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857화 (856/1,559)

제 857화

243. 그거요? 하하, 제겁니다

잔뜩 기대를 한 이들의 얼굴에 충격이 서린다.

알프랜드는 대규모의 자금을 들여 만든 놀이공원으로 그 테마 자체가 기존의 한국 놀이공원과는 조금 다른 몽환적인 느낌의 컨셉을 지니고 있다.

놀이동산이 돈을 쏟아부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선례가 바로 이것이다.

문제는 현재 그 알프랜드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세상은 예전처럼 폭력이 억제된 세상이 아니었다.

“몬스터가 출현해서 피해가 극심했나 봐. 그래서 보상금을 주고 경영난에 휩쓸렸다고 들었어.”

“내가 듣기론 중동의 한 부자가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중동에 부자가 어디 한둘인 줄 알아?”

현아가 한숨을 내쉰다.

“어쨌든, 손해가 막심한 상황에 그 부자도 더 이상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손을 놓았다나 봐.”

“지지리도 운도 없지.”

페르세르크가 혀를 쯧쯧 찼다.

“흉신이 원인 아니었어? 이제 와서?”

“흉신과는 별개로 틈이 벌어져서 그 틈으로 계속 넘어오는 거야. 이제는 되돌리긴 좀 늦었지.”

내 대답을 듣고 초단이가 눈에 띄게 우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건 알프랜드에 와본다는 사실에 신이 나 있던 에오니샤나 티아라도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지금 알프랜드는 만성 자금 부족이야. 피해자에게 보상도 보상이지만 이미 한차례 몬스터의 습격으로 떨어진 신용을 되찾으려면 저건 돈이 안 돼.”

그 말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됐지? 애석하지만 지금 알프랜드는 입장 불가 상태야. 뭐 다른 거라도 구경하겠다면 이쪽 지부에 있는 지부장들에게 연락해서 오빠를 도와주라 말해둘게. 이제 나 돌려보내 줘.”

그녀가 밀짚모자를 벗어 내 머리에 콱 씌워버리고는 투덜거렸다.

“지금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데 사람을 이렇게 막무가내로 불러들이는 거야. 각성자 지원프로젝트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구만.”

내 다리를 툭툭 걷어찬 그녀가 나를 올려다본다.

그런 그녀를 향해 고민하던 나는 그대로 그녀를 향해 손뼉을 쳐주었다.

“그래.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고.”

“그럼 오빠가 우리 신성 그룹과 계약해서 마스코…….”

그녀의 신형이 순식간에 빛에 휩싸여 사라진다.

스팡!!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네.

현아를 돌려보내고 난 뒤 모두가 침묵에 휩싸였다.

“하…… 기대했는데.”

“아쉽게 되었구나.”

아닌 척은 해도 페르세르크도 제법 기대를 한 모양이었다.

실제로 하인스 아카데미의 마나 자동차량 시제품을 만들었을 때 한차례 폭주하여 나무에 처박은 전적이 있다.

“생각해보니 티오니스에도 저것과 비슷한 게 있는데 왜 놀란 거야.”

그것을 직접 구상한 에오니샤에게 질문을 던지자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완전히 다른걸요.”

순수한 천재에게 그 두 가지는 완전히 다른 것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게다가 저렇게 안정적인 움직임이라니.”

그게 본론이네.

결과적으로 알프랜드로 향하는 계획이 박살 나고 가장 아쉬워한 것은 초단이지만 초단이는 그런 상황에서도 내게 투정을 부리지 않았다.

이후 이곳에서 며칠 동안 지낼 곳을 찾던 도중 뒤늦게 생각이 났다는 듯 현아가 약도를 보내왔다.

[오빠, 몰래 온 거지? 당분간 지낼 곳 없을 텐데, 약도가 그려진 곳으로 가봐. 삼촌이 원래 별장으로 사용하려고 만든 곳인데. 지금은 비어있거든, 삼촌은 오빠에게 주고 싶어 하는 눈치던데.]

“놀라운 재벌 2세 마인드.”

현아가 들었다면 머리채를 잡아 뜯으려 들었겠지만 상관없었다.

“와아…… 예쁘다!”

