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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835화 (834/1,559)

제 835화

234. 수로

“히히.”

스산하게 웃으며 나를 포위하는 이들은 아무리 봐도 아직 10대. 젊은 소년들이다.

이놈들이 겁을 상실했나.

좀 전 그들이 한차례 박살 낸 균열은 사실 어떻든 상관없었다.

청단이 덕분에 거대 마나 수로는 완성했고 이제 남은 것은 티오니스로 돌아가 이 빌어먹게 정교한 마법진을 완전밀폐된 공간에서 설치. 전차원으로 이어지도록 직접 이어붙이고 타나토스의 신격이 지닌 생명력을 모조리 때려 박으면 되는 일이다.

이미 완성한 이상 다시 만들어서 필요한 생명력만 추가하면 되는 일이니까.

하지만 왼쪽 뺨을 맞았을 때 오른쪽 강냉이를 뽑아주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내게 있어서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다.

“참…… 성격 많이 죽었다.”

담담하게 말하며 그들을 향해 물었다.

“일단 확인 차원 차 묻는 건데. 뭐 하는 짓인지 대답해볼래?”

“닥쳐! 다 알고 왔으니까!”

선두에 서 있던 소년이 스태프를 겨누며 소리쳤다.

“다 알고 와?”

“그래! 네가 이 땅을 이 지경으로 만든 그 끔찍한 균열을 이곳에서 재현시키고 있다는 말을!”

확실히 오해를 살만한 일이긴 했다.

하지만, 이곳의 상황에 맞춰 실험을 해야 하는 만큼 탑주에게 당위성은 충분히 설명했으며, 그 기간 동안 벌어질 습격에 관해 내가 직접 나서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바 있다.

덕분에 나를 경계하는 이는 있어도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오는 이는 없을 텐데.

가만.

“너흰 사파이어 마탑 출신 마법사가 아닌가?”

본래 이 생존지엔 각지의 마법사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사태가 이렇게 된 이후 이 생존지의 마법사는 사파이어 마탑주의 아래에 대부분 사파이어 마탑의 소속이 되었다.

그런데 저들의 로브에 채워진 브로치는 사파이어가 아닌 붉은 계통의 루비였다.

느긋한 태도를 고수하며 다가온 그들이 서로 시선을 마주한다.

“너무 아쉬워하지 말라고. 여기 생존해있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 우리가 나서준 것뿐이니까.”

“역시 루이 님! 멋지십니다!”

한 명을 옹호하는 그들의 모양새에 힘입은 것일까.

루이라 불린 사내가 내게 다가왔다.

“이번엔 모르고 그랬을 수도 있으니 용서해주지만, 또다시 이런 짓을 한 것이 발견되면 그 자리에서 널 요절낼 것이다. 알겠느냐?”

“루비?”

“음? 아아. 나는 루비 마탑에서 온 마법사 루이 윌리엄스라 한다.”

“최연소 천재 흑마법사님이시다!”

쓸데없는 잡음을 무시한 채 물었다.

“그래서. 누가 시켰나.”

“누가 시켜?”

“보아하니 독단으로 와서 이런 짓을 저질렀을 것 같진 않고. 그래서. 누구냐고.”

담담한 물음에 그가 비웃음을 던졌다.

“네까짓 근본도 없는 놈이 감히 쳐다도 볼 수 없는 위치에 계신 분이다.”

“루비 마탑이라는 곳이 남아있는 줄은 몰랐는데. 어쨌든 거기에 이 짓을 시킨 놈이 있다는 뜻이겠지?”

내 물음에 그가 인상을 찡그린다.

“어이. 적당히 나대. 그러다 진짜 뒤지는 수가 있어.”

그의 경고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내 행동이 내가 겁을 먹었다 생각했는지 그가 고개를 돌렸다.

“역시 소문은 믿을 게 못 돼. 사파이어 마탑 놈들 입장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거짓부렁을 내세울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낄낄. 그 누가 와도 루이 님은 이기지 못할 겁니다. 무려 포식자의 왕을 이기신 분이지 않습니까.”

