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868화 (868/1,559)

제 868화

메가로드리아의 거체는 단순히 차와 비교하기엔 거대하기 그지없다.

“으아아아아악!! 빌어먹을 우리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어야 하는 건데!!”

물을 다루는 힘을 가지고 있는 윤석의 악다구니에 눈을 감고 있던 메가로드리아의 눈꺼풀이 천천히 열린다.

동시에 세로로 찢어진 공포스러운 안광서린 눈빛이 그를 직시했다.

[뭐라고 지껄였느냐 미물아.]

“아…… 아하하, 아무것도 아닙니다. 예 아무것도 아니에요. 예예 계속 해얍지요.”

묵묵히 비늘을 수건으로 문지르고 있는 서윤은 벌써 지쳐 보였다.

그녀는 상위 각성자이지만 직접 물리계통의 각성자라고 하기보단 마법사나 보조에 가까웠다.

[얼른 움직여라. 미물들아. 아직 팔도 전부 끝내지 못했다.]

“후우…… 후우…… 빌어먹을…….”

상상 이상의 거대한 흑룡은 깃털과 비늘이 돋아난 모습이었다.

솔직히 한국에 이만한 괴물이 있으면 난리가 나도 이상하지 않으련만.

그는 한차례 들은 바 있었다. 티오니스 성자 데이비 올 라운이 사역하는 드래곤에 대해서 말이다.

“아직 안 끝났나? 저놈 끝나면 다음은 더 큰놈이 기다리고 있는데.”

창공룡은 그나마 작은 편이지. 지폭룡 샨드라미네아는 성질머리도 더 포악하기 그지없다.

“대체 우리가 왜 이런 걸 하고 있어야 하는 거냐!”

결국, 참다못한 윤석이 악을 지르듯 소리 질렀다.

단둘이서 이 거대한 용에게 물을 뿌리고 닦는 게 가능한가.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다.

[흥! 끈기도 없는 미물이로군.]

“오빠.”

“넌 화도 안나?! 아무리 우리가 한 일이 있다지만 국가 소속 각성자를 이렇게 개인적으로 부린다는 게 말이 돼?!”

그의 말에 서윤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하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불만을 표할 자격은 없었다.

데이비는 그때의 사고를 이번 일로 묻어주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아오…… 마나를 너무 사용해서 정신이 몽롱해…….”

끙끙대는 윤석을 보며 서윤은 저 멀리 바위에 드러눕듯 누워 눈을 감고 있는 데이비를 바라보았다.

[멍청한 놈들! 마나를 그렇게 무식하게 사용하니까 지칠 수밖에!!]

그때 메가로드리아의 위압 넘치는 힘이 터져 나오며 물을 끌어와 조종하던 윤석이 움찔거렸다.

“하…… 하지만.”

[변명하지 마라, 이 쓸모없는 놈 같으니!! 마나를 억지로 지배하려 들지 마라! 네깟 놈이 마나의 힘을 지배한다고 착각하는 것이냐?!]

그 말에 윤석이 지친 얼굴로 그를 바라본다.

그런 상황을 지켜보던 서윤은 천천히 마나를 끌어 올렸다.

그러자 마치 염동력처럼 쌓인 수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흥! 저보다 어린 계집아이보다 못한 놈이로군. 계약자!! 흥이 가셨다!]

“거, 열심히 하는 사람 힘 빠지게 그러지 말고.”

[벌써 몇 시간째다! 평소처럼 정령을 불러라!]

“정령은 네 노예가 아니야. 메가로드리아.”

[끄응…….]

앓는 소리를 내며 다시 침묵하는 메가로드리아를 보며 데이비는 조용히 서윤과 윤석을 바라보았다.

“상위 각성자라 했나?”

“그래요.”

“상위 각성자라면 너희 위에 몇 명이 있는데?”

“인명을 구하는 일에 등급이 중요한가요?”

“정론이긴 한데. 적어도 적의 위협수준도 모르고 나서다가 개죽음당하는걸 막고 싶으면 등급은 필요하겠지.”

데이비의 그 물음에 서윤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전투계는 다수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 국재원에 소속된 이들은 40명이 채 되지 않아요. 대부분 1차 각성자들이죠.”

사실상 2차 각성자인 이들 사이에선 두 사람이 최상위라는 소리였다.

알프 온라인 출신의 각성자들. 바로 그들이었다.

“흠…… 이건 손을 좀 봐야겠네.”

