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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840화 (839/1,559)

제 840화

신마의 카드첩.

카드 한 장 한 장에 상당히 독특한 힘이 서린 기술이다.

그 원류는 영혼의 힘을 구현화하고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

내가 엘라임에게 건네준 카드의 이름은 [인과허구] 흐름과 결과를 속인다.

“베르단데의 힘을 먹어둔 게 신의 한 수였지.”

신마의 힘도 완전히 내 것으로 변환시킨 것이 아니기에 사용 시 금기의 힘처럼 광기가 나타날 테지만 베르단데의 힘과 연동되면서 자연스럽게 그 문제가 해결되어버렸다.

결과적으로 베르단데의 힘이 그녀의 영혼에서 비롯된 힘이라는 게 확실시되었다.

내가 엘라임에게 이 카드를 건넨 이유는 간단했다.

역소환.

“데이비? 뭘 하는 게야?”

“일리나, 에이리아도 왔네.”

세 소녀는 실실 웃고 있는 나를 향해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좋은 곳 구경시켜줄게.”

절대 평범한 방법으론. 아니, 본래라면 인간은 절대 볼 수 없는 곳을.

츠팡!!!!!

내 앞으로 거대한 균열이 찢어지듯 열린다.

그리고.

그것을 본 나는 망설임 없이 걸음을 옮겼다.

보통 정령사가 정령을 계약하여 부르는 것이 인과가 된다.

하지만. 베르단데의 현실왜곡과 신마의 카드로 만든 인과허구는.

그 사실을 반대로 바꿔버릴 수 있다.

정령을 소환하는 게 아니라.

정령이 인간을 소환한다.

거대한 빛에 휩싸여 모습을 드러낸 나는 경악하고 있는 엘라임을 포함한 다수의 정령들이 보는 앞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당당하게 언급했다.

[이…… 이게 대체…….]

“힘이 필요한가?”

그래. 사람이라고 정령소환 되지 말란 법이 어디 있나.

* * *

제법 다수의 정령들이 보인다.

개중엔 흙의 거인 노아스도 있었고 불덩어리인 방화광 이프리트.

그 외에 참 간사하기 짝이 없는 바람의 정령왕인 제비 녀석도 보였다.

그리고.

[인간?! 인간이 어떻게 이곳에!]

[그것도 넷씩이나…….]

내가 계약한 정령 이외에도 다수의 정령들이 보였다.

그들 모두가 경악한 표정이었다.

엘라임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나와 달리 페르세르크나 일리나. 에이리아는 신기하다는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름다운 꽃으로 가득한 거대한 화원. 그리고 하늘로 새겨진 거대한 흙과 물의 길.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요정의 세상이 있다면 이런 곳이 아닐까 싶은 모습이었다.

“나는 데이비 올 라운. 네 부름을 받고 소환되었다.”

나름 진지한 대답에 엘라임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설마…….”

“나와 계약을 맺을 텐가?”

내 물음에 그녀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세상에…… 물라임 씨! 대체…….”

[물라임이라 부르지 마세요! 대체 인간이 어떻게 정령계에!]

“소환했으니 오는 게 당연하지. 그래서? 계약할 거야 말 거야.”

내 말에 정령들이 혼란스러운 듯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중간계에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힘을 내뿜고 있는 왕급 정령들이지만 하나같이 몰골이 말이 아니다.

“정령계라니, 데이비 그대 또 무슨 짓을 한 게야.”

“별거 아니야. 그냥 카드 한 장 넘겨준 것뿐인데.”

“카드?”

“신마의 카드.”

내 말에 페르세르크와 일리나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들도 신마라는 인물에 대해선 이미 들어봤을 테니까.

물론 에이리아의 경우 잘은 모르는 듯했지만.

“아니 그래서 계약할 거야 말 거야.”

-그우우우우우우우우!!!

콰아앙!!!

내 뻔뻔한 제안에 엘라임이 어떤 말도 못 한 채 헛숨을 내뱉다가 눈을 부릅떴다.

[물러나세요!!]

촤아아아악!!!

동시에 사방에서 물줄기들이 날아들어 나를 향해 휘둘러진 거대한 주먹이 멈춘다.

하지만 제대로 막지 못했는지 엘라임이 인상을 찡그린 채 밀려 나갔다.

“뭐야 이건.”

[저건…….]

“정령이 울고 있어.”

에이리아가 굳은 얼굴로 중얼거린다.

