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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843화 (842/1,559)

제 843화

[우리가 뭘 하면 돼?!]

[우릴 도와줘!]

[너무 괴로워! 친구들이 아파해!]

작은 정령들이 엉엉 울며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모여든다. 아직 많은 수가 남아있다.

그들은 현재 자신들을 돌볼 여력이 없는 정령왕을 두고 남은 내게 다가와 도움을 요청해왔다.

깊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정령계가 뒤틀리면 향후 자연에 큰 문제가 생긴다. 그렇게 두면 안 돼. 지금 당장 해야 한다.’

마나는 충분하다.

그렇다면.

여기서 실행하는 수밖에.

나는 엉엉 우는 정령들을 뒤로 한 채 양손을 강하게 부딪쳤다.

동시에 신력이 뒤섞인 마나가 나를 중심으로 어마어마한 범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극…… 그그그그극!!!

쿠우우웅!!!

거대한 지진과 함께 대지가 일그러지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정해진 마법이 아닌 마나와 간섭력만으로 거대한 대지를 들어 올려 둥글게 뭉치기 시작했다.

그 크기는 페스리사 대륙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양.

순식간에 내 몸 안의 마나들이 빠져나가지만 상관없었다.

[칭호 별부수미를 해방한다.]

화아아아악!!!

칭호 속에 저장된 막대한 마나가 퍼져나가며 서서히 내 발밑으로 거대한 원형의 달이 되어 떠오르기 시작했다.

상상 이상으로 거대한 마나가 빠져나가며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마나를 움직였다. 의지를 담고, 거기에 내 힘을 쏟아부었다.

타나토스를 제압한 시점에서 더 이상 나를 위협할만한 요소는 남아 있지 않다.

이깟 달 하나 만들다가 객사하는 치욕을 당할 수야 있나.

식은땀이 비 오듯이 흐르지만 나는 마치 물건을 들어 올리듯 왼손으로 오른손의 손목을 강하게 잡고 오른손을 주먹 쥐어 천천히 끌어올렸다.

그리고, 병행 영창을 하듯 거대한 마나 수로를 달 전체 표면에 새기기 시작했다.

생명력을 순환시켜 생명력이 부족해진 이 세상을 조율한다. 거기에 이변은 없으리라.

서서히 달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수로가 빠르게 다방면에서 만들어지며 그 안으로 마나들이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띄우기만 하면…….

“쿨럭!”

그때였다.

갑작스레 내상이 터지며 입가로 피가 한 움큼 흘러나왔다.

[인간이 아파해!]

[큰일이야!]

[우리가 도와줘야 하는데!]

“망할!”

비틀거리는 몸을 억지로 세워 달이 떨어지지 않게 고정시켰지만 정신이 아찔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한번 떨어지면 그것으로 끝이다.

두 번의 기회는 없을 것이며, 한번 실패하는 이상 정령계는 끝이다.

실제로 내가 대지를 들어 올림으로 인해 붕괴하던 정령계의 파괴가 가속화되고 있으니까.

정령왕들이 봤다면 거품을 물며 방해했겠지만 태초 정령들이 날뛰어준 덕분에 방해가 없다.

“판 다 깔아놓고 실패라고? 사람 우습게 보는 것도 정도 것이지.”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을 때.

가장 어려운 마나 회로도 직접 홀로 만들었던 내가.

고작 이깟 일에 물러날까.

그그그극!!! 그극!!

다시금 달을 들어올리기 시작한다.

페스리사 대륙에서 띄워 올린 달의 수십 배에 달하는 거대한 대지를 들어 올리는 데에 어마어마한 마나가 들어간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상상 이상으로 마나가 소모되는 양이 빠르다.

이대로 가다간…….

서서히 떠오르던 달의 속도가 점점 줄어든다.

마치 힘이 다해가는 것처럼 말이다.

이를 악물고 달을 띄워 올리지만 한계라는 게 명확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때였다.

[우리가…… 우리가 도와줄게!]

[인간 친구를 도울게!]

어디서 모여든 것일까.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하급 정령들이 내 주변으로 마치 거대한 수로처럼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내가 띄워 올리는 달을 향해 지상에서 물줄기가 되어 파고들기 시작했다.

