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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818화 (817/1,559)

제 818화

동부대륙 창의 국가 명.

현재 명의 국왕인 천자…… 아니 천녀는 몸에 피를 묻힌 채 파르르 모을 떨었다.

“건방진 놈들이군.”

그리고 그런 그녀를 감싸듯 지켜주고 있는 건 구릿빛 피부의 건장한 체격을 지닌 미남이었다.

“화…… 황제님.”

“아아. 걱정 마시게. 목숨은 지켜줄 테니. 다만 그 대가는 받아가야겠지만.”

콘타스 대제. 그가 자비 없이 이 회담장을 습격한 기이한 존재들을 베어 넘긴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대륙 곳곳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회색빛의 마치 성벽 같은 갑옷을 입은 괴물들이 우후죽순식으로 생겨나며 닥치는 대로 부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사람을 죽이고 나면 검은 늪지대가 생겨났고, 얼마 전 도시 국가에서 있었던 재앙이 이제 대륙 전역에 퍼지기 시작했다.

“젠장!! 피해! 저거 맞으면 큰일 나!!”

대륙의 극지 또한 마찬가지였다.

“알리사!”

“알고 있어요!!”

맹렬하게 공격하는 인간 정도의 크기의 기사를 튕겨내며 알리사 페트릭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는 팔란 제국의 명을 받아 일리나를 수호하는 입장에 있는 귀족가의 영애였다.

실제로 일리나와 함께 리인 포스 알파 기사단에 가입하여 그녀와 같은 기수에서 활동했었으니 말이다.

“황녀저하…… 대체 어디로…….”

일리나와의 연락이 닿지를 않는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움직여라! 놈들의 활동범위가 넓어지면 늪지대의 범위가 커진다!”

비밀 결사대. 라스트 위스프의 수호자 중 하나였던 바사라의 외침에 리인 포스 알파 기사단원들은 신중하게 기사들을 한곳으로 몰아넣었고 그들을 토벌해 나갔다.

그들이 죽거나 목적을 이루면 일대를 늪지대로 바꿔버린다.

해결책은 그들을 한자리에 모아 한꺼번에 처리하여 늪지대의 범위를 최소화하는 것.

늪지대 생성의 원천차단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마치 세상의 종말이 다가오듯 기사들은 닥치는 대로 세상을 좀먹어나갔다.

“동부, 중부, 서부할 것 없어. 전부 같은 상황이야.”

거병을 휘둘러 기사를 튕겨낸 268기 기사단원이자 알리사 패트릭의 동기인 헤그의 말에 기사단원들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 어떤 때보다 완벽할 정도로 세상의 위기. 즉 기사단이 전면에 나서야 할 상황이지만 기사단의 상황조차 여의치 않으니 상황은 악화되어나간다.

“망할 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아아. 자비로우신 다프네 님. 저희 앞에 내려진 시련을 해쳐주시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주시옵고…….”

다프네 광신도나 다름없는 루시아 쉘만이 양손을 모아 기도를 올리며 참혹한 현 상황을 버텨내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데이비에겐 아직 연락이 안 돼?”

“네. 황녀저하와 마찬가지로 마치 이 세상에서 사라진 것처럼 연락이 닿지 않아요.”

알리사의 답변에 헤그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라면 알고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지만 그런 생각 자체가 이미 그에게 상당히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된다.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데이비가 있는 이공간과 티오니스의 시간대가 1:1로 맞춰져 가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 * *

구구구구국!! 쿠우웅!!!

거대한 폭음과 함께 거대한 팔이 지상으로 추락한다.

나는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검기는 마치 시간을 무시한 것처럼 쏘아져 나가는 시간을 무시했고 정확히 놈이 방어할 틈도 주지 않은 채 팔을 잘라버렸다.

홍단이가 얻은 시간의 힘이 이런 것이구나.

생명이 아닌 신검에 준하는 검의 권능이라고 할까.

아니면 모래의 중재자. 시간의 고대룡인 아비트의 힘인 것일까.

무엇이 되었건 상당한 이점이라는 건 변함이 없다.

