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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793화 (792/1,559)

제 793화

“몇 명이나 뻗은 거야.”

“넷.”

네 명이나 뻗었다.

회랑의 영웅들은 그 수가 상당히 많다. 당연히 가지각색의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독고준이나 검신 하레스처럼 비슷한 계통의 힘을 지닌 이도 많았다.

“괴물 같은 특성이네.”

“우연은 아니었다는 거지.”

팔에 큰 부상을 입은 궁신 아폴론의 중얼거림에 그의 팔에 붕대를 감고 가볍게 회복마법을 걸어주던 초대 성녀 다프네가 짧게 혀를 찼다.

“아야야. 내 사랑 다프네. 여기가 많이 아픈 거 같아. 다프네의 간호가…….”

“x랄 하지 말고 가서 잠이나 자.”

퍼억!!

아폴론의 등을 걷어찬 다프네가 한숨을 내쉬며 근처에 앉아 있던 금발을 지닌 마법사를 향해 묻는다. 마법사의 신이라 불리는 아트렐리아 대륙 출신의 독종 마법사이며.

회랑에서도 최고령에 해당하는 헤라클래스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고 알려진 마법사가 바로 그녀였다.

“여기선 저 특성 못살려. 알고 있지?”

“직접 확인해보니까 프리아 여신이 왜 저 녀석을 이곳으로 날려 보냈는지 알 거 같네.”

회랑의 입성조건.

데이비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영웅들은 알고 있었다.

영혼이 가진 기본적인 특성.

그 존재 여부.

그 좋은 예로 아트렐리아의 마법사, 오딘은 인피니티 마나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지 않던가. 태생부터 마나가 극도로 풍부한 존재.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니 기가 막히네.”

헤라클래스의 난입으로 저지된 난동. 폭주해버린 꼬마 소년의 특성은 오한이 들 정도였다.

정보, 개념, 인식, 권능, 힘.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고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헤라클래스의 힘과 비슷하다곤 해도 그 범위분야가 다르지만, 그 위력은 절대 가볍게 여길 수 없다.

“이봐. 전에 티오니스에도 비슷한 게 있었다고 했지?”

“그래. 마수 펜릴이라고. 대충 묻어버린 녀석이 있긴 해. 세계수의 가지를 먹어치워서 자기 것으로 만들긴 했지.”

“그 정도면 크게 위험한 게 없는데.”

단순히 힘을 먹어치우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괴물은 존재한다.

하지만 데이비가 가진 특성은 달랐다.

“정확히 말하면 먹어치운 힘을 사용하는 게 아니야.”

먹어치우고. 기억하며 그걸 자신의 힘으로 만든다.

예를 들어 펜릴이 세계수의 가지를 먹어치우고 그 힘을 자신의 것으로 바꿔 힘을 사용하는 케이스라면. 데이비는 그 힘이 아니라. 그 힘의 원류를 분석하고 자신의 힘으로 그 힘을 만들어낸다는 소리였다.

유일하게 데이비가 먹어치우지 못하는 권능은 단 두 가지.

로 아이아스가 가진 죽음의 힘과 헤라클래스의 진화가 전부였다.

실제로 좀 전 데이비가 날뛴 것도 소멸한 네 명의 영웅 중 둘의 특성을 먹어치워 복사한 결과였다.

아직 제어가 불안정한지 그 힘은 모두 묻혀버렸지만 언젠가 그것을 다시 꺼내 사용하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고유한 특성은 봉인하는 쪽으로 가야 하네.”

“기준치까지는 강해지지 못하겠지. 제 특성에 잡아먹히기나 하고, 멍청하기는.”

끊임없이 먹어치우는 특성은 그에게 공복을 갈구하게 만들고, 급기야 광기에 미쳐 날뛰게 만들었다.

“그래도, 기존의 인간들 기준에는 상당히 강한 편이겠지.”

“그걸로 되면 좋겠다만. 프리아 여신이 아무런 이유 없이 우리를 이곳에 모았을 리는 없을 거야.”

심드렁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가버리는 오딘의 뒷모습을 바라본 다프네는 고개를 돌려 쓰러져 있는 데이비와 그의 가슴에 손을 올려 사령 마나를 흘려 넣고 있는 로 아이아스를 흘끗 바라보았다.

“멍청한 새끼. 로 아이아스! 그 녀석 기억도 지워버려. 그놈 완전 기억능력자라 지가 영웅들 영혼 소멸시켜버린 걸 알면 평생 꿍하게 있을 거야.”

“네.”

그리고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육신을 얻고 스스로 성장하면 언젠가 제어하겠지.”

* * *

휘이이잉!!

순식간에 무형의 충격파가 터져나가며 검을 찔러넣던 일리나의 검기가 허공에서 멈춘다.

콰직!!!

동시에 어디서 들려온 건지 모를 무언가가 씹어 삼키는 소리와 함께 일리나의 전신에 날뛰던 시공격검의 기류가 모조리 무언가에 잡아먹히듯 사라져버렸다.

명백히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이상 현상이었다.

