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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824화 (823/1,559)

제 824화

비록 미쳐있다지만 데이비로썬 첫 행보였다. 아니, 정확히는 미쳐버렸기에 가능한 행보가 아닐까.

거대한 에너지의 집합체. 차원의 발판. 초월의 상징인 별의 힘을 소실시켜버린 것 말이다.

“별의 소실…… 네가 진정 이 세계의 근간까지 손을 대는구나.”

“아…… 배고파…… 배고파 죽겠네 진짜!”

“별을 부순다는 게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고 있는 거냐?!”

타나토스의 외침에 데이비가 인상을 찡그렸다.

“됐고!! 먹을 거!!”

콰앙!!!!!!

거칠게 검을 휘두른 데이비의 안광이 번뜩인다.

흐느적거리던 행동과는 정반대되는 격한 반응이지만 그 여파는 거대했다.

막대한 충격파가 일대를 감싸더니 타나토스를 중심으로 사방에서 검은빛과 흰빛이 섞인 창이 그녀를 향해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한 발 한 발이 위협적이기 그지없는 마법이다.

카가가가가각!!!

마치 신기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쏟아지는 창들을 피하고 쳐내기 시작하는 타나토스의 표정이 더욱 차갑게 변한다.

세상엔 알려지지 않은 법칙이 존재한다.

지구에서는 우주라는 존재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사실상 일정 이상영역 밖의 우주에 대해선 아는 이가 없는 게 현실이다.

별은 초월적인 힘의 일부이며.

또 다른 차원.

홍단이와 청단이를 양손에 든 데이비와 흑검을 든 타나토스가 다시 격돌하기 시작했다.

한번 검이 충돌할 때마다 검은 안개가 쉴 새 없이 밀려난다.

둘의 검은 거대한 공간 따위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듯 쉬지 않고 이동하며 서로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한 번의 검이 오갈 때마다 수십 수백의 검격이 날아든다.

검의 궤적을 읽는 건 이미 예전부터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러 있었고 그 한 번 한 번의 충돌에 검은 성운이 비명을 쉴 새 없이 질러댔다.

“크윽?!”

광기에 미쳐버린 데이비의 공격은 점차 빨라졌고, 마치 주변 공간 자체가 데이비의 것인 양 마법을 쏟아냈다.

가장 심각한 것은 광기에 미쳐버린 데이비가 먹어치우는 양이었다.

포식의 권능이 폭주해버린 데이비는 단순히 필요한 정도만 먹어치우는 게 아니었다.

이미 미쳐버렸기 때문에. 피아구분은커녕 해서 될 것과 안 될 것까지 구분하지 않는 상황이기에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 것이다.

주변의 마나. 주변의 법칙. 타나토스라는 신이 가진 개념, 에너지, 힘. 그 외에 모든 것들.

닿는 대로 마구잡이로 먹어치우는 데엔 당연히 정신력과 체력도 존재했다.

육신을 얻은 타나토스가 아무리 신이라도 이클립스의 육신이 지치는 데에는 한계점이 분명 존재한다.

본래라면 신의 힘을 이용해 계속해서 이클립스의 육신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해주어야 하지만. 데이비는 그것마저 먹어치우며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게다가 이제는 이클립스의 육신과 주변의 검은 성운을 가득 채운 안개. 그리고 타나토스의 신격까지 먹어치우려 들고 있다.

물리적인 것은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게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기에 본래 온전한 정신상태의 데이비는 절대 포식의 권능을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광기에 먹혀버린 지금은 다르다.

이걸 먹으면 미쳐버리고 저걸 먹으면 미치지 않는다라는 관점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

태초신을 제외하고, 아니 그 어떤 의지를 가진 존재조차 저런 짓을 할 순 없다.

모든 힘엔 제약과 한계가 존재하지만, 포식의 특성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며 끝도 없이 자신을 불려 나갔다.

당연히 그렇게 먹어치우는 데엔 배가 고프다는 이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었다.

