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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879화 (879/1,559)

제 879화

“그래서? 누군데요? 보통 프로게이머들 합숙하는 데엔 여성 게이머들이 없을 텐데? 스트리머 쪽인가?”

있어도 보통 다른 사옥을 쓰곤 한다.

날마다 부대끼며 지내야 하는데 남녀가 한 공간에 있을 순 없으니까.

“그건…… 비밀입니다.”

시우의 대답에 한유나는 피식 웃어 보였다.

한쪽에선 김박수가 잔뜩 술에 취한 채 꼴사나운 짓을 벌이고 있다.

“으허허헝! 지아 씨! 제가 지아 씨 잘 못 들은 것 같아서 한 번 더 말할게요! 저 지아 씨 진짜 좋아해요오!”

술이 깬 지 얼마나 됐다고.

고성방가를 지르는 박수를 걷어차 침묵시켜버리는 한유나였다.

“부작용이 이래서 약을 안 판다는 거야 멍청아.”

깨는 건 좋은데 술을 한 모금만 다시 마시면 정신이 다시 고주망태가 되어버린다는 단점이 있다.

사실 이 부분에 관해선 다음에 데이비와 만나면 조율을 해볼 생각을 하고 있는 그녀였다.

성격이 사이코패스 같은 인간이라곤 하지만 데이비의 실력과 지식은 지구 티오니스 가릴 것 없이 정말 경이로운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나도 연애애애…….”

칭얼거리는 박수를 보며 한숨을 내쉰 그녀가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자. 여기 안 그래도 남자친구 소개시켜달라며 애걸하는 애들이야. 지아는 내가 허락 못 하지만 얘들은 지들이 원하니까 어디 한번 봐봐.”

“오! 마이 사랑 마가! ‘마’ 자가 둘이라서 마마!”

“네 주둥아리를 닥쳐주시옵소서 마마.”

그렇게 말하며 한유나가 보여준 사진을 이리저리 넘기는 김박수였다.

그런 박수의 행동에 시우도 관심이 생겼는지 시선을 흘끗 보낸다.

“끄응…… 아무리 그래도 역시 지아 씨만 한 사람은 없나 보다.”

“꿈 깨라. 소주병으로 머리통 깨버리기 전에.”

굉장히 가벼운 말투지만 한유나가 사진을 보여주는 데엔 김박수라는 인간의 인간성이 보기 드물 정도로 유쾌하고 좋기 때문이기도 했다.

솔직한 말로 그리 친하지도 않은 사진 속의 여자들을 보여주는 게 꺼려지는 건 박수보다도 여성진 쪽이 더 아직 믿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물론 잔뜩 취한 놈이 제대로 볼 수야 있겠느냐마는 그저 달래는 용도로 넘기기엔 충분하다.

“우와아…… 어라?”

그때 스마트폰의 사진을 넘기던 김박수가 눈을 게슴츠레 떴다.

“오오…… 진짜 꽂힌다 꽂혀. 미소 봐, 대박. 이 사람 그때 걔 아냐?”

“누군데?”

시우가 궁금한 듯 고개를 들이밀었다가 눈을 부릅떴다.

“어?”

“야! 개인 사진을 왜 봐, 미친놈아!”

스마트폰에 찍혀있는 사진은 다름 아닌 청록빛의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소동물처럼 귀여운 소녀와 그런 소녀를 끌어안은 채 너무도 매력적인 웃음을 짓고 있는 금발 소녀의 사진이었다.

“와씨. 미소 진짜. 대박…… 미스코…… 아니지 연애…… 아니지 하여튼 대박!”

청바지에 탱크톱을 입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시우는 손을 파르르 떨었다.

“이 사람…….”

박수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넘기려 들었지만, 시우가 팔을 뻗어 그를 저지한 뒤 사진을 뚫어져라 처다보았다.

“유나 씨!!”

이윽고 뭔가 생각한 듯 그가 한유나의 손을 콱 잡았다.

이에 한유나가 깜짝 놀라 움찔거렸다.

“부탁이 있습니다! 저도 소개시켜주세요!”

“뭐…… 뭐라고요?”

그것이 일의 발단이었다.

* * *

“한 번만! 한 번만 만나게 해주시면 됩니다!”

