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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864화 (863/1,559)

제 864화

리그오브리그.

통칭 리오리의 프로게이머인 박선형은 개인 방송을 하며 자신의 팀원들과 부계정이라 쓰고 양민학살이라 읽는 행위를 하고 있었다.

“아. 이거 별로 좋진 않으니 페널티 안고 할게요. 시야 장치 안 박고 1킬 주고 시작하겠습니다.”

-ㅋㅋㅋㅋ 그래 봐야 양민학살.

-인성 나온다.ㅋㅋㅋ

-근데 이렇게라도 안 하면 솔직히 진짜 꿈나무 짓밟는 행위지.

-심해에 꿈나무가 어딨음. 다 고인 놈들이지.

낄낄거리는 채팅을 무시한 채 박선형이 소리쳤다.

“형들, 준비됐어요?”

“어 준비됐다. 적당히 봐주면서 하자. 나는 예능 픽으로 간다.”

그렇게 말하며 큐를 잡는다.

5:5 다인큐.

순식간에 잡히기 시작했다.

“오, 큐 잡혔네요, 뭐야. 하인스 클랜? 웃긴 클랜이네. 투표 받을게요. 뭘로 갈까.”

-권.왕.

-절대 권.왕.해.

“권왕…… 관짝에 박혀서 땅속에 매장된 캐릭터라…… 물론 누가 잡냐에 따라서 다르죠?

-와. 자신감 보소.

-솔직히 심해에서 프로게이머가 저 짓 하는데 뭘 잡든 오피임.

“양민학살도 그리 좋은 콘텐츠는 아니니까. 적당히 한두 판만 할게요. 적당히 늘기다가 항복 칩시다.”

그렇게 말하며 박선형은 시청자들이 말한 대로 권왕이라는 캐릭터를 골랐다.

이윽고 게임이 시작된다.

“얼씨구? 이쪽은 보지도 않네? 역시 심해.”

-밀고 들어가면 개이득 보는 각.

“안 오면 어시 없다! 가즈아!”

당당하게 외치며 박선형과 그의 팀원들은 순식간에 초반 러쉬를 감행한다.

풀숲에 홀로 남아있던 작은 체격의 미드 라인 캐릭터가 아무것도 모른 채 넘어있다.

“여기서 이렇게 들어가면 도망 못가요. 컴퓨터도 아닌 이상 무조건 슬로우 걸리…….”

그렇게 말하던 찰나였다.

“어?”

거의 칼 같은 실력으로 파고든 공격이 쏟아 부어지기가 무섭게. 작은 체격의 미드 캐릭터가 순식간에 이동하며 도망친다.

“오오. 제법 센스 있네? 그래 봐야…….”

퍼스트 블러드!

순식간에 제압당하는 캐릭터를 보며 박선형이 피식 웃었다.

“1킬 주고 시작한다 했으니까 라인 시작하면 죽어주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라인전이 시작되었다.

시작부터 멘탈이 나갔을 거라며 시청자들이 페널티가 아니다 외치긴 했지만 사실 이런 콘텐츠를 즐기지 않는 박선형의 입장에선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시작된 라인전.

쫄래 쫄래 다가와 라인을 미는 NPC들을 툭툭 쳐서 돈을 회수하던 그는 상대의 움직임이 미묘하게 이질적이라는 생각을 받았다.

“뭐지 이거? 조금 독특한데.”

보통의 방식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래 봐야 심해.

프로게이머인 그가 당할 리가 없었다.

“자, 여기서 실수한 척 무리한 척 한번 죽어주고.”

아군이 당했습니다!

컴퓨터의 음성과 함께 박선형의 캐릭터가 죽고 화면이 흑백으로 변했다.

“자. 이제 시야 장치 버리고 적당히 즐기다가 항복할게요.”

-걍 이기셈.

-강하게 키우는 거임.

그렇게 말하는 이들을 향해 낄낄 웃어 보이며 그가 다시 움직였다.

그때였다.

“어…… 어어?”

갑자기 같은 팀원 중 한 명이 비명을 지른다.

“우왁!!”

깜짝 놀란 비명에 선형이 고개를 들었다.

“형. 무슨 일이에요?”

“와씨…… 방금 피지컬 뭐냐? 진짜 죽을뻔했네…….”

섬뜩하다며 몸을 파르르 떠는 팀원의 모습에 박선형이 눈을 가늘게 떴다.