“맞아요. 저런 거짓부렁하곤 다르지요.”

그들의 행동거지에 상황을 보고 있던 륀느가 눈을 가늘게 뜬다.

“데이비 님.”

“됐다. 이런 것까지 네게 맡기면 속이 좀 타지.”

나서려는 륀느를 제지한 채 내가 그를 불렀다.

“루이라고 했나?”

내 부름에 낄낄 떠들며 걸어가던 그가 멈춰서 돌아본다.

“남의 물건을 부쉈으면 책임지고 고쳐놔야지.”

“뭐? 감히 지금 네가 누구에게…….”

“고쳐.”

내 목소리에 모두가 굳는다.

장난을 치던 홍단이와 청단이도 놀란 듯 나를 바라보았다.

“살다 살다 별 거지 같은 것들이 다 와서 깽판을 치네.”

“뭐…… 뭐라!”

“고치라고. X새야.”

쿠그그그그그극!!!!

지반이 뒤틀리기 시작하며 전신에서 막대한 마나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은 채 굳어버린 그를 향해 나는 한 손을 펼쳤다.

그러자 손끝으로 검은 화염들이 손가락 마디 끝마다 하나씩 타오른다.

[9서클]

[헬파이어.]

화르르륵!!

옅게 타오른 검은 화염들은 일제히 의지를 가진 것처럼 날아들었고 이내 그들을 포위했다.

“흐억?! 이…… 이게 뭐야!”

“거…… 검은 불?!”

“게임을 하지.”

“게…… 임?”

“지금부터 제한시간은 30분. 참가인원은 너 혼자다. 방금 전 내가 만들어놓은 마나 수로를 완벽하게 복원하면 네 승리다. 다만, 30분 초과부터 약 5분마다 한 놈씩…….”

화륵…….

“끄아아아아아아악!!!!!”

처참한 비명과 함께 한 명이 헬파이어에 완전히 덮어씌워 졌다.

“살려줘!!! 뜨거워!! 뜨거워 으아아아아아아악!!!”

발광하면서 온몸을 비틀고 바닥을 구르지만 검은 화염은 오로지 다른 것은 내버려 두고 그만을 불태웠다.

머리카락이 불타 사라지고 피부가 익는다.

끔찍한 상황에 모두가 경악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게임 시작하지.”

나는 손목에 찬 시계를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정확히 30분이다. 뭐해. 움직여. 실패하면 5분마다 한 놈씩 죽는다. 저놈은 본보기야.”

“이…… 이 미친놈이!!! 다크 스네이크!”

격분한 루이가 순식간에 내가 스태프를 겨누었다.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격하게 소리치며 그가 검은 뱀과 같은 마법을 발사한다. 이에 그를 따라 그의 추종자들도 마법을 발산했다.

천재라더니 나이치고는 제법 실력이 있다.

[디스펠]

콰창!!!

물론, 대상이 너무 나빴다는 점.

이미 완성된 마나 수로는 사실 부숴도 상관없지만. 왼뺨을 맞고 가만히 있을 만큼 내가 성격이 좋은 놈은 아니라서.

“무슨?! 마법이 사라졌어?!”

“저…… 저희도!”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 여기는 듯 보였다.

“이익! 다…… 다크 스네이크!!”

[디스펠]

와장창!!

또 한차례 마법이 박살 난다.

또다시 자신들의 마법이 캔슬되고 나서야 루이를 포함한 추종자들은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여긴 듯 보였다.

“감히…… 비열한 수를 사용해서…….”

“비열한 수? 디스펠이 언제부터 비열한 수가 됐지?”

“우…… 웃기지 마라!! 디스펠을 영창도 없이 그렇게 단시간에 해낼 수 있을 것 같으냐!! 게다가 디스펠은…….”

“디스펠은 마법의 구조를 해석하고 역이용하여 해제하는 마법이고. 그걸 이렇게 단시간에 사용할 수 없는 건 보통 상대의 마법을 분석하기 힘들기 때문이겠지.”

