왕 직할령이 된 마족 도시 아이어.

단 한 명에 의해 모든 종족이 굴러간다는 건 그 한 명이 실수할 경우 그 종족은 끝이라는 뜻과 일치한다.

그래서 나는 마왕의 자리에 오르자마자 거대한 개혁을 감행했다.

본디 개혁이란 많은 논란과 격통을 수반한다 하였다.

그리고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마족 도시를 관리하던 기르타 백작은 내가 내린 자유 지휘에 대한 권한을 악용하여 별의별 더러운 짓을 다 하기 시작했다.

“그 영향을 안 받았다 할 순 없겠지만…….”

욕망만 가득한 채 억압당하던 존재가 자유를 얻었다.

지도 자체에 간섭하지 않고 자유롭게 해준다는 말에 그동안 쌓인 모든 욕망을 터뜨린 결과가 이것이다.

“이건 뭐야. 초야권? 이 자식이 진짜 돌았나.”

“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세바스찬의 대답에 입을 다물고 그를 바라보았다.

“넌 내게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마왕님이시지 않습니까. 게다가 저는 백작을 처단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무엇보다.”

당신은 나를 새로 태어나게 해주셨으며, 망가져 버린 백작을 막아주신 분입니다.

“영지의 민심은 흉흉할 대로 흉흉했으니까요. 영지민들이 죽어 나가는데 주지육림에 빠진 자를 도저히 따를 수 없다고 판단했을 뿐입니다.”

어쨌거나 태생 계급을 바꿔준 게 크게 작용했다는 뜻일까.

인간도 종류대로 있듯 마족도 다를 바 없다.

완벽하게 나를 따를 리는 없겠지만 일단 이 정도로 협조해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서류의 내용대로 아이어는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실상 재정은 바닥이고 복지는 최악. 치안상태도 말이 아니다.

마족들은 가난한 자들이 많은데 정작 이놈은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사치를 부리고 있었다.

“다른 도시도 이래?”

현재 마계엔 새로운 아이어라는 이름을 얻은 이 도시 이외에도 마족들의 도시가 여럿 존재한다.

과거 나와 손을 잡았던 페르세르크의 진짜 충신 벨리얼 또한 감옥 도시에 갇혀있지 않았던가.

마족계의 아오지 탄광을 방불케 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던 도시.

‘거긴 한번 싹 개편을 해야 하는데.’

이곳에 온 것도 사실 자칭 고대신들의 흔적이 나타난 장소라 조사하러 온 것이 아닌가.

“저…… 그런데 마왕님.”

“뭔데?”

“그 괴물 토끼와 뱀이 나타난 게 이 영주성과 연관이 있는 것입니까?”

불안함이 서린 그의 질문에 나는 담담하게 일어났다.

“가서 보면 알겠지.”

* * *

영주성은 본래 고위 마족이 사용하던 성이었다는 모양이었다.

이번에 나타난 백작이 이 성의 주인이 된 건 그리 길지 않았다.

그 탓에 제대로 된 지도가 아니라는 건 확실했지만 상관없었다.

적당히 길만 알면 이 영주성 내에서 느껴지는 기괴한 마수의 기운을 추적할 수 있으니까.

“여기네.”

지하는 어두웠다,

철문으로 굳게 봉인된 거대 감옥 문에 손을 뻗은 내가 통통 두드리자 묵직한 소리가 뒤따라온다.

“이실디. 마스터키.”

내 말에 그녀는 내게 받았던 현철검을 망설임 없이 뽑아 들었다.

“비켜.”

서걱!!

정말 놀라울 정도로 깔끔한 일검이 공기를 가르며 철문을 한번 그어 내렸다.

단단한 흑철로 만들어진 문에 칼질을 한다는 건 검을 부수겠다는 뜻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허업!”

그 견고해 보이던 거대 철문이 순식간에 앞뒤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카앙!!

그러면서도 문을 제외한 그 어떤 곳에도 흔적조차 남지 않는 것이 섬뜩할 정도의 검술실력이었다.

“많이 녹슬었네.”

씁쓸하게 중얼거리는 이실디를 무시한 채 내가 어둠이 가득한 창고 내부로 들어갔다.

그리고 사령안이 발동된 내 눈에 무언가가 잡히기 시작하자 가볍게 손뼉을 쳤다.

[라이트]

화아아악!!

