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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860화 (859/1,559)

제 860화

“저, 실례 합니다만.”

페르세르크와 이야기를 나누며 요정정원에 앉아있던 초단이는 조심스레 그녀들을 향해 다가오는 이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혹시 한가하세요? 괜찮다면 저희도 남자만 두 명이라, 같이 놀지 않으실래요?”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남자들은 척 봐도 20대 초반 정도 되어 보이는 이들이었다.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에 적당히 잘생긴 얼굴, 호의를 품은 분위기 등등.

“아. 그럴까요?!”

이에 초단이가 눈을 반짝이며 일어나자 페르세르크가 그녀의 팔을 살짝 잡아끈다.

“죄송해요. 남편이 곧 돌아올 시간이라.”

“나…… 남편이요?”

“예.”

페르세르크의 대답에 사내들이 벙찐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십 대 후반 정도의 외모에 남편이라니.

괴리감이 보통 드는 게 아니었다.

게다가 충격적인 것은.

“엄마?”

“곧 아빠가 오실 테니 기다리렴.”

“네에.”

조금 더 어려 보이긴 하지만 초단이가 지금 엄마라고 불렀다.

동시에 사내들은 머릿속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대체…… 얼마나 동안인 거지?

애초에 특정 취향에선 경악하지만, 한편으론 재빠르게 판단한다.

“에이~ 너무 뻔한 거짓말이셨다. 뭐, 저희 나쁜 사람 아니에요. 그냥 같이 놀 생각 없나 싶어서 물어본 거지.”

“죄송합니다만. 거짓말을 한 적은 없어요.”

“에이. 너무 젊으신데. 따님이랑 나이 차도 별로 안 나 보이는 데요?”

“차라리 동생이라 하셨으면.”

“닮진 않았지만…….”

그들의 그런 태도에 페르세르크는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그리고는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뜨자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아주 잠깐 번뜩인다.

동시에 두 사내가 멍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후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초단이를 데리고 자리를 벗어났다.

“초단아. 세상 남자의 반은 늑대란다.”

“늑대요? 흐음…… 아무리 봐도 사람 같았는데…….”

“단순한 비유란다. 데이비를 제외한 다른 남자는 초단이에게 위험할 수 있으니까 좀 더 경계심을 가지렴.”

“네!”

천진난만한 미소로 화답하는 초단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그녀의 모습은 겉보기에도 상당한 한 폭의 그림이 되고 있었다.

그 때문일까, 인식 장애 마법을 걸어도 상당히 시선을 끄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에오니샤와 한팀이 되어 종횡무진 알프랜드를 쏘다니는 티아라, 그리고 에이리아와 한팀이 되어 움직이는 일리나까지.

벌써 적잖이 시선을 끌어모으고 있는 실정이었다.

하나같이 검은 머리색보다는 이색적인 머리색을 지니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중 초단이는 단연 압도적인 시선을 끌어모았다.

청적색의 머리카락에 보통이라면 오글거린다면 부담스러워할 오드아이가 잘 어울리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들 테니 말이다.

“어, 아버지!”

이윽고 초단이가 저 멀리서 와플을 한가득 들고 걸어오는 데이비를 발견하고 후다닥 뛰어가 그의 품에 안긴다.

손에 쥔 와플이 떨어질까 양손을 들어 올린 그는 기분이 좋은 듯 데이비의 품에 얼굴을 비벼대는 초단이를 향해 미소지어준 뒤 페르세르크에게 와플을 건넸다.

“잘 먹을게.”

“다른 사람은?”

“다들 아주 신이 나서 흩어졌으니 조금 후에야 다시 모일 게야.”

“초단이를 위해서니 뭐니 하더니 결국은 자기들이 제일 신났네.”

티오니스의 문화에 익숙한, 티오니스 태생의 사람들에게 지구의 문명은 신기하면서도 참신한 것들로 가득하다.

마법 없이 아주 높은 곳까지 올라가는 놀이기구들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것들이었을 테니 말이다.

“한데 어딜 갔다 온 게야.”

“귀신의 집에서 륀느가 기절해버려서. 잠시 뉘어 놓고 왔어.”

“저런.”

“그리고, 겸사겸사 준비도 하고.”

“준비?”

“아버지! 어서 가요! 저것도 타봐요!”

“그래. 시간은 많으니까 천천히 놀아.”

저토록 즐거워하는 초단이를 본적이 있던가.

관람차에 올라 아이처럼 즐거워하고, 지구의 맛난 것들을 먹으면서 기뻐하며, 어디서 가져온 건지 모를 귀여운 액세서리를 차고, 인형 탈을 쓴 이들에게 선물을 받고 행복해한다.

처음엔 자신의 재미에 푹 빠져있던 이들도 언제부터인가 하나둘 모여들어 초단이의 모습을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줄 정도였다.

