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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798화 (797/1,559)

제 798화

허상으로 만들어진 이클립스의 마나가 아닌 진짜 이클립스의 마나는 앞으로 반드시 쓸 일이 생긴다.

당장은 내 힘의 안정성을 올리는 정도지만. 그 외에도 충분히 효용가치가 존재하니까.

“으윽?!”

생전 처음 느껴보는 힘에 당황한 듯 그녀의 입에서 당혹스러움이 서린 신음이 터져 나왔다.

순식간에 그녀의 힘을 먹어치우고 그것을 내 안에 스며들게 하기가 무섭게 이클립스의 마나가 날뛰기 시작한다.

감히 나를 어찌해보려는 것이냐!

라는 듯 고압적으로 나를 찍어누르려 하지만.

내 안에 있는 이미 변환된 네 가지의 힘은 느긋하게 그 힘을 받아들인다.

포식의 특성 들어가십니다.

츠츠츳!!

내 안에서 막대한 충돌을 일으키기 시작한 이클립스의 마나가 순식간에 장악당하고 본래 내가 이 공간에서 먹어치웠던 본래 이클립스의 마나와 뒤섞이기 시작한다.

진짜 이클립스의 마나는 타나토스의 힘에 의해 일정 부분 오염된 힘이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던 이클립스의 힘은 헤라클래스가 기억하는. 그리고 이클립스가 심연에 의해 미쳐버리기 전의 순수한 그녀의 힘.

그 두 가지가 뒤섞이며 맹렬한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이클립스의 마나가 가진 성격이 내게서 도망치려 든다.

들어올 땐 마음대론데.

나갈 땐 아니야.

으적!! 으적으적!!

끔찍한 소리가 울려 퍼지는 듯하다.

순식간에 이클립스의 마나를 먹어치우고 변환시킨 내가 그녀를 짓누른 채 다시 한차례 절대용언을 입에 물었다.

[절대용언]

[죽음]

쩌엉!!

일순간 가해진 무형의 기운이 그녀의 몸에 충격을 가한다.

마치 갓 잡은 생선이 펄떡거리듯 크게 경련한 그녀가 이를 악물었다.

“오…… 빠…….”

빠드득…….

이가 부서질 듯 강하게 갈며 그녀의 갈라진 눈동자에 어마어마한 힘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본래라면 느끼지도 못할 힘의 흐름이지만 지금의 내가 모를 순 없다.

따악!!

순식간에 손가락을 튕기자 주변의 공기가 일순간 단절된다.

[-------!!!]

공기를 타고 직접 전해지지 않지만, 전신이 저릿해지는 듯한 공포가 밀려온다.

보통 존재라면 그 자리에서 심장이 멈춰버릴 정도로 막대한 공포.

일반 드래곤과는 격이 다른 고대룡의 드래곤 피어가 내가 쳐놓은 공간 전체에 여지없이 울려 퍼졌다.

쩌엉!

그리고 아주 잠깐의 틈 사이로 이클립스의 작은 발이 내 복부를 걷어차 날려버리자 나는 그 힘에 저항하지 않고 그녀와 거리를 벌리듯 물러났다.

“오빠…… 많이…… 강해졌네. 이젠 정말 진지하게 놀아야겠어.”

그녀는 뭔가 복잡한 표정이었다.

“이클립스랑 정말로 신나게 놀 수 있는 거야?”

여전히 그녀의 정신상태는 미쳐있지만, 저 반응을 보고 확신은 생겨났다.

아직 본래의 인격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단순히 미친 상태였다면 저렇게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도 없을 테니까.

그녀는 자신의 어깨에 박힌 작은 단검을 불쑥 뽑아냈다.

그리고는 그것을 양손으로 쥐고 우그러뜨려 버렸다.

“아파…….”

“가호로 떡칠한 불사체가 엄살은.”

대체 타나토스가 어떻게 이런 막대한 힘을 이클립스에게 직접 주입하는지는 모른다.

힘의 파편만 쓰는 정도라면 페르세르크 정도의 힘에서 그쳐야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타나토스는 다른 신들과 다른 무언가가 있다.