미쳐버린 데이비의 눈에 타나토스와 이클립스의 육신은 전혀 관심 밖의 일이었다는 소리였다.

“하아…… 하아…….”

싸늘한 표정으로 숨을 거칠게 몰아쉰다.

육신의 불편함이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타나토스는 전신에 상처를 입고도 멀쩡하게 움직이는 데이비를 보며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저 괴물이, 신격을 얻어버린 최악의 괴물이 자신의 이성을 포기하고 고유 가진 바의 힘이 가하는 페널티에 무색해지면서. 이미 늦었다는 것을.

물론 그렇다고 해서 타나토스의 의지가 약해진 것은 아니었다.

1만 년 이상 지속되어온 타나토스의 분노는 더더욱 눈앞의 이 방해꾼을 처리하겠다는 일념으로 타올랐다.

이길 수 없다면.

차라리 금기를 범해서라도 죽이리라.

타나토스의 눈동자가 황색에서 검은빛으로 변한다.

동시에 작고 흰 팔을 들어 올리자 비늘이 돋아난 손끝으로 무언가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차원이며, 세상을 이루는 주 물질 중 하나인 별의 근원을 끌어다 먹어치우기 시작한 것이다.

“오…….”

그런 그녀의 행동을 데이비는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콰작!!!

그리고, 그녀의 손끝을 따라 빨려 들어온 별은 마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물질처럼 서서히 분해되며 빛의 입자가 되고 완전히 집어 삼켜졌다.

짧은 침묵 끝에 그녀의 육신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르륵…… 터엉!!

그와 동시에 데이비의 육신이 형용할 수 없는 막대한 힘에 의해 튕겨 나갔다.

“전부 삼킨다면 삼키기 전에 네놈의 육신을 붕괴해주리라.”

쓰러진 데이비의 위에 올라탄 그녀가 검 끝을 아래로 향하게 들었다.

그리고 거침없이 내리 찔렀다.

푸욱!!

모든 것을 먹어치우지만 유일한 단점. 먹어치우는 데에 속도의 한계가 있다.

타나토스가 노린 것은 그것이었다.

데이비가 침묵한다.

금기의 요소로 별의 기원까지 먹어치운 타나토스는 데이비의 복부에 검을 찔러넣은 채 미친 듯이 검은 안개를 폭격했다.

[나의 의지가 증오가 되어 권능의 벼락이 될지니.]

[심연의 끝에서 그 원한이 쏟아지리라.]

그녀의 육신도 휘말리는 공격이지만 멈추지 않는다.

이번기 회에 반드시 죽이겠다고 마음먹은 것처럼 타나토스는 닥치는 대로 별의 힘을 먹어치웠다.

프리아 여신이 공식적으로 나설 수 있기 전에!

이놈을 죽여야 한다!

이 미칠 정도로 질긴 생명체는 죽지 않고 계속해서 버텼다.

검은 안개의 폭격은 점차 거세졌고 이내 저항하던 데이비가 침묵한다.

그렇게 수 분 동안 쏟아진 검은 폭격이 끝났을 때.

전신에 피투성이가 된 타나토스가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검에 찔려 고정되어있던 데이비의 육신은 도저히 살아있는 존재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신격을 뚫고 들어간 공격이다.

아무리 신격을 얻었다 해도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터.

타나토스는 이겼다라는 성취감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차갑게 웃어 보였다.

이것이 신이 가져선 안 되는 감정이라는 것이구나.

증오를 느꼈고, 이번엔 승리의 만족감을 느꼈다.

드디어. 이 징그러울 정도로 흉악스러운 괴물을 물리친 것이다.

“프리아…… 내가 당신을 끌어내리겠어.”

더 늦기 전에 힘을 온존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거대한 검은 성운의 공간 안에 데이비를 버려둔 채 공간을 떠나려던 찰나였다.

스르르륵…….

“읏?!”

쩌엉!!!

갑자기 전신을 잠식하는 끔찍할 정도로 무거운 살기에 그녀가 놀라 팔을 들어 올렸다.

