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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828화 (827/1,559)

제 828화

232. 페스리사의 살되 죽은 자들

생존자가 있었다? 데스 로드 로 아이아스의 고향인 페스리사 대륙은 일루미나티가 출몰한 세계이기도 했다.

일루미나티는 분명 자신들의 세상이 붉은 공허에서 튀어나온 것들로 인해 멸망했다고 했는데.

생존자가 아예 없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데자뷰가 느껴진다면 느껴지는 상황이다.

이전에 이런 경험이 분명 있었더라. 유르기안 대륙의 꼬마 소년, 이바 반 호엔하임과 똑 닮은 소년 이바노프를 말이다.

홀로 괴물들에게서 살아남았던 소년은 나를 구하기 위해 단신으로 뛰어들기도 했었다.

지금도 그때와 상황은 흡사하다.

하지만, 왜 따라오지 않지?

기괴한 몬스터들은 검은 안개 속에서도 정확히 나를 따라 눈을 움직이면서도 움직이지 않는다.

“하악…… 하악…….”

소년은 나를 끌고 한참을 도망친 후에야 작은 폐건물로 들어섰다.

“큰일 날뻔했어요.”

숨을 헐떡이며 말하는 소년을 보며 담담하게 서서 그를 직시했다.

“어디서 오셨어요? 이곳 근방에 생존자가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는데.”

좀 전엔 반말을 하더니 순식간에 존대로 바뀌었다.

상황이 다급하면 그럴 수도 있으니 신경 쓸 부분은 아니다.

내가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를 보고 있자 그는 실실 웃으며 익숙하게 폐건물을 뒤적거려 작은 구멍을 열었다.

그리고는 그 안에서 독특하게 생긴 상자를 열었고 그 안에 든 식량을 내게 건넸다.

“자요. 시장하실 텐데 하나 드세요.”

반쪽은 자신이 먹고 반쪽은 내게 내미는 모습에 나는 조용히 그것을 받아들고는 조용히 먹었다.

“그쪽 꼬마 아가씨도…… 음 변이종이셨나 보네.”

륀느의 외형은 여러모로 시선을 끈다.

“변이종?”

“아아. 세상을 좀먹는 괴인들이 내뿜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들을 말해요. 보통사람과 다르게 강한 힘을 가지거나 저렇게 외형이 변하기도 하죠.”

익숙하게 설명하며 식량을 까먹는 소년을 보며 륀느가 눈을 반짝였다.

“새로운 미각 데이터 수집을 높게 평가…….”

“아하하. 말투도 신기하네.”

그러거나 말거나 식량을 대뜸 한입에 쏙 넣어버린 그녀가 오물거린다.

그리고는 몸을 파르르 떨더니 내게 말했다.

“데이비 님. 이것을 륀느가 존맛탱구리라고 명시!”

“넌 또 그런걸 어디서 배웠냐.”

“포도맛캣타워로부터 데이터를 수집.”

“이 망할 놈이?”

포도맛캣타워라면 산소 남매의 친구이자 내 제작 노예 1호였던 녀석이다.

이제 와서야 딱히 그에게 무언가를 요구하진 않지만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해 상당히 대접이 좋다는 말은 들은 바 있다.

륀느의 말에 초코바처럼 생긴 것을 입에 넣었다.

“정말 운이 좋았어요. 괴인들은 사람을 잡아 갈가리 찢어 죽이니까요.”

갈가리 찢어 죽인다?

“저놈들은 뭐야.”

“변이된 괴물들이죠. 인간이었으나 괴악한 사령 마나와 바이러스에 의해 인간이 괴물로 변한 거죠. 그래서 괴인이라 부르는 것이고. 저놈들의 목적은 살아있는 인간을 모조리 찢어 죽이는 것이죠.”

그렇게 말하며 녀석은 등에 멘 가방에서 장비들을 꺼내 점검했다.

“피곤하실 텐데 오늘은 여기서 주무세요. 아마 놈들은 이곳까지 발견하진 못할 겁니다.”

그리 말하며 소년은 자리를 비웠다.

동시에, 륀느가 혀를 날름거리더니 초코바를 툭 하고 뱉어낸다.

다만 나는 그대로 먹어 삼켰다.

“맛은 괜찮네.”

“데이비 님. 상당한 독성 성분 검출. 이것을 륀느가 핵불초코바라 평가.”

“그건 매운 거랑 다른 거야.”

보통사람이라면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을 독성이 느껴진다.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주변을 슥슥 둘러보다 바닥을 툭툭 걷어찼다.

그리고는 이내 가볍게 발을 굴렀다.

투웅…….

옅은 마나가 신력에 뒤섞여 퍼져나간다.

신격을 얻으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본래 마나로 이룰 수 없는 일도 아무렇지 않게 일궈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냥 데려온 것 같진 않은데.”