“꺄악!!”

힘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것을 깨달은 그녀가 바닥에 쓰러진 채 기침을 토해내며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방금 무슨…….”

[썩어도 준치라고, 그 괴물 같은 건 여전하구나.]

이윽고 하레스의 혼이 다가왔다.

[어떠냐. 견딜 만하든?]

“이거…… 뭡니까?”

평소의 싸이코패스같은 광기와 달랐다. 그보다 더 깊고 원초적인 무언가가 느껴진다.

정확히는 끝이 없는 허기. 그로 인해 생겨나는 광기.

광기에 대해선 이미 알고 있었다. 많은 힘을 얻은 대가로 광기가 잠들어있다고는 들었으니까.

그 광기가 지금 내 손에 머금어졌던 이 정체불명의 힘 때문이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네 몸에 걸어둔 제재를 풀었다.]

“당신이?”

[나는 아니고, 그보다 잘 들어라. 넌 지금부터 그 힘을 완전히 제어할 때까지 반복 작업에 들어간다.]

반복작업이라…… 노가다는 자신 있긴 한데. 이제 와서 굳이 이 정체불명의 힘에 얽매일 필요가 있을까 싶은 기분이었다.

[믿기 힘들 거다. 당연하지. 그게 뭐라고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지.]

내 의문을 대신해서 말하는 그가 잠시 침묵한다.

그리고는 처음 듣는 사실을 내게 털어놓았다.

[영웅의 회랑에 대해선 알고 있지? 넌 거기에 도달하는 조건이 뭐라고 생각하나.]

“세상을 구한 영웅? 당신들이 그랬잖습니까.”

그 조건이 아닌가?

[그것도 맞아.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더 있다. 우린 그걸 네게 말해준 적이 있고.]

“…….”

[특성. 영혼이 지닌 고유의 특성.]

특성?

“특질능력자처럼 그런 겁니까?”

[특질 능력이라는 것도 그 영혼의 특성과 같아. 하나 물어보자 데이비. 넌 지금 환수 소환사인 셰인스크리프트의 유전자를 이용해 환수와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되었지?]

“그렇죠?”

[그거 원래는 안돼.]

그러니까. 그는 지금 그런 요소 하나하나가 전부 내 특성과 관련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영혼의 고유특성은 모두가 가지고 있지만 그게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수준이 되는 건 극소수다. 수백억 중 하나가 나올까 말까 하는 수준으로 낮아.]

쉽게 말해서 로또라 이 말이렷다?

[네가 회랑에 온건 단순 우연이 아니야. 너 또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과거 마법수련을 하던 당시 오딘이 네 특성을 강제로 개화시킨 적이 있어.]

그리고. 그 결과.

[회랑에서 네 명의 영웅이 폭주한 널 막다가 소멸했다. 결국, 헤라클래스 그 미치광이가 와서 막아내긴 했지만…….]

그러니까. 금기의 힘이나 그런 문제를 넘어서 원초적인 내가 가장 강해질 수 있는 재능이라는 소리다.

[오로지 너만 가지고 있는. 네가 극한까지 갈고닦을 수 있는. 또, 아까도 말했듯 네가 진짜 영웅의 궤에 오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그게 포식이라고…… 내 기억의 일부가 없는 건 알았지만 그 안에 그런 진실이 숨어있었나 싶었다.

“뭐, 그냥 먹으면 되는 겁니까?

[미친 소리 마라. 단순히 먹어치우는 게 아니다. 개념, 힘, 원리, 상식, 권능. 네가 포식하는 건 단순히 하나로 국한되는 게 아니야. 필요하면 체질이나 재능까지도 먹어치우는 게 네 특성이다.]

“…….”

제법 놀라운 이야기였다. 마냥 흙수저는 아니었다는 소리인데…….

“그래서. 그게 타나토스와의 싸움에 도움이 되긴 합니까?”

[네가 사실상 완전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위계가 떨어졌건 아니건.]

피조물은 신을 죽일 수 없다.

하지만.

헤라클래스처럼 그 신을 죽이진 못해도 찢어버리고는 봉인할 수도 있다.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 묻고 싶지만, 그 미친 짓을 해낸 작자가 하나 있지 않았나.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이걸 깨우는 겁니까?”

[육신이 없는 영혼인 당시의 너로는 그걸 제어할 수 없었거든. 반신의 위계에 육신이 완성되어가고 있는 지금의 너라면 가능하다는 게 우리 판단이었다.]

그러니까 그때는 불가능했지만, 이제는 해결이 되니까 슬그머니 꺼내놓으셨다고 하고 있다.

확실히 방금전 마나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광기를 아주 잠깐 억누르는 데 성공하지 않았던가.

[지금부터 로 아이아스의 힘을 이용해서 네 그 특성을 극한으로 강화시킬거다. 죽도록 고생할 테니 각오 단단히 해라.]

“시간이 부족한데요. 이제 감을 잡은 힘을 1군에 놓고 사용하는 건 미친 짓이잖아요.”

[그건 내가 알아서 한다. 어떠냐. 해볼 테냐?]

