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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783화 (782/1,559)

제 783화

침묵이 일었다.

“다시 말해볼래?”

“륀느의 내구성을 높게 평가.”

낭랑한 무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녀석이 발뒤꿈치로 앉아있는 작업선반의 지지대를 통통 두드렸다.

엉뚱한 기질이 가득한 녀석이다. 그 기질 탓에 어떤 면에선 내가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주로 선택하기도 한다.

그 덕분에 순수하기 짝이 없는 청단이나 홍단이와 잘 놀아주는 것이기도 할 테지만.

륀느의 상태는 세피로스화를 각성하면서 큰 변화를 겪었다. 첫째로 기계장치의 신은 그녀의 기술력이 어떠하건 특정 재료를 수집해서 스스로 치료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자잘한 부분은 실제로 내 손을 거쳐 수리를 받곤 했지만 디테일한 부분은 스스로 치료하곤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세피로스화 이후 그 회복속도가 많이 더뎌져 있다.

힘이 많이 떨어져 있다는 뜻이었다.

“자세히 말해봐.”

손에 쥐고 있던 도구를 내려놓으며 한발 물러난 내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다.

“륀느의 개인행동, 소유자 데이비 님의 앞일에 방해가 될 시 기억데이터에서 삭제 가능하다 판단. 륀느가 데이비 님의 계획을 높게 평가.”

“그건 내가 알아서 하니까 대답부터 하라고.”

이에 륀느는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

* * *

륀느의 디테일한 수리는 녀석의 자체 수복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나는 결국 륀느의 일그러진 피부 부분만을 고쳐준 뒤 륀느의 육신에 회복에 도움이 될 요소를 조금 추가해주는 정도로 그쳤다.

륀느가 데스 로드 로 아이아스의 힘을 흡수해 기계장치의 신을 자신의 힘으로 만든 것처럼. 유르기안 대륙의 기술력이 집중된 나노입자도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일차적으로 그런 생각을 한 후 실험을 해본 결과는 성공이었다.

결국, 녀석의 몸 안에 수복을 도와줄 나노입자를 이식해두는 것으로 수리를 마친 내가 작업실에서 나왔을 때 페르세르크가 내게 다가오더니 손에 쥔 걸 입에 쑥 밀어 넣었다.

달달한 맛이 퍼져나간다.

“화가 났을 때 단 걸 먹으면 그대는 냉정해지지.”

“나는 늘 사리판단은 잘했던 거 같은데.”

“그대 표정이나 바꾸고 말하지 않겠어?”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거울까지 보여주는 걸 보니 이미 그녀는 내가 어떤 상황인지 알았던 모양이었다.

빙그레 웃고 있지만 싸늘함이 서린 얼굴이다.

“마계에 갔다고 들었는데.”

“절대보옥의 힘을 일단 회수하는 게 우선이라 생각했거든. 간 김에 겸사겸사 마계 구조도 조금 바꿔놓고, 여론에 작은 돌도 조금 던져놓고.”

“잘했어. 고마워.”

내게 다가와 조용히 안겨드는 그녀였다.

“마족들이 처음엔 미웠지.”

생판 처음 보는 종족인데. 뭐 좋아질 게 있다고 그녀의 인생을 망가뜨린 마족을 원하겠는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마족도 인간과 다를 바 없으며, 그들 대부분은 자신이 잘못한 것도 모른 채 이용당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이다.

“웃고 울고 떠드는 건 인간과 같아.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본녀는 그런 것들을 보면서 도저히 마족을 버릴 수가 없었을 뿐이야.”

“고마워 데이비.”

“그래.”

달달한 맛이 입안에 깊게 감돌며 마음이 천천히 식는 느낌이었다.

“분위기 좋다? 오빠?”

“엉?”

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한 손에 팝콘을 쥐고 있는 현아가 보였다.

얘가 왜 여기 있어?

“3D 안경이라도 끼고 봤어야 했나.”

“뭐야. 네가 왜 여기에.”

“동생이 새언니와 담소라도 나눌 수 있는 거잖아.”

현아의 대답에 페르세르크를 바라보자 그녀가 쿡쿡 웃어 보였다.

“그대. 바보같이 들켰다면서?”

놀리는듯한. 혹은 귀여운 무언가를 보듯 그녀가 한껏 여유롭고 장난기 돋아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그런데. 무슨 일이야?”

“별거 아니야.”

“그래?”

의심스럽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그녀였다.

