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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811화 (810/1,559)

제 811화

[빛이 있으라.]

그 한마디에 내 시야는 완전한 빛으로 바뀐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공간이 있으리라.]

또 한 번의 청명한 울림과 함께 세상이 격변하기 시작했다.

마치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던 이 거대한 공간이 인지되기 시작한다.

[흐름이 존재하라.]

감정하나 느껴지지 않는, 듣기만 해도 온 전신에 전기가 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림자가 있으라.]

[규칙이 있으라.]

5번째 목소리에 이어 여섯 번째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명이.]

다만 그 목소리만큼은 이전과 다르게 더욱 거대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있으라.]

거대한 빛과 함께 정신이 아득해진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는 거대한 존재감과 부드러움, 따스함을 가진 무언가가 내게 다가와 팔을 뻗어 내 뺨을 쓸어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축복이. 있으라.]

속삭이는 듯한 말투와 함께. 주변이 일변한다.

순식간에 거대한 존재감을 품은 꿈에서 깨어난 내가 입을 뻐끔거렸다.

“다…….”

“말하지 마. 아직 신격이 깨어난 지 얼마 안 돼서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을 거야.”

짧게 한숨을 내쉰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초대 성녀. 다프네.

회랑에서 둘째가는 술고래이며, 입만 열면 그 거친 언변으로 대륙을 부수고도 남을 것 같은 거친 여성.

그런 주제에 초대 성녀라는 직위를 가지고 수많은 생명을 구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녀는 말없이 나를 직시하다가 천천히 손을 뻗어 내 이마에 고운 손을 올려놓았다.

그러자 전신에 편안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하이 리커버리.”

고위 성마법. 하이 리커버리.

아무렇지 않게 고위마법을 사용한 그녀가 사나운 눈매로 나를 바라보다 이내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뭘 걱정하고 있는지는 알겠는데. 일단 추스르면 밖으로 나와. 할 이야기가 많을 거야.”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바깥으로 걸어 나갔다.

그제야 나는 내가 있는 공간이 거대한 신전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영웅의 회랑에서 성녀 다프네가 머무르던 공간.

그녀의 기억을 토대로 구성된 오래전의 기억.

성녀의 안식처.

따스한 바람과 아름다운 빛이 스테인드글라스에 비쳐 내려온다.

성스럽다 못해 신을 영접할 때와 같은 고고한 분위기 속에서 일어선 나는 근처에 놓인 와이셔츠와 검은 바지, 그리고 검은 코트를 볼 수 있었다.

티오니스의 의복이라기보다는 지구의 정장에 가까운 느낌이다.

휘리릭…… 부욱!

당연히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에 익숙하게 옷을 모두 입고 일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눈앞에 거울이 보인다.

발목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어진 머리카락에, 붉은 눈동자.

마치 수백 년은 머리를 깎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 주제에 수염은 하나도 나지 않았으니.

나이를 먹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 이런 기분일까.

그리고…….

“뭐야 이건.”

동공 안에 서린, 반짝이는 무언가.

마치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그 빛의 반짝임에 거울로 서서히 다가가자 그 반짝임이 마치 폭발하듯 번지며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붉은 눈동자 안에 서린 푸른 기류.

마치 밤하늘을 눈동자에 머금은듯한 그 변화에 인상을 찌푸린다.

“머리도 길어지고, 눈엔 이상한 게 생기고…….”

어머니가 남겨주신 몸에 대체 무슨 짓이 벌어진 것인지.

츠츳!!

부드럽게 열리는 아공간에서 단검을 하나 꺼내든 나는 길게 자란 머리를 천천히 거울을 보며 잘라냈다.

아주 예리한 오러 블레이드를 얇게 입히고 베어내자 머리카락이 거침없이 잘려나간다.

후두둑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보며 나는 고민에 휩싸였다.

“짧게 쳐버릴까.”

머리가 길다는 건 싸움에 그리 좋은 요소가 아니다.

잡을 수 있는 부분이 생긴다는 뜻과 같으니까.