담담하게 말하며 홍단이를 뽑아 든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단단한 벽면을 그어버렸다.

검은 공간.

그 내부로 들어선 직후 나는 서늘함과 기괴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내가 륀느에게 고갯짓을 하자 녀석의 눈이 푸르게 번뜩이며 머리 위에 뜬 고리가 빠르게 회전하고 빛을 뿜기 시작했다.

그러자 숨겨진 방의 내부가 보이기 시작했다.

“음…….”

눈에 보인 것은 수많은 인간이었다.

마치 고기를 걸어놓듯 커다란 갈고리에 사람이 하나둘 걸려있는 모습에 륀느가 눈을 가늘게 떴다.

덜컹…….

그때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라. 여긴 어떻게?”

“냄새가 나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내 대답에 소년이 피식 웃어 보였다.

“냄새요? 분명 탈취제로 냄새를 숨겼는데.”

“그래서, 저게 뭔데.”

내 물음에 소년은 비실비실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별거 아니에요. 생존자들을 수집하는 거죠.”

그의 말에 륀느가 순식간에 손을 튕겼다. 동시에 입자들이 모여들며 그녀의 손에 검은 크로우바가 생성된다.

“신기한 힘이네요. 변이체라 그런가…….”

딱히 신기해하지 않는 녀석은 곧 손에 쥔 것을 내게 보여주었다.

작은 리모컨 같은 장치였다.

“뭐 알아버린 이상 어쩌겠어요. 적어도 고통 없이 수집하려고 했는데.”

“그래서? 우리를 수집하고 뭘 하려고?”

“별거 아니에요. 저는 인간을 저렇게 보관해뒀다가 먹는 걸 좋아하거든요. 정말 오랜만에 온 먹잇감인데 그냥 놓칠 수야 있나요.”

“그래.”

“그런데 왜 놀라지 않으시죠? 설마 뭐 알고 있었다 이런 말이라도 하시려는 건가?”

“아니 네가 이런 짓을 하는 건 처음 알았다. 그래도…….”

사람 새끼 아닌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호오…….”

스산한 미소를 지으며 소년이 손에 든 장치를 꾹 눌렀다.

철컹!! 터엉!!!

동시에 근처의 철창들이 열리며 그 안에서 기괴하게 변한 괴인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눈치챈 이상 어쩔 수 없네요. 미안하지만 나도 식량이 그리 많지 않아서요.”

소년의 능글맞은 미소에도 불구하고 내 시선은 한쪽에 있는 선반에 향해 있었다.

흑마법, 그 생명력에 관한 고찰.

“마법서라.”

마법서를 펼쳐 들어보자 익숙한 페스리사 대륙어가 보이기 시작했다.

영 시원찮은 내용인데.

“륀느, 저거 좀 치워봐라.”

내 말에 륀느의 눈이 번뜩였다.

“호오?”

동시에 륀느의 날개가 순식간에 6익으로 늘어나며 강대한 빛을 내뿜기 시작한다.

“조금 특이하네요. 그냥 먹기엔 아까운데…….”

고민하는 소년의 모습에 내가 물었다.

“이름은 있나?”

“음…… 괴인이 되기 전엔 유스트라는 이름이 있었죠?”

“기억은 있나 보네?”

“뭐, 일부 정도는요.”

느긋하게 대답한 유스트가 고개를 까딱였다.

그러자 3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검은 괴인들이 일제히 륀느를 향해 덤벼들기 시작했다.

물론, 한 손에 크로우바를 쥔 륀느는 그들에게 전혀 위축되지 않고 한 걸음 더 내디딜 뿐이다.

치이잉!!!!

이윽고 륀느의 앞으로 하늘에서 추락하듯 건물을 뚫고 황금빛의 창이 낙하했다.

“저건?”

“천칭을 녹여낸 창, 륀느가 창의 내구성을 우수평가.”

그 말과 동시에 륀느가 크로우바로 창을 후려치자 천칭을 녹여낸 창이 빛의 입자로 변하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콰아앙!!!

마치 폭우가 쏟아지듯 황금빛의 창이 쏟아져 내렸다.

* * *

“음음, 그래서? 이 책은 그저 폐마탑에서 가져온 거라고?”

“에…… 에에…….”

얼굴이 퉁퉁 부은 얼굴로 무릎을 꿇은 채 유스트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구라치다 걸리면 어떻게 된다고는 안 배웠나?”

“으…… 으으므으으므!!”

“얘 뭐래냐?”

“륀느의 고성능 해석 기능으로도 추측 불가능. 회복이 필요하다고 판단.”

“그러니까 얼굴은 줘 패지말라니까.”

가볍게 신력을 끌어올리자 녀석의 얼굴이 낫기 시작한다.

신성력은 아니었다.