담담하게 말하며 데이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해. 안 닦고.”

“대체 이걸 저희에게 시키시는 이유가 뭐죠?”

“말했잖아. 내가 너희들에게 받아낼 게 없다고. 운 좋은 줄 알아. 페르세르크가 죽이지 말라고 해서 살려주는 거니까.”

“거짓말.”

서윤의 눈이 반짝였다.

“당신은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믿기 싫으면 믿지 말든가. 참고로, 앞으로 4시간 안에 저놈 못 끝내면 나는 계약을 없던 거로 하고 이 일을 공론화시킨다.”

“그게 무슨?!”

“그리고, 약속하는데 반드시 국재원을 정리할 거다.”

단순히 공론화 되는 것만으로도 크게 흔들릴 기관이다.

“당신이 아무리 강해도 그런 것까지…….”

“이게 사람을 봉사로 아나.”

“뭐…… 뭐라고요?”

“한국의 국회는 국재원을 견제하잖아. 박서호 국장은 척 봐도 굉장히 고지식하거든. 그러니 적도 많을 테고, 아주 기회가 잡히자마자 국재원을 싹 갈아엎으려 들 거다. 그렇게 되면? 결과는 둘 중 하나지.”

국재원이 아예 증발해버리던가. 아니면, 국재원을 지휘하는 이들을 싹 다 갈아치워 버리던가.

어느 쪽이건 방해가 되는 이들을 견제하는 기득권층에게만 이득이지 실제로 국민에겐 큰 문제가 된다.

섬뜩한 목소리에 서윤은 이를 악물었다.

“그러니까 무슨 수를 쓰든 해치워. 너희가 저지른 일이 얼마나 큰지 스스로 느끼고 스스로 판단하라고.”

[흥, 멍청한 것들. 자기가 가진 힘을 굴릴 줄도 모르는군.]

메가로드리아의 빈정거림에 서윤은 이를 악물었다가 다시 수건을 들었다.

이른 시각부터 시작된 이 정체 모를 노가다는 정오가 지나서도 계속되었다.

* * *

“데이비.”

나를 찾아온 페르세르크와 에이리아가 보인다.

“일리나는?”

“알하자드, 그자에게 받은 바이크를 타고 시내를 달리고 있을 게야.”

“딱지나 안 끊으면 좋겠는데.”

“속도감이 참 좋은 모양인 게지.”

“오라버니. 이것 좀 드셔보세요.”

언제 만들었는지 모를 브라우니를 입에 떠밀어주는 에이리아의 호의를 받아 우물거리던 도중이었다.

“신기한 방법이로고.”

이제는 제법 만족스러운 듯 가만히 있는 메가로드리아를 보며 페르가 중얼거린다.

“이런 수련법도 있는 게야?”

“아니 나도 처음 해봐.”

내 대답에 그녀는 장난기 서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데. 왜 수련을 시켜주시는 거예요?”

“수련시켜주는 거로 보여?”

“오라버니는 그렇게 아무 이유 없이 일을 치실 분이 아니잖아요.”

의외로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나는 티오니스 사람이고, 쟤들은 지구 사람이야.”

“그게 상관이 있나요?”

“있을걸?”

“뭐, 혹시 그래도 전생에 살던 나라라고 챙겨주는 게야?”

“내가 미쳤냐? 난 티오니스 사람이야. 지구도 결국은 관할이니까 신경은 쓰겠지만 한국이 망하건 말건 사실 지금 내겐 관심 없어.”

미련이 있다면 현아를 포함한 전생의 가족 정도일까.

부드럽게 웃으며 내가 브라우니를 한입 삼켰다.

“맛있다.”

그 중얼거림에 페르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다했어요!!”

그렇게 약 30분 후 파김치가 된 서윤과 윤석이 다가왔다.

두 사람은 처음엔 절대로 불가능할 양을 해냈다.

“성공 못할 줄 알았는데.”

내 물음에 그녀는 말할 힘도 남지 않았는지 파김치가 된 얼굴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너무 힘들어서, 너무 불가능한 일이라서.”

“흐음?”

“그래서 방법을 바꿨습니다. 저 망할 드래곤이 빈정거리는 거 한마디 한마디가 화가나 죽겠는데! 그 말 곱씹다가 보니까 새로운 방법이 떠올랐던 것뿐이에요.”

윤석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고생했어.”

“그럼……”

“그럼 다음 파트로 가볼까?”