규칙마저 아무렇지도 않게 어겨가면서 다른 신의 견제조차 무시한 채 간섭할 수 있는 무언가.

중요한 건 그녀를 상대로 내가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지금만큼 좋은 기회가 없다는 점이다.

“오빠.”

고개를 숙인 채 침묵하던 그녀가 나를 올려다본다.

그리고는 한 손을 가볍게 튕겼다.

쩌적!!!

그러자 그녀의 손끝에 닿은 공간이 깨지며 그 안에서 황금빛의 구슬 같은 것이 빠져나왔다.

“이클립스랑…… 제대로 놀아!”

그리고는 특유의 엉뚱함 가득한 미소와 함께 구슬을 집어삼키자 그녀의 전신에서 막대한 마나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클립스랑…… 술래잡기해!!”

“그래? 그럼 어디 한번 잡아봐라.”

내 웃음소리에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작고 가는 발을 내디뎠다.

쿠웅!!!

동시에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터져나가며 일대 영역 전체가 불지옥으로 변해버리기 시작했고 이내 그녀의 뒤편 허공이 찢어지며 거대한 용의 앞발이 두 개 튀어나와 나를 향해 날아든다.

콰앙!!!

하나는 피해내고.

하나는 정면으로 받아친다.

예전엔 내 힘으로 그녀의 물리 공격을 받아치는 건 불가능했을 터다. 다만 이제는 쉽게 당해줄 수 없다.

[버프 마법]

[스트렝스]

간단한 근력강화 마법.

하지만 신성력은 엄연히 포식의 특성에 마나가 가진 증폭의 능력을 뒤섞었다.

단순한 스트렝스의 수준을 넘어서.

쩌어엉!!!

이제는 그녀의 공격도 받아내 튕길 정도로.

“읏?!”

내가 정면으로 공격을 쳐낼 거라곤 생각지 못했는지 당황한 그녀에게 일순간 파고든다.

그리고는 연결 동작으로 이어지듯 파고들어 손을 내뻗었다.

생각지 못한 반격에 그녀가 날카롭게 내 공격을 차단하지만, 그녀의 손과 얽히듯 파고든 내 손가락이 그녀의 몸에 점혈을 가한다.

“읏?!”

순식간에 혈도가 막혀 비틀거리는 그녀에게 명확한 틈이 생긴다.

하지만 그녀의 몸에 둘러잔 자체적인 방어가 아직 단단하다.

그그극, 쿵!!

방어가 단단하면 해결하는 방법이 있지.

순식간에 손에 소환된 오함마가 한 차례 그녀의 몸을 후려쳤다.

무형의 장막에 의해 막히긴 했지만, 효과는 분명 전해졌다.

쩌엉!! 쩡!!

두 차례, 세 차례 공격이 이어지기가 무섭게 이클립스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그녀를 보호하던 장막이 부서져 버렸으니 말이다.

내가 휘두른 망치. 코로나디스트로이어의 효과는 단순하다.

3타 시 상대의 방어 분쇄.

하지만 단순한 내목과 다르게 그 실제 성능은 상상을 초월하는 법이다.

“안돼!”

당황한 이클립스가 급히 자신의 작은 팔로 복부를 보호하듯 감싸지만 내 주먹은 이미 내질러진 후였다.

[유르그 식(式) 침투격]

[살아서 장까지.]

투쾅!!!!!

짧은 시간 안에 말도 안 되게 변해버린 내 공격에 그녀는 변변찮은 반격도 못 한 채 튕겨 나가버리고 말았다.

* * *

쾅!! 쾅!!!

확실히 다르다.

이클립스는 가차 없이 퍼부어지는 공격에 계속해서 밀려났다.

확실히 이쪽이 우세해 보이지만 사실 그것도 잠시일 뿐이다.

그녀는 현신조차 하지 않았으니까.

무엇 때문에 제대로 현신하지 않는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녀에게 더 이상의 정보를 주면 이쪽도 곤란하다는 점이다.

“기어오르지 마!!”

쩌어엉!!!