“구라치고 있네. 꼴뚜기 같은 게.”

“뭐?”

“어떻게 환생을 해도 버릇이 안 사라지냐?”

놀리듯 그녀가 내 배를 툭 하고 쳤다.

“거봐. 이런 데 아니라고?”

“그대, 거짓말을 할 때 티가 나는 법이거든. 물론 본녀 이외엔 잘 모르는 듯했지만…….”

역시 동생답다며 그녀가 쿡쿡 웃어 보였다.

현아가 내 정체를 알아낸 것에 대해서 그녀가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모르지만, 결론적으로는 결국 그녀가 알아낸 모양이다.

“언제 안 거야.”

“그대가 티오니스로 떠난 직후에. 자잘한 이야기를 하다가 눈치챈 게지.”

“새언니, 눈치가 보통이 아니던데? 오빠. 괜한 짓 하다가 나중에 혼나지 말고 잘해야 될 거얼~”

장난스런 그 말에 나는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가 시선을 맞추었다.

“너나.”

“…….”

“잘하세요.”

“…….”

“어디 트리케라톱스같이 생긴 게 비음을 섞고 있어.”

* * *

현아도 이번에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슈에 대해선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지아나 지환이 남매는 격분하고 있지. 뭐 저런 것들이 다 있냐고. 아. 오빠 부탁인데 러시아 때처럼 무자비하게 부수진 말아줘.”

“그건 내가 판단할 일이고.”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인터넷을 열어 여론을 확인했다.

당장 저들을 처벌하라 하지만 한번 내려진 판결이 번복되는 일은 없다.

더 웃긴 것은 이 이슈를 이용하는 자들이었다.

“대선이 코앞이라 이걸 이용하는 놈들도 많아.”

“넌 아무것도 안 해?”

“내가? 내가 무슨 권한으로?”

“너 그래도 세계적인 기업을 이끄는 입장이잖아.”

“그게 무슨 상관인데?”

그녀의 물음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역시 재벌가의 음모론이라는 건 다 개 뻥이로구나.

“이봐요 아저씨. 왕자라면서 왜 몰라? 나도 그냥 일반 시민이야. 그냥 그들이 어떻게 된 건지 묻는 정도라면 인맥을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그들의 판결을 어찌하는 건 내 영역 밖이고. 유일하게 처벌 가능한 분야라고 해봐야 절도 정도인데. 무슨 짓을 했는지 절도 피해자가 합의를 해버렸다는 모양이다.”

그게 가능하다 할지라도 그녀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문제가 차후 회사에 어떻게 부메랑이 될지 모르니까.

“회사는 내 것이 아니야. 삼촌이 일궈낸 거지. 그러니까 내가 회사의 힘을 멋대로 빌려 사용할 순 없어.”

용돈 받는 건 별개라 이거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오빠가 나서면 안 돼?”

“내가? 내가 무슨 권한으로?”

“오빠 지금 별명이 세계 최강…… 푸흡…… 미, 미안 미안해. 어쨌든 엄청난 입지를 지니고 있잖아? 중동의 석유 왕자님과도 친한 사이 아냐?”

“그게 무슨 상관이야. 각 국가의 범죄는 그 국가가 처리하는 거야. 어쭙잖은 영웅심리만 가지고 나서서 될 게 있고 안될 게 있는 거고.”

“애초에 기대도 안 했지만.”

현아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다만 이번엔 좀 달라.”

“다르다고?”

“피해자가 하나가 아니더라고.”

그 말과 함께 내가 녀석을 지나치자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어디 가려고?”

“판이나 한번 깔아보게. 따라올래?”

단순히 부수고 강제로 데려오는 것이라면 어려울 것도 없다.

하지만 나는 륀느를 치고 간 주제에 그런 일 없었다는 양 활보하고 다니는 그놈들에게 인생 실전이 어떤 건지 보여줄 생각이었다.

조금 번거로워도. 상관없었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길.

희망을 품었다가 단번에 절망에 떨어지는 게 제일 참혹한 벌이라 하였나.

아니면 말고.

나는 양손을 부딪쳐 환영마법을 걸었다.

일루전 마법으로 내 모습이 경찰복을 입은 아직 젊은 청년의 모습으로 변한다.

이후 페르세르크와 현아에게 인비져빌리티(투명화) 마법을 걸어준다.

실력이 좀 있으면 눈치채겠지만 일반인이 그걸 구분할 방법은 거의 없다시피 하니까.