사거리 안에만 존재한다면 거리가 멀고 짧고는 이제 홍단이에게 의미가 없어졌다는 소리이니 말이다.

구우우우우…….

기괴한 울림이 퍼지며 팔이 잘려나간 거대한 회색의 기사가 한발을 강하게 굴렀다.

어마어마한 지진과 함께 대지가 흔들리고 주변의 공기가 파르르 떠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분노한 놈의 안광이 더욱 강하게 빛난다.

순간적으로 무언가를 캐치한 내가 반사적으로 청단이를 휘둘렀다.

이어서 청단이의 검기가 날아든다. 하지만 청단이의 검기는 홍단이처럼 거리까지 날아가는 시간을 무시하는 힘을 얻지는 않았다.

게다가 청단이의 검기는 놈에게 닿고는 그대로 흩어져 버렸다.

대체 뭐지?

홍단이와 같이 시간의 권능을 발현시켰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다. 실패? 그럴 리가.

수르트와 내가 직접 할 땐 다시 없을 혼을 갈아 넣는 작업을 반복했다.

서로가 서로를 알고, 서로의 손발을 맞춰 작업한 게 실패했을 리가.

다만 현실은 청단이의 검기가 정말 아무것도 베지 못하고 사라져버렸다.

어떻게 된 것일까 고민하던 찰나 강하게 빛나던 거대한 회색기사의 눈이 번뜩였다.

쩌엉!!!!

그리고, 두 눈을 통해 붉은 광선이 쏘아져 나왔다.

쩌억!!

이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안광이 쏘아지기가 무섭게 갑자기 나를 향해 쏟아지던 안광이 그대로 잘려나가 버린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갑자기 잘려나갔다?

의아함에 눈을 찌푸리던 찰나. 내 머릿속에 무언가가 번개처럼 번뜩였다.

이거, 설마…….

그쯤 생각이 미친 나는 다시 한번 청단이의 시간 권능을 발현하여 다시 한번 푸른 검기를 강하게 쏘아 보냈다.

후웅!!

이번에도 시간의 권능을 사용한 청단이의 검기는 기사를 베어 넘기지 못했다.

다만.

쩌억!!!

그가 쏘아 보낸 안광이 그대로 잘려나가 버리는 기현상을 일으켰다.

잔류 검기…….

그제야 나는 청단이가 얻은 아비트의 권능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직접 타격은 없으나 일정 영역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 동안 그 검기가 살아남아 그 영역 안에 가해지는 비 물리 법칙계의 힘을 베어버린다?

이게 말이야 막걸리야.

안 그래도 사기적인 힘을 지니고 있던 아이들이 더욱 강해진 건 좋지만 아비트의 드래곤 하트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강대한 힘을 품고 있었다.

사실 이클립스조차 1만 년을 못살았는데 아비트가 3만 년 이상을 붉은 공허에서 살아왔다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공격이 원천 차단당해버린 기사가 다시 움직였다.

거대한 육신으로 가해지는 힘은 가히 물리법칙을 뛰어넘은 수준의 힘으로 가해졌지만 상관없었다.

크기가 큰 만큼.

베어버릴 면적이 넓어진다.

쩌억!! 쩍!

청단이로 일대 영역을 베어낸 뒤 그대로 홍단이의 검기가 시간을 무시하고 날아들어 놈의 몸을 난자해버렸다.

순식간에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나는 청단이와 홍단이를 허공에 띄우고 양손을 부딪쳤다.

[초월기 흑마법]

[업의 늪]

허공에 생겨난 늪 같은 것이 쏟아지는 모의 거대한 파편을 먹어치운다.

데스 로드 고유의 힘으로 추락하는 운석을 막기 위해 사용한 마법이기도 했다.

이제 와서 데스 로드의 마법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은 별로 놀랄 일도 아니었다.

순식간에 초 거대한 회색의 기사를 처리해버리고 나자 붕괴하던 세상이 멈춘다.

하지만 내 표정은 풀어질 줄을 몰랐다.

“와, 사기템 진짜.”