“저건 또 뭐야, 폭주 정령이냐?”

정령계에 문제가 있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생각보다 일이 심각한 모양이었다.

이미 이지를 잃은 거대한 흙의 거인과 전투라도 벌인 것일까.

정령왕들의 몸은 여기저기 분해되듯 연기화 되어있었다.

본 힘을 드러내는 자연계의 왕조차 어찌하지 못하는 정령이라면, 단 한 존재뿐이다.

“태초 정령이구나.”

내 중얼거림에 대부분의 정령들이 경악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나와 계약한 정령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애초에 태초 정령에 관해 들은 건 정령 여제 유리아나였으니 말이다.

내 말에 정령왕 중 하나가 나선다.

내가 계약한 엘라임과는 다른 물의 정령이었다.

[인간! 대체 뭐지?! 어떻게 정령계에!]

“그게 중요해? 그래서 물라임. 계약해 말아.”

내 물음에 엘라임이 떨떠름하게 나를 바라보다 고개를 까딱였다.

[당신이 준 카드를 사용한 건 제가 아니라 저 녀석이에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파란색 머리카락을 지닌 작은 꼬마 소녀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녀의 손엔 내가 건네주었던 인과허구 카드가 쥐어져 있었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카드를 이용해서 바꾼 것은 정령과 인간의 위치.

그렇기에 나를 불러낸 이를 내 마음대로 바꿀 순 없다.

결국, 나는 두려운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는 작은 꼬마 소녀에게 다가갔다.

[이, 인간이 어떻게…….]

“불러냈으면 계약을 해야지. 할 거야 말 거야.”

[드…… 들은 적도 없어! 정령이 인간을 소환해서 계약한다니!]

“그냥 보통 인간 아니니까 괜찮아. 그래서 할래 말래. 계약해주면 내가 저놈 처리해줄게.”

내 미소에 작은 정령이 새하얀 브릿지가 된 머리카락을 베베 꼬았다.

[흥! 인간이 오만하기 그지없군! 본 힘을 가진 정령왕들조차 어찌하지 못하는 태초 정령의 폭주를 고작 인간이 막는다고?]

[웃기지도 않는군! 노아스! 네놈과 계약한 인간이 아니냐?! 당장 저놈을 쫓아내!]

이 와중에도 텃세는.

내 환한 미소에 엘라임과 제비의 표정이 파랗게 질린다.

[야단났다. 저 사이코패스 웃고 있어.]

[나는 몰라, 이제.]

[인간! 여긴 정령의 땅이다! 아무리 정령이 중간계와 친밀하다 해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당장 떠나라!]

정령들의 경계에도 불구하고 나는 겁을 먹은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는 작은 정령왕에게 다시 물었다.

“계약해 말아. 빨리 정해. 난 바쁜 몸이야.”

[저, 정령이 인간과 계약하는 경우는 봤지만, 인간이 정령과 계약하는 건…….]

“그래? 그냥 두면 너희 꽤 곤란할 텐데.”

[일단 해!! 하라고!]

참다못한 방화광 이프리트가 열이 뻗친 듯 소리 질렀다.

[야 이 돌대가리들아! 해결이 안 돼서 불러놓고 이제 와서 꺼지라고?! 뒤지고 싶냐!]

화검 레바테인을 들고 위협하는 이프리트의 행패로 인해 정령들이 입을 다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단 계, 계약합니다!]

작은 소녀의 전신에서 옅은 스파크가 인다.

뇌전의 정령왕이라는 건 알겠는데 그 힘이 다른 정령왕에 비해 약한 것으로 보아 어린 정령왕인 듯 보였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가 쥐고 있던 카드, 인과허구가 빛을 내뿜으며 마치 정령 계약하듯 그녀와 나 사이에 빛으로 된 줄이 휘감아진다.

“내 이름은 데이비 올 라운. 계약자의 이름을 말하라.”

내 물음에 그녀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답했다.

[뇌…… 뇌전의 정령왕 인드라.]

“뇌전의 정령왕 인드라. 계약의 인에 맹세하겠나?”

[하, 할게요! 그러니까 뭐가 됐건 도와주세요!]

“좋아.”

치이잉!!

본래 정령이 인간과 계약하며 만들어질 계약의 인이 그녀에게 스며들었다.

보통 하위정령들은 계약을 할 때 인간에게 입맞춤을 해주는 경우가 있다.