그렇게 말하며 나는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카드 한 장을 더 꺼내 들었다.

[내가 부른다. 나의 부름에 답하라.]

우웅!!!!

[너의 화염은 지상을 태우고, 너의 위압은 대지를 울게 한다. 지폭룡의 이름에 따라 나의 부름에 응하라.]

촤르르르륵!!

동시에 카드에서 빛이 흘러나오며 허공에 마법진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거대한 화염의 지룡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계약자.]

아직 되찾지 못한 베히모스와 달리 잠식에서 벗어난 샨드라미네아가 위압을 드러내며 나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이다 샨드라미네아. 네 영역엔 별문제 없었나?”

[문제없다. 마수왕이라는 이름이 아까울 정도로 빈약한 놈들이다.]

소드마스터급 존재 대여섯 명은 가볍게 씹어먹을 괴물을 빈약한 놈이라고 하기엔 문제가 있지 않나.

샨드라미네아는 라스트 위스프 기사단이 지키는 오지 중 화염의 산에 영역을 잡았다.

거기서 다른 마수왕들을 압박하며 움직이지 않게 만들고 있다.

“자. 다음 녀석이다. 참고로 이놈은 메가로드리아와 달라. 아마 좀 많이 힘들 거다.”

내 말에 두 사람의 표정이 창백하게 질렸다.

“이틀 준다. 저놈도 번쩍하게 만들어.”

내 말에 두 사람은 말없이 샨드라미네아를 바라보았다.

[계약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넌 그냥 떡이나 먹으면 돼. 저기 메가로드리아 보이지? 비늘 번쩍거리는 거 보여? 너도 저렇게 푹 쉬면 돼.”

녀석의 크기도 작은 편이 아니지만, 무엇보다 당혹스럽게 한 것은 비늘에 일렁이는 화염이었다.

그들은 곧 다리에 힘이 빠진 듯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메가로드리아 다음엔 더 난이도가 높은 두 번째 환수왕 샨드라미네아가 기다리고 있다.

당연히 제안한 시간 내에 지금의 속도로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다만, 그 두 사람은 모르고 있었다.

인간이 한계까지 몰리면 어떻게 되는지를.

* * *

“망할!”

지칠 대로 지친 윤석이 털썩 주저앉으며 욕설을 토해냈다.

“빌어먹을 사이코패스 새끼!!”

“하아…… 하아.”

과도한 마나의 사용으로 말할 힘도 남지 않았는지

지쳐버린 서윤과 그나마 말할 힘이라도 남은 윤석은 인간의 한계에 몰린 기분이었다.

“그 인간 대체 뭐야. 뭘 하고 싶은 거야.”

그는 이 산중에서 그들이 나가지 못하게 했다.

그 덕분에 지금 두 사람은 노숙을 준비하고 있었다.

[최소 생필품은 줄 테니까 잘 버텨봐.]

당연히 노숙이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이런 일은 쉽지 않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다.

“서윤아 괜찮아?”

그 물음에 서윤은 답하지 않았다.

“망할, 대체 사람을 얼마나 굴리는 거야.”

서윤에게 사실 마음이 있었던 윤석의 입장에서 저렇게 지친 서윤을 보는 마음은 편치않았다.

“윤석 오빠.”

“어…… 어어?”

“그 사람. 왜 이런 짓을 시키는 걸까요.”

“뭐? 그게 이유가 필요해? 그냥 우리 맥이는 거잖아 그 새끼!”

“정말 그럴까요?”

“그럼, 뭐 이유라도 필요해?! 이 첩첩산중에 불러다 놓고 한다는 짓이 저 거대한 비만 도마뱀 새끼들 씻기는 게 전부잖아.”

그 말에 서윤은 조용히 몸을 웅크렸다.

그의 말대로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런 거겠……죠?”

“힘들어서 생각이 복잡해진 거야, 어서 자. 푹 쉬면 괜찮을 거야.”

“네.”

조용히 잠드는 그녀를 보며 윤석은 온몸의 격통을 애써 억누른 채 잠에 빠졌다.

그런 두사람을 조용히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단기간에 저게 될까?”

“안돼도 애꿎은 인간을 죽일 순 없잖냐.”

산소 남매는 한때 랭커였지만 안 좋은 일로 인해 일선에서 나서는 걸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특히 산소, 즉 윤지아의 경우 스킬을 빼앗기기까지 하며 전투 자체에 상당히 트라우마가 있기도 했다.

