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859화 (858/1,559)

제 859화

쾅!!!

“제정신이에요?”

화가 난 얼굴로 몇몇 남녀가 테이블을 강하게 내리쳤다.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를…….”

“제가 한 말 못 들었습니까?! 여기 알프랜드의 영역은 비정상적인 균열 감지가 주기적으로 일어납니다! 게다가 몇 달 전에 이곳에서 있었던 사건을 잊은 겁니까?!”

선두에 서 있던 미형의 남성이 격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자자. 진정하시고.”

“진정하게 생겼습니까?! 몬스터가 출몰하는!! 그것도 특A급 이상 강화 몬스터가 출현했던 장소입니다!! 게다가 놈을 토벌하긴커녕 그때 당시 수많은 각성자들이 죽고 다쳤어요!”

“예, 예 알고 있는 부분입니다.”

담담한 얼굴로 정장을 입은 사내가 안경을 고쳐 썼다.

“그렇다면 왜 영업을 재개한 겁니까! 전에 내가 했던 경고가 전혀 귓가에 들어오지 않은 겁니까?!”

“자자. 일단 앉으세요. 이야기를 하고 나서……”

“이야기는 무슨!”

“잠깐만요, 윤석 오빠.”

씩씩거리는 사내를 제지한 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차가운 인상의 소녀가 나선다.

“저희를 납득시킬 수 있는 이유를 대셔야 할거에요. 그렇지 않으면 특수 몬스터 담당국의 권한으로 이곳의 경영권을 압수하겠습니다.”

“압수라니요.”

“대한민국 특수 몬스터 관련법에는 분명히 그런 조항이 있을 텐데요.”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정장의 사내 박현수는 속으로 앓는 소리를 냈다.

그의 고용주는 이름만 들어도 전 세계 사람들이 알만한 존재였다.

[그를 도와 이 테마파크를 유지해주세요. 그에 따른 자금은 제가 얼마든지 대겠습니다.]

단순히 그의 앞에 가서 구걸만 해도 어지간한 부자가 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돈이 많은 사내다.

그런 사내가 등을 밀어주는데 일자리를 포기할 수야 있나.

게다가.

“우선 그 문제에 관해서 말씀드리자면 경영자가 최근에 바뀌었습니다. 본래 경영자와 어떤 이야기를 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희는 몬스터 출현 파장이 안정적이라는 판결을 받았고 그에 따라 다수의 자금을 이용해 알프랜드를 재개 한 겁니다.”

“그게 사람의 목숨보다 중요한가요?”

“자세한 내용은…….”

덜컹!!

그때 사무실로 누군가가 느긋하게 걸어들어왔다.

그의 허리춤엔 작은 소녀가 추욱 늘어진 채 쓰러져 있었다.

“회장님!”

대리 경영자이자 소속 변호사이기도 한 박현수는 때마침 등장해준 젊은 사장님을 보며 반색했다.

“알프랜드 관련 법률 자문과 경영 컨설턴팅을 도맡아 하고 있는 박현수입니다. 제 고용주이신 알하자드 님께서 회장님을 도우라 하셔서 이곳을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방금 전까지 당당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저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 사내에게 깍듯이 인사하는 박현수를 보며 모두가 벙찐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 잘 부탁합니다. 알하자드가 왜 이걸 제게 맡겼는지 알겠네요. 그보다 잠시 쉴 곳이 있을까요.”

“쉴……곳 말입니까?”

“이 녀석 때문에요.”

그렇게 말하며 륀느를 보여주는 데이비의 모습에 현수가 눈을 크게 떴다.

“이런! 이쪽에 침대가 있습니다! 구급차를 부를까요?!”

“아뇨. 그 양반들이 륀느를 진찰하면 난리 납니다.”

륀느의 육신은 장기가 절반. 자동수복 기능을 지닌 부품이 절반이니까.

끼기기긱!!

간이침대가 륀느의 200kg이 넘는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눈을 감은 채 잠들어있는 륀느를 보며 데이비가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의외네.”

전엔 안 그랬던 거 같은데.

“그나저나 무슨 일입니까? 퍼레이드를 준비하는 스태프는 아닌 거 같은데.”

데이비의 물음에 앞서있던 윤석이 나선다.

“당신이 알프랜드의 경영원을 가진 사람입니까? 마침 잘됐네요.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당장 영업을 멈추고 손님들을 돌려보내세요.”

“뭐?”

대뜸 물어오는 그 모습에 데이비의 눈이 가늘게 뜨여졌다.

“이대로 가다간 수많은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습니다.”

거짓이 비치지 않는 그 말에 데이비가 눈을 가늘게 떴다.

같은 시각.

“후우…… 괜찮아 에이리아. 그냥 분장이야.”

“부…… 분장이 아닌걸요…… 냄새가 사람의 냄새가 아니었어요…… 마치 오랜 시간 썩은듯한…….”

눈물 어린 얼굴로 호소하는 에이리아를 보며 페르세르크와 일리나가 서로 눈을 맞춘다.

