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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863화 (862/1,559)

제 863화

245. 게임

-알프랜드 봤음? 와 진짜. 안 가봤으면 인생 절반 손해 볼 뻔.

-멀리서도 보임. 가까이서 못 본 게 좀 아쉽긴 함. 근데 그거 대체 뭐임?

-정령 같던데, 그게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건가?

-상위 각성자가 한 거겠지.

-개소리하지 마셈, 상위 각성자라고 무슨 신이라도 되는 줄 아나. 그런 거 절대 안 됨. 미국에 상위 정령사로 유명한 크리스티아도 그렇게는 못 함.

-니가 봤음? 왜 확신함?

-그럼 될 거라는 판단은 어디서 나옴.

커뮤니티가 뜨겁게 타올랐다.

-현 각성자 협회 출신임, 내가 알기로 그런 짓 가능한 인간은 각성자 중엔 없음. 뭐 숨겨진 각성자나 특수하게 강한 힘이 발현되는 경우가 없진 않지만 저런 건 단순한 영역을 넘어선 거. 내가 아는 한에서 저런 게 가능한 인간은 딱 한 명임.

-티오니스 성자? 떠나지 않았나?

-혹시 모르지. 근데 나타났으면 이야기가 떠들썩해야 하는데 조용한 거 보면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어쨌든 난 다음 주 축제시즌에 와이프랑 알프랜드 감.

-애도를.

-X를 눌러 조의를 표하십시오.

알프랜드의 펼쳐진 정령의 축제 때문이었다.

상식적으로 그런 게 가능할 리 없다.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한 것이다.

누가 그런 일을 실현할 수나 있는가.

내용은 간단했지만, 이래저래 관심을 많이 받게 된 것은 사실이었다.

처음부터 이런 걸 노렸는가 묻는다면 반쯤은 틀리지 않은 대답이었다.

소유권은 내게 있지만, 결과적으로 알하자드가 무슨 이유로 이것을 내게 맡겼는지는 모르는 바가 아니다.

알프랜드의 파장을 안정화시키고 결계까지 쳐준 이상 그에 대한 의리는 다한 것이다.

물론, 앞으로 필요할 때 종종 들리는 정도면 되니까.

지금에 와서 내가 지구에 관여할 생각은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데이비 올 라운이라는 인간으로서 공식적으로 방문할 생각이 없다.

들킨다면 골치야 아프겠지만 공적인 방문과는 완전히 다르니까.

-오빠. 이런 말 하기 뭣한데요…….

-일단 조금만 진정해주시면 안 될까요? 저 직장 잃으면 아빠한테 맞아 죽어요.

-니가 왜 맞아 죽어, 그냥 국재원인지 뭔지에 그냥 정식 항의만 하는 정도로 봐준다니까?

사실 거짓말이다.

-오빠! 제발! 그 멍청이들 이미 벌써 징계받았으니까 국재원의 목숨만큼은!

-누가 죽인데? 나도 죽일 생각 없어. 그냥 살짝 항의하는 거라니까? 영장 없이 사유지 침입에 직원 폭행 및 영업방해. 그 외에…….

-제발!! 오빠! 제가 원하는 거 다 들어드릴게요! 절 봐서라도 한 번만!

-이미 노예면서 뭔 헛소리야. 그리고 누가 오빠야. 니가 나이 더 많은 거 알아 몰라.

-오빠!!! 제발!! 안 그래도 적이 많은 부서라 오빠가 일치면 여기 분명히 해체돼요!

-그게 운명인가 보지.

국재원에선 아주 피가 마르는 모양이었다.

그들 나름대로 사람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독단을 저질렀지만, 결과가 나쁘면 참…….

사실 마냥 결과만 보자면 사실 규탄을 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사실 이것을 공식화할 생각은 없었다.

티오니스의 성자는 앞으로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공적으로 방문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지구와 티오니스의 접점은 서로가 존재하는 것만 아는 것으로 된 것이다.

그래서 내가 몇몇을 제외하고 절대 데이비라는 것을 알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부우우우아아아앙!!!