겉보기엔 상당히 성숙하지만, 초단이는 제 나잇대의 소녀들보다 상당히 순수한 기색이 가득하니 말이다.

“아버지! 지구에선 연말에 큰 축제가 있다고 들었어요!”

“아…….”

관람차에 올라 신기한 듯 아래를 내려다보던 초단이의 말에 내가 씨익 웃었다.

“그렇지. 피를 뒤집어쓴 시뻘건 탈에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두 마리의 야수를 데리고, 집 굴뚝을 통해 침투하여 잠자는 아이들의 곁에서 스산하게 웃는 그 할아범.”

빠악!!

내 설명에 초단이가 동심이 아작난 표정을 짓자 페르세르크와 일리나가 동시에 내 정강이를 걷어찬다.

한치의 틀림없이 정확하게 나를 걷어찬 두 사람이 나를 째려보았다.

“데이비 오라버니…… 그래도 그건 좀…….”

에이리아마저 나를 매도할 줄은 몰랐는데.

“이 풍경을 다리안이나 에반젤린도 봤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어리니까. 다음에 같이 오자.”

“네.”

에이리아의 미소에 초단이가 울먹거리며 나를 바라본다.

“아…… 아버지! 정말 그런 무시무시한 게 존재하는 거예요?!”

무시무시하다라…… 그런 것보다 네가 베어버린 타나토스가 더 무시무시한 존재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거짓말이야.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찾아오는 멋진 요정이지.”

“요정! 그럼 여기 요정의 나라인 알프랜드에도 그 요정님이 오나요?!”

눈을 반짝이며 내게 달라붙자 관람차가 덜컹덜컹 흔들리기 시작했다.

“산타는 오지 않겠지만. 적어도 더 괜찮은 걸 보게 될 거야.”

내 미소에 그녀는 기대 어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그런데 성아 팀장님.”

“네. 유환 씨.”

알프랜드 스태프 중 한 명이던 유환은 박성아 팀장을 따라 걸어가며 물었다.

“알프랜드 말이죠, 이전에 문제가 생겨서 한번 휘청거리지 않았나요?”

“그렇죠? 덕분에 일자리 잃을뻔하기도 했고.”

“좀 전에 국재원에서 사람이 온 걸 봤는데, 소문이 사실이라면 괜찮을까요?”

소문은 돌고 있었다.

특A급 정도 되는 몬스터가 출현했던 장소, 그리고 유례없이 요동치던 파장 측정 수치.

일부 전문가들은 SNS를 통해 이 알프랜드에서 똑같은 출현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외쳤다.

“측정 수치엔 문제가 없다네요. 그보다 유환 씨. 우리 새로운 고용주께서 말했던 건 처리했나요?”

“아. 예. 이제 하러 가는 길이죠.”

“하하. 좋은 말로 할 때 빨리 갔다 오세요. 척 봐도 각성자 관련 물건 같은데. 괜히 늦었다가 사고 터지면 그땐 감봉 수준이 아니라 모가지가 될 수 있으니까.”

쌀쌀맞은 것 같지만 그게 유환을 위해 하는 말임을 그도 이해는 하고 있었다.

과거에 특A급 몬스터가 나타났던 곳이다.

그리고 국재원에서 한국 최상위 각성자 중 일부인 서윤과 윤석이 찾아온 걸 보면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 그가 괜한 짓을 할 이유는 되지 않았다.

-치익. 작업팀입니다. 회장님이 말씀하셨던 상자들 전부 잘 묻어두었습니다.

-예. 유환입니다. 보고 잘 받았습니다. 이쪽만 하면 되니까 걱정 마세요.

듣기로는 이걸 잘 묻어두는 것으로도 이 알프랜드는 안전해질 거라 했던가.

“흠흠~”

콧노래를 부르며 외진 곳까지 온 그는 지도에 체크된 곳을 명확하게 확인한 뒤 가져온 삽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정확히 50센티 이상 파야 한다고 했지?”

푹!! 푹!!

사실 이것을 지시한 이가 그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 이라는 것에 조금 놀란 것도 사실이었다.

성아 팀장의 말에 따르면 그가 알하자드를 대신해서 이 알프랜드를 관리하는 대리 회장이라는데, 그 젊은 나이에 대체 어떻게 저런 위치, 친분을 얻었는지는 조금 의문스러운 점이 있다.

“뭐 나야 월급 빵빵하게 받고 일만 하면 되니까.”

알하자드가 내건 조건은 간단했다.

종신계약. 빵빵한 연봉과 좋은 근무환경을 정년퇴직까지 보장해준다.

철밥통도 이런 철밥통이 어디 있을까.

당연히 그는 이 직장을 잃고 싶지 않았다.

푹!! 푹!!