고작 4개월 동안 모은 마나로 부족하던 달이 그들의 힘을 받고 다시금 속도를 내어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인간 친구가 정령계를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있어!]

[우리가 돕자! 우리가 도와줘야 해!]

끝없이 재잘거리는 저 수다만 없으면 더 좋겠지만 갈라진 대지에서 솟아오르는 거대한 정령의 행렬은 가히 절경이라 부를 수준이었다.

기적.

정령계에 기적의 바람이 불었다.

정령계를 이루는 수많은 하급정령들이 오로지 나를 도우려고 모여들었으니까.

계약을 맺은 인간도 아니건만. 정령계를 지켜주고자 하는 나를 위해 그들이 서슴없이 자신을 희생하며 모여든다.

스피릿 세크리파이스.

정령이 자신의 존재를 불태워 만들어내는 막대한 힘.

하급정령이라도 그 정령 희생으로 만들어내는 힘이 수만 수십 수백만에 이르면 막대한 힘이 된다.

하지만 그만큼 그들 모두 희생당하게 된다.

정령들이 오로지 나를 위해 자신들을 희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들의 희생을 말없이 바라보던 나는 오른쪽 손목을 강하게 압박하던 왼팔을 풀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손가락으로 수인을 맺은 뒤 중얼거렸다.

[내가 자연이고.]

[자연이 내가 될지니.]

[나의 존재 앞에서 모두 본래의 잠재성을 드러낼지다.]

단순한 중얼거림이었지만 결과는 달랐다.

자신들이 가진 힘 이상의 힘을 끌어내기 위해 스피릿 세크리파이스를 일으키던 하급정령들의 힘이 증폭되고 강제로 그들의 희생을 막아 증폭된 힘만으로 달을 띄워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급정령들이 소멸하지 않고 필요한 힘을 끌어낸다.

하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순 없다.

지금 나는 진기에 가까운 내 정신력을 대가로 그들의 힘을 제어하고 증폭하고 있는 것이었다.

쓸데없이 소모되는 힘을 모두 돌려 본래의 목적에 사용한다.

문제는 그로 인해 생기는 문제였다.

수를 헤아리기 힘든 정령의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지만, 그들을 모두 제어하는 일이 계속되면 내 정신력이 고갈되어 정신이 붕괴하게 된다.

[안돼! 인간이 무리하고 있어!]

[정령왕께서도 불가능한 일을 인간이 하려 하고 있어!]

[그렇게 하면 인간의 정신이 붕괴될 거야!]

[우리가 희생하면 돼!]

막대한 정령의 충돌로 계속해서 스피릿 세크리파이스가 일어나고 있지만 살릴 수 있다면 최대한 살려낸다.

나는 전신의 피가 싸늘하게 식는 고통 속에서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그들을 제어를 멈추지 않았다.

달을 띄우고, 달의 표면에 마나 술식을 새기고.

거기에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이 모여든 작은 하급 정령들을 모두 제어한다.

이 정도 숫자의 하급정령을 제어하는 건 상식적으로 미친 짓이지만.

[인간! 지금이라도 멈춰! 안 그러면 정말 위험해!]

[정신이 붕괴될 거야! 친구가 죽게 둘 수 없어!]

[우리는 괜찮아! 다음에 새로운 친구가 태어날 거야!]

어떻게든 나를 막으려 하지만 나는 요지부동으로 버텼다.

“얘들아.”

그리고. 지친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응?]

[말해! 우리가 들어줄게!]

“좀 닥쳐줄래?”

[…….]

집중해야 하는데 너무 시끄러워서 머리가 징징 울려 이것들아.

* * *

달이 떠오른다.

일정 높이로 떠오른 달은 그 자체의 힘만으로 부유하기 시작하고, 서서히 성층권 중간권 열권을 넘어 차원 밖으로 서서히 밀려난다.

4개월 동안 미친 듯이 모은 마나가 일거에 소모되고도 모자라 수많은 정령들이 희생되었다.

당장이라도 정신이 붕괴할 것 같은 괴로움으로 인해 당장 포기해버리고 싶었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막대한 크기의 달이 떠오른다.