“…….”

“그런데 어쩌냐.”

너무 허술해서 쉽게 파훼 되는 게 내 잘못도 아니고.

그렇게 말하는 내 등 뒤로 검은 안개 같은 것이 스멀거린다.

그리고, 그 검은 안개 속에서 마치 거대한 눈동자가 그들을 보는 듯한 환각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컥…… 끄륵…….”

순식간에 전신을 장악하는 묵직한 공포에 루이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애들이라고 봐줘야 한다. 뭐 이런 마인드. 나쁘지 않아. 모를 수도 있거든.”

근데 너희들은 모를 나이가 아니지?

“뭐해. 움직여. 나는 했던 말은 반드시 지킨다. 참고로 쓸데없이 지원을 부를 생각은 하지 마. 어차피 찾아갈 생각이니까.”

내 말에 몸을 부들부들 떨던 루이가 악을 쓰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데스 익스플로즌!!”

무리한 마법의 사용으로 그의 입가에서 순간적으로 피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의 스태프를 따라 어마어마한 크기의 흑염이 만들어졌다.

흑염폭 마법.

5서클에 해당하는 마법으로 정교함은 다크 스네이크와 비교할 게 못 된다.

“주…… 죽어어어어!!!”

패닉에 빠진 자는 사태 판단을 올바르게 할 수 없다.

그럴 수밖에.

이미 헬파이어부터 놈의 이성은 반쯤 날아가 있는 상황이니.

“데이비 님? 이게 대체 무슨…….”

현재 상황을 보고 놀란 홀리곤 분대장이 굳은 표정으로 나를 말리려 하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그냥 보고 계세요.”

싸늘하게 일갈하며 나를 향해 날아드는 흑염폭을 시야에 담았다.

[디스펠 오브 체인]

와장창!!!!

동시에 또 한 번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 루이가 무리하며 만들어낸 마법이 순식간에 박살 나며 그가 피를 울컥 토해냈다.

“네 마법과 연결된 네 서클까지 부쉈다. 디스펠이라는 게 참 무서운 마법이야 그렇지?”

“쿨럭…… 쿨럭…… 이…… 이 건 말도 안 돼…….”

자신의 내면에 있는 사령 마나의 서클이 박살 났다는 사실에 그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벅저벅 다가간 내가 그의 멱살을 잡고 살짝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쯤 되면 소문이 그냥 거짓말은 아니라는 걸 알겠지? 25분 남았다. 움직여.”

“흐…… 흐윽…… 히이익!!”

공포에 질린 그가 내게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지만 내 손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좀 전 마나 수로가 만들어져있던 공터로 그를 던져버렸다.

“뭐해. 네가 꾸물거리면 저놈들이 죽어.”

“사…… 살려주세요! 루이 님!”

“루이 님!”

겁에 질린 추종자들이 필사적으로 소리친다.

이에 바들바들 떨던 루이가 이를 악물었다.

이런 놈들의 경우 실패가 없는 엘리트 집단이다. 어떤 교육을 받아왔건 세상이 이 지경이 되면서도 귀하게 대접을 받아왔을 확률이 높다.

어디 한번 발버둥 쳐보라지.

나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허공에 마나를 흩뿌리기 시작하는 루이를 바라보았다.

그가 재능이 있는 마법사라곤 하지만 고작 5서클 마법사가 그 자연 마나 수로를 이해하고 재현할 가능성은 한없이 낮다.

그러니까.

나는 이놈들을 여기서 다 죽여버릴 생각이었다.

“데이비 님.”

“성자라는 칭호가 여기선 참 발목을 잡는단 말이야.”

다만 나는 성자 칭호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니까.

“23분.”

“하…… 할게요!! 한다구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필사적으로 마나의 선을 구현해 마법진을 그리려 하지만 그릴 수 있을 리가 없다.

애초에 어떤 방식인지조차 이해도 못 하는데 답을 쓸 수 있을 리 있나.