한순간 이클립스의 의사가 아닌 타나토스의 외침이 들려왔다.

기이하게 뒤틀린 목소리와 검은 기운을 내뿜으며 내 손에 쥐어진 기검을 맨손으로 잡아 부러뜨린 그녀가 손톱이 돋아난 팔을 내 심장에 박아넣었다.

카가가가각!!

하지만 남은 내 손에 그녀의 낚아채 힘겨루기를 하듯 허공에 멈췄다.

“고작 인간이!! 대리자 주제에! 본래 내가 일어나야 할 세기다! 현재의 세상은 프리아가 아닌 내 것이라고!”

현재 이클립스가 어떤 상황인지는 제대로 진단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이전과 다르게 타나토스의 의지가 그녀를 상당히 제어하고 있다는 건 확실히 알 것 같았다.

“그렇다고 죽어줄 수야 있나.”

와장창!! 소리와 함께 내 주먹에 닿은 공간이 일그러지며 초단이의 검 자루가 튀어나온다.

순식간에 검을 뽑아낸 나는 다급히 내게서 멀어지려는 이클립스의 심장에 검을 박아넣었다.

콰지지직!!!

공간이 일그러지며 파고든 검은 순식간에 그녀의 힘을 약화시켜나갔다.

죽는 건 기대하지도 않았다. 이 정도로 죽을 정도였다면 지금까지의 고생이 아무런 의미없는 짓일 테니 말이다.

아니 애초에 타나토스가 가진 이 정체 모를 반 불사의 힘은 초단이로도 금기의 힘이 만들어낸 여파로도 베어지지 않았다.

“크…… 크흐흐흐. 내가 물러갈 거 같아?! 내가 널 붙잡고 있으면 넌 절대 나를 밀어내지 못해, 여길 잠식하고 힘을 키워서 다시 세상을 먹어치울 거야!”

심장을 관통당한 채 그녀가 스산하게 웃으며 내게 소리 질러온다.

이에 나는 엄지손가락으로 내 뒤편을 가리켰다.

“지금 네가 불사라는 걸 내가 왜 몰라.”

“무슨?!”

“그래서 선물도 준비했잖아.”

내 말과 함께 내게서 한참 떨어진 뒤편에서 일리나가 전신에 뇌광을 일으키듯 방대한 마나 태풍을 일으켰다.

묵직한 충격음과 함께 공기가 진동하며 떨리기 시작했다.

저릿저릿함이 피부 전신에 미치기 시작했다.

단순한 투기와 마나로 이만한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점만 봐도 그녀의 마나가 얼마나 방대해졌는지. 아니, 정확히는 방대한 마나를 끌어당겨 가용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저 괴물 같은 재능.

마음 같아선 그녀의 재능도 눈앞에 있는 이 이클립스도 모조리 먹어치우고 싶지만, 이클립스는 당장 먹어치우기엔 힘이 부치는 게 현실이다.

5개월 동안 또 재앙 같은 재능이 한 단계 성장을 시켜준 모양이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그녀의 양손에 쥐어진 칼디라스가 강렬하게 공명하며 일대의 시공 자체를 뒤틀기 시작한다.

가능하다면 역할은 분배해야지.

내가 이클립스를 제압하는 동안, 그녀를 이곳에 현신시키는 타나토스의 힘을 끊어내는 것.

그게 그녀가 할 일이다.

“안돼!!”

다급히 이클립스의 정신을 장악한 타나토스가 손을 휘젓자 하늘로부터 이어진 거대한 힘의 기둥 속에서 기괴하게 생긴 생명체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거대한 힘의 기둥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일리나는 바닥을 완전히 붕괴시키며 섬광이 되어 쏘아져 들어왔고.

쩌억!!

일순간 앞을 막아서는 괴물들이 아닌, 괴물들이 있는 공간을 베어 넘기며 파고들었다.

서걱.

그리고, 결국엔 거대한 힘의 기둥이 존재하는 공간까지 베어내 버렸다.

“전에도 당했지?”

내가 페르세르크를 구하기 위해 심연에 빠져들었을 때. 그녀와 나를 이어준 아주 잠깐의 시간을 말이다.