“우와…… 언니가 안 보여!”

신기하다는 듯 현아가 외쳤다.

“솔직히 애들이니까. 나도 사실 조금 고민은 했어. 그러니까 한번 보자. 어떤 놈들인지.”

사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안 봐도 훤하지만 말이다.

* * *

사고를 일으킨 소년소녀들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애초에 범죄자도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신상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이 한국이 아닌가.

그 탓에 녀석들이 바깥을 돌아다녀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녀석들을 찾은 건 사실 순전히 이쪽의 기술력이 전부였다.

경악스러운 건 여섯 명의 남녀 중 세 명의 소년이 찾아온 곳이 바로 장례식장이라는 점이었다.

적의 가득한 시선이 가득 꽂힌다.

하지만 소년들은 여유로운 얼굴이었다.

“뭐…… 관계가 없는 것도 아니고…… 우리도 애도를 표하러 온 겁니다.”

“썩! 꺼져! 네놈들이 무슨 낯짝으로 여길 찾아와!!”

죽은 남자의 어린 자식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들을 노려보고 사내의 아버지였던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만이 그들을 향해 역정을 낸다.

“아. 거 그러지 맙시다. 우리가 뭐 일부러 치고 갔나.”

“뭐…… 뭐?! 이…… 이놈들이!! 집에서 그딴 식으로 가르치더냐? 이 못된 놈들아!”

“x발 가족을 들먹이고 x랄이세요.”

참지 못한 중학생 소년 하나가 인상을 찡그리며 앞으로 나섰다.

“x발 우리가 일부러 쳤어? 일부러 쳤냐고? 게다가 벌도 다 받았잖아. 당신네 아들 때문에 우린 원치도 않게 사람 쳤다는 명목으로 법원까지 갔다 온 사람들이야.”

“뭐…… 뭐?”

노인이 뒷목을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하…… 할아부지!!”

상복을 입은 작은 소녀와 소년이 달려와 그를 부축하지만, 노인은 통곡하며 일어나지 않았다.

“아이고! 아이고!! 귀신은 뭐하나 저런 놈들 안 잡아가고!”

“우리가 뭐 친 건 사실인데…….”

담담하게 말하며 느긋하게 걸어 들어간 소년이 봉투에 담은 부조금을 스윽 밀어 담았다.

“갈 사람은 가고 살 사람은 살아야지.”

눈살이 찌푸려지게 할 정도의 행패였다.

조문객이 한 명도 남지 않았기에 소년들의 행패를 막을 이도 없었다.

“뭐…… 뭐?! 갈 사람은 가고?! 이…… 이놈들이!”

노인이 분을 참지 못해 그에게 다가와 지팡이로 마구 내려치자 소년의 표정이 험악해진다.

“아 거참! 자꾸 사람 치는데 그런 식으로 나오면 폭행죄로 고소합니다. 할배. 미성년자 보호법 몰라요?”

“이…… 이놈들이! 하늘이 무섭지도 않아?!”

“하늘은 무슨, 그 잘난 하늘 믿으시고, 난 이 나라 법이나 사랑하렵니다.”

“x발, 킥킥 x나 사랑한다 대한민국 헌법.”

너무 뻔뻔한 태도에 노인은 결국 정신을 못 차리겠는지 뒤로 넘어가 버렸다.

“어…… 어어…… 어어억!!”

“으아아앙!”

“할아버지! 할아버지!”

엉엉 우는 아이들과 통곡하는 할아버지를 내려다보던 중 주변을 보던 작은 소년이 피식 웃어 보였다.

“거…… 내가 드릴 말은 없구요.”

아직 13살 정도밖에 안 된 초등학생 소년치고는 그 미소가 너무 어두컴컴했다.

“내가 운전실력이 미흡해서 미안해요. 그렇게 사고 날 줄 몰랐지이…… 다음부턴 조심할게요.”

그렇게 말하며 장난스레 절을 하고 벌떡 일어난다.

“형아야. 됐다. 이제 맘 편하게 잘 수 있을 거 같으니까 가자.”

“그래. 경태야.”

느긋한 발걸음으로 나가던 중 고등학생 소년이 품 안에서 봉투를 꺼내 쓰러진 노인을 부축하는 소년에게 다가갔다.

“꼬마야. 형이 줄 건 없고. 이거라도 좀 받아라.”

“피…… 필요 없어요!”