“앗! 에오니샤 왕녀님! 이거 봐요! 잡지에서 봤던 실내수영장도 있어!”

아주 하이텐션으로 신이 난 티아라와 에오니샤를 뒤로한 채 나는 기다리고 있던 노신사에게 미소지어 보였다.

“미안합니다. 좀 번잡해서.”

“아닙니다. 이야기 전부 전해 들었습니다. 부디 원하시는 만큼 사용하시고, 필요한 게 있으시다면 언제고 제게 말씀해주십시오.”

“예.”

“하면.”

조용히 인사하며 나가는 그를 보며 나는 군데군데 익숙한 느낌이 나는 방안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한쪽에 비치된 작은 사진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주 어릴 적 연희누나와 현아, 그리고 내가 같이 찍은 사진이었다.

한창 투덕거린 후라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나와 현아가 보였고 그런 우리 두사람을 다독이며 웃고 있는 연희 누나의 모습이 보인다.

그립지 않다면 거짓말이리라.

삐릭!

[삼촌이 거기 그냥 쓰래. 오빠한테 선물로 주고 싶다고.]

한없이 퍼주는 이 바보 같은 삼촌을 어찌해야 할까.

아무리 조카라지만 그는 조카에게만큼은 너무 아낌이 없었다.

“은사님! 이거 봐요!”

근처에 놓인 와인을 익숙하게 따고 따르려던 도중 후다닥 달려온 적발의 소녀가 자랑스레 내 앞에 나타났다.

“푸웁!!”

동시에 와인을 뿜어버린 내가 눈을 꿈틀거린다.

“어때요?! 괜찮으면 우리 할배 보여줄 건데!”

“수치심을 좀 가졌으면 싶은데.”

“뭐 어때요. 그래서? 어떤데요?”

아름다운 느낌을 주는 수영복을 입은 그녀가 배시시 웃어 보였다.

장난기 서린 미소가 그녀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거 영감님 심장에 안 좋긴 하겠네.”

“그렇죠? 내 그 영감쟁이 언젠가 한 번 자빠…… 웁웁!!”

그냥 두면 끝도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지 페르세르크가 손을 휘저어 마법으로 그녀의 목소리를 틀어막아 버렸다.

당황한 그녀가 버둥거리다가 에오니샤와 함께 실내 수영장에 풍덩 빠져버리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나는 시선을 돌렸다.

그때 어딜 갔다 온 건지 륀느가 내게 다가와 어깨를 톡톡 두드린다.

“데이비 님.”

“음?”

“륀느가 만남을 높게 평가.”

그렇게 말한 그녀가 내 손을 잡아끌었다.

“누굴 만났어?”

“륀느를 알아보는 이. 데이비 님의 친구.”

그녀의 말에 느긋한 걸음으로 별장을 빠져나가자 의외의 인물이 나를 향해 환하게 미소짓는 게 보였다.

“아아, 나의 친구여, 정말 오랜만입니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나를 포옹하고는 떨어지는 사내.

다름 아닌 내 세 번째 제작 노예였던 석유 왕자, 알하자드였다.

* * *

“이렇게 다시 만나 정말로 기쁩니다. 미스터 라운.”

“평소처럼 편하게 말하세요.”

“그럼 편하게 데이비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나저나 여긴 무슨 일로.”

“아아. 요즘 취미생활을 하느라 잠시 방한을 했었습니다. 좋아하는 이들도 만났고요. 공항으로 돌아가던 중 륀느 양을 만나 이렇게 따라온 겁니다.”

확실히 알하자드와 내가 처음 만났을 때 사절로 륀느를 보낸 기억이 있다.

그는 그때 당시 륀느와의 만남을 아직도 잊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20층이 넘는 건물 창문으로 대뜸 날아와 창문을 자르고 난입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말한 그가 뭔가 생각난 듯 손뼉을 친 뒤 수행원에게 무언가 말했다.

그리고는 나를 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나저나 정말 아름다운 부인들이시군요. 데이비, 정말 당신은 대단합니다.”

의도하지 않은 것으로 나를 찬양하는 그로 인해 조금 떨떠름한 기분이 들었다.

“우와. 이 사람 잘생겼네요.”