이윽고 나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몸을 웅크린 채 주저앉아있다가 아공간에서 카드를 꺼내 들었다.

타나토스의 신격. 그가 가진 방대한 생명력이 서린 카드가 발현된다.

동시에 카드에 남아있던 타나토스의 남은 잔념이 나를 향해 막대한 적의를 드러냈다.

[넌 절대 네가 원하는 결과를 내놓지 못할 것이다.]

“그건 내가 판단해. 잘 자라.”

[……잊지 마라. 이제 와서 거짓말 따위 할성싶으냐.]

“알아서 한다고.”

타나토스.

그 말을 끝으로 카드에서 백색의 빛줄기들이 쏟아져 나오며 거대한 빛의 기둥이 되었고, 이내 하늘로 쏘아 올려진 거대한 달에 모조리 스며들기 시작한다.

적의를 드러냈지만 결국 타나토스는 저항을 포기하고 달로 스며들었다.

타나토스가 지니고 있던 생명력은 모두 순수한 에너지로 변해 달에 완전히 빠져들었고 이내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냈다.

마치 초신성이 폭발하기 직전처럼.

모여들었던 생명력이, 일순간 어마어마하게 폭발하며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시간의 정령 알타이르의 힘이 가해지며 모든 차원의 시간이 동기화되고. 막대한 에너지가 흘러나가며 부족하던 생명력들이 하나둘. 차오르기 시작했다.

듬성듬성 갈라진 바닥에 드러누운 채 내가 피식 웃어 보였다.

“거봐…… 내가 할 수 있다고 했잖아.”

헤라클래스는 포기했지만. 아니, 이제 와서 생각하는 것이지만 그가 정말로 죽음이 두려웠는지는 모른다.

그도 해결하지 못한 이 세상의 고질적인 문제가.

이렇게 해결되기 시작한 것이다.

정령계의 하늘 높이 보이는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달을 보며 나는 숨을 짧게 고른 뒤 피를 울컥 토해냈다.

“진짜 죽겠네.”

정령의 제어를 해제했다지만 그동안의 무리가 순식간에 밀려와 내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계약자!!]

뒤늦게 나를 발견하고 대지의 정령왕 노아스와 물의 정령왕 엘라임이 빠르게 내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 둘의 뒤로 태초 정령을 막기 위해 움직이던 다른 정령왕들 또한 빠르게 다가오는 게 보였다.

“태초 정령은?”

[흩어졌다. 계약자! 네놈은 미친놈인가?!]

[미친 짓도 봐가면서 하는 거예요! 정령왕도 불가능한 숫자의 정령 제어를 인간이 하려고 하다니!! 조금만 잘못되었어도 당신의 정신은 그대로 파괴되었을 겁니다!!]

엘라임과 노아스의 격노에 나는 피식 웃어 보이며 눈을 감았다.

“해결됐으면 된 거잖아. 하…… 이제 좀…….”

쉴 수 있겠지.

그 말을 끝으로 내 의식이 멀어지려 한다.

그리고, 정령계에 소환되어있던 내 육신이 힘을 다해 역소환되기 시작했다.

“정령계 책임지고 복구해라. 노아스.”

[하…….]

의식을 놓기 직전 내가 본 것은 티오니스의 하늘.

그리고 그 하늘에서조차 보일 정도로 거대한 세 번째 달의 모습이었다.

티오니스에는 본래 두 개의 달이 존재한다.

붉은 달 사이러스.

푸른 달 크리아스.

하지만 지금 내 눈에는 내가 만들어낸 정령계의 흙으로 만들어진 세 번째 달이 고스란히 보였다.

저 달의 이름은…….

그래 타나토스가 맞겠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던가.

정확히는 호랑이는 가죽 때문에 죽고, 사람은 이름 때문에 죽는 것이지만 말이다.

“심연의 신인 너는 달 때문에 죽는 거다.”

쓸데없는 소리를 내뱉은 채 피식 웃으며 드러누운 채 하늘을 올려다보던 찰나였다.

“어?”

내 눈이 순간적으로 크게 뜨여졌다.

방대하게 퍼져나가던 생명력이.

