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70화
247. 테라리아의 양아치 왕자
약 한 달.
그동안 서윤과 윤석은 데이비가 밀어 넣은 균열 너머를 조사하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후우…… 후우…….”
물로 만들어진 칼날을 지우며 윤석이 털썩 주저앉자 서윤이 빠르게 달려와 가방에서 꺼낸 약병을 그의 환부에 부었다.
“아따따따!”
“엄살 부리지 말아요. 후우…….”
“아픈 걸 어쩌냐.”
“그래도 이 정도 상처로 끝난 게 다행이에요.”
눈앞에 쓰러진 괴물 헤드리스 자이언트 열화판에 가까운 헤드리스가 쓰러져 있다.
특A급 몬스터지만 같은 등급의 헤드리스 자이언트보다는 조금 약한 편에 속하는 녀석이다.
“우리 여기 온 지 얼마나 됐지?”
“한 달 정도요. 가방에 시간 기록기가 있더라구요.”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다는 거지.”
윤석이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처음엔 그를 믿지 못했다. 이곳에서 몬스터와 싸울 때 그가 자신들을 죽이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아님을 눈치챘다.
이 균열은 자신들이 아는 것과 다르며, 자신들이 최근 겪고 있는 몬스터 출몰, 혹은 변이현상에 대해서 보고 겪은바 이게 정말로 지금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과 관련이 있음을 깨달았다.
이곳에서만 나는 특수한 금속, 특수한 힘을 품은 돌멩이, 약초. 데이비의 요구대로 서윤은 꼼꼼하게 그것들을 체크하고 담아 넣었다.
공간확장이라는 터무니없는 힘이 서린 가방은 닥치는 대로 그것을 보관해주었고 덕분에 물건을 들고 이동하는 데엔 지장이 없었다.
갑작스런 상위 몬스터. 같은 등급이나 더 위험해진 몬스터. 그 단서도 이미 찾았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 찾은 것만 해도 이미 국제 연맹에 거대한 파장을 던질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 과정에 이것을 악용한 인간이 있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는데.”
명백히 누군가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마치 이미 누군가가 들어왔던 것처럼 말이다.
쓰러진 헤드리스를 뒤로한 채 내부로 걸어 들어간 두 사람의 표정이 굳는다.
“이게 뭐야?”
그들이 발견한 것은 거대한 변이 부화장이었다.
투명한 알. 그리고 그 알 안에 갇힌 수많은 몬스터들.
그 몬스터들은 시시각각 자신들이 아는 괴물로 변하고 있었다.
“망할 이게 대체 뭐야?! 변이 실험장?! 몬스터가 변이하고 있잖아! 이것들, 전부 최근 출몰하는 상위 몬스터들 아냐?!”
헤드리스 자이언트, 도올, 도철, 궁기, 혼돈 등등.
가지 각대로 이름 붙은 상위 특A급 이상의 몬스터들.
그리고, 그들 사이에 보이는 알프랜드에서 봤던 섬뜩한 힘을 지닌 알까지.
“서윤아! 이거 봐!”
그때 씩씩거리며 조사하던 윤석이 소리쳤다.
“이건…….”
그들이 발견한 것은 새하얀 빛을 내는 돌이었다.
다만 단순한 돌이 아니라 이 근방의 몬스터를 변이시키고 있는 근본 정도로 보였다.
“이거 본 적 있어요.”
서윤이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본 적 있다고?”
“에펠탑 대참사 기억해요?”
“알지. 파리 에펠탑에 나타난 거대 괴물. 사상 최초 S급 몬스터였잖아. 인류가 패배한 괴물.
“맞아요.”
그 괴물이 참사를 일으키고 사라지기 전에 이런게 남아 있었다는 기록을 본 적이 있어요.“
“아무래도 몬스터가 갑자기 변이되어 나오고 상위 몬스터가 나오는 건 이 돌이 원흉인 건가?”
콰아앙!!
동시에 지면이 박살 나며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구멍 속에서…….
“이런 미친…….”