“티아라 영애! 말을 가려서 해야…….”

당황한 에오니샤가 티아라의 팔을 잡아끈다.

“애가 상태가 좀 안 좋아요. 제게 도움을 주는 분의 손녀딸입니다만 일단은 제법 천재라서요. 자주 부려먹고 있습니다.”

아스가르드의 함장은 단순히 인맥으로 오를 수 있을 만큼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

아스가르드 자체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이가 아니면 불가능하기도 하거니와 비공정 아스가르드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그녀였기에 가장 걸맞은 지위였다.

“괜찮습니다. 잘생겼다고 해주니 정말 기쁘기 그지없네요.”

“헤헤헤. 성품도 좋으시고.”

하하 웃어 보인 그는 곧 그의 수행원으로 보이는 사내가 가져온 상자를 내게 건넸다.

“이게 뭡니까?”

“아주 귀한 술입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물량이 없는 것이라 아주 힘들게 구했습니다. 사실 한국에 온 이유의 절반은 이것입니다.”

“이걸 내게 줘도 됩니까? 보아하니 제법 귀해 보이는데.”

“처음부터 나의 친구를 위해 준비한 것입니다.”

그의 말에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것을 노려보았다.

척 봐도 비싸 보이는 술이었다.

알하자드의 말대로라면 아마 가격을 매기는 게 쉽진 않으리라.

“그나저나 언제 지구에 온 겁니까. 데이비. 왔으면 연락이라도 주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지구에 온건 몇 시간 안됐습니다. 그나저나 나라는 잘 안정되었습니까?”

내 말에 그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물론입니다! 당신이 처리해준 흉신의 사체가 썩으면서 무슨 영향을 주었는지 석유의 질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습니다. 모두 당신의 덕입니다. 데이비.”

“잘됐다니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각국에서 당신과 접촉하기 위해 제게 연락을 많이 했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당신과 연관이 있던 넬타리드 교단을 후원하던 신성 그룹에도 많은 이들이 찾았을 겁니다.”

현아는 그런 것에 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무슨 일로 나를 찾습니까?”

이제 와서 흉신도 없는데 굳이 국가들이 내게 잘 보여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당연히 없지.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나름대로 다급하게 경쟁하듯 데이비를 찾고 있습니다.”

“뭐 나중에 공적으로 방문하면 그때 생각하죠. 뭐.”

“하하하.”

그렇게 말한 그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과일을 깎아봤어요. 드셔보세요.”

놀러 오는 길에 가져온 티오니스에서만 자라는 과일이었다.

에이리아의 미소에 그가 신기한 듯 에이리아의 머리에 돋아난 여우 귀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오. 2D 애니메이션에서 볼법한 아주 예쁜 귀입니다! 이걸 일본에선…… 무어라고 불렀는데.”

“에이리아는 수인족이니까요.”

“오오, 수인족. 그렇군요. 참 데이비. 언제 한번 꼭 우리나라에 방문해주세요. 당신을 집으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괜찮겠습니까?”

“친구가 집을 온다는데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당연히 괜찮습니다.”

그는 하하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데이비. 다음에 저와 함께 E 스포츠를 구경하러 갑시다. 요즘 나는 E 스포츠와 애니메이션, 영화 같은 문화사업에 굉장히 관심이 많습니다.”

“다음에 함께하죠.”

“약속입니다.”

그가 새끼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하하 웃어 보였다.

이후 나는 자잘한 이야기를 하던 중 내가 알프랜드를 방문하기 위해 지구에 왔다가 알프랜드의 상황을 듣고 포기했다는 이야기를 건넸다.

그러자 그가 눈을 크게 뜬다.

“알프랜드? 아. 데이비 혹시 알프랜드에 가고 싶은 겁니까?”

“뭐 그렇긴 한데. 자금상황이 안 좋아서 매각을 준비한다고 들었습니다.”

“이건 신이 주신 기회로군요.”

그가 그렇게 말하더니 손짓을 한다. 그러자 수행원이 품 안에서 서류를 건넸다.

“고맙습니다. 안토니오.”

“아닙니다. 왕자님.”

그는 서류를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친구여, 혹시 알프랜드에 갈 생각이 있습니까?”