그래서 저들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건…….”

“타나토스를 만들면서 거기서 흘러나온 생명력이 만든 여파야.”

“이 균열이?”

“흉신은 다 죽어 나자빠졌는데. 몬스터가 계속 나오잖아.”

“그게 저들을 강화시키는 것과 무슨 관계야?”

그 물음에 데이비는 균열로 손을 밀어 넣었다.

파직!!

그러자 거부하듯 균열이 손을 튕겨냈다.

“거부? 지금 그대를 거부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작정하면 못 들어가는 것도 아니긴 한데. 그렇게 되면 원초의 목적을 잃지. 균열이 붕괴해버리거든.”

너무 강한 힘의 여파에 균열 자체가 붕괴해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렇다고 내부에 뭐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니 함부로 아무나 집어넣을 순 없다.

그러니.

대신할 놈들을 넣는 수밖에.

“이건…….”

“그래. 프레이아와 케인 녀석이 넘겨준 정보야.”

그만한 일이 있었는데 설마 아무것도 모른 채 넘어갔을 리가 있는가.

물론, 지금 하는 짓은 언 듯 보면 심술에 가까운 짓이었다.

이유 모를 노가다에 가까운 짓이었으니까.

하지만, 의미가 없지는 않았다.

변화는 빠른 시간 안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 * *

일주일.

그동안 서윤과 윤석은 악랄하다 싶을 정도의 행패를 당했다.

처음엔 이를 부득부득 갈며 화를 내던 두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화를 낼 힘도 없는 입장이었다.

게다가 데이비 올 라운이라는 악랄한 인간은 그 두 사람에게 점점 막대한 목표를 부여하며 실패하면 국재원을 들먹여 협박했다.

자신들의 실태로 국재원을 망가뜨릴 수 없었던 두 사람은 필사적으로 그것들을 해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 악랄한 인간은 밤이 되면 뭉친 근육이나 마나를 풀어주겠다며 손수 온몸을 비틀었고 처절한 비명과 함께 무력하게 무너지기를 반복했다.

문제는 그렇게 하고 나면 다음 날 몸이 멀쩡해진다는 점이었다.

곤욕에 가까운 노가다와 밤에 펼쳐지는 극한의 비틀기.

수차례 반복되는 그 행로에 그들의 정신력이 점차 깎여져 나갔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한계였다.

“젠장!! 도망쳐!!”

-꾸어어엉!! 꾸엉!!

생긴 건 해태처럼 생긴 거대한 괴물이 두사람을 맹렬하게 쫓아왔다.

괴물은 메가로드리아의 어마어마한 위압감에 제대로 겁을 먹었고, 메가로드리아가 두사람을 공격하라 한 한마디에 충실해 죽기 살기로 공격해왔다.

특A급 몬스터, 도올.

특A급은 한번 출현할 때마다 상위 각성자 다수를 모아야 할 만큼 위험하다.

당연 두 사람의 힘으론 버거울 수밖에 없었다.

쿵!! 쿵!!

꾸어어엉!!

콰지직!!

거대한 나무가 뿌리째 뽑혀 나가며 그들이 튕겨 나갔다.

“미친! 진짜 돌아버리겠네! 그 사이코패스 새끼!!”

“하악…… 하악!!”

아무리 인간보다 뛰어난 육체능력을 가져도 그들의 한계는 명확했다.

오래가지 않아 지친 서윤이 발이 걸려 넘어진다.

“꺄아악!”

“서윤아!!”

바닥에 쓰러진 그녀가 다리를 부여잡으며 소리쳤다.

“도망쳐요. 오빠!! 가서 지원을 불러요!”

“웃기는 소리 하지 마!!”

악을 쓰며 달려온 그가 서윤을 끌어안듯 몸을 날렸다.

콰아아앙!!!

동시에 거대한 폭음이 울려 퍼지며 두 사람이 있던 지면이 한차례 내려앉았다.

“미친!

상상을 초월하는 파괴력이 어마어마한 충격파를 일으킨다.

아무리 상위 각성자라도 감당이 되는 게 있고 안되는 게 있다.

특A급. 특히 저 정도 괴물이라면 방어형 각성자가 공격을 전면에서 돌아가며 막고 공격형 각성자들이 차륜전을 펼치듯 계속해서 힘을 소모시켜 잡아야 한다.

화력 무기가 먹히지 않는 괴물을 잡을 방법은 사실상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고작 두 사람이다.