“언니, 진짜 영체가 있었어요?”

“본녀도 본적이 없어 잘 모르겠구나. 하나 솔직히 조금 놀랍구나.”

“원귀보다 분장이 더 무섭다는 거 말이죠?”

킥킥 웃는 일리나의 말대로였다.

분위기, 갑작스러운 등장. 그 외에 모든 요소가 생명체의 공포를 자극하는 요소로 들어서 있다. 놀라울 정도로 인간의 발전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들이었다.

“진짜 귀신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이라.”

뭐가 그리 즐거운지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할짝대는 초단이를 보며 페르세르크가 한숨을 내쉬었다.

“한데. 데이비는 어디로 간 게야?”

* * *

“그러니까 특A급 몬스터가 알을 가지고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진 곳인데. 그 알이 굉장히 위험한 느낌이 들었다, 뭐 이런 뜻으로 받아들이면 됩니까?”

“이 지역은 특히 파장이 불분명하기로 유명해요. 전에는 운이 좋아서 막아냈지만, 사상자가 수십 명을 넘었죠, 이번에도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면 한두 명 다치는 정도로 끝나진 않을 거예요.”

단호하게 요구한다.

“그러니 당장 영업을 그만두세요.”

“흐음…… 누군가가 죽는다라.”

알로하 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채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있던 내가 물었다.

“이봐 아가씨.”

“서윤이라고 해요.”

“그래. 서윤 씨. 그건 그 몬스터…… 뭐라고?”

“특수 몬스터 담당국이요. 간단하게 국재원(국가 특수재난 정보원)이라고 불러주세요.”

“그래. 그 국재원의 공식 의견입니까?”

“그건…….”

서윤이 인상을 찡그렸다.

“이봐요. 당신. 지금 이게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몰라요? 전에 뉴스에서 분명 떴을 텐데요? 특A급 몬스터의 출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죽고 다쳤는지!”

“그래서?”

“그들은 토벌되지 않았어요. 다시 돌아갔을 뿐!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자의를 가지고 돌아갈 수 있는 힘을 지닌 강인한 몬스터가 특A급 몬스터에요. 그런 특A급조차 수많은 상위 각성자들이 목숨을 걸고 토벌해야 하죠. 그런데 심각한 건 그 특A급 몬스터가 지키고 있던 알이에요.”

즉, 특A급만 해도 위험한데 그가 소중히 품고 있던 알이 더 위험을 부를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 사람들이 무슨 죄죠? 당신이 당장 영업을 정지하고 그들을 돌려보내지 않으면 자칫 대참사가 날 수 있어요.”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네요.”

현재 나는 인식 장애 마법이 걸려있어서 내가 데이비 올 라운 왕자라는 사실을 아는 이가 없다.

그동안 지구는 많은 일을 겪고 변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런데 말입니다. 서윤 씨. 그리고 윤석 씨라고 했나?”

“……예.”

“미안한데 이 알프랜드의 영업을 정지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뭐라고요?!”

내 대답에 윤석이 분개하며 나를 노려본다.

“지금 그깟 푼돈이 사람의 목숨보다 중요하…….”

“윤석 씨. 지금 이 알프랜드에서 일하고 있는 스태프가 몇 명인 줄은 아세요?”

내 물음에 그가 멈칫했다.

이미 이곳에 대한 정보는 전해 들은 바 있다.

“스태프 수만 수백에 이릅니다. 그들 모두가 가정이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 그래서요?”

“당신들 말대로 당장 영업을 정지하는 거야 어렵지 않지. 그런데. 그렇게 되면 그 사람들은?”

“그건!”

“당신들은 지금 명확하지 않은 요소로 이 거대한 놀이공원을 강제로 문 닫게 하고 있지. 틀렸나?”

“애초에 전제부터가 다르잖아요!”

“뭐가 다른데?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 모르는 일로 수많은 사람을 길거리에 나앉게 했는데.”

실제로 본래 알프랜드에서 근무하던 스태프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갑작스런 몬스터 사태로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해있었으나 알하자드가 그것을 매수하면서 그들에게 다시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쫓겨나지 않고 이곳에 있을 수 있게 되었다.

“당신들의 말대로 영업을 정지하면 이번엔 정말로 그들은 실직자가 된다. 그걸 당신들이 책임질 수 있나? 그리고, 국가급 재난으로 인해 생길 손해액을 당신들이 사비로 틀어막을 수 있나? 내가 알기로 이 알프랜드의 유지비는 상상을 초월할 텐데.”

“그건…….”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그렇게 간단하게만 돌아가는 게 아니더라고.”

“처음부터…… 재개장하지 않았으면 됐잖아요! 지금 당신이 하는 말은 사람들의 목숨을 저울 위에 올려놓겠다는 뜻과 같아요!”

“그렇겠지.”

“적어도 안전하다고 판단된 후에야…….”

“안전하잖아.”

내 말에 그들이 벙찐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당신!!”

급기야 윤석이 내 멱살을 잡아채며 화를 낸다.