그의 필사적인 외침에 한유나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일의 원흉인 김박수는 한쪽에 뻗어 벌써 잠들어버렸다.

“아니 그러니까…… 대체 왜요.”

“제가 찾던 사람이에요! 아시잖아요! 아마추어 경기에서!”

“아…… 확실히 그런 일이 있었지.

사진 속의 금발의 소녀, 일리나가 시우와 한판 게임을 하고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는 그녀도 들고 봐서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시우 씨.”

“네?”

“이런 말 하긴 미안한데. 유부녀 건드리다가 큰일 나요.”

“…….”

그 말에 시우가 바짝 굳어버렸다.

“뭐, 첫눈에 반할 만큼 예쁜 사람인 건 아는데. 그래도 알건 알아야지.”

“그, 그게…….”

“아니 뭐 이해해요. 아직 결혼했을 것 같은 나이가 아니긴 하지. 실제로도 상당히 어리고. 겉보기에 누가 결혼한 새색시라 생각하겠어. 근데 진짜야. 결혼한 지 벌써 시간 꽤 됐는데.”

“으어어…….”

“게다가요. 남편이 진짜 무서운 놈이에요. 아주 사이코패스 새끼라니까?”

데이비가 들었다면 난리가 나겠지만 없는 곳에선 왕도 욕한다고 무슨 상관이랴.

그 말에 시우는 그녀의 남편이 혹시 무서운 깡패 같은 존재인가 착각하게 만들었다.

“그럴 수가…….”

“혹시 반했다는 게…… 일리나였어요?”

“그게…….”

“에휴. 누굴 탓하겠니…… 됐고 지금이라도 알았으면 괜한 짓 하지 말아요. 내가 아는 그 인간은 질투심이 상당해서 시우 씨가 좋은 의도를 가졌건 나쁜 의도를 가졌건 괜한 짓 하다가 걸리면 진짜 뼈도 못 추릴걸?”

그 미치광이 앞에서 세계적인 프로게이머 같은 게 소용이 있을 거라 보는가.

그렇게 말하자 그가 허겁지겁 다시 한유나의 손을 잡았다.

“그…… 그럼 한 번만!”

“예? 아니 방금 제가…….”

“다른 거 다 필요 없으니 한판만 게임 같이 하자 말해줄 수 없습니까?!”

“네?”

뜬금없는 소리에 그가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진짜 다른 거 다 안 바랍니다! 게임 한판만 더해보면 됩니다! 진짜 다른 건 안 바래요!”

그의 외침은 절박했다.

그 집념도 대단한 터라 한유나는 스위치가 잘못 건드려졌나 싶어 부르르 떨 정도였다.

“아니 이 사람이 왜 이래?!”

“저 진짜 그때 한번 진 이후로 잠도 못 자고 있어요! 꿈만 꾸면 박스 캐릭터한테 뚝배기 터지던 장면이 떠올라서 불쑥불쑥 깨고 그럽니다!!”

“으아아…… 이 사람 왜 이렇게 질겨?!”

“제발요오!”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그의 눈에는 이젠 남녀관계가 아닌 철저한 워커홀릭의 향이 풀풀 풍기기 시작했다.

그만큼 자신의 직업도 사랑하기 때문일까.

한유나는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아…… 알았어요. 그래 뭐 게임 한판 가지고 무슨 일이야 있으려고, 일단 연락은 해볼게! 그런데 기대하지 말아요!”

“부탁드립니다!”

애초에 티오니스에 없는데 연락이 되기야 하겠는가.

한유나는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일리나의 번호로 두리안 톡을 보냈다.

[일리나 황녀님. 연락받으면 답장 줄 수 있어요?]

사실 대답이 올 가능성은 낮았다. 어지간하면 지구에 그들이 올 일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유나 언니? 네, 무슨 일이세요?]

놀랍게도 일리나는 지구에 와있었다.

그 말인 즉.

“이 인간도, 지구에…….”

본능적으로 식은땀이 흐른다. 좀 전까지만 해도 데이비를 신나게 씹어 돌렸는데.

혹시나 그가 듣지는 않았는가. 두려움이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가 또 기행을 벌여서 자신을 그 끔찍한 제작 지옥으로 밀어 넣는 건 아닐까.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그게 진실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다. 노예 1, 2호 집합. 만들 게 있다.]