“저건 진짜 신고해야 돼. 사기야 사기.”

“수르트, 나는 왜 저런 거 안 만들어주냐.”

“하 x랄하고 자빠졌다. 재료 가꼬 오니라. 내한테 배워서 니가 직접 맹글면 된다.”

“수천 년 묵혀서? 킥킥.”

“그라제.”

그제야 고기를 들이민 영웅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 있었던 겁니까.”

“네가 하는 꼴을 보고 있었지.”

직접 나서기보다는 내게 시켜봤다는 뜻이었다.

애초에 작정하며 내가 나설 것도 없이 그들의 손에서 가볍게 정리가 되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들은 끝내 그 일을 내게 맡겼다.

확실히 저 회색기사가 아니었다면 청단이와 홍단이의 힘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리라.

지상에 추락하면 거대한 진동을 일으키는 파편들을 모두 먹어치워 버렸지만, 모두를 막아낸 건 아니었다.

“이건…….”

놀랍게도 놈의 파편이 떨어진 지점을 기준으로 검은 늪지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타나토스의 늪지대…….”

타나토스의 늪지대가 생겼다는 말은 저 회색의 거대기사가 영웅들의 작품이 아닌 타나토스의 작품이라는 뜻이 된다.

이놈은 대체 어디서 뭘 하는 건지.

직접 나서기 힘드니 늪지대를 세상에 퍼뜨리려는 게 훤히 보였다.

문제는 놈이 어떻게 이공간에 침입을 했냐는 점이었다.

“답이야 뻔하잖아. 타나토스가 이 이공간과 티오니스의 시간을 1:1로 맞춰버린 거야. 그러니까 신으로서 간섭도 할 수 있는 거고.”

“대체 그놈이 못하는 건 뭐랍니까.”

“글쎄. 내가 아나.”

다프네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도 하루 정도는 여유가 있을 거야. 한창 바쁠 때 불러내서 미안한데. 다시 가서 일 봐.”

“로 아이아스가 복구해놨으니까. 여기 늪지대는 신경 쓰지 말고.”

그녀의 말에 나는 한숨을 내쉬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검집에 청단이와 홍단이를 밀어 넣고 다시 성녀의 안식처로 돌아왔을 때 네글리제만 입은 채 나를 기다리고 있던 일리나와 에이리아, 그리고 소리를 듣고 다가온 페르세르크와 륀느 또한 보였다.

“대체…… 무슨 일이야?”

“별거 아니야. 망할 놈이 분간 못 하고 테러를 감행한 것뿐이야.”

간단한 대답이지만 그것이 주는 여파는 거대했다.

타나노스가 여기 간섭하기 시작했다는 건 다른 말로 하면 바깥의 상황이 심각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그럼…….”

초야고 뭐고 물 건너간 것이다.

당연히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전전긍긍했던 일리나와 에이리아에겐 불벼락과 같은 상황이기도 했다.

“하…… 열 받네…….”

“그…… 그래도 다치지 않으셔서 다행이에요. 거대한 회색의 기사를 보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러고 보니 일리나가 에이리아를 부축하고 있는 모양새다.

“괜찮아. 놈도 이만한 짓을 저지르는 게 쉽진 않을 테니.”

그렇게 말하며 내가 다시 방으로 들어가자 일리나와 에이리아가 조심스레 나를 따라왔다.

“거 중간에 방해가 있긴 했는데. 해결됐으니 된 거야.”

살다 살다 잘 때 입는 가운을 걸치고 싸워보긴 처음일세 그래.

괜히 속이 복잡한 기분이 들어 자리에 앉아 와인을 따르고 한 잔을 들이켠다.

방금 전 갈라졌던 대지는 로 아이아스가 그대로 복구시켰는지 갈라지기 이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신적인 능력이지만 이곳의 모든 영웅들이 가능한 힘이기도 했다. 의지를 토대로 한 구현. 변화.

그것이 그들의 권한이다.

마치 운영자와 같은 영향이지만 사실상 이 이공간은 회랑의 영웅들이 운영자가 맞는다는 게 학계의 점심…… 아니 정설이다.