이놈은 신성력과 상당히 상극이 되는 형질을 지니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 이건…….”

경악한 그가 눈을 부릅뜨며 나를 올려다본다. 그리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제 손으로 얼굴을 이리저리 만지며 혼란스러워한다.

그렇게 한참 동안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나서야 녀석의 눈에 독기가 서렸다.

그리고는 소리쳤다.

“하!! 인간! 저 괴물의 힘을 빌렸다곤 하지만 내 사정권 안에 들어온…… 커헉!!”

륀느가 순식간에 제자리 드롭킥을 갈겨버리자 나를 공격하려던 녀석이 다시 벽면에 처박혔다.

“륀느, 팔다리 하나씩 잘라라.”

이에 내가 고급 미스릴제 검 하나를 던져주며 말하자 녀석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사…… 살려주세요! 잘못했습니다!”

“웃기고 자빠졌네. 그래서, 하던 이야기 마저 하자고. 생존자는 없나?”

“어…… 없습니다! 저도 이곳에 정착한 지 벌써 두 달이 지났지만 정말 힘들게 몇몇이 찾아오는 것을 제외하곤 쥐새끼 한 마리 보지 못했습니다!”

“별로 필요는 없어 보이는데. 죽일까.”

“데이비 님 륀느의 살상능력을 높게 평가. 최대 출력의 0.23퍼센트로 제거 가능하다 판단해.”

“사…… 살려주십시오! 아는 건 전부 말하겠습니다! 다시는 인간도 먹지 않을게요! 아! 저 마법서들이 많은 곳을 압니다!”

필사적으로 자신의 존재 쓸모성을 어필하는 유스트의 행동거지에 나는 생각보다 쓸모가 없었던 마법서를 툭 하고 던지며 녀석과 눈을 마주쳤다.

륀느가 무표정한 얼굴로 눈을 번뜩인다.

“불 꺼.”

“쳇.”

륀느의 안광에서 발광기능이 사라졌다.

“여……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폐마탑이 있습니다. 그…… 분명 비취탑이었을 겁니다!”

“거 내가 마탑도굴이나 하자고 널 살려둔 건 아닌데. 애초에 마탑이야 내가 찾으면 되는 거고, 내가 널 살려줘야 하는 이유가 없잖아.”

“차…… 찾으시는 게 뭐…… 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 저는 비밀의 방을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마법서는 유실됐지만, 비전이 담긴 비밀의 방의 위치를 찾아냈어요!”

“네가? 무슨 수로?”

“그…… 그건…….”

“륀느. 손가락.”

콰작!!

“히이이이익!!”

그 말과 동시에 륀느가 크로우바로 녀석의 손가락 바로 옆을 내리찍는다.

“륀느, 조준실패를 낮게 평가.”

그리 말하며 다시 찍으려는 순간.

“먹이를 찾다가 비…… 비밀의 방안에서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래요! 그래서 찾았어요!”

“흐느끼는 소리?”

“이…… 인간이었습죠. 아주 싱싱한 인간. 변이체도 아니고 잘 보기 힘든 그런 음식이었습니다!”

그의 외침에 나는 문득 생긴 의문을 풀어냈다.

“넌 인간의 기억이 있다면서 사람을 먹는 거에 아무런 저항도 없나?”

“그…… 그것이…….”

“륀느 발가락.”

“그것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음식을 먹으면 구역질밖에 나지 않아요! 오로지 인간만을 먹어치워야만 포만감이…….”

필사적으로 답변한다.

“뭐, 좋아. 어디 안내해봐.”

이놈의 땅 이미 멸망했다고 하더니 생각보다 생존자가 제법 있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좀 전부터 계속해서 나를 주시하는 저 자연 괴인들은…….

아무리 봐도…….

인간인데?

신격을 통해 보는 기괴하게 뒤틀린 자연의 괴인.

처음 나를 바라보던 붉은 안광들.

그들의 혼은.

인간이었다.

마치. 구해달라는 듯한 눈빛으로 말이다.

이런 것 하나하나가 신격을 얻은 자가 행해야 할 의무인지.

안타깝지만 당장 저들을 해결하는데 시간을 할애할 틈은 없었다.

나는 녀석을 걷어차며 싸늘하게 말했다.

“뭐해. 안내해.”

“예…… 예.”

“참고로, 동족에게 안내한다든지 이상한 곳으로 샌다든지. 함정을 판다던지.”

“…….”

내 말에 녀석의 눈이 부릅 뜨여진다.

미안한데. 네 머릿속이 지금 훤히 보이거든.

이것도 신격의 여파인지.

아니면, 타나토스에게서 먹어치운 것들 중 일부가 내게 맞게 변환되어버린 건지.

알길은 없다.

“넌 죽어, 반드시 죽어, 튀어도 죽고, 가만히 있어도 죽어 알겠나?”