“저년이?!”

당황한 타나토스의 힘이 순식간에 불안정해진다.

동시에 그녀의 몸에 있던 타나토스의 영체가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이클립스 또한 옅어지기 시작했다.

타나토스의 침입으로 공간이 불안정해지며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고 허공에서 떨어지듯 추락하던 일리나를 향해 내가 움직이려던 찰나였다.

콱!!!

순식간에 이클립스의 작은 손이 내 멱살을 틀어잡았다.

“이클…… 립스?”

“잘 들어, 타나토스에게 조력하는 존재가 있어. 그 작자 때문에 타나토스가 저렇게 멋대로 힘을 발휘하는 거고!”

싸늘한 목소리.

하지만 그게 지금까지의 이클립스와 다르다는 걸 모를 순 없다.

“아무도 믿지 마. 내 말. 명심해.”

그 말과 함께 그녀의 육신이 타나토스와 함께 다시 심연 속으로 끌려들어 가듯 사라져버렸다.

서서히 무너지는 공간을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떨어지는 일리나를 가볍게 낚아채듯 받아냈다.

“아이고 팔다리 삭신이야.”

“방전이라도 됐냐?”

“몸이…… 아파…….”

울상을 지은 채 투정 부리는 그녀를 보며 나는 좀 전 이클립스가 사라지기 전 내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이제 와서 배신자가 있다고? 대체 누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보다 우선 해야 할 것들도 분명 존재한다.

[공간에서 나가라. 당분간 이곳은 스스로 수복기를 거쳐야 한다.]

검신 하레스의 말에 일리나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본다.

“선조님!”

[모든 이는 자기 역할이 있다. 후손님. 다음에 공간이 열리면 그땐 다른 이가 너희 두 사람을 맞이해줄 거다.]

일리나를 안고 있는 내 발치에서 균열이 일어나며 나를 서서히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데이비.]

이윽고 그가 나를 보며 옅게 웃어 보였다.

[고생 많았다. 우리는 늘 네가 자랑스럽다. 우리 막내.]

그 말과 함께 세상이 부서지고 시야가 변한다.

아니 이 양반아.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말해주고 가야…….

파직!

부드럽게 균형을 잡아 내려서기가 무섭게 익숙한 은발이 내 시야를 가득 채웠다.

내가 모습을 드러낸 곳은 내 취미의 극한 낭비 그 자체. 전투 비공정 아스가르드의 갑판이었다.

어디로 가려고 했는지 평소 그녀가 외부활동을 할 때 입는 검고 우아한 드레스에 머리는 긴 비녀로 치장하고 있다.

빠르면서도 실용적이고 깔끔한 모습이며 그녀의 손엔 어디서 언제 만든 건지 모를 작은 스태프가 쥐어져 있는 게 보인다.

“데이비?”

놀란 그녀가 눈을 크게 뜨고 나와 내 품에 안긴 일리나를 번갈아 보았다.

내 모습은 여기저기 찢어진 것을 제외하면 문제가 없지만, 일리나는 힘의 기둥을 격파하는 과정에서 옷가지가 여기저기 불타서 넝마수준이나 다름없었다.

보호 마법, 인챈트 하나 제대로 걸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이긴 하다만.

[파괴]의 환각에서 잘 빠져나온 건지 후유증은 딱히 없다고 말하듯 그녀가 서서히 다가왔다.

“데이비.”

침착하게 그녀가 나를 부른다.

페르세르크에겐 할 말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뭐라 해야 할지 정리도 안 된 상황에서 이렇게 눈앞에 떡하니 나타나 버리니 입이 굳어버린 것처럼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행이다. 다친 곳은 없구나. 일리나가 왜 여기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고요한 침묵 속에서 눈을 끔뻑거리고 있던 나와 일리나를 향해 페르세르크는 가장 먼저 안도의 미소를 보여주었다.

양심이 쓰리다.

심장에 비수가 꽂히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 술에 취해 사고를 친 게 맞다면.

나는 그녀의 믿음에 비수를 꽂는 천하의 개자식이 된 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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