점차 줄어든다.

나오는 양은 일정하지만, 그 양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이대로 가면 붕괴 전에 세상을 본래대로 되돌릴 수 없다.

“크으…….”

그리고,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려던 내 몸을 누군가가 끌어안듯 내리눌렀다.

카드에 서린 타나토스의 잔념이 내게 말했었다. 나는 실패할 거라고.

헤라클래스는 말했었다. 무슨 짓을 해도 해결방법이 없기에 체념하고 받아들였다고.

프리아 여신은 끝까지 침묵을 고수했다.

세상을 지우기 위해. 그 와중에 나라는 존재만큼은 살리기 위해 또 한 번의 리셋을 감행하려 했다.

이 모든 게, 전부 쓸모없는 행동이었던 것일까.

의미 없는 발버둥이었던 것일까.

완전한 계산 실수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차원도 아닌 수많은 차원 전체에 생명력을 퍼뜨리다 보니 필요한 생명력이 내 예상 이상으로 많이 필요했다는 게 문제였다.

더 많은 생명력이 회전했어야 했다. 타나토스의 신격에 담긴 생명력 그 이상의 생명력이 달에 스며들었어야 했다.

당장 붕괴는 막았지만 저렇게 적은 양의 생명력이 흘러나오면 결국 시간만 늘릴 뿐 결과는 같으리라.

이대로.

이대로 내가 포기할 순 없다.

온 전신에 격통이 밀려오고 탈력감에 의식이 흐릿해졌지만, 눈을 감을 수 없었다.

이제야 다 해결되었는데.

이제 다 끝났는데.

이제 좀 이딴 귀찮은 짓들과 담을 쌓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참…… 한평생 주어진 시간을 살아가는 거, 정말 어렵다.

평생 지켜주겠다 부인에게 약속했고, 평생 지켜주겠다 소중한 동생들에게 말했으며, 평생 따를 수 있는 영주가 되겠다고 나를 따라주는 드워프, 인간, 엘프, 수인들에게 약속했는데.

이제 와서 실패했다?

누구 마음대로.

이를 악물고 억지로 몸을 일으킨다.

타나토스의 생명력이 부족하다면 더 추가해서 쏟아 부어주마. 설사 그게 불가능한 영역에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만!”

다시 한번 나를 끌어안듯 나를 내리누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페르세르크나 일리나. 에이리아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한때 내게 첫사랑이었으며, 내게 사령 마법을 가르쳐 주었던 이의 목소리였다.

“…….”

“그만 해요 데이비.”

너무도 슬픈 목소리로 그녀가 나를 진정시킨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잖아요. 이제 괜찮아요. 누구도 당신을 욕하지 않아요.”

“…….”

하늘에 뜬 달, 막대한 생명력을 내뿜는 달의 존재 자체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타나토스의 생명력만으론 세상에 만연한 생명력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엔 너무 부족했던 모양이었다.

“…….”

“괜찮아요, 괜찮아요…….”

쓰러져 있는 내 머리를 끌어안은 채 여성이 슬프게 중얼거렸다.

“부담가지지 말아요. 죄책감 느끼지 말아요. 누구도 뭐라 할 수 없을 만큼 너무 잘해줬어요. 걱정 말아요. 내가 지켜줄게요.”

나를 위로하는 목소리에 울음기가 섞였다.

툭…… 툭…… 투투툭…….

동시에 일반적인 비와는 다른 프리아 여신의 힘이 서린 빗방울이 한 방울, 두 방울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잘해줬다고, 이제 그만 쉬어도 된다고.

그렇게 설득하듯 말한다.

반쯤 감긴 눈으로 바닥에 쓰러진 채 안겨 하늘을 올려다보던 내 뺨으로 뜨거운 물방울이 떨어졌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이대로 포기하면 결국 지금까지 만든 달이 모두 허사가 된다.

정령과 한 약속은 거짓이 될 것이다.

이윽고, 주먹을 꽉 쥔 내가 의념을 퍼뜨렸다.

[아비트, 2대 맹주로서 명한다.]

타나토스의 신격에 서린 생명력으로 부족하다면, 아예 새로운 세상 자체를 갈아 넣어버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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