과거 파리 에펠탑 대참사를 일으켰던 거대한 지네 괴물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특A급 몬스터였던 도올 같은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한 단계 상위의 괴물.
인류 존속의 문제로 이어지는 거대한 괴물인 s급 괴물이다.
“뛰어!!”
반드시 알려야 한다. 이곳에 있는 정보는 자신들의 선을 넘어선 수준의 거대한 음모였다.
“어서 달려!!”
윤석이 서윤의 팔을 잡아끌고 필사적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 정보를 데이비에게 알리기 위해서 말이다.
* * *
대륙 무투 대회.
최근 있었던 검술대회에 이어 마법대회와 동시에 주기적으로 대륙 연합을 주최로 시행되는 10대 재능아들의 실력을 남김없이 펼치는 대회다.
여기서 입상하면 국가의 위신이 상승하는 것은 물론, 대륙연합의 기준으로 해당 입상자의 명성을 드높일 수 있도록 삼국 비석에 이름을 새기고 국제연합의 보증 메달을 하사한다.
지구로 치면 금메달과 같은 이치였다.
물론 그것은 본인들에게 굉장한 광명이나 다름없었다.
실제로 여기서 1등 입상한 과거 전례의 인물들은 사교계나 정계에서 이름을 날리며 대부분 상당한 위치에 오르는 데에 큰 도움을 받기도 했다.
“폐하. 12 왕자, 막시모스 반 테라리아 들었습니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숙여 보이는 회색빛 머리카락의 소년, 막시모스 반 테라리아는 고요한 어전의 반응에도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여유로운 미소, 도저히 진지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오만한 웃음이지만 그 누구도 그를 비웃지는 않았다.
그의 실력은 이미 이 나라에서도 정평이 나 있었으니 말이다.
“제법 실력이 늘었다더구나.”
“별거 아닙니다.”
겸손도 잃어버린 그의 행동에 국왕은 조용히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전에 있었던 일이 네게 자극이 된 모양이로구나.”
“…….”
“우리 테라리아 왕국은 무투계의 전통이 있는 국가다. 테라리아 왕가에서 내려오는 무술은 너를 대륙 최고의 존재로 만들어줄 것이다.”
“흐음, 별로 관심은 없는데 말이죠.”
느긋한 대답에도 국왕은 딱히 불쾌한 티를 내지 않았다.
“가서 이겨라. 당연히 1등을 따내고 짐에게 그 1등의 증표를 가져오라.”
“기다리시면 바로 가져다드리지요.”
“명심하거라. 우리 테라리아 왕국은 무술에 정평이 난 전통 있는 국가라는 것을.”
“명심하지요.”
“이번에 상당한 실력이 있는 녀석들이 대거 참가할 거다. 너라면 이길 수 있겠지?”
그 물음에 막시모스는 조소를 흘렸다.
“마스터 급도 되지 못한 놈들, 한 손만 써도 이깁니다.”
* * *
테라리아 왕국은 곧 열릴 무투 대회로 인해 타국에서 찾아온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4년 전에는 타국에서 이루어졌으나 이번엔 무술의 국가라 불리는 중앙왕국 테라리아에서 펼쳐진다.
그런 만큼 테라리아인들의 자부심은 넘쳐났다.
“요오. 왕자님. 놀러 오셨어?”
“쓸데없는 소리 말고, 오늘은 괜찮은 것들이 있어?”
“에이 왕자님과 비교하기엔 너무 어설픈 놈들이지.”
낄낄거리는 왈패의 말에 그는 지하 경기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격투대회를 바라본다.
“흐아아아압!”
쾅!! 쾅!!
묵직한 타격이 오가고 갖은 기술들이 오간다.
“등신들. 밴, 왼쪽에 전부 걸어.”
가져온 돈주머니를 휙 던지며 말하자 대머리 사내가 입술을 할짝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키야…… 이게 다 얼마야? 잃어도 모릅니다요?”
“오늘은 이겨야겠다. 오른쪽 놈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 이겨. 참고로 내 앞에서 구라치면 어떻게 걸리는지 다 알지?”
“어휴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왕자님.”