화가 나 소리치는 소년은 눈물을 머금은 채 소리쳤다.

“우리 아빠 살려내!! 우리 아빠 살려내라고!”

“아니. 그러지 말고…….”

“살려내!! 살려내라고!!

“법이 날 용서했는데 왜 니들이 난리인지 모르겠네. 나도 아빠가 주라고 해서 주는 거니까 걍 좀 처 받으라고.”

철썩!!

돈 봉투로 소년의 뺨을 후려치자 소년이 눈을 크게 뜨고 주저앉아버린다.

“별 거지 같은 게 달라붙어. 야 가자. 나머지는 어디 있냐.”

“오늘 클럽 뚫으러 간다더라.”

“킥킥 그 새끼들 와꾸 개 늙었잖아.”

낄낄거리며 나가려는 그들을 보며 현아가 주먹을 꽉 쥐었다.

“이런 거 보면…… 난 이 나라 법이 정말 싫고 저승사자는 뭐하나 싶더라.”

“걱정 마라. 내가 처음에 너한테 그랬잖아.”

저승사자라고.

물론 케인의 컨셉 질이었지만.

장례식장을 나서려는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내가 물었다.

“보통 반대가 아닌가?”

“응?”

내 존재를 발견한 소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용서는 법이 아니라 저 사람들이 하는 거지 않나?”

“…… 하. 이건 또 뭔 상황이야. 이봐요. 경찰이라고 막 시비 걸지 말고 가죠?”

“뭐. 요즘 애들 겁 없는 건 유명하지.”

“그러게요. 요즘 애들 똑똑해서 자기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잘 알거든. 이봐요 아저씨. 아직 신삥 경찰 같은데 그렇게 정의감만 앞서서 깝치다 훅 가요 알겠어요? 오늘은 조문하러 온 거니까 좀 깝치지 말고 비켜요.”

“악마도 울고 가겠네. 데이비 왕자가 보면 퍽 재밌어하겠어.”

“x발 타국 왕자 새끼가 무슨 권한으로 우리한테 이래라저래라 한대? 아저씨 우리도 알건 다 알거든요? 우리 이제 처벌 안 받아요. 처벌 때리고 싶으면 법을 뜯어고치던가.”

아주 작정한 모습이었다.

이에 나는 빙그레 웃으며 나를 지나치는 그들에게 말했다.

“그래, 나중에 다시 보자.”

담담하게 말하며 그들을 보낸 나는 쓰러진 노인의 몸에 손을 올렸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분노로 혈압이 상승해있다.

잘못하면 뇌출혈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

서서히 신성력을 불어넣어 그의 상태를 안정화한 나는 내가 마법을 사용한 것도 모른 채 엉엉 우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얘들아.”

“흑…… 흐흑…….”

“저놈들이 밉냐?”

“미워요…… 미워요!!"

“아빠…… 아빠…….”

“아빠가 죽고 매일 밤 기도했어요! 제발 저 새끼들 처벌해달라고! 그런데 하느님은 아무 말도 안 해요! 아무런 벌도 안 내려요!”

엉엉 울던 소녀가 내게 달려와 바지춤을 잡았다.

“경찰 오빠…… 원래 이렇게 괴로워도 참아야 하는 거예요?”

“…….”

초등학생 저학년 정도의 작은 아이가 엉엉 울며 나를 향해 물어왔다.

“그럴 리가. 잘못한 놈은 벌을 받고.”

내 미소에 소녀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착한 사람은 상을 받아야지.”

그게 상식이 있는 세상이다.

그 도를 지나치고 악용하는 놈들은……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면 된다.

엉엉 우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동시에 내 모습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러자 아이들의 얼굴에 놀라움이 서린다.

눈앞에서 사람이 갑자기 변했으니까.

“데이비?”

동시에 투명화가 풀린 페르세르크가 놀란 듯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래도 반성하길 바랐거든. 그렇게 하면 처벌은 받게 해도 정상참작은 해주려고 했어. 지겨운 말이지만 아직 애들이니까.”

“…….”

“그런데 딱히 동정할 여지가 없네.”

동정할 필요가 없는 놈들에겐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해주는 수밖에.

당연히 저 소년들이 이 아이들의 아빠를 치고 지나간 것을 가지고 내가 뭐라 할 권리는 없다.

내가 영향력이 있다곤 하나 나는 한국인이 아닌 티오니스 소속이니까.

하지만.