물론 마나를 어느정도 이상 다룰 줄 알면 머리카락이라는 것 자체도 하나의 방어, 혹은 무기로 사용할 수도 있다지만 내게 그런 것까진 필요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예전의 머리처럼 정리하기엔 혼자선 무리가 좀 있었다.

“제가…… 잘라드릴까요?”

이에 고개를 돌려보자 수줍은 얼굴로 다가오는 소녀가 보였다.

청록빛 머리칼에 긴 귀를 쫑긋거리는 귀여운 소녀.

에이리아였다.

“에이리아? 너도 휘말렸던 거야?”

그녀는 놀랍게도 주변에 정령들을 띄워놓고 있었다.

“헤헤…… 그…… 그러게요. 폐가 되지 않으면 제가 잘라드릴게요.”

그녀의 말에 나는 조용히 근처에 놓인 계단에 걸터앉았다.

“그럼 부탁할게.”

“맡겨만 주세요.”

에이리아의 솜씨는 제법 섬세했다.

그녀는 평소와 똑같은 머리 스타일로 내 머리카락을 묵묵히 잘라주었다.

“머릿결이 정말 좋아졌어요.”

“신격 탓이겠지. 페르와 일리나는?”

“아. 두 분은 다른 분들이 데려가셨어요.”

다른 분들이 데려갔다라…….

한 둘이 아니라는 뜻이다.

“자! 다 된 것 같아요.”

신이 난 듯 그녀가 가위를 내려놓자 평소의 머리와 같은 스타일로 잘린 머리카락이 보였다.

무엇보다…….

“고마워. 에이리아.”

“아뇨, 데이비 님이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런 거라도 할 수 있다면 전 행복한걸요.”

“님이라고 하지 마.”

“네?”

“거리 느껴지잖아. 차라리…….”

“그럼…… 오…… 오라버니.”

그녀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내게 말해온다.

“오…… 오라버니라 불러도 될까요.”

“…… 그래.”

내 미소에 그녀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화색에 빛이 돋기 시작했다.

“저…… 저 그럼!”

다급히 그녀가 무어라 말하려던 찰나, 둘의 분위기를 박살 내는 침입자가 난입했다.

“깨어나더니 제일 먼저 하는 짓이 연애질이야?”

싸늘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사나운 눈매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여성이 보였다.

아름다운 성녀의 정복을 입고 있는 그녀는 이내 내게 손을 뻗어 그대로 멱살을 잡아당기더니 끌어당겨 자신의 눈높이에 맞췄고 천천히 이리저리 뜯어보기 시작했다.

초대 성녀 다프네. 프리아 여신의 성흔을 받은 첫 번째 성녀로 알려진 존재로 성국 발샤스에선 거의 신격화된 존재이기도 하다.

리인 포스 알파 기사단에선 성녀 다프네를 신보다 더 신적인 존재로 모시는 이도 있지 않았는가.

“아직 완전히 깨어난 건 아닌가 보네. 후, 생각보다 업이 많이 쌓여있었던 모양인데?”

“다프네. 데이비는 아직 안정이 필요한 것 같은걸요.”

“이놈 쉽게 안 죽어 괜찮아.”

뒤이어 누군가가 난입한다.

“아…….”

그녀를 본 내 눈이 크게 뜨여졌다.

그리고 에이리아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새로이 난입한 인물을 바라보았다.

데스 로드, 죽음의 절대자. 페스리사 대륙 출신의 영웅이며, 회랑에서 가장 우아하고, 단 한 명을 제외하고 유례없을 정도로 강한 힘을 지닌 여성.

“로 아이아스…….”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소매가 큰 옷으로 제 입가를 가리며 여성이 나를 바라보았다.

“아…… 아름답다…….”

“후훗, 고마워요. 황녀님도 정말 귀여우세요.”

“흥!”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려버리는 성녀 다프네에, 청초한 미소를 흘리며 부드럽게 대화하는 데스 로드, 로 아이아스.

누가 성녀고 누가 데스 로드인지.

“겉보기엔 참 정반대인…… 꺽!!”