나는 말 없이 손가락을 튕겼다.

화르르르륵!!!

동시에 허공에 수십 개의 검은 불씨들이 생겨난다.

좀 전 한 명을 완전히 잿더미로 만들어버린 헬파이어와 동일한 마법.

그것이 발현되자 그들의 얼굴에 두려움이 서렸다.

“괴…… 괴물…….”

“제한시간이 다 되면 돌아오지. 약속은 지켜주마. 어디 필사적으로 복원해봐.”

“대체…… 대체 그게 뭐라고!!”

“그래. 그게 뭐라고 이 난리를 치는지 이해 못 하겠지?”

내 물음에 그들이 멈칫했다.

“그러니 알려줄게. 네가 방금 부숴버린 마법진은. 이 대륙의 인간들이 살아남을 유일한 희망줄이었고, 너흰 그것을 끊어버린 거다.”

내 말에 루이의 눈이 찢어질 듯 크게 뜨여졌다.

“거짓말 같아? 미안한데 농담은 별로 안 좋아하거든.”

“자……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용서? 용서를 빌고 싶다고 다 빌 수 있으면 세상에 감옥은 왜 있나.”

용서라는 건 말이다. 피해를 본 당사자가 그것을 받아줄 수 있을 때나 비는 거다.

“아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

수많은 마법사 장로, 탑주들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젊은 소년이 무슨 수로 구현할까.

애초에 희망 따윈 없었다.

싸늘한 내 목소리에 루이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필사적으로 허공에 손짓을 하고 바닥을 긁어 파며 마법진을 구현한다.

하지만 올바른 형태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런 그들을 차갑게 바라보던 나는 이내 걸음을 옮겼다.

이놈들에게 이런 짓을 시킨 놈이 있다.

사람이 너무 좋아서 문제야.

“가끔 지들이 누굴 건드리고 있는지 보여줄 필요도 있는데. 아, 참고로 내가 없다고 도망칠 생각 안 하는 게 좋을 거다.”

빙그레 웃자 그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런 그들을 뒤로한 채 나는 마탑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콰앙!!

“그게 말이 된다 생각하시오!!!”

사파이어 마탑주의 격분한 외침에 맞은편에 앉은 붉은 머리의 중년 사내가 싸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럼 별수 있나. 전쟁을 하는 거지.”

“그자는 우리 사파이어 마탑에 체류 중일 뿐 마탑의 소속이 아니올시다! 대체 루비 마탑이 이제 와서 무슨 근거로 그를 요구한단 말인가!”

“다시 말하지만, 그는 금기를 연구하는 위험한 자입니다. 그러니 우리 루비 마탑에서 그와 그의 호위로 있는 소녀를 모두 회수하겠다 말하는 겁니다.”

“절대 불가하오.”

“말이 안 통하면 무력으로 가는 수 박에요. 차기 마탑주께서 명령하신 건 반드시 지켜져야 하오. 그분께선 이 땅의 법이시니까.”

자신감 가득한 얼굴을 한 채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슬슬 루이 녀석이 그자를 데려올 때가 됐는데…….”

“데려온 건 아니고, 직접 왔으니 하고 싶은 말 계속 지껄여봐.”

내 목소리에 그가 흠칫 놀란다.

그리고, 언제 와서 앉았는지 모르게 자리에 앉아 차를 음미하고 있는 나를 보며 물었다.

“흐음? 분명 루이를 보냈을 텐데? 녀석은 어디 있지?”

“네가 보냈나?”

“데…… 데이비 마법사!”

당황한 탑주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내가 순식간에 움직여 그의 목을 틀어쥐고 들어 올렸다.

“컥?!”

반응 못 할 속도로 그에게 다가간 나로 인해 근처에 있던 루비 마탑의 마법사들이 일제히 스태프를 겨눈다.

“컥…… 커헉!”

“축하한다. 너희 덕분에 이 땅을 구원해주려던 생각이 싸그리 증발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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