맹렬한 엔진음과 함께 트랙을 내달리는 두 대의 바이크가 서로를 추월하고 견제하며 내달린다.

한 명은 은발을 흩날리는 페르세르크였고, 또 한 명은 티아라였다.

속도에 소도를 더해 미끄러지듯 달리며 경주하던 두 명이 이내 골인 지점에 도착한다.

“후우…… 정말 끝내준다!”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적발을 휘날리며 땀을 닦는 티아라와 마음에 든다는 듯 바이크를 툭툭 두드리는 페르세르크의 모습에 알하자드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행이네요. 선물이 마음에 드나 봅니다.”

“거참, 어디 못 달려서 죽은 귀신들이 붙었나…….”

“우웁…… 전 멀미가 날 거 같아요.”

내 중얼거림에 과일을 집어 먹으며 경주를 구경하던 에오니샤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거 정말 저 주시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부드럽게 웃으며 수긍하는 알하자드의 말에 티아라가 뛸 듯이 기뻐하며 그의 손을 잡고 마구 흔들어댔다.

“꺄악! 고마워요! 사랑해요!”

“어흠! 흠!”

티아라가 왈가닥 기질은 강하다지만 저래 봬도 일단 아름다운 외향이 어디 가지는 않는 편이었다.

실제로 그녀는 티오니스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타이틀을 지니고 있으니 말이다.

정작 본인은 에디손 기술고문에게 푹 빠져있는 공순이에 불과하지만.

“흐흐. 흐흐, 이걸 이렇게 개조하면…….”

“안되죠! 그렇게 하면 오래 버티지 못하고 구동부가 망가질 거에요!”

“아니라니까요? 충분히 가능성 있어요.”

“위험할 텐데요?”

“위험해야 성공하는 거지!”

특유의 상상력이 무기인 에오니샤와 일단 저질러보고 실험해야 직성이 풀리는 티아라는 상극이면서도 엄청난 시너지를 보이곤 한다.

에오니샤와 박터지게 싸우며 의견을 조율하는 티아라를 뒤로한 채 나는 알하자드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바쁜 거 아니었습니까?”

“괜찮습니다. 스케줄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저런.”

“귀한 친구가 왔는데 그게 중요할까요. 괜찮습니다. 사실 꼭 같이 하고 싶은 게 있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가 나를 이끌고 간다

그리고는 미리 준비된 고성능 컴퓨터를 가리켰다.

“최근에 게임에 푹 빠졌습니다. E 스포츠! 정말 대단합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진 적도 있습니다.”

“게임이라…….”

“같이 하시겠습니까?”

그가 권유한 게임은 5:5형식의 게임이었다.

“어? 뭐야 그거? 나도 할래!”

게임을 보며 흥미가 생긴 일리나가 에이리아의 등을 떠밀었다.

“같이하자 에이리아.”

“저…… 저도 할 수 있을까요?”

“괜찮습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요!”

“륀느, 고성능 연산능력을 통한 게임을 높게 평가.”

그렇게 말하며 그가 자리에 앉아 본격적으로 손을 풀기 시작했다.

세계 최고의 부자가 컴퓨터에 앉아 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은 참 흥미롭기 그지없다.

“이런 모습이 알려지면 퍽 우습겠네요.”

내 중얼거림에 그가 자랑스레 고개를 들었다.

“하하하. 저 이 게임 아주 좋아합니다. 굉장히 실력이 좋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가 자신의 티어(수준)를 보여준다.

가장 하위 티어인 강철 티어부터 가장 높은 티어인 첼린지 티어.

그중에서 알하자드의 티어는 무려 가장 높은 티어에서 두 단계 아래인 [마스터] 티어였다.

“데이비. 그런데 국재원 문제는 그냥 방치해도 괜찮아?”

“당분간 속 좀 바짝바짝 마르게 둬. 그래야 저쪽에서 많이 준비할 테니까.”

애초에 그들에게 뜯어낼 건 없다.

본래대로라면 법의 심판을 유도하고 싶지만, 마가의 부탁도 있거니와 당장 그런 것보다 더 재밌는 한방이 있지 않을까 싶어 보류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륀느와 에이리아. 그리고 일리나와 알하자드, 마지막으로 나.