속내를 그대로 털어놓으며 중얼거리던 나를 향해 다프네가 순식간에 접근한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미사일 드롭킥을 내게 처박아버렸다.

쩌어엉!!!!

무언가 모종의 힘이 그녀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내 몸은 그 충격을 전부 막아내지 못하고 튕겨 나가버렸다.

“컥! 이…… 이 미친 여자가!”

“뚫린 입이라고 마구 지껄이는 건 겁이 없는 거지?”

스산한 웃음을 흘리며 그녀가 내게 다가온다.

“이…… 일단 진정하고…….”

“진정? 그래…… 너도 진정하고 일단 좀 맞아봐라!”

퍽!! 퍽!!

순식간에 나를 깔아뭉개고 마운트를 갈기는 그녀의 공격이 내게 닿는다.

무형의 장막이 그녀의 공격을 막아내지만, 충격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방어마법은 아무렇지도 않게 관통당하고 급기야 포식의 특성으로 먹어치워도 그 충격이 전해져왔다.

마치, 포식의 특성으로 다 먹어치울 수 없다는 듯 말이다.

이클립스의 브레스조차 먹어치우는 포식의 특성이다. 그런데 브레스에 비하면 한참 약한 주먹질이 뚫린다?

뭔가 말이 되지 않았다.

“꺽! 컥! 말로! 일단 말로!”

“말로? 좋지. 네 인생의 말로가 바로 여기다 이 썰어 먹을 발목지뢰 같은 자식아. 눈을 감고 있으니까 앞이 캄캄해? 눈앞에 뵈는 게 없으니 겁도 상실해버렸냐?”

비명을 지르며 내가 움찔거리자 에이리아가 깜짝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정작 상황을 중재하곤 하던 로 아이아스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쩌엉!! 쩡!!

점점 공격이 거세진다. 그녀가 거친 인물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이건 좀 심한 거 아니냐.

살살 열을 받아 갈 즈음이었다.

“네 특성으로도 다 막아내지 못했지?”

그녀의 말에 내 눈이 크게 뜨여졌다.

이클립스의 브레스조차 먹어치운 포식의 특성이다.

실제로 포식의 특성은 닿는 힘의 정도 따윈 관심이 없고 닿으면 먹어치워 버린다는 원인 결과만을 내놓는다.

그런데.

고작 주먹질 하나를 막지 못한다?

말이 되지 않았다.

실제로 그녀의 주먹이 직접 닿지 못하게 막은 것도 내 안에 꿈틀거리는 힘과 포식의 특성이 뒤섞여서 나온 결과였다.

“네 특성은 솔직히 말도 안 될 정도로 사기 맞아. 복권제대로 긁었다는 뜻이야.”

“그런데…… 왜 공격이 통하는 겁니까.”

“신격.”

그녀의 말에 내가 멈칫했다.

“신의 격이라는 거야. 신력에 대해서 얼마나 알아?”

그녀의 물음에 나는 아는 대로 답을 내놓았다.

“신이 사용하는 절대적인 태초의 힘. 신의 근본. 전능의 열쇠.”

“맞아. 그런데 말이야. 그 신력이라는 게 참 대단한 힘이거든.”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주먹을 가볍게 말아쥐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뭐해. 가드 올려.”

그렇게 말하며 주먹을 내질렀다.

그리 강한 힘은 아니다.

퉁!!

그리 강하진 않지만 묵직한 타격이 느껴진다.

“이번엔 방어마법이든 네 특성이든 전부 사용해봐.”

그녀의 말에 따라 이번엔 앱솔루트 베리어는 물론 수많은 방어마법을 중첩하고 포식의 특성까지 일으켰다.

쩌엉!!!

똑같은 주먹질.

하지만 결과가 달랐다.

“음?”

“충격은?”

“그대로…… 들어오네요?”

작정하면 핵미사일은 물론 고대룡의 브레스 에너지조차 막아버릴 견고함을 지닌 방어가 그대로 뚫렸다.