“저…… 저 그럼 안내해주시면 살려주시는 건가요?”

“그렇게 사람 잡아먹으면서 살고 싶냐?”

“저…… 저는 죽고 싶지 않습니다!”

당당하게 외치는 것을 보며 나는 고갯짓을 했다.

그래 안내나 해봐라.

죽이는 건 조금 있다가 해도 되니까.

길잡이 하나 정도는 끌고 다녀도 나쁠 것은 없으리라.

확률은 낮다.

이놈의 대륙들은 대부분 영웅들이 존재하던 시기 이후로 퇴화를 거듭해왔으니 말이다.

발전한 세계는 사실상 극히 드물다.

그런 마당에 데스 로드 로 아이아스가 가르쳐주지 않은 생명력 관련 문헌을 찾아라? 확률은 너무 낮았다.

데스 로드조차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건 특별히 중요한 건 없었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녀의 사후에 아주 만에 하나라도, 생명력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어 내가 모르는 분야까지 개척한 게 존재한다면.

그건 내 신력과 데스 로드 급 사령 마냐로 어떻게든 구현시켜볼 가치는 존재한다.

예전과 지금의 다른 점은 내가 신격을 통해 신력을 발휘하면서 다른 영웅들과 달리 살아있다는 점이다.

“느려진다. 발 보이지? 왼발, 왼발, 속도 떨어지면 손가락 다시 자를 테니 알아서 해.”

“흐억!!”

비명을 지르며 그가 펄쩍 뛰었다.

“불만이냐?”

“아닙니다!”

“그런데 뒤통수 표정이 왜 그러나.”

“잘못했습니다!!”

“잘못할 짓을 왜 하나.”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길잡이 생활 끝나나?”

“아닙니다!”

“여긴 밖이야 멍청아, 안이 아니고.”

눈앞에 있는 놈을 쉴 틈 없이 갈구는 건 단순 여흥일 뿐이다. 어차피 곧 죽일 놈이라곤 하지만 유일하게 지성을 가진 놈이니까.

그리고, 허겁지겁 달려가는 녀석을 따라 거대한 마탑 건물에 이르렀을 때.

나는 난장판이 된 마탑의 지하에 위치한 작은 비밀의 방을 찾을 수 있었다.

“여…… 여깁니다!”

“음 그래.”

담담하게 말하며 나는 걸음을 옮겼다.

삐익!!

[침입자 감지. 침입자감지. 당장 물러나지 않으면 사살할 것을 경고.]

미리 녹음한듯한 목소리와 함께 수십 개의 윈드가 나와 륀느를 겨누었다.

그래. 제법 뭘 좀 숨겨놓으셨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 분명 이전에 왔을 땐 없었는데!”

“네가 인간이 아니니까 제대로 구문이 안 된 거겠지.”

사람으로 판정되는 내가 나타나니 바로 반응이 온 것이고. 뭐가 되었건, 기대심이 드는 건 사실이다.

[경고, 경고. 물러날 것을 권고. 한 발짝 더 들어올 시 신변에 위협을 가할 것을 명시.]

그 말과 함께 나는 옆에 있던 유스트의 뒷덜미를 낚아챘다.

그리고는 정면으로 걸어 나갔다.

투쾅!!!

순식간에 흑색의 마탄이 날아와 방패로 내세운 유스트에게 부딪혔다.

“커헉…….”

고통스런 신음을 흘리며 그가 핏발이 선 눈으로 나를 본다.

“아, 걱정 마. 넌 이 근방에 대해 좀 빠삭하게 아는 것 같으니 죽이진 않을게.”

신력을 이용해 녀석을 치유하며 그대로 전진하자 녀석의 표정이 파랗게 질렸다.

“보통 이런 곳은 저 방어장치가 박살 나면 그대로 데이터 말소를 위해 불을 질러버리는 곳도 있거든.”

그러니 저건 그대로 유지시키면서 지나가는 수밖에.

“사…… 사기 치지 마십시오! 방어시설을 뚫고 진입해도 데이터 말소가 되는 건 똑같잖아요! 차라리 방어시설을 해제…… 아니 제가 들어가게 해주세요! 제가 가지고 나올게요!”

“어허, 그러면 쓰나. 벌 좀 받으라고.”

애초에 거짓말이다. 데이터 말소까지 할 정도로 여력이 남아있을 마탑이 아니었다.

게다가 날아드는 마법에 맞아 몸이 넝마가 되더라도 녀석은 쉽게 죽지 않았다.

생명력이 생각 이상으로 질겼으니 말이다. 기왕 하는 김에 이놈도 조사해볼 겸 실험을 해보는 꼴이다.

걱정 마라. 괴인이라는 생명체. 생명력이 이상하리만치 풍부해서 쉽게 안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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