비늘로 감싸여진 팔은 절대 부서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를 기습적으로 공격한 데이비는 그녀의 팔을 완전히 뜯어버렸다.

반응할 틈도 주지 않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또다시 변했다.

“…….”

애초에 그만한 공격에 육신이 걸레짝이 되었으면서 어떻게 살아있는 것인가.

혼란과 의문 속에서 그대로 끌려들어 가듯 데이비에게 빨려 들어간 그녀는 곧 날아드는 주먹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콰아아앙!!!!!

어마어마한 폭음과 함께 별은 우습게 부숴버릴 듯한 힘이 그녀의 전신을 강타했다.

생소한 고통에 정신을 차리지도 못할 정도로 의식이 흔들린다.

좀 전까지만 해도 배가 고프다는 말만 반복하던 데이비는 없었다.

눈앞에 있는 것은.

일정 이상의 공복을 해결하지 못해 완전히 이성을 잃고 광기화해버린 말 그대로의 재앙.

콰드득!!

남은 팔로 저항해보지만 무표정한 얼굴로 쏘아져 들어온 데이비는 그녀의 남은 팔조차 꺾어버린 뒤 그대로 그녀의 목을 잡아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한차례 내리쳤다.

쿠웅!!!!

신격이 흔들릴 정도로 지독한 힘이다. 마치 이전까지의 공격은 장난이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같은 마법인데도 그 위력이 완전히 달라졌다.

아직 완전히 힘을 개방한 것도 아니었나.

별의 힘까지 먹어치웠건만.

스릉…….

이윽고 무표정으로 타나토스를 몰아붙이던 데이비가 손을 뻗는다.

그러자 홍단이와 청단이가 그대로 그의 손을 향해 빨려 들어왔고 그것을 낚아챈 데이비가 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쩌억!!!

거대한 성운이 아주 한순간 반으로 갈라졌다가 본래대로 되돌아온다.

온몸에 한기가 돋는 기분이었다.

타나토스는 자신의 손에 땀이 서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포.

지독한 공포가 그녀를 엄습해왔다.

무표정을 한 채 그가 몸을 살짝 숙였고 타나토스는 뜯겨 나가지 않은 남은 한쪽 팔을 원상 복구시키며 검을 쥐었다.

죽음의 기운이 전신을 엄습했다.

* * *

타나토스도 데이비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닥치는 대로 움직이며 상대를 완전히 침묵시키기 위해 힘을 방출할 뿐이다.

물론 이전과 다른 점이 존재하기도 했다.

“커헉!!”

바로 싸움이 일방적이라는 점.

1만 년 동안 증오를 쌓아온 타나토스가 별의 근원까지 먹어치웠건만.

눈앞의 괴물은 그런 문제를 넘어선 무언가가 되어있었다.

쓰러진 채 움직일 힘조차 남지 않게 되어버린 타나토스를 깔아뭉개듯 제압한 데이비는 검을 집어던지고는 그대로 주먹을 들어 올렸다.

쿠웅!!!

일격에 신격이 금가기 시작했다.

신으로서의 존재 자체가 흔들린다.

한 번 더 허용하면 정말로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린 타나토스는 먹어치운 별의 근원을 모조리 끌어다 사용하기 시작했다.

마치 단 한 번에 모든 것을 거는 것처럼 말이다.

치잉!!!

그리고 귀여운 얼굴로 인상을 찌푸린 그녀가 만신창이가 된 손을 뻗어 검은빛의 태풍을 만들어냈다.

검은 안개의 폭격을 맞고서도 어떻게 살아있는지 의문스럽지만, 그는 살아남았다.

그러니 이번엔 확실히 소멸시키리라.

태초의 별이 가진 힘과 블랙홀이 가지는 거대한 인력을 구성하는 근원에 달하는 힘이 그대로 방출되어 쏟아져 나간다.

검은 태풍은 설사 세상을 구성하는 신격이라 할지라도 소멸시킬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다.