방어가 박살 난 게 아니라 그대로 통과해 들어온 것이다.

마치 방어 자체를 무시한 것처럼.

방무뎀이세요?

키잉!!!! 쩌엉!!!

“자 이번엔…….”

그녀의 손에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힘이 뒤섞인다. 좀 전에 보여준 두 방과는 다르게 아주 죽이려고 작정한듯한 위력이 서렸다.

하지만, 포식의 특성을 발현하기도 전에 내게 닿은 힘이 모조리 흩어져버린다.

에이리아가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방금 전 다프네의 공격은 보통 사람이 봐도 놀랄 정도로 강력한 힘이었다.

아무런 방비도 하지 않고 막아내기엔 문제가 있을 정도로 말이다.

“다…… 흩어졌네요.”

“신격이 각성하면서 신력이 제대로 녹아든 거야. 넌 지금 상위차원의 존재가 된 거라고. 하위차원에서 아무리 x랄 해봐야 네게 닿지 않아. 아 물론, 예외도 있지만.”

아예 닿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이게 신이 가진 불사의 비결이야.”

신을 죽이지 못하는 이유. 그것은. 아무리 강한 공격도 결국 닿지 않으니까 먹히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네가 싸우는 그 개 씹어먹을 잡신은 그런 놈이야.”

그녀의 말에 나는 모순점을 찾았다.

“다프네. 언제부터 신이 된 겁니까?”

내 물음에 그녀의 눈이 꿈틀거렸다.

“신은 무슨, 그냥 흉내만 내는 거야. 회랑 영웅 중에 너처럼 제대로 된 신격을 깨워낸 이는 몇 없어.”

“그런 것치고 이미 몇 차례 타나토스에게 제법 타격을 줬었는데요.”

“착시현상이라 생각해.”

나는 타격을 주었다 여겼지만, 실제로 신에겐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유일하게 신력을 제하고도 타나토스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건 헤라클래스 그 양반의 힘이야. 알고 있지?”

“일단은요.”

“다룰 수 있어?”

“안되죠.”

금기의 힘은 포식과 병행해서 사용할 수 없다.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금기의 힘을 내게 맞게 변환시키질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붉은 공허로 놈을 끌고 가지 않는 이상 금기의 힘보다는 포식이 더 안정성이 높다는 게 내 판단이다.

실제로 지금에 이르러서 포식의 힘을 꺼내지 않으면 상당량의 힘을 봉인 당하는 꼴이니 말이다.

“그럼 다른 방법으로 한 방 먹여야겠지?”

그렇게 말한 그녀가 걸음을 옮겼다.

“따라와, 일단 나는 내 신전이 박살 나는 건 원하지 않으니까. 장소가 괜찮은 곳으로 옮길 거야.”

“다른 영웅들은.”

“다른 영웅?”

“여기 몇 명이나 와있는 겁니까.”

그 물음에 다프네는 잠시 침묵했다.

“그건 네가 알아봐.”

“왜 그런 겁니까.”

나는 그게 가장 묻고 싶었다.

“뭘 묻고 싶은 거야. 이 잡놈아.”

“거 알아서 잘 살라고 해놓고, 다시는 볼일 없을 거라 말해놓고, 왜 이제 와서. 다들 무슨 부나방마냥 자기희생 하는 거냐고요.”

내 거친 언사에 로 아이아스가 당황한 듯 우물쭈물한다.

하지만 다프네는 담담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대답해주었다.

“오만한 새끼, 그걸 우리가 네게 허락받고 움직여야 해? 깝치지 말고 넌 주는 대로 받기나 해.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단순한 대답이지만. 참, 할 말 없게 만드는 대답이기도 했다.

* * *

넓은 공터.

나는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밧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맹하게 눈을 뜨고 있는 일리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데이비.”

그녀가 양손으로 흘러내리려는 제 치마를 붙잡은 채 내게 말했다.

“너…… 이런 개 무식한 수련을 천 년 동안 한거야?”