빛이 들어서자 경악스러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창고 내엔 정체불명의 마법장치들이 가득했고 그 중앙엔 피투성이가 된 마족 남성 한 명이 쇠사슬에 묶인 채 벽면에 매달려있었다.

얼마나 맞았는지 전신에 멀쩡한 곳이 없다.

“아…… 아아아…….”

그런 사내의 모습을 본 세바스찬의 얼굴에 혼란, 그리고 경악이 서린다.

“이걸 보면 마족도 인간과 다를 게 하나도 없군요.”

케인의 신랄한 비판에 나는 혀를 찼다.

“쯧.”

그리고는 사내에게 다가갔고 이실디가 검을 집어넣기 전 한 차례 더 검을 휘둘러 쇠사슬들을 잘라내 버렸다.

“살아는 있는데. 이놈이 맞네.”

“아아…… 알프레드!!”

기겁한 세바스찬이 달려와 사내를 안아 들었다.

“아아…… 어찌 여기에 이러고 있는 게야! 대체 어쩌다가!”

“알고 있나?”

“제…… 제 아들, 제 아들입니다! 영토전쟁에 참가하기 위해 떠났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곳에!”

영토전쟁이라면 마족끼리 분열한 이후 벌어진 싸움을 말하는 것일 터.

분노와 혼란으로 어쩔 줄 몰라 하는 세바스찬의 얼굴에 분노가 어린다.

“백작…… 백작이 설마!”

“이놈이 감응자네. 대충 알겠구만.”

백작은 아들이 죽은 이후 나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 해선 안 될 짓까지 저지르고 있었다.

원인은 결국 나지만 선택의 방식은 그의 몫이다.

“살아있어. 치료받으면 어느정도는 회복할 거다. 비켜.”

“대체…… 대체 제 아들이 어째서!”

“영지를 공격했던 뱀과 근육 토끼를 기억하나?”

“네…… 그렇습니다.”

“그놈들을 만들어내는 건 고대 괴물들이야. 그놈들은 단순히 힘을 방출하기 힘들기 때문에 감응자와 연결해서 그들을 통해 힘을 발현하는 거고.”

마치 바이러스처럼 말이다.

“아마 그 백작 놈은 네 아들을 여기에 묶어두고 그 힘을 제 입맛대로 사용하려 했을 거다.”

그 결과가 이것이고.

물론 봉인된 괴물 놈은 이러나저러나 감응자를 통해 자신의 힘을 계속해서 발산할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의 행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아래쪽.”

고요하게 중얼거린 나는 이 지하 감옥 아래에 또 다른 공간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올라오는 후끈한 열기부터 기괴한 마나의 흐름까지.

이실디와 세바스찬 등등 모두 물린 나는 아공간에서 거대한 해머를 꺼내 들었다.

흉신을 죽이고 얻은 소재로 만든 오함마. 코로나 디스트로이어였다.

“후웁…….”

콰아앙!!!!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바닥을 내리쳐 부숴버렸다.

“무…… 무슨?”

“공간이 있네. 그런데 이 열기는 뭐야.”

용암의 곁에 있어도 괜찮은 몸이라지만 이건 뭔가…… 좀 불쾌한 열기다.

양손을 부딪쳐 광탄을 몇 개 만들어 검은 공간 안으로 던지기가 무섭게 이실디가 뛰어내린다.

벽이 부서지면서 결계가 박살 나기라도 한 것일까.

좀 전부터 불쾌한 에너지가 말도 안 되게 증폭되기 시작했다.

이건 어쩌면…….

생각하던 나는 이실디를 따라 검은 공간으로 뛰어내렸다.

내부는 긴 복도로 되어있었다. 백작은 이곳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점차 걸어 들어가면서 힘이 강해지자 케인이 긴장한 듯 표정을 굳힌다.

“섬뜩할 정도로 놀라운 힘이군요. 이게 정말…… 고대 마수의…….”

“그렇겠지.”

담담하게 중얼거린 나는 곧이어 긴 복도의 끝에 있는 작은 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잠시만요! 일단 상황을 보고 조심스럽게…….”

“웃기는 소리.”

이실디가 화끈하게 문을 열어젖힌다.

저건 본성을 각성하더니 애가 너무 화끈해졌어.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내부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우리 모두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 안에 있는 것은 세바스찬 알프레드 때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욱…….”

이실디가 입을 틀어막고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내부에는 수많은 토끼들이 있었다.