씨익 웃으며 그가 자리에 반쯤 드러눕듯 앉자 야시시한 복장을 입은 미녀들이 스르륵 들어와 그의 곁에 앉아 아양을 떨고 과일이나 술을 건네기 시작한다.
지하 격투장.
본래엔 불법이나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이벤트이기도 했다.
막시모스 반 테라리아는 이 지하 격투장을 만드는데 큰 지지를 해준 인물이었다.
“자. 어디 죽도록 싸워봐.”
씨익 웃으며 장난치듯 말하던 그는 곧 곁에 있던 미녀를 희롱하며 낄낄 웃고 와인을 머금었다.
경기는 그의 예상대로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왼쪽의 승리였다.
승리자는 양팔을 높게 든 채 자신감을 표출했고 군중들은 그런 그를 향해 환호를 던졌다.
그렇게 몇 번이고 경기를 관람하던 그의 표정이 굳는다.
“재미없네. 전부 약해빠진 놈들뿐이야.”
담담하게 말하며 그가 일어난다.
“간다.”
“엇? 저하!”
“니들끼리 놀아.”
미소를 지운 채 짧게 혀를 차고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다른 이들이 중얼거렸다.
“쯧쯧. 그렇게 무술을 좋아하고 착하시던 분이 어쩌다가 저리되셨는지…….”
* * *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 걸어가던 막시모스 반 테라리아는 왁자지껄한 분위기의 왕도를 보며 이죽거렸다.
“사람 참 많네. 마냥 벌레같이. 이 더러운 곳에 뭐 볼 게 있다고.”
도저히 한 국가의 왕자가 하는 말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차갑기 그지없었다.
그때였다.
“그래. 사고 치고 싶진 않으니까 그냥 봐줄게. 가봐.”
“이 형씨가 미쳤나. 우리가 누군지 알아? 어?”
“테라리아 왕국의 10 왕자이신 아스트라. 반 테라리아 님의…….”
그그극…….
막시모스는 망설임 없이 곁에 있던 노점에서 팔고 있는 유리 공예품을 집어 들었다.
“어?”
“여기 계산.”
주머니에서 금화 몇 개를 꺼내 던져준 그가 휘적휘적 골목길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한 청년을 둘러싸고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들에게 다가간다.
“야.”
“응? 뭐야. 바쁘니까 꺼…….”
와장창!!!
그야말로 한순간이었다.
유리 공예품으로 사내의 뒤통수를 후려쳐 날려버린 그가 비틀비틀 자세를 잡으며 말했다.
“꺼져.”
스산한 미소에 인상을 찡그린 사내들은 곧 막시모스의 얼굴을 확인한 뒤 파랗게 질렸다.
“마…… 막시모스 님! 시, 실례 했습니다!!”
그리고는 방금 전 유리 공예품을 맞고 기절해버린 사내를 둘러매고 쏜살같이 사라졌다.
“테라리아 왕국은 치안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야. 너도나도 거지 같은 무술을 배워서 자존심만 높거든.”
검은 머리에 붉은 눈.
십 대 후반에서 약 20대 정도 되어 보이는 부드러운 인상의 미남이다.
장난스런 미소를 지어 보인 그는 청년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일반인이 말려들면 위험하니까 조심해.”
“오지랖은.”
피식 웃는 청년을 보며 막시모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봐. 이번에 무투 대회 구경하러 온 거야?”
“음?”
“타국 사람 같은데. 이렇게 된 거 나랑 술이나 한잔할래?”
키득거리며 그가 장난스레 손을 쫙 펼쳤다.
그러자 손가락 사이사이에 마치 마술처럼 금화가 끼여져 있다.
“나 돈은 많거든. 당신 제법 호의가 가는데 내가 한잔 살게.”
“갑자기?”
“그냥. 당신 보니까 누가 떠올라서.”
키득거리며 그는 손을 내밀었다.
“난 막시모스. 넌?”
“데이비.”
“이름 좋네. 잘나신 성자 나리하고 같은 이름이고.”
“그런가?”
“무슨 상관이야. 가자! 내가 끝내주는 곳을 아니까. 아, 혹시 나이가?”