진심으로 질렸다는 듯 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이전 하레스가 해주었던 맞춤형 서비스 같은 애들 장난식 수련이 아닌 진짜배기 하드코어 수련에 내던져진 모양이다.

“누구야.”

“몰라. 그 느끼한 귀쟁이. 만나자마자 아주 느끼해 죽겠어!”

귀쟁이. 느끼함?

“아폴론…….”

이래서 내가 귀쟁이에 편견을 가진다니까.

“트랩에 당한 거야?”

“생각 중이야. 그 작자 어떻게 조져버려야 할지.”

이것도 참…… 재능이 아닐 수 없다.

처음 만나는 이로부터 극도의 분노를 사는 기술.

신궁이라 불렸지. 어떤 의미로는 최고의 어그로 꾼이 아닌가.

그 천사표 데스 로드조차 열 받게 만들어버릴 정도의 깐죽거림은…….

[늬에늬에 알게쯥니둬.]

입을 삐쭉이며 깐죽대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자 속이 안 좋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매달리 나무의 아래에 꽂힌 칼디라스를 바라보며 내게 말했다.

“언제 깨어난 거야?”

“조금 전에.”

“너도 수업을 다시 받는 거야?”

“비슷하지.”

내 대답과 동시에 뒤편에서 사박사박 소리가 나며 로 아이아스가 풍성한 옷을 늘어뜨린 채 다가왔다.

“죄송해요. 조금 수업이 힘들지도 몰라요.”

“괜찮아요. 로 아이아스. 언제는 안 그랬답니까?”

“그러니까아…….”

“내가 설명할게. 지금부터 나와 로 아이아스가 네게 공격 마법을 사용할 거야. 범위는 이 일대만 한정하고 계속해서 복구시킬 거니까. 넌 그걸 방어하면 돼.”

“방어요?”

“그래. 다만 너도 신격을 얻었으니 이쪽도 신격을 섞어서 공격해야겠지? 네가 신력을 서서히 다루게 되면 막아낼 수 있을 거야.”

“…….”

불안함이 스민다.

“걱정 마, 위력은 최대한 줄일 거니까.”

“더 불안한데…….”

내 중얼거림에 다프네는 팔짱을 낀 손을 풀어 허공에서 커다란 십자가를 만들어냈다.

그리고는 가볍게 바닥을 두드리며 거대한 신성력의 장막을 만들어냈다.

“시작하자.”

“네.”

뭐, 그래 봐야 9서클에서 초기 초월 서클 정도면 당장은 죽진 않겠지.

로 아이아스의 대답과 동시에 그녀가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게 하여 가슴께까지 팔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러자 주변의 생명력들이 모조리 그녀의 손으로 빨려 들어가며 검푸르며 속이 전혀 보이지 않는 매끄러운 구체를 만들어냈다.

빛까지 빨아들이는 공포스러운 마법.

“꺅!”

나무가 썩어 문드러지며 일리나가 부러진 가지 채로 추락하고는 기가 막힌 표정을 지어 보였다.

“데…… 데이비? 저거 좀 많이 위험해 보이는데…….”

“오 망할…….”

일리나의 말대로 내 표정이 파랗게 질린다.

사이즈는 그녀의 희고 작은 손에 맞는 사이즈이지만…….

[초월 서클 흑마법]

[울티마]

행성 붕괴마법이 약해져 봐야 거기서 거기라는 진실이 날카롭게 내 가슴을 후벼판다.

“처음부터 스케일이 좀 큰 것 같은데요?!”

내 외침을 끊은 채 다프네가 화사하게 웃어 보였다.

“네가 회랑을 떠날 때 할머니라 해서 그런 건 아니야. 아 물론 x을 x대로 놀려서 그런 것도 아니고.”

뒤끝 진짜!

내가 인상을 찌푸린 채 로 아이아스를 향해 항의하는 시선을 보냈다.

저 정신병자 성녀가 저러면 당신이라도 말려야…….

“저…… 저도 누나라고 불러주면 좋을 것 같았어요.”

내 편이 없다.

“저 x끼 조져버려.”

방금. 나를 죽이려고 작정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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