[혀, 형?! 저 데이트 중인데!]

[됐고, 오늘은 용서하마. 내일부터 시작한다. 니들 수준으로 만들기 힘들지도 모르니 랭크 좀 더 올리자.]

끔찍한 기억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녀의 불안은 현실이 되었다.

* * *

라티아나 왕녀에게 빛을 되찾아 준 이후 그녀는 자신이 앞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쉬이 믿기지 않는지 너무도 행복해 보이는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다.

[오라버니께서 어떤 표정을 지으실까요?]

[정말 감사합니다. 데이비 왕자님! 평생 은인으로 모실게요! 혹시 제 몸을 원하신다면…… 마음까진 드릴 순 없지만…….]

쥐방울만 한 게 발랑 까져가지고.

아이답게 순수하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수술의 의도 자체는 상당히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나는 다른 생각에 이르기 시작했다.

“이거…… 잘만하면 떼돈 벌겠는데.”

사람이 돈을 좋아하는 게 뭐가 나쁜가.

돈, 즉 화폐는 현재의 평온을 유지시켜주는 원동력이다.

엄청난 복지로 영지민들을 폭행할 수 있는 것도 전부 돈과 기술이 있기 때문이니까.

그 사실은 영원히 변치 않으리라.

지금이야 달의 풀이나 에오니샤가 만든 휴대용 시계로 돈을 번다지만 언제까지고 그것만으로 밀고 나갈 순 없다.

의술의 도시.

까짓거 한번 시작했으면 확실히 끝을 봐야지.

그렇게 하기 위해선…….

“지구로 가야 해.”

“지구에는 왜?”

푹신푹신한 고양이 발이 마음에 드는지 자주 끼고 내 얼굴에 장난을 치는 페르세르크가 물어왔다.

일리나의 바니걸 사건 이후 페르세르크는 발랄한 의상에 고양이 꼬리와 발을 낀 모습을 내게 보여주었다.

상당히 우위에 있는 그녀는 자신이 입은 의상이 부끄럽지도 않은지 고양이 흉내를 내던 그녀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그 외에도 에이리아가 선택한 옷도 제법 놀라웠다.

대체 누가 이런 정보를 제공한 것인지.

분홍빛의 간호사 복장을 입은 채 남들에겐 보여주지 않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부끄러워하던 모습은 아직까지도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일 중 하나였다.

“지구의 의학은 티오니스에 비하면 확실히 발전해 있으니까. 그곳의 장비를 마법으로 구현할 수 있게 해볼 거야.”

“확실히 지구의 의학 장비는 대단하니까. 그럼 지구로 다시 가야겠구나. 가는 김에 본녀도 같이 데려가 주었으면 해.”

“볼일이 있어?”

“쇼핑.”

이전의 고양이 복장에 흥미가 생겼는지 그녀는 다른 것들도 사보고 싶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나야 좋으니 상관은 없다만.

“간 김에 전에 맡겨놓았던 것도 찾아봐야 하지 않겠어?”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구에서 티오니스로 오기 전 나는 서윤과 윤석에게 모종의 의뢰를 맡겨놓고 두사람을 공간 너머로 던져둔 적이 있었다.

슬슬 돌아올 때가 되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파밍을 보내놨으면 가져온 것들을 날름 챙겨야지.

그렇게 다시 지구로 향하는 차원 문을 열어젖힌 나는 도착하기가 무섭게 스마트폰을 켠 뒤 서윤과 윤석에게 연락을 보냈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두 사람에게서 답장이 왔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 어디에요?! 지금 제가 갈게요!]

그렇게 경계하더니. 그 안에서 본 게 제법 충격적이었나 보다.

그렇게 나는 두사람을 따로 만났고 그들에게서 처음 보는 광물과 약초, 촉매제 그 외에 빛나는 돌을 받을 수 있었다.

그 후 그들은 그 내부에서 몬스터들이 진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왔지만 빛나는 돌을 본 시점에서 나는 대충 이미 파악을 끝낸 후였다.

“주변을 멋대로 조종하려 드네.”

“네?”

“아니야.”