데이비가 데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괴물 도올은 마치 먹이를 가지고 놀 듯 두사람을 빙빙 돌며 위협해왔다.

이윽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윤석이 품에서 꺼낸 작은 병을 그녀의 다리에 부었다.

“오빠? 오빠!!”

“어서 가!! 신성 그룹에서 만든 회복제다. 저 미친 새끼가 저지른 짓을 그대로 전해!! 그리고! 저 괴물 놈을 부른 것도 전하고!! 가서 원군을 불러와! 그때까지 내가 막아설 테니!”

“안 돼요! 오빠 그건 자살행위에요!”

“여기 이러고 있다간 둘 다 죽어! 어서 가!!”

악다구니를 쓰는 윤석의 전신으로 주변의 수분이 모여들어 물줄기를 만든다.

그리고 이내 수압이 모여들며 물의 칼날을 만들어냈다.

“이쪽이다 이 자식아!!”

-꾸어어엉!!

메가로드리아에 대한 공포로 미쳐버린 놈에겐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가소롭다는 듯 천천히 다가왔다.

“어서 가!!!”

이윽고 윤석의 강한 외침에 서윤은 눈물을 머금으며 천천히 일어났다.

콰앙!!

그리고, 도망치는 그녀를 그냥 둘 생각이 없는지 도올이 돌진해온다.

이에 윤석이 막으려 들었지만, 도올은 이미 타깃을 상대적으로 약한 서윤으로 잡았는지 그를 무시하고 덤벼들었다.

“안돼!”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십수 명이 달려들어야 할 괴물이 달려드는데 어떻게 감당할까.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서윤이 눈을 꼭 감았다.

결국, 말만 그렇지 그 인간은 자신들을 가지고 놀다가 이렇게 죽여버릴 생각이었다.

괴물 같은 인간.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몸을 꿰뚫을 발톱에 대비하듯 이를 악물었다.

서걱!!

그때 생각지도 못한 절삭음이 들려왔다.

-꾸어어엉!!!

그리고, 끔찍한 비명과 함께 도올이 튕겨나듯 물러났다.

“오…… 빠?”

“…….”

놀란 서윤이 고개를 든다.

거대한 팔을 잃고 물러난 특A급 몬스터, 도올과 서윤의 앞을 막아선 채 거대한 수검을 들고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윤석이었다.

“이…… 이게 무슨…….”

공격형 각성자 십수 명이 수차례 공격해야 타격을 줄 수 있는 특A급 몬스터.

그런 괴물을.

지금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팔을 잘라버린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멍한 얼굴로 그가 자신이 든 수검을 바라보았다.

톱날처럼 회전하는 검은 그대로였다.

-꾸어어엉!!

“오빠! 위험해요!!”

이윽고 분노한 도올이 다시 덤벼들자 서윤이 비명을 지르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무형의 힘이 도올을 허공에서 튕겨내 버렸다.

쿠웅!!

“어?”

벙찐 표정으로 그녀가 자신의 손을 바라본다.

이럴 리가 없는데?

자신들의 변화를 이해할 수 없는 두 사람의 행동이 이어진다.

특A급 몬스터 도올.

이미 중국 쪽에서 유명한 몬스터다.

저 괴물을 잡기 위해 상위 각성자 120여 명이 투입되었으나 사상자가 80명을 넘었었다.

도올은 그만큼 위험한 몬스터라 할 수 있다.

헤드리스 자이언트와 견주어도 전혀 밀리지 않을 만큼 말이다.

그런데 기습이라곤 해도 일격에 크리티컬을 먹였다? 저 괴물이 약한 게 아니라면…….

자신들이 고작 며칠 사이에 말도 안 되게 강해졌다는 것을.

동시에 서윤은 윤석의 몸에 서린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오빠. 몸에 그거.”

“응? 어? 이게 뭐야.”

두 사람의 몸엔 은은한 빛이 서리고 있었다.

“아까부터 힘이 넘치더라니…….”

전신에 넘치는 활력에 두 사람은 경계하듯 거리를 벌리고 있는 도올을 바라본다.

“하…… 하하…….”

그제야 상황이 역전되었다.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싸움인데.

눈앞에서 이런 결과를 봐버린 이상 쫄고 있을 순 없었다.

“덤벼 X,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다만 이참에 나도 특A급 몬스터 한번 솔로 플레이해보자!”