천재라 불리는 탑 라이너인 팀원인 시우형이 저렇게 당황하는 것도 오랜만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적이 당했습니다.

다행히 역공을 가해 죽인 모양이지만 상당히 당황한 낌새였다.

“와…… 이거 방금 피지컬 좀 기괴했는데.

“잘해요?”

“모르겠다. 솔직히 초짜 티가 팍팍 나지. CS는 다 놓치는데 반응이나 순간판단은 좀 당혹스러울 정도네.”

“죽어! 죽어!!”

아래 라인에서 이미 신이 난 외침이 들려온다.

그때였다.

“어어? 잠깐만?! 형이 거기서 왜 나와?!”

당황한 외침과 동시에…….

-아군이 당했습니다.

-더블킬!

그 소리에 시청자들의 갈고리가 마구잡이로 올라온다.

-????

-???뭐임 지금 바텀에서 더블킬 터진 거임? 심해에서?

-뭔데 뭔데

“와…… 이거 원딜 뭐냐?”

“아니 형 장난 적당히 쳐야지.”

“아니 미친! 정글러가 올 타이밍이 아닌데?”

“여기 심해야 형. 기존 생각대로 하면 안 돼. 메타도 아는 인간들이나 쓰는 거지 모르는 애들은 원래 기괴한 방식으로 한다니까.”

“아씨…… 열 받네? 손가락 하나 더 쓴다.”

그렇게 말하며 다시 게임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일방적이었다.

1킬씩 주고 시작했음에도 프로게이머와 심해의 틈은 메꿀 수 없는 벽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2~3킬씩 주고 시작해도 쉽게 이겨버릴 수 있는데 아주 한순간 킬을 줬으니 당황할 수밖에.

“알았다. 장난 안 칠게.”

이윽고 원딜 라인 쪽에서도 꼭지가 돌았는지 플레이가 바뀐다.

-그래. 저래야지.

-심해에서 킬 따인 프로게이머 원딜 쿠쿠 루삥뽕.

-순식간에 굴욕이죠?

낄낄 놀리지만, 박선형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야 장치를 박지 않았다고 해도, 상대의 플레이 스타일은 그냥 모르는 초보가 한다고 하기엔 너무 정교하고 정밀했다.

마치 손가락은 만렙인데 정보가 못 따라가는 것처럼 말이다.

“어어? 어어! 뭐야 이거. 내 정글몹 어디 갔어!”

이윽고 정글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뭐임 대체?

-장난 적당히 쳐야지 너무 봐준다.

“아씨. 심해라고 너무 우습게 봤나?”

-근데 심해치고 무빙 심상찮은데?

-좀 그러네.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지 각 잡히면 진짜 망설임 없네.

-저것도 부계 아님?

“이것들 부계네요. 백 퍼센트다. 초보가 이렇게 절대 못 해요. 순간 판단력은 다이아도 뺨따구를 후려칠 정돈데.”

-ㅋㅋㅋ 프로게이머랑 부계러들 5:5 다인큐 개꿀잼이고요.

게임은 오래가지 않았다.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화가 난 박선형과 팀원들이 일방적으로 유린을 시작하면서 끝나버린 것이다.

“아…… 항복해야 하는데 깜빡했다.

-미친 ㅋㅋ

"아 괜찮아요. 부계 키우는 사람은 봐줄 필요 없지.“

-맞음? 솔직히 서로 할 말 없는 거임.

게임이 끝나고 애써 당황스러움을 감추며 박선형이 게임을 종료한다.

“자. 방송은 여기까지입니다. 생각보다 재밌네요. 곧 대회 열리는데 이래도 되나 몰라.”

-이번엔 누가 이길 거 같음?

“누가 이기긴요. 당연히 우리가 이겨야지. 이길 작정으로 게임 해야지.”

-그거 마따.

-리얼 ㅋㅋ

키득거리는 채팅을 뒤로한 채 방송을 끈 박선형은 거실에 모인 자신들의 팀원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형들? 왜 그래요?”

“야. 그 새끼들 뭐냐?”

“왜요? 부계 저 정도로 돌리는 거 보면 그나마 첼린지에서 대충 부계 만들고 들어온 거겠지. 아이디 생성이 나흘 전이더만.”

“그렇긴 한데…….”