같은 정령 계약이나 그 대상의 위치가 바뀐 것일 뿐이라 나도 그렇게 해야 하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정령의 개인 취향이었던 모양이리라.

“하여간 음흉한 것들.”

강렬한 빛과 함께 계약이 서서히 종언을 맺었다.

비록 내가 인드라에게 소환된 꼴이라 본래 힘을 전부 발휘하긴 힘들어야 정상이건만.

신격의 탓인지 생각보다 힘의 제약이 적었다.

어차피 평범한 정령사와 정령왕의 수준 차이 이상으로 이 정령왕과 나 사이에 존재하고 있으니까.

단순한 격으로 따지면 이미 정령왕의 수준을 넘어선 것은 오래전 일일 뿐이었다.

“그래. 어디 원하는 바를 말해봐라.”

[태…… 태초 정령을 막아주세요!]

순진무구한 아이처럼 소리치는 그녀를 향해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물라임과 함께 갖은 힘을 끌어내며 저지하고 있는 거대한 흙의 거인을 향해 움직였다.

태초 정령은 정령이 가지는 힘의 근원과 같다.

다른 뜻으로는 자연신.

자연 그 자체가 정령왕이라면 태초 정령은 그런 자연을 이루는 원자와 같다.

물론 진짜 신격을 지닌 존재는 아니지만 사실상 정령계의 가장 오래된 존재이며 가장 신성한 존재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 저렇게 폭주한 이유야 뻔하지 않나.

[하! 정령왕도 어찌할 수 없는 태초 정령을 한낱 인간이 무슨 수로!]

[방해된다! 물러나라!]

화를 내는 다른 정령왕들이지만 그들은 곧 다시 폭주하는 태초 정령의 공격에 튕겨 나갔다.

태초 정령. 일단 겉보기엔 흙으로 만들어진 거인 같지만 저놈은 자연의 원자와 같은 존재다.

당연 원소 마법은 먹히지 않을 테고.

정신 또한 통일된 의지가 아니기에 침식이 불가능.

제법 강한 존재이긴 하지만 손을 못 댈 것도 아니었다.

쉬리릭!! 쿠우우웅!!

천천히 걸어 나가는 내 앞을 막아선 한 정령왕이 자신의 몸을 이용해 태초 정령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리고는 나를 거칠게 밀치며 소리 질렀다.

[꺼져라!! 너 같은 인간까지 보호하면서 싸울 여력은 없다!]

이것들이 아까부터.

콰드득!!!

그때 나를 향해 날아오던 공격을 막아낸 정령왕이 태초 정령에게 그대로 붙잡혀 뒤틀리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정령왕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버둥거리지만 태초 정령은 정령왕의 형체를 고정시킨뒤 으깨버릴 요량이었다.

[아…… 안돼!]

다른 정령왕들이 당황하며 소리 지르자 주변을 구경하던 페르세르크가 나를 불러왔다.

“데이비.”

“음?”

“우선 도와야 할 것 같은데.”

“그래.”

[인간!! 물러나라고 내가…….]

정령왕의 격분에 나는 녀석을 손으로 확 밀어내 버렸다.

[어…… 어어?!]

형체가 고정되지 않기에 인간의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정령왕이다.

그런데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녀석의 형체를 고정시켜 밀어내버리자 당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미 다수의 상위 정령과 정령왕들이 태초 정령의 난동에 힘없이 튕겨 나가고 있다.

“비켜봐 이것들아.”

그런 그들을 한껏 도발하며 싱긋 웃어 보인 내가 놈을 향해 손을 뻗었다.

서걱!!

동시에 순식간에 푸른 섬광이 번뜩였고 정령왕을 붙잡아 비틀던 거대 태초 정령의 팔이 허공을 날았다.

“제안이 있다.”

순식간에 팔을 잃고 재생하려 하지만 쉬이 되지 않는다.

태초 정령이 비틀거리며 주춤거리자 나는 언제 잡혔는지 손에서 푸른 검기를 뿜어내는 청단이를 내리 세운 채 태초 정령을 바라보며 말했다.

“시간의 정령을 만나게 해줘.”

내 말에 정령왕들의 얼굴에 경악이 서린다.

[이…… 인간이 어떻게 시간의 정령을?!]

아니까 말하는 거지 이것들아.

달 프로젝트에 크나큰 문제를 이미 한번 겪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시간의 정령의 힘은 반드시 내게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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