“안 하면 x신이지.”

타나토스를 이길 가능성이 생긴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래서? 어떻게 할겁니까. 자세한 이야기라도 해주시죠.”

그 말에 하레스의 영혼이 일리나에게 빙의한다.

그리고, 잠시동안 눈을 감고 있던 그가 칼디라스를 뽑아 들었다.

“비켜.”

단호한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몸을 피하기가 무섭게 그녀, 아니 그가 허공을 베어 넘겼다.

쩌적!!!

언제봐도 기가 막힌 검술이다.

단순한 종베기인데. 그 여파가 가볍지 않다.

순식간에 찢어진 공간 내부는 익숙하면서도 다른 느낌이 들었다.

“저 안에선 시간 격차를 벌릴 수 있다. 여기서 1초가 저 안에서 많은 시간이 될 수 있고.”

정신과 시간의 방이다. 이 말인가.

흥미롭다는 듯 내가 바라보고 있자 그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데이비.”

“왜요.”

“죽지 마라.”

“당신들 몸이나 챙기시지. 더 이상의 희생은 용납 안 합니다.”

“까불지 마.”

퍽!!

그렇게 말하며 그가 나를 걷어차 공간 안으로 밀어 넣었다.

동시에 시야가 변하며 어지러워지기 시작했고.

이내 거대한 평야가 보이는 창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친 높이 실화냐.”

인상을 찡그린 채 플라이 중력 마법과 플라이 마법을 적절히 사용하여 부드럽게 착지한다.

아무것도 없는 들판이지만 너무 익숙한 공간이었다.

회랑과 흡사하다. 회랑은 아니지만, 회랑과 흡사한 느낌은 분명히 들었다.

그리고. 잠시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던 내 발끝으로 거대한 진동이 전해져 오기 시작했다.

“실전 수련이라 이거지.”

그 힘을 끌어내서 적과 싸우라는 소리였다. 가장 많이 한 수련방식이기도 하고. 제일 엿 같은 수련방식이기도 하다.

곧이어 바닥이 갈라지고 용암이 쏟아져 나오며 잔디가 가득하던 들판이 뒤틀려 지옥도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이 미친 인간이…….”

너무도 익숙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대룡.

그중에서도 압도적인 힘을 자랑했던 존재.

-크아아아아아아앙!!!

이클립스였다.

[처음엔 그 힘의 10퍼센트다. 그녀가 작정하면 지금의 너도 못 이겨. 그러니까 서서히 익숙해지고 강해져라. 이클립스도 못 이기면 타나토스는 어림도 없다.]

그 말과 함께 나를 향해 초 거대룡이 입을 쩍 벌리고 광탄을 쏘아내듯 브레스를 쏘아냈다.

반사적으로 마나를 억누르고 그 정체 모를 힘을 끌어내려 노력했다.

다만, 그게 쉽게 되면 수련을 할 필요가 있을까.

“망할…….”

그 말과 동시에 세상을 녹이는 브레스가 나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크윽?!”

끔찍한 고통과 함께 방어마법이 모조리 박살 나며 아슬아슬하게 막아낸 내 몸이 먼 곳까지 튕겨 나갔다.

방금…… 방어 마법이 못 막았으면 나는 분명 죽었다.

그런 오한이 온 전신에 돋았다.

현신을 마친 이클립스는 내가 봐온 어떤 수준보다도 끔찍하게 강했다.

전의 상실에 멍한 기분이 들었다.

“데이비!”

“뭐야…… 여긴 누구, 나는 어디…….”

“또…… 또 온다!”

그 말과 동시에 내가 날아온 그 지옥도에서 또다시 브레스가 지상을 완전히 갈라내고 불태우며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에 나는 반사적으로 일리나를 끌어안고 몸을 날렸다.

조금만 판단이 늦었어도 그녀와 내가 모두 휩쓸릴 상황.

실패하면 죽는다. 그러니 우선은 살아남아 도망치는 방법부터 찾아낸다.

내 생각이 맞다면 저렇게 미쳐 날뛰는 이클립스도 전투를 피해 다니기만 하면 30분 뒤에는 다시 초기화되듯 휴면상태에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영역에 들어서면 다시 몹이 리젠되듯 튀어나올 것이고.

정말 오랜만에 승부욕이 돋았다.

“까짓거, 한번 해보자.”

[후손님. 후손님도 같이 가야지? 참고로 저 이클립스라는 고대룡. 제압성공 못하면 여기서 못 나간다.]

“나…… 나도요?!”

기겁하는 일리나를 향해 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하레스의 영혼이 빙그레 웃었다.

[까라면 까. 어디 빠져나가려고, 나 때엔 그런 건 상상도 못 했어요. 어?]

“신화처럼 여겨지는 선조님의 저런 모습을 볼 때마다 정말 기운 빠지는 거 같아.”

“따라와.”

투덜거리는 일리나의 팔을 잡아당기자 그녀가 놀란 듯 나를 보며 허겁지겁 달리기 시작했다.

“일단은 생존수단부터 확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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