“애석하게도 지구에 크게 간섭을 할 생각이 없어서요. 이런 저택은 몰라도 그런 큰 움직임은 보이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의 물음에 내가 답했다.

알프랜드 건은 아쉽지만, 그곳의 자금상황을 해결하면서까지 가기엔 이쪽도 마냥 여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초단이가 아쉬워하고 있지만,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준비가 좀 필요한 게 현실이다.

내 설명에 그가 환하게 웃으며 서류에 사인을 한다.

그리고는 비서인 안토니오에게 건네며 말했다.

“가서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어떤 반론도 하지 않고 내게 고개 숙여 보인 후 나가는 그를 보며 내가 물었다.

“뭘 한 겁니까?”

내 물음에 그가 하하 웃어 보였다.

“알프랜드 매각 건에 관한 서류였습니다. 사실 아는 이가 만든 곳이지만 크게 흥미가 동하지 않아 매매를 보유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예?”

“그곳 제가 사겠습니다. 피해보상금과 유지비, 앞으로 들어갈 모든 자금을 제가 대겠습니다. 사흘 뒤부터 정상 영업을 할 터이니 걱정 말고 방문하세요. 나의 친구를 위해 최고의 퍼레이드와 축제를 준비시켜두겠습니다. 그리고, 알프랜드의 실소유주는 지금부터 데이비 당신 겁니다.”

지금 그가 뭐라 한 것인가.

페르세르크가 조금 놀란 듯 그를 바라보았다.

알프랜드는 그야말로 돈을 쏟아붓다 못해 아주 작정하고 만든 곳이다.

그런 만큼 그 실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 곳을.

지금 아무렇지도 않게 사들였다 말하고 있다.

왕정체제와 다르게 이곳은 자본주의로 돌아가는 국가가 많다.

어찌 보면 이런 것도 당연한 게 아닐까.

“거참…….”

생각해보면 그의 지위에 이런 게 불가능할 것 같진 않았다.

“나의 친구, 당신도 티오니스에서 손에 꼽는 부자이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하는 멋진 사람이라 들었습니다. 그런 당신에게도 이런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겁니다.”

“아니, 그…….”

정도라는 게 있지 이 양반아.

“괜한 짓을 한 건 아닌가 싶습니다만. 이번엔 너그럽게 받아주었으면 합니다. 그동안 도움을 받아온 친구에게 주는 제 선물입니다.”

실제로 티오니스에서 부자라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도 정도라는 게 있다.

실제로 이번 몬스터 사태로 석윳값이 폭등하면서 그가 엄청난 이득을 취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바 있다.

알하자드의 말에 영체 상태로 우울함을 풀풀 풍기던 초단이의 눈이 번뜩인다.

그리고 곁에서 이야기를 듣던 일리나도 헛웃음을 흘렸다.

그녀 또한 황족 출신이지만 황족이라고 모두가 부자일 순 없다.

괜히 황태자 후보들이 상단에게 자금을 지원받는 게 아니라는 소리다.

물론 하인스 영지의 1년 수익금을 생각하면 그리 꿀리는 수준은 아니라지만 그것도 주기라는 것이 존재한다.

내탕금이 많긴 해도 그게 설마 세계 최고의 갑부에게 해당하는 말일까.

아니 이 양반이 돈이 많으면 많은 거지 어디서 돈 자랑이야! 나를 지금 돈으로 사려는 거야 뭐야!

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돈이다.

물론, 그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운 게 가장 크긴 했다.

나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주는 그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건 고맙다는 인사가 전부였다.

“석유 왕자 클라스가 남다르긴 하네요.”

“데이비. 나의 친구. 이건 돈을 쓴 게 아닙니다. 그저 친구에게 선물을 한 것뿐이에요.”

“적은 금액은 아니죠.”

“맞습니다. 제 기준에선 어떨지 몰라도 평균적으론 엄청난 돈임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제 목숨과 우리 국민들의 목숨을 구한값이라면.”

그가 환하게 웃었다.

“푼돈입니다.”

수조에 달하는 돈이 푼돈이라 말하는 패기가 예사롭지 않다.

괜히 세계 최고의 부자라 불리는 게 아니라는 소리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