“열아홉.”
“동갑이네! 말 놔도 되지? 그쪽도 놔!”
“사준다는데 거절할 수야 있나.”
씨익 웃는 청년을 보며 막시모스는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 * *
데이비와 막시모스는 서로의 정체를 캐묻지 않은 채 조용한 술집을 찾았다.
“영감. 나왔어.”
“아니 또 오셨수?”
“됐고, 늘 먹던 거로 내와. 이번엔 외상 아니니까 노려보지 말고.”
“쯧쯧. 적당히 처먹고 돌아가시구랴.”
그렇게 말하며 그는 혀를 끌끌 차며 독특한 향이 돋는 술을 내왔다.
“마셔봐. 저 영감이 성질머리가 저래서 문제지 정말 기가 막힌 술을 팔거든.”
“향이 신기하네.”
데이비가 술잔을 한 모금 마셨다.
달달한 꿀의 향이 입안 가득 퍼져나가면서도 독주 특유의 톡 쏘는 맛이 감돈다.
“오. 괜찮은데?”
“그렇지? 끝내준다니까? 자자 어서 들어!”
막시모스는 생각보다 입담이 좋았다.
자신이 테라리아 왕국의 12 왕자라 밝힌 그였지만 행동거지는 왕자보다는 소탈한 평민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솔직히 무투 대회라고 해봐야 애들이 모인 경기잖아. 보통 그 정도 나 이대에 잘났다고 하는 놈들이라고 해봐야 다들 쥐뿔도 없는 놈들이거든.”
낄낄 웃으며 그가 잔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럼 참가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럴 순 없지. 난 무술을 참 좋아하거든, 재능이 좋아서 노력하지 않아도 나를 강하게 만들어주니까. 인생을 편하게 살게 해주잖아?”
“흐음.”
“그래도, 이번엔 그 성자인지 뭔지 하는 왕자도 온다더라. 이름이 뭐랬더라…… 풀 네임이 기억이 안 나네. 어쨌든. 그 사람은 나를 좀 재밌게 해줄까 기대는 하고 있어.”
“재밌게라…….”
“뭐가 됐건 결국은 내가 이길 테지만.”
자신감이 대단했다.
“그는 마법사라더라. 마법사가 격투술을 잘해봐야 얼마나 잘하겠어?”
그의 말에 데이비가 고개를 저었다.
“모르지. 세상엔 별의별 미친놈들이 다 존재하니까.”
“그런가? 아하하 너 진짜 말 함부로 막 하는구나? 듣기로는 성자가 성격이 마냥 좋은 인간은 아니라던데. 들으면 널 족치는 거 아니야?”
“나보단 네 걱정을 더 해야 할걸?”
“푸하하하핫!”
타악!!
나무잔이 부딪혀진다.
“끅! 이렇게 된 것도 인연인데 내일 있을 경기에 구경하러 와. 친구를 위해서 화려한 경기를 보여줄게.”
“글쎄, 연습도 안 한다면서, 지금 보면 화려하게 질 거 같은 데.”
그 한마디에 그가 움찔거렸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네. 난 연습 안 해도 강해. 재능이 끝내주거든.”
“내가 아는 성자는 네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강하다고 들어서 말이야.”
“그거야…….”
“지금 네 마음가짐으론 힘들지 않을까? 거기다가 스스로 암시까지…….”
그 말에 막시모스의 표정이 찡그려졌다.
“야.”
쿠당탕!!!
그리고, 좀 전까지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는 데이비의 멱살을 틀어쥐고 조용히 말했다.
“적당히 하자구. 아무리 친구 사이가 됐다고 해도 파고들어서 될 게 있고 안될 게 있잖아? 그렇지?”
“…….”
“대회가 끝나고도 다시 만나면 그때도 한잔하자. 그땐 더 끝내주는 거로 소개해줄게. 그러니까 괜한 거로 트집 잡아서 파고들진 말자고, 서로 사생활이라는 게 있잖아.”
그렇게 말하며 미련 없이 몸을 돌리는 그를 보며 데이비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데이비 님.”