조용히 중얼거린 탑라이너 시우가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

“좀…… 뭐라고 해야 하나 께름칙해서.”

“께름칙해요? 형이?”

“아니 나도 사람이지 임마. 근데…… 뭐라고 해야 하나…… 진짜 뭐라고 해야 하지?”

“실험당한 느낌이더라.”

“그래! 그거 맞다! 승패 관심 없고 막 이것저것 실험해본 느낌이었다. 아직 미숙한 움직임 굉장히 많이 보이긴 했는데. 진짜 이상하게 께름칙하네.”

“별거 아니겠죠. 그리고 저렇게 플레이하는 유저는 첼린지에서 본 적 없는데.”

“그렇겠지…….”

“저거 근데…… 진짜 부계 맞을까?”

“어떤 천재도 나흘 만에 프로게이머 당황하게 못 해요.”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 * *

일주가 지났다.

콰작.

과자를 하나 씹어먹는다.

“갱 준비.”

내 목소리에 언제 왔는지 풀숲에서 륀느가 나타난다.

상대가 당황한 듯 허둥지둥거리는 움직임을 보였다.

콰작!!

순식간에 갱을 당한 상대측에선 비명이 들려온다.

-미친 부계 x끼들!

-랭겜에서 그러면 좋냐?

“아하하하하하! 길 열어!”

탑 라인과 미드 라인은 아주 고속도로가 뚫려있고 아래 라인인 바텀 라인에선 상대가 아주 조련을 당하듯 말라 죽고 있다.

상대 조합이 누가 되었건 아주 고속도로를 뚫어버리는 탑 라인, 전 라인을 쏘다니며 게임을 폭파시켜버리고 있는 미드 라인.

그리고, 1초의 낭비도 허용하지 않는 움직임으로 상대 정글 포지션의 멘탈을 으깨버리는 정글 라인과.

서포터의 실추마저도 씹어먹으며 상대 아래 라인인 바텀을 말려 죽여버리는 원딜까지.

가장 하위 티어에서 시작해서 어느새 찬란한 그랜드마스터 타이틀을 보고 있는 이들을 보며 알하자드는 눈을 비볐다.

상위 티어로 올라갈수록 당연히 상대는 어려워지고 한 단계 티어를 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브레이크가 고장이 나버렸다.

멈추지 않고 달리는 이들의 속도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한 티어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도 몇 판이었다.

몇 번의 체류 끝에 무슨 불도저라도 된 것마냥 밀어붙이는 걸 보면 이들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를 상대로 비명을 지르던 이들이 맞는가 싶었다.

“딜.”

“네.”

심지어 에이리아조차 데이비의 한마디에 칼 같은 타이밍을 잡고 들어가며 상대를 봉쇄해버리기에 이르렀다.

-아 진짜 겜 안 해! 미친 핵쟁이 x끼들!

-니들은 전부 신고다.

결국 멘탈이 폭발해버린 상대의 분개한 채팅을 끝으로 게임이 끝난다.

“아아. 속이 시원하네.”

“그러게나 말이구나.”

아주 상대의 멱살을 탈탙 털어버린 일리나와 페르세르크는 이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독수리타법을 치던 일리나는 무슨 컴퓨터가 빙의한 것처럼 섬뜩한 반응속도를 보여줄 정도였으니 말이다.

“재밌었습니까?”

“괜찮네요,”

“즐거워 보이니 다행입니다. 한데 정말 대단하네요. 이렇게까지 순식간에 실력을 올릴 줄은.”

“익숙해지니 생각보다 쉬워서요.”

그 한마디에 알하자드가 쓰게 웃어 보였다.

“수많은 유저들이 벽을 못 넘고 체류하는 걸 생각하면 대단하네요.”

“충분히 즐겼으니 이제 그만해야죠.”

“그렇지요. 재미있을 때 그만두는 게 최고입니다. 물론 나는 아직 목표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목표가 뭔데요?”

“기왕 시작한 거 랭킹에는 들어봐야지요.”

알하자드가 괜히 알프 온라인에서 랭킹을 석권하고 있던 것이 아니다.

승부욕을 보이던 그를 향해 장난스레 묻는다.

“이러다가 프로게이머라도 하는 거 아닙니까?”

실제로 그럴 일은 없지만.

“하하. 저도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프로게이머라…… 조금 연관은 있네요. 데이비도 연관이 있습니다.”

“네?”

그의 말에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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