새하얀 보석은 실시간으로 주변에 있는 것들을 억지로 변화시키려 하고 있었다.

아마 단순한 마석이 특수한 조건에 이렇게 변해버린 것이리라.

“그나저나 사람의 흔적이 있었다고?”

“네. 개인적으로 조사해보곤 있지만 이렇다 할 소득은 없어요.”

“어딜 가든 욕심이 그득그득한 것들이 사고를 치지.”

“누군지 몰라도 찾아낸다면 반드시 응징을 받게 할거에요.”

서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려 윤석을 바라보았다.

녀석의 팔은 부러진 것처럼 부목을 하고 있었다.

“팔에 저주가 서렸나?”

“…….”

내 물음에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겉보기엔 단순히 뼈가 부러진 것처럼 보이지만 내 눈에 비친 그의 팔은 생명력이 차단된, 즉 죽어버린 팔이었다.

“어쩌다 보니까.”

“오빠는 저를 구하려다가 그만…… 회복마법이나 의술로도 치료가 안 된다고…….”

그 말에 윤석이 혀를 찼다.

“네 잘못 아니야. 그놈이 강했던 거지.”

“그래도 죽지 않고 나왔으니 다행이네.”

“…….”

괜찮다고 말하지만, 그의 표정은 사실 좋아 보이지 않았다.

졸지에 팔 한 짝을 잃어버렸으니 좋을 리가 있나.

이에 나는 천천히 그의 팔을 향해 손을 뻗었다.

회복 마법으로 해결이 안 된다고? 웃기고 있네.

“회복마법으로 안되긴 뭐가 안돼. 서비스다.”

신경이 괴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건 저주에 가깝다. 저주만 해결하면 문제는 금방 풀어지리라.

녀석들이 마주한 적이 어떤 놈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었다.

[은총 가져다 씁니다.]

과거엔 기도를 통해 은총을 내려받았다면.

지금은 내 의지를 통해 가져올 수가 있게 되었다.

[8위계 성마법]

[하이 리커버리]

상위재생 마법이 순식간에 발현되자 빛이 퍼져 나온다. 이에 두 사람이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이미 장막이 펼쳐진 탓에 그 빛을 눈치챈 이는 없었다.

“세상에 이게 어떻게…….”

“회복마법도 위계가 있는데 하위회복마법으로 치료하려 드니 당연히 안되지.”

아무렇지도 않게 본래 불가능한 일을 해내 버린 탓에 더욱 놀란 모양이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지 윤석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동시에 새까맣게 죽어가던 그의 팔이 본래대로 돌아온다.

“우, 움직인다…… 움직여!!”

그가 당황한 듯 소리치자 내가 경고를 박아넣었다.

“저주만 해제한 거야. 치료도 해두긴 했지만 당분간 무리하지 마라. 그러다 작살내면 내 손으로 그 팔을 못 쓰게 만들어버릴 테니까”

내 말을 듣는지 안 듣는지 윤석은 움직이는 자신의 팔을 보며 환호성을 내지르기 바빴다.

“그래서? 계속 추적할 거냐?”

“네.”

“보통 영화에서는 그런 애들이 먼저 죽더라.”

“당신은 타 세계 사람이면서 지구에 대해 왜 이렇게 잘 알아요?”

“사람 사는 곳 다 똑같은 거다.”

서윤은 내 말이 퍽 웃겼는지 그대로 피식 웃어버렸다.

“고마워요.”

“고마우면 앞으로도 이런 거 종종 발견하는 대로 가져오라고. 그런 균열은 한두 개가 아니니까.”

새로운 물질은 즉 가능성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건넨 것들의 가치를 아직 잘 모르고 있다.

“저희를 왜 이렇게 도와주세요?”

그녀의 물음에 나는 빙그레 웃어 보였다.

눈앞에서 노예 4호 5호라고 하면 저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나는 새하얀 빛이 나는 돌멩이와 처음 보는 광석을 챙긴 뒤 나는 스마트폰을 들었다.

새로운 소재는 천천히 알아보기로 하고. 우선은…….

[노예 1, 2호 집합 만들게 생겼다.]

스마트폰을 통해 연락을 때리기가 무섭게 비명과도 같은 반발이 돌아온다.

이것들이 간이 많이 커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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