륀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들 봤죠? 참…… 한국이라는 나라는 재밌네요.”

빙그레 웃으며 말하자 스마트폰에 채팅이 마구잡이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방송 켠다 싶더니 진짜 개 쩌는거 가져오셨네.]

[리얼루다가.]

[와…… 진짜 사탄 연전연패]

[진짜 별의별 쓰레기들 다 봤지만, 저것들은 싹수부터가 예술이다.]

[저 새끼들이었음? 학교에서 애 하나 쥐어패서 정학 받고 할 때부터 알아봤는데. 역시 인간은 고쳐 쓰는 거 아님.]

[이거 근데. 인권침해니 법 문제로 영상 삭제될 거 같은데. 영정 맞는 거 아님?]

“아 걱정 말아요. 영정이 되건 안되건 바뀌는 건 없으니.”

내 대답에 채팅이 다시 올라온다.

[근데 티오니스 사람이 무슨 권한으로 한국에 간섭함? 마냥 침공이라도 하게?]

[그렇게 되면 티오니스 왕자가 세워온 게 다 박살 나는 거 아닌가?]

[에이 설마. 그렇게까지 하려고.]

“나는 손해 보는 짓은 잘 안 합니다. 그런데 여기 나서는 이유가 궁금합니까 들?”

내 미소에 서슬 퍼런 살기가 서렸다.

그것을 눈치챈 이들은 침묵한다.

“일단 보면 알아요.”

그렇게 말하며 나는 다른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는 공간을 넘어 현아가 자주 가던 사유지 공원에 도착한 채 그네에 털썩 걸터앉았다.

그리고는 말한다.

“이 나라 법은 존중합니다. 그러니 이 나라도 라운 왕국의 법을 존중해줘야지요.”

빙그레 웃으며 내가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티아라. 포격 준비해줄래?”

그리고 다른 스마트폰을 활성화했다. 단 한 명을 향한 직통 전화였다.

이 모든 것이 방송을 통해 송출된다.

“조 대통령님. 데이비 올 라운 왕자입니다.”

-아. 데이비 왕자님 오랜만입니다. 안 그래도 연락 드리려고 했습니다. 보내주신 골렘 덕분에 수복구역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이 일에 관해 제대로 된 이야기를 언제 한번…….

“아뇨. 그런 건 나중에 하죠. 솔직히 방송, 보셨잖아요. 안 그래요?”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하…… 하지만 데이비 왕자님. 아무리 그래도 한국은 한국의 헌법이 있습니다.”

“맞아요. 한국의 헌법은 존중합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든요. 러시아도 그들의 법은 존중해줬습니다. 방식이 좀 과격해서 그랬지.”

피식 웃자 채팅창에서 물음표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한국의 헌법을 존중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어떤 것도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게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나는 륀느가 실시간으로 촬영하는 영상을 담은 영상석을 손에 올려놓고 빙그르르 돌리듯 장난치며 말했다.

“사실 한국이 그놈들을 집행유예에 훈방 조치해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몇 년이고 기다릴 자신이 없거든요.”

-예?

“처벌이 거의 끝났을 테니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이번엔 이쪽으로 신병을 넘기세요. 라운 왕국은 라운 왕국의 법도대로 범죄자를 처벌할 테니.”

-그…… 그게 무슨?!

“러시아를 괜히 예로 든 게 아닌데. 러시아가 공격한 건 라운 왕국의 왕자비였고.”

잠시 침묵한 내가 싸늘하게 표정을 굳혔다.

“저놈들이 불쌍한 피해자를 치기 전에 먼저 치고 지나간 건 내 직할 소속 호위대장 직위를 지닌 륀느였고.”

담담하게 웃는다.

“선택권 드릴게요. 신병 넘기던지.”

아니면. 라운 왕국과 단교하고 전쟁하던지.

-자, 잠깐만요. 데이비 왕자…….

“기간은…… 반나절로 하죠.”

그렇게 말하며 방송을 향해 표정을 지웠다.

“보고 있을 거라 믿는다. 듣고 있을 거라 믿는다. 아니 못 봐도 언젠가 볼 거라 믿는다.”

담담하게 말하며 나는 방송 정지 버튼에 손을 올렸다.

“내가, 다시 보자고 했지? 조만간 다시 만나자.”

마법을 이용해 다시 평범한 경찰관 청년의 모습으로 잠시 얼굴을 바꿔 씨익 웃은 뒤.

미련 없이 방송을 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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