괜히 난장판이 된 분위기 때문에 좀 어수선해지긴 했지만, 와인을 조용히 음미하자 다시 분위기가 조용히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나…… 나도 마실래!”

분위기가 묘해진 탓에 일리나가 급히 한 잔을 들이켰다.

당연히 이곳의 술들은 대부분이 독할 대로 독한 술이라 순식간에 취기가 돌기 시작한 일리나의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무리하게 몇 잔을 더 마신 그녀의 얼굴이 홍시처럼 달아올랐다.

“헤헤…… 데이비이…….”

그녀의 혀가 꼬부라진다.

세 사람 중에 유일하게 가장 애정표현을 많이 하는 일리나답게 그녀는 취한 것을 빌미로 그대로 다가와 안기듯 입을 맞춰왔다.

“사랑해.”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차가운 눈매가 상당히 누그러져 있다.

황홀한 시선으로 내 품에 안긴 채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를 보며 에이리아가 어쩔 줄 몰라한다.

이후 내가 일리나를 천천히 안아 들었다.

그리고는 그녀를 침대에 눕힌 후 에이리아도 안아 그 옆에 눕혔다.

“기대해도 좋아. 마냥 미숙하진 않으니까.”

“변태.”

그 샐쭉임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후 내가 일리나의 네글리제에 손을 대려던 그 순간.

쿠우우웅!!!!!

또다시 굉음이 울려 퍼진다.

다만 이번엔 이전보다 더 거대하다.

“이런 xx…….”

내 표정이 왈칵 찌푸려졌다.

중요한 상황에 계속해서 방해를 해? 이 밤 도덕도 없는 놈이 진짜!

열이 뻗친 내가 멈칫했다.

“데이비?”

“미안, 좀 기다려봐. 내 당장 망할 방해꾼 새끼 다 날려버리고 올 테니까.”

분노가 차오른다.

이토록 격렬한 분노를 느낀 적이 없다.

아무리 적이라도 공격할 때는 맞춰야지 어디서 감히…….

청단이와 홍단이를 다시 뽑아 들고 그대로 합친다.

그러자 청적색의 빛이 검신에 머무르는 장검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청단이와 홍단이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초단이.

초단이가 내게 공감하듯 막대한 힘을 쏟아내며 내 손에 감겨 들어온다.

1분 1초가 지금 내겐 소중한데.

시간이 1:1 비율로 맞춰진 세계.

그 세계에서 잠깐의 틈조차 주지 않는 타나토스에 대한 맹렬한 분노가 타올랐다.

그런 내 앞으로 검은 안개가 모여들며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어서 나타나라. 반드시 네놈만큼은 내 손으로 찢…….]

“야.”

급기야 직접 의지를 현신시켜 나를 향해 분노를 토해내는 타나토스의 말을 끊은 내가 말했다.

“넌 x, 밤 도덕도 없냐 개자식아!!!”

놈이 무슨 말을 하기 위해 찾아왔건.

그딴 건 중요치 않다. 방해했으면 죽어야지.

순식간에 초단이로 놈의 형상을 베어낸다.

[크윽?! 이 미천한 놈이!!]

“할 말 들어준다곤 안 했는데.”

내가 현신한 타나토스의 의지를 모조리 베어버리자 놈의 의식이 서서히 흩어진다.

[흐…… 흐흐…… 그래. 그렇게 잘난 듯 있어 보아라. 네가 이러는 동안 네가 지키려 했던 프리아의 영역이 모조리 파괴될 테니.]

프리아의 영역. 티오니스를 말하는 것이다.

놈은 끝내 자신의 할 말을 끝내고 사라졌고 멍하니 허공을 직시하던 내가 한숨을 내쉬었다.

굉음과 진동이 사라진다.

타나토스의 방해가 다시 사라진 것이다.

이후 다시 분위기를 잡듯 와인잔을 한 손에 들어 거칠게 마시고는 다시 두 사람에게 집중하려던 그 순간.

쿠우우웅!!!!

이런 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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