이윽고 줄자를 이용해 원하는 깊이까지 땅을 파낸 그는 흙이 주변의 꽃을 덮지 않게 정리한 후 작은 목함을 꺼냈다.

대리 회장이 건네준 목함은 총 5개였다. 그중 하나가 이것이었고.

단순히 주술적인 의미로 보기엔 각성자가 있는 시대인 만큼 무언가가 있으리라.

“내부를 조금만 보는 건…… 아니야. 절대 열면 안 된댔지.”

무려 석유 왕자의 공수표가 걸린 직장이다, 철밥통을 잃을 순 없는 만큼 유환은 혹여나 실수가 있을까 꼼꼼히 살피며 상자를 묻으려 했다.

그때 그의 눈에 누군가가 잡혔다.

“어어? 여기 출입금지구역입니다. 들어오시면 안 돼요!”

누군가가 소리 없이 출입금지 구역으로 향하려 하자 그가 하던 일을 멈추고 그들을 향해 뛰어갔다.

“여긴 직원 관계자 외 출입금…….어라? 각성자 서윤 씨와 윤석 씨 아닙니까?”

“저흴 아세요?”

“당연하죠. 국재원 소속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구한 영웅을 누가 못 알아봅니까?”

“고마워요.”

“그런데 여긴 무슨 일로? 여긴 아직 개장에 시간이 많이 필요한 곳이라 오픈을 안 했는데요. 조금 더 나중에 다시 오시면…….”

“아뇨. 꼭 들어가야 해요.”

“여길요? 어째서…….”

“중요한 일이에요.”

그 말에 유환의 표정이 굳었다.

-아. 참고로 괜한 인원 집어넣지 마세요. 문제가 생기면 골치 아파집니다. 절대로.

문득 이곳에 오기 전 회장 대리였던 청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죄송하지만 방침이 그러해서 입장은 불가능하세요.”

“이봐요.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요. 그 때문에 제가 여기 와있는 거니까 걱정 마세요.”

그렇게 말하며 그가 서윤과 윤석을 포함한 다섯여 명의 사람을 밀어내려던 그 순간이었다.

파악!!

갑작스레 파고든 누군가가 유환의 뒷목을 후려쳐 그를 기절시켰다.

덜컥!!

그가 손에 쥔 목함이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었고 그는 기절한 채 그대로 침묵했다.

“뭐 하는 짓이에요!”

서윤이 놀라 소리치자 사내가 어깨를 으쓱인다.

“시간 없다면서 팀장. 어서 들어가자고. 만약 정말로 문제가 생긴다면 가벼운 참사는 아닐 테니까.”

그의 말에 윤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들어가자.”

그 말에 서윤은 불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들어갔다.

그들은 알지 못했다.

방금 자신들이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말이다.

4개의 목함으로부터 전해져 오던 마나가 단 하나의 문제로 인해 뒤틀렸다.

빰빰빰빰~!

화려하면서도 몽환적인 음악과 함께 눈을 호강시키는 듯한 퍼레이드가 이어진다.

일몰이 지고 어두워진 밤하늘이지만 알프랜드 내부는 주말인 터라 수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모습이었다.

“아버지! 정말 기대해도 되요?!”

“그럼, 초단이를 위해서 큰 걸 준비해놨으니까 걱정 마.”

데이비의 미소에 초단이는 뭐가 그리 신나는지 퍼레이드를 하며 지나가는 행렬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런 그녀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여러 이들에게 시선을 받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건 뭐야?”

뒤이어 데이비는 일리나가 손에 들고 있는 무언가를 보며 물었다.

“응? 아아. 아까 놀이기구를 타고 사진을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누가 와서 생각 있으면 연락 달라더라구.”

그녀가 내민 명함을 본다.

xx엔터테이먼트.

쫘악!!

데이비가 그것을 그대로 찢어버리자 그녀가 놀란 얼굴을 했다.

“너…… 너 뭐 하는 거야?!”

“너 발목이랑 종아리 드러나는 옷 입을 수 있어?”

그의 물음에 일리나가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젓는다.

지구의 문화가 다르니 조금 부끄러워도 딴지를 걸 순 없지만, 본인이 그런 옷을 입는 건 참을 수가 없이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확실히 팔란 제국에선 종아리나 발목이 드러나는 옷은 거의 입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 거 입어야 해.”

“안 해.”

“그래.”

빠른 포기에 데이비는 만족스러운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파장에 이상이 있다.

하지만 괜찮다. 결계는 확실하게…….

띠리링! 띠리링!

그때였다. 데이비의 스마트폰이 울리기 시작한다.

-박현수

다름 아닌 법률 자문을 해주는 현수 씨였다.

“현수 씨?”

-저…… 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큰일이요? 딱히 이상은 없는데?”