“지금 우리가 하는 말을 전혀 믿지 않는…….”

“아니 그러니까. 안전하니까 돌린 거잖아. 이해가 안 되나?”

“…….”

내 물음에 서윤은 차가운 얼굴로 나를 노려보았다.

“당신 같은 인간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는 거예요. 이 더러운 인간아.”

“그래. 할 말은 그걸로 끝인가?”

“조만간 국재원에서 공식적으로 당신의 경영권을 압수하러 올 겁니다. 그때까지 사람이 죽고 다치지 않기를 바라죠.”

만약 정말로 그렇게 되면.

당신은 고운 미래를 보지 못할 테니.

그렇게 말하며 나가버리는 서윤과 윤석을 따라 몇몇 남녀들이 사라졌다.

“후우…… 죄송합니다. 회장님. 본래라면 제 선에서…….”

“아뇨. 알하자드 그 사람이 그냥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경영권을 넘기고 자신은 일부 로열티만 받는 수단.

언 듯 보면 정말 퍼주는 식의 선물이다. 하지만 그가 정말로 이렇게 무분별하게 퍼주는 사람이었다면, 세계 최고의 부자라는 명성을 얻진 못했으리라.

내 대답에 그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금 휴식을 취하고 있는 스태프들을 잠시 불러주시겠어요?”

초단이가 놀고 있는데 방해가 들어와서야 쓰나.

“그리고, 당신을 포함한 이곳 모든 스태프들은 일단 제 사람들이니까요. 제가 먹여 살려야지요.”

감히 몬스터 따위가.

내 미소에 그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저…… 어찌하시려고…….”

“별거 아닙니다. 그냥…… 곰 덫을 좀 깔아놓으려고요.”

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내가 티오니스 성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다.

알하자드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니 믿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참. 사실 본론이 있는데 말입니다. 오늘 이곳에서 시행할 퍼레이드나 축제 순서에 대해 적어놓은 목록을 좀 볼 수 있을까요?”

“예? 아아 예 얼마든지 드려야지요.”

그가 서류뭉치를 내게 건네주었다.

“괜찮네요. 다만…… 이건.”

“아 불꽃놀이 말씀이십니까? 규모도 남다르니 확실히 괜찮을 겁니다.”

“재밌는 생각이 좀 떠올랐네요. 안내 좀 해주시겠어요?”

내 미소에 그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 * *

쾅!!!

스태프 관리실에서 빠져나온 윤석이 벽을 걷어차며 씩씩거렸다.

“그 빌어먹을 인간!! 사람 목숨이 얼마나 걸려있는지도 모르는 주제에!!”

“진정해요. 윤석 오빠. 지금 이럴 때가 아니에요.”

“맞아요. 형. 어차피 그 특A급 몬스터가 다시 나타나면 그자는 끝이니까요.”

“놈이 나타나면 늦어.”

“그러니까 저희들이 막아야죠.”

“어떻게?”

윤석의 물음에 서윤이 차가운 시선으로 사무실 쪽을 노려보며 말했다.

“놈이 나타나기가 무섭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유인하고 놈을 토벌해야 합니다. 윤석 오빠는 국재원에서 지원요청을 해주세요. 그리고 나머지는 절 따라와 주세요. 이 테마파크 전체에 감지장을 깔아야 하니까.”

“하지만 스태프들이 순순히 협조할까요?”

“안 되면 되게 해야지.”

그녀가 품 안에서 꺼낸 명패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정말 몬스터가 나타나면, 그자의 상판대기에 죽빵을 꽂아주자고요.”

그렇게 말한 그녀가 성큼성큼 걸어 나간다.

그리고, 모두가 흩어진 직후 홀로 남은 각성자 중 하나가 피식 웃었다.

윤석과 서윤을 따라왔던 한 청년으로 국재원 소속의 사내인 박웅철이라는 남자였다.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며 공허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주의 뜻대로.”

다른 이에겐 들리지 않는 그에게만 들리는 마의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들은 박웅철은 깊게 담배연기를 들이마신 뒤 바닥에 던져 불을 끄고는 손에 쥔 불길한 색을 지닌 보석을 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알프랜드의 지하에 숨겨진 무언가가 태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마의 씨앗이 천천히 바닥을 뚫고 튀어나오…….

콰직!!

“음?”

“왜 그러십니까 회장님?”

“아뇨. 뭔가를 밟은 거 같아서요.”

“이상하네요. 깨끗하게 청소를 했을 텐데…… 다시 청소를…….”

“아뇨 괜찮습니다. 저도 그렇게 깐깐한 건 아니라서요. 기분 탓인가 보죠.”

그렇게 말하며 피식 웃어 보인 데이비는 발을 떼어 밑을 확인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알프랜드는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부은 놀이공원답게 수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웃음소리로 가득 차올랐다.

“사람이 즐거워할 수 있는 공간은 부서지면 안 되지. 기다려라. 초단아. 아빠가 최고의 선물을 준비해줄 테니.”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