총 다섯 명이 모였다.

“완벽한 드림팀입니다. 못해도 괜찮으니 같이 합시다.”

그렇게 말하며 그가 설명했다.

“최신사양의 컴퓨터에 한국의 빠른 인터넷이면 문제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저…… 그런데 컴퓨터를 써본 적이 없는데 괜찮은가요?”

“괜찮습니다. 어차피 키는 몇 개밖에 누르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는 우선 컴퓨터와 한판 해보는 게 어떻냐는 제안을 해왔다.

“우선 포지션은 총 다섯입니다. 가장 윗 라인인 탑, 그리고 중앙인 미드, 아래 라인인 바텀에 원 딜러와 서포터, 마지막으로 전장을 배회하며 조력과 견제를 하는 정글 포지션입니다.”

제법 전문적으로 설명하는 그를 보며 내가 물었다.

“그런데 알하자드, 이거 언제부터 한 겁니까?”

“두 달 됐습니다.”

두 달?

두 달 만에 저 높은 위치에 오르는 게 가능한가.

그런 의문에 그가 조심스레 내게 진상을 말해주었다.

“대리 받았습니다.”

와, 이 인간…….

“괜찮습니다. 처음엔 욕 많이 먹었지만, 요즘엔 잘합니다. 돈 많이 주고 프로게이머에게 직접 배웠습니다. 이제 이 구간에서는 제법 먹힙니다.”

비슷한 게임은 본 적이 있고 전생에서도 게임을 참 좋아했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런 부류의 게임이 노력보다 재능을 얼마나 받는지도 잘 알고 있다.

애초에 실력이 제법 있었다는 모양이었다.

“으…… 으으…….”

에이리아가 울상을 지으며 독수리타법으로 키보드를 살짝살짝 눌러본다.

그리고는 마우스를 딸깍거리며 신기해했다.

“우…… 움직여요!”

“여기서 이걸 누르면…… 기술이 나가는 식이구나. 오, 범위도 있네?”

제법 빠르게 익숙해지는 일리나와 반대로 에이리아는 상당히 헤매는 느낌이었다.

“우선은 컴퓨터랑 해봅시다. 해보고 싶은 캐릭터를 고르면 됩니다.”

그의 말에 제비뽑기로 라인을 빠르게 정한다.

“데이비 님. 륀느가 정글 포지션.”

“그래.”

일리나가 윗 라인인 탑 라인 탱커 포지션.

알하자드가 중간인 미드 포지션.

그리고, 에이리아가 서포터, 내가 원딜러.

순식간에 종류가 정해지자 게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약 20분 후.

“…….”

“죄송해요. 죄송해요.”

“감히 인공지능 주제에, 아니 왜 쟤들은 탑 라인에 둘이 오는 건데?! 2:1을 어떻게 이겨!!”

분한 기분을 숨기지 못하는 일리나와 즐거운 듯 웃는 알하자드, 울먹거리며 내게 사과하는 에이리아와 게임을 노려보는 내가 있었다.

“하…… 열 받네.”

반응은 빠르지만, 정보가 너무 적다.

대처가 안 되고 판정을 모르니 신나게 털릴 수밖에.

알하자드가 팀의 머리채를 끌어 잡고 이끌고 나갔지만 결국 나머지 네 명은 쩌리가 되어버린 시점이었다.

그 와중에 가장 압권인 것은 다름 아닌 륀느였다.

녀석은 빠르게 정보를 습득했지만 기괴한 플레이를 고집하며 홀로 사냥에 매진했고, 녀석이 숲에서 빠져나왔을 땐 이미 게임이 난리가 난 후였다.

“데이비. 게임에 소질이 있습니다. 정말 빠르게 익힙니다.”

다른 이들과 다르게 나는 컴퓨터에 익숙하니까 그렇지.

“하…… 한판 더해!”

분기탱천하는 일리나와 도저히 안 되겠다며 고개를 저어 보이는 에이리아였다.

“본녀가 대신할까?”

“언니?”

“재밌어 보이는구나.”

에이리아와 페르세르크의 선수교체가 일어났다.