-회장님이 주신 목함을 묻으러 갔던 직원 중 하나가 갑자기 연락이 안 돼요.

그 말과 동시에. 데이비의 표정이 굳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대량의 파장이 퍼져나간다.

이것을 느낀 것은 데이비뿐만이 아니었다.

그냥 파장이 아니었다.

아직 시간이 남은 벌집은 누가 들쑤셨을 때나 나올법한 격한 파장이었다.

“데이비? 방금 그거…….”

“여기서 좀 기다려줄래?”

“아버지?”

퍼레이드에 정신 팔려있던 초단이만 의아한 듯 데이비를 향해 물어왔다.

“어디…… 가시려구요?”

같이 있고 싶어 하는 그녀를 향해 데이비가 쓰게 웃었다.

“금방 돌아올게.”

“……네. 기다릴게요.”

옅게 웃지만 그 속에 쌓인 실망감을 누를 순 없다.

천천히 돌아선 데이비가 주먹에서 빠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어떤 새끼가 훼방을 놓았건 절대 대가를 좀 치러야 할 거다.”

데이비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같은 시각. 유환이 쓰러졌던 장소.

기절해있던 유환은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흐릿하게 눈을 떴다.

“누…… 누구…….”

“유환 씨. 괜찮습니까? 정신 차리세요.”

“회…… 회장님?”

놀란 얼굴로 유환이 데이비를 부르자 그가 물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죄…… 죄송합니다! 국재원에서…… 국재원에서 온 사람들이 이곳을 들어가려고 해서 제가 막았는데…….”

“막았는데?”

“누가 절 기절시켜버렸어요. 덕분에…….”

본래 묻으려 했던 목함이 나뒹굴고 있는 게 보였다.

“이러니 결계가 먹통이지…….”

그 한마디는 짧았다.

하지만 유환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데이비의 표정이 너무도 차갑게 변했기 때문이었다.

투쾅!!!

동시에 저 멀리서 날아든 무언가가 유환을 향해 정확히 날아온다.

끔찍한 형태를 지닌 몬스터였다.

“으…… 으악!”

비명을 제대로 지를 틈도 없이 몸을 웅크린 그는 곧 다가올 고통이 오지 않자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검붉은 기류가 마치 소용돌이치듯 흘러넘치는 그의 회장님이 한 손으로 거대한 괴물의 머리를 붙잡아 저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환 씨.”

“……예!”

짙은 살기. 섬뜩한 표정에 그가 두려운 얼굴을 하며 크게 대답했다.

군대에서도 이렇게 크게 답한 적은 없는데.

“미안합니다. 큰일 날뻔했네요. 인사과에 가서 제가 시켰다고 하고 유급휴가 받으세요.”

“네?”

“다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그으으윽!!

빠드득!! 우득!

거대한 몽둥이를 지닌 괴물이 버둥거리다가 순식간에 일그러지고 불타 사라진다.

경악스러울 정도의 힘이었다.

겉보기엔 멀쩡한 일반인이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국재원이라, 괜히 벌집을 들쑤셔서 이 사태를 만들어? 이 x끼들이 사람이 말을 하면 들어 처먹질 않네.”

스산한 목소리에 유환은 뒷걸음질 쳤다.

그의 회장은 지금 겉보기엔 당장 누구 하나 아작내버릴 법한 표정이었기 때문이었다.

“딸내미가 기다리고 있는데. 쓸데없이 손이 가게 만들어?”

동시에 데이비의 전신에 서린 기세가 남달라진다.

이정도면 국가 영웅이라 불리는 상위 각성자들에게서도 느낀 적 없는 무겁고 막대한 힘이었다.

보통 각성자가 아니었구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각성자라면 어지간하면 얼굴이 알려져 있을 텐데, 저렇게 젊은 각성자가 있었던가.

그쯤 생각이 미친 그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가만, 과거에도 이런 인간이 하나 있었잖아.

유환은 굳어버린 얼굴로 자신의 고용주를 바라보았다.

“어서 가세요. 혹시 모르니 병원에도 가보시고.”

“네…… 네!”

지독하게 서늘하지만,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왜 이렇게 고마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유환이었다.

쿵!! 쿵!!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주변에 몬스터들이 일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회, 회장님! 조심…….”

화르르륵!!

하나하나가 뉴스에 나왔던 A급 몬스터인 트루 오우거들이다.

각성자 다수가 달라붙어야 하는 위험군 몬스터지만.

반응하기도 전에 놈들의 몸이 마치 증발하듯 불타 사라져버린다.

“가세요. 나머지는 내가 치울 테니.”

그런 트루 오우거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불태워버린 유환의 고용주는 아무렇지도 않게 비틀거리는 트루 오우거의 머리를 한 손으로 잡아 비틀어버린 뒤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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