타나토스가 프리아 여신을 소멸시키기 위해 고이 모아온 힘이니까. 갓 신격을 얻은 피조물이 막아낼 성질의 힘이 아니었다.

하지만.

“무슨?!”

타나토스 그녀가 생각한 대로 일이 풀리진 않았다.

그녀가 쏘아 보낸 검은 태풍을 데이비가 맨손으로 낚아채더니 그대로 힘을 주어 부숴버린 것이다.

“아…… 아아…….”

이런 건 불가능하다.

아무리 신격이 높아져도, 광기에 미쳐버려도.

포식의 특성으로 다 먹어치우기도 전에 대상을 지워버리는 힘이 이렇게 간단히 막힐 리 없다.

의지는 그것을 굳게 믿는데 현실은 완전히 다르게 적용된다.

데이비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의 공격을 잡아채 부서뜨려버렸고, 힘이 다해 쓰러진 그녀를 향해 주먹을 당겼다가 그대로 뻗었다.

쿠웅!!

어마어마한 크기의 파장이 퍼져나가며 타나토스의 신격이 부서져 내렸다.

검은 눈동자와 함께 완전히 칠흑의 색으로 변했던 긴 생머리가 힘없이 흩날린다.

신으로서 신격이 부서져 내린다는 말은 한가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신격의 완전한 소멸.

의식을 놓아가며 타나토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심연의 공주를 만들지 않았다면. 힘의 근원을 그 동굴에 놓지 않았다면 과연 이길 수 있었을까.

미약하게 남은 혜안은 그게 불가능하다 대답했다.

이제는 홀른이라 부를 수도 없고 갓 태어난 신격이라고도 부를 수 없는 눈앞의 이 괴물이 자신의 힘을 전부 끌어낸 것도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저 압도적인 힘으로 짓밟을 뿐 이건 항쟁도 싸움도 성립되지 않았다.

타나토스의 존재를 유지시켜주던 신격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꼴이 우습구나.”

무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는 데이비를 향해 그녀가 피식 실소를 흘렸다.

“네가 이겼다. 결국, 나는 프리아 여신의 손에 끝까지 놀아났구나.”

스으윽…… 쿠웅!!!!

막대한 충격이 그녀의 전신을 헤집어놓았다.

지금의 데이비에겐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

“하지만.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소멸할 거라 생각지 마라. 의식은 완성되었고, 티오니스는 무너지리라. 신격이 갈기갈기 찢겨 조각만 남을지라도 네가 절규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겠다.”

그녀의 영혼이 변한다.

타나토스의 몸. 아니 정확히는 이클립스의 몸에서 서서히 죽음의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게까지 미쳐버렸다면 이제 다시는 본래의 너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미쳐버린 채로 네가 지키려 했던 곳이 붕괴하는걸 지켜보…….”

쩌엉!!

그녀를 압박하던 데이비의 형체가 또 한차례 흔들렸다.

“더럽게 시끄럽네. 진짜.”

광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

죽어가던 타나토스의 눈이 부릅 뜨여졌다.

이게 무슨?

“어떻게 잘 처리한 거 같긴 한데…… 두 번 다시는 정줄 놓고 싶지 않더라.”

짜증스레 중얼거린 데이비가 그녀를 내려다본다.

“누구 마음대로 소멸해. 네 신격은 내 전리품이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그는 완전히 미쳐버린 것이 아니던가. 원하는 때에 정신을 되찾을 수 있을 리 없건만.

데이비는 너무도 평온한 표정이었다.

광기 한 줌 느껴지지 않는 평온한 얼굴이다.

“조금만 늦게 깨어났어도 계획이 완전히 박살 날 뻔했거든.”

그렇게 말하며 데이비는 저항하려는 그녀의 신격을 압박했다.

“내가 문명 자체를 리셋해야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할 거다.”

그게 설사 한때 신이었던 존재의 영혼을 갈아 넣는 계략일지라도.

데이비의 눈에 자신감과 여유가 묻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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