새하얀 타이즈에…… 근육질 거구…… 무표정한 마족의 얼굴이지만 머리 위엔 새하얀 토끼의 귀가 돋아나 있었다.

거기까지는 괴이한 엽기토끼와 같다.

하지만 이놈들…….

“뭔 벌크업이야 미친놈들이!!”

내가 참지 못하고 소리치자 모두의 시선이 우리에게 닿았다.

“뀨?”

고개를 갸웃거리며 기괴한 소리를 내는 놈들의 손에는 아령으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쥐어져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놈들은 우리를 보기가 무섭게 근육을 자랑하듯 가지각색의 자세를 취하며 다가온다.

쉬지 않고 근육을 키우고 있던 놈들을 보며 이실디가 질렸다는 듯 물러난다.

“아…… 난 못 이겨. 저런거랑 안싸워.”

단호하게 답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어서 와.]

느끼한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넌 이름이 뭐냐.”

[내 이름이 중요해? 물론 호칭 정도는 있어야 재미있겠지.]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가 느긋하게 말한다.

[과거 인간들은 나를 두려워하여 보팔레빗이라는 이름을 붙였어.]

“보팔레빗…… 좀 역겹긴 하네.”

[나를 찾아온 거지? 나는 알아. 다른 마수들은 저마다 욕망이 있는 모양이지만 애석하게도 난 관심이 없거든. 오로지 근육! 근육이 나의 전부야.]

“…….”

[다른 마수와 다르게 나는 이미 현신을 거의 끝마쳤어, 넌 나를 죽이러 왔니?]

그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체는 필요 없고 네 몸에 있는 내단을 회수하러 왔다.

[그렇다면 시험을 치러.]

그 말과 함께 토끼들이 물러난다.

아니, 지구로 돌아가야 하는데 왜 이렇게 귀찮게 구는 건지.

속으로 그런 투정을 하고 있던 찰나.

기괴한 엽기토끼들 사이에서 급이 다른 체격의 토끼가 쿵! 쿵! 소리를 내며 걸어 나온다.

[나의 그 자체! 나의 힘! 나의 모습!]

다른 토끼들보다 한 두 배는 더 혐오스러울 정도로 근육에 미쳐있는 토끼였다.

실제로 튀어나온 토끼 마족은 마족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다른 마족처럼 귀만 돋아난 게 아니라 얼굴이 둥글둥글한 토끼였기 때문이었다.

[힘으로 싸워. 네가 날 이긴다면. 나는 기꺼이 내 힘의 근원을 네게 주지.]

다른 고대 마수와 다르게 이미 봉인이 거의 다 풀린 존재.

애초에 백작이 그 힘을 이용할 수 있었던 건 이 미치광이 만렙 토끼가 힘을 빌려주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 아아…… 난 여기서 나갈래.”

질려버린 이실디가 도망치려 하자 문이 쾅!! 하고 닫힌다.

[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기가 막히네.”

그렇게 말한 나는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이실디에게 던졌다.

“거기서 기다려.”

[화끈한 친구네. 좋아. 종목은?]

“네가 원하는 대로 힘겨루기로 간다. 보팔레빗.”

콰앙!!!!!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맹렬하게 덤벼드는 놈은 다른 고대 마수와 다르게 힘을 굉장히 절제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겉보기엔 위험해 보이지 않지만.

이놈의 내면에 어떤 게 있을는지.

나는 힘겨루기를 위해 달려오는 놈을 향해 손을 뻗으려다 멈칫했다.

그리고는 아공간을 열어 손을 밀어 넣었다.

‘초단아’

청단이와 홍단이가 합쳐지며 청적색의 검이 된다.

이후 나는 망설임 없이 금기의 힘까지 발현하여 놈을 양단해버렸다.

고대 마수. 잘난 놈이긴 하지만 과거도 아니고 이제 와서 내게 큰 영향을 끼칠 순 없는 노릇이다.

[커헉?! 이게 무슨?! 이 더러운 사기꾼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거 같다.”

신화 속의 괴물? 고대에 봉인된 괴물? 그딴 건 상관없다. 이놈은…….

해로운 놈이다.

순식간에 부서지듯 무너지는 놈을 향해 손을 뻗은 나는 반신의 위계, 즉 내가 가진 신력의 컨트롤을 이용해 놈의 힘의 근원을 끄집어낸 뒤 절대보옥에 밀어 넣었다.

한 놈은 끝났고. 다음 친구는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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