“자. 다시 해보자꾸나.”

“풉. 할 수 있겠어?”

내 물음에 그녀가 환하게 웃어 보였다.

“본녀는 한때 마왕이었고, 지금은 8서클 이상의 마법사야 데이비. 본녀에게 불가능 따윈 없어.”

그렇게 말하고 다시 게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약 20분 후.

“…….”

모두가 침묵에 휩싸였다.

“또 졌어…….”

처음 만났을 때 당시의 차가운 얼굴로 컴퓨터를 노려보며 중얼거리는 일리나와.

눈을 가늘게 뜬 채 싸늘한 공기를 풍기는 페르세르크.

그리고. 여전히 숲에서 빠져나올 생각이 없는 륀느가 전부였다.

“한 번 더 합시다.”

내 말에 알하자드가 어색하게 웃는다.

“아하하. 너무 급하게 할 필요 없습니다. 천천히 하다 보면…….”

“한 번 더!! 조금만 더하면 괜찮아질 거 같습니다.”

“저런.”

국재원에서 피가 마르거나 말거나 알하자드의 개인 별장에서 다수의 이들이 분노의 열을 태워 올리고 있었다.

* * *

-저…… 오빠? 안 오세요?

한유나가 이제는 각오를 다졌는지 두리안 톡을 보내온다.

그들에게도 경고해놓았기에 나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들은 언제고 내가 찾아와 엎어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아직도 벌벌 떨고 있는 모양이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아 오빠 제발요…… 조질 거면 빨리 조져줘요…… 국장님 탈모 오겠어. 진짜!

-나중에.

단답하며 내가 비장한 얼굴로 말한다.

“우리의 목적은?”

“적을 쳐부수는 것.”

“방해하는 놈은?”

“조져버려!”

일리나의 화끈한 대답에 내가 비장하게 말했다.

“큐 잡아. 돌리자. 이제 정보도 다 익혔고,”

에이리아에게 다시 자리를 넘겨준 알하자드는 티아라, 에오니샤와 함께 간식을 먹으며 그런 우리의 모습을 재밌게 바라본다.

“오라버니는 한번 불이 붙으면 멈추질 않으니까요.”

“맞아. 작업할 때도 늘 그랬어요.”

“그러니 대단한 인물이 된 거겠지요.”

세 사람의 대화는 귓가에 들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알하자드와 에이리아가 자리를 바톤터치했고, 페르세르크가 중앙 미드 라인으로, 에이리아가 다시 서포터 자리를 차지했다.

정보를 얻고 수차례 시행착오 끝에 나는 륀느를 숲에서 끌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륀느. 바위 골렘을 먹어야 한…….

“너 이번에도 안 오면 포지션 강제교체다.”

-쯧.

그리고, 결국 다섯 명은 컴퓨터와의 대전에서 승리했다.

이후. 자신감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할 수 있어! 다 때려 부수자! 이제 2:1도 우습다고!”

자신감이 가득한 일리나의 외침에 모두가 동조한다.

“그래. 이런 게임은 사람하고 해야지.”

그렇게 잡힌 큐.

컴퓨터, 즉 인공지능이 아닌 사람과의 대전에 자신감이 가득하게 들이박은 다섯이다.

15분 후.

맹렬하게 폭발하는 본진 최후의 건물을 보며 모두가 침묵했다.

-푸풉. 상대 탑 개 못함. 리오리 지우고 살림이나 보셈.

“뭐?! 살림?!”

-미드 뭐함? 고속도로 뚫리네.

-게임은 못 해도 사람은 태워버릴 수 있을 터인데…….

-서포터가 사람이 아니야.

“또 민폐를…….”

-원딜도 개 못함.

-정글 찾아요~~

“륀느 여기 있음.”

빠득, 빠드득……

분기탱천하는 일리나와 페르세르크. 그리고, 나를 무시하는 상대에 대해 분한 마음이 들었는지 에이리아가 촉촉한 눈망울로 작은 주먹을 꼭 쥐었다.

“하…… 한번 더해요!”

이를 부득부득 가는 이들을 보며 알하자드는 괜한 것을 소개시켜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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