그때 언제 왔는지 테이블 밑에서 륀느가 고개를 쏘옥 내밀었다.
“내놔.”
“륀느, 알코올 성분을 분석해봐야…….”
“내놔. 그거 내 꺼야.”
다시 한번 말하자 녀석이 짧게 혀를 차며 숨겨둔 술잔을 내밀었다.
“맛은 좋네.”
그렇게 웃어 보이며 데이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 무슨 상관이야.”
“굳이 새싹을 밟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 륀느가 데이비 님의 양민학살을…….”
어디서 그런 단어를 배운 건지.
아, 리오리였나?
데이비가 피식 웃으며 륀느의 어깨를 두드렸다.
“륀느. 내겐 중요해.”
일리나의 바니걸이 기다리고 있다.
페르세르크는 고양이 발과 꼬리라고 했던가.
에이리아도 만만찮은 무언가를 준비했다고 한다.
하나같이 본인들이 죽었다 깨어나도 입고 싶어 하지 않아 할 거대한 업계포상이 있는데.
“나라고 필사적이 아닐 수 없다!!”
“…….”
“아이나.”
“네.”
자신의 일을 해결한 직후 아이나는 다시 내게 소속되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테라리아 왕국 12 왕자 막시모스 반 테라리아에 대한 정보 아는 거 있어?”
“있습니다.”
역시. 정보통. 확실해서 좋네.“
“그래?”
“당신이 없다면 확실한 우승 후보니까요. 실제로 전날 익스퍼터급 무투가 다수를 상대로 상처 하나 입지 않고 이긴 전례가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무술을 상당히 좋아했습니다만, 본래 재능이 없었으나 어느 날을 기점으로 재능이 폭발한 케이스입니다. 말버릇처럼 무술을 좋아한다 말하는 게 조금 이례적인 특징이네요.”
“오만할 만하네. 그런데 웃긴 놈이네. 좋아해? 좋아하는 놈이 당장이라도 형체만 있으면 쳐 죽이고 싶다는 얼굴을 하나?”
그 정도 실력이 되려면 마스터 급이다.
하지만 십 대 소년 소녀들 사이에 마스터가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
그 정도 재능이라면 자신의 힘에 상당히 자부심을 가지고 힘에 흥미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데이비가 만난 막시모스는…….
무술을 극도로 증오하고 있었다. 또한, 그의 행동거지는 과장된 부분이 보인다.
“아. 그리고 추가 정보가 있습니다.”
“뭔데?”
“데이비 님 당신의 동생인 바리스 왕자와 과거에 막시모스 왕자가 친분을 쌓은 적이 있습니다.”
“바리스가?”
지금쯤 녀석은 윈리와 투덕거리며 숙소에 짐을 풀고 있을 것이다.
내가 잠깐 수도를 구경하기 위해 몰래 빠져나왔으니 말이다.
“바리스가 마냥 오만하고 막돼먹은 놈을 친구삼지는 않을 텐데.”
내 중얼거림에 아이나는 조용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리고, 현 테라리아 국왕이 그에게 반드시 1등 할 것을 명령했다더군요. 하지만 그가 연습하는 모습은 포착된 바가 없습니다.”
녀석이 증오를 쏘아 보내는 대상은 내가 아닌 무술 그 자체였다.
내가 본 그는 연습을 하지 않아도 강하니까 연습을 하지 않는 게 아니다.
“뭐, 까보면 알겠지.”
대회에서 만나면, 말이다.
“그래도 새로 사귄 친군데 말이야.”
비어버린 술잔을 탕! 하고 내려놓은 채 데이비가 당당하게 소리쳤다.
“주인장! 여기 이 맛있는 맥주 제조법을 사지!”
“안 파오. 이건 돈으로 값을 매길 수 없는…….”
“백금화 30개!”
“어허!! 나를 지금 돈으로 사려는 게요?!”
“50개. 그리고 이 맥주로 생긴 수익의 일부를 매달 양도할게.”
“라고 하기엔 너무 큰 돈이구려. 따라오십시오.”
태세전환은 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