좀 전에 겁을 먹었던 두 사람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멀찍이서 지켜보던 데이비가 손가락을 튕겼다.

“빙고.”

그가 음흉하게 웃는다.

“새로운 균열은 새로운 가능성이지. 거기서 나온 것들은 지금까지 나온 것들과 완전히 다른 성질의 무언가일 거고.”

그가 손을 둥글게 말아 망원경 보듯 그들을 본다.

“어서 익숙해져라. 보물 고블린들아. 가서 싸그리 긁어올 수 있게.”

그 과정에서 그들이 상상 이상으로 강해지고 있는 건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이미 수차례 그렇게 만든 경험이 있으니까.

샤쿤탈라 마법 학교라든지. 하인스 아카데미의 교수진이라든지.

“그런데. 저렇게 강하게 만드는 거에 아무런 부작용도 없어?”

그의 어깨에 기댄 채 브라우니를 오물거리던 일리나가 물어왔다.

며칠째 바이크를 타고 도로를 달리는 데에 푹 빠져 있던 그녀는 뒤늦게 나를 찾아왔다.

티오니스에 자리를 비워놓을 수 없기에 먼저 돌아간 에이리아와 페르와 다르게 일리나는 지구의 문물이 제법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특히 컴퓨터를 말이다.

게임에 빠지면 안 되는데.

요즘 들어서 검술수련을 게을리하는 느낌이 들긴 했는데.

“부작용?”

“응. 전에 네가 말했잖아. 강해지게 하는 건 방법이 있지만 네가 안 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고. 단순히…….”

“마가나 포도 녀석은 내가 직접 지원해서 키웠지.”

“응? 응, 그랬지.”

“저 둘은 자기 힘을 어떻게 쓰는지도 몰랐을 뿐이야. 나는 그걸 알게 해준 거고.”

각성자는 성장하는 이도 있지만, 저 둘처럼 드물게 완성된 케이스도 존재한다.

그 과정에서 마나의 흐름이 좋도록 안마해준 건 늘 있는 일이다.

“그래서, 그 균열인지 뭔지에 저 둘을 집어넣게? 거기서 나온 건 네가 싹 먹어치우고?”

“투자했으면 그 정도는 챙겨야지.”

그 말에 일리나가 뺨을 꼬집듯 잡아당겼다.

“이제 곧 티오니스에서 무투 대회가 열릴 시즌이야. 기억하지? 펠리스티 공국에서 열렸던 검술대회. 이번엔 무투 대회야. 게다가 페르 언니에게 들었는데. 너도 참가권이 왔데. 뭐, 말이 많긴 하지만 조건에는 부합하니까.”

보통 10대의 나이에 마스터에 드는 것도 경악스러운 수준이 아닐 수 없다.

각성자는 힘과 육신이 별개지만 말이다.

“내가?”

“응. 게다가 말이야. 1위 상품이 무려…….”

“무려?”

데이비의 질문에 일리나가 야릇하게 웃으며 그에게 다시 입을 맞췄다.

“이거야.”

그녀가 보여준 것은 옷이 담긴 상자였다.

겉면에는 모델로 보이는 이가 입고 있는 옷의 정체가 보인다.

“1등 하면 페르 언니와 나, 에이리아 전부 이걸 입어줄게. 아, 걱정 마. 셋 다 다른 거니까. 동물 옷을 에이리아가 입을 순 없잖아?”

개인적인 포상.

하지만 업계 최고의 포상이렷다!

“오 세상에…… 프리아 님 맙소사.”

데이비가 벌떡 일어났다.

“무투 대회 언제라고?”

“한 달 정도?”

그 말에 데이비의 눈이 활활 타올랐다.

“그거 입을 준비해라. 저놈들 박박 굴려서 얼른 해치우고 돌아가서 연습한다.”

“적당히 해…… 너 지금도 이미 오버 스펙 아니야?”

“최악의 수는 언제든 생각해놔야지.”

안 그래도 괴물같이 강한 주제에 조건이 맞다는 이유로 횡포를 부릴 인간이 데이비였다.

그런 데이비가 연습을 한다?

일리나로썬 대회에 참가해 꿈을 키울 새싹들에게 괜한 짓을 한 게 아닌가 하는 미안함이 들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얼른 처리하자. 저놈들 직접 굴려야겠다.”

그 여파가 저들에게도 미치기 시작했다.

“이런, 미안해요. 두 사람.”

일리나가 장난스레 웃어 보였다.

진짜 악마는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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