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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880화 (880/1,559)

제 880화

251. 복권 당첨될 확률

[포도맛캣타워]

[마가] 한유나.

두 사람은 상당히 알려져 있으면서도 모르는 이도 제법 되는 존재라 할 수 있다.

각성자로써 강대한 힘을 보유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알프 온라인을 즐길 때 그들은 라이트 유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 앞에 나타난 한 악랄하기 그지없는 인물을 만나면서 그들의 인생의 뒤집어지고 말았다.

“힘 숨겨서 어디다 쓸래. 사람이나 살리게 재능 기부 좀 더하자.”

“아니 형, 이제 저 은퇴해도…….”

“은퇴는 무슨 누구 마음대로.”

“악랄한 인간…… 이제야 좀 자유로워지나 했더니…….”

“전처럼 무식한 걸 만들라 시키진 않을 거야. 너희 기준에서도 간단한 거다.”

데이비의 말에 두 사람은 시선을 교환했다.

“정말이죠?

“믿어도 되는 거죠?”

불안한 얼굴로 묻는 두사람을 보며 데이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믿음이 나락으로 처박히는 데엔 오래 걸리지 않았다.

* * *

각성자의 제작능력은 독특한 부분이 있다.

기본적으로 야장술과 연금술로 대부분의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

구조를 정리하고 설계하며 그 물질이 가진 역량의 시너지를 최대한 일으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들은 기본적으로 그것들이 가진 힘의 역량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마치 신의 축복에 자신의 제작 랭크를 이용해 새로운 물질을 창조하는 것을 요청하는 것처럼 말이다.

3번 휘둘러 상대의 방어를 격살시키는 해머, 코로나 디스트로이어가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제작 랭킹 1위라곤 하지만 그들이 만들었다고 하기엔 코로나 디스트로이어의 효율은 너무 지나치게 이질적이고 좋으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고성능의 무언가를 만들어낼 때 걸리는 조건일 뿐이다.

문제는…….

성공확률에 있었다.

“물질변환으로 컴퓨터 인공지능과 마정석을 섞어 새로운 매개체를 만들어내는 거.”

마가가 핼쑥하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단순작업이라지만 이거 성공 확률이 800만 분의 1인데요?

“그래.”

“로또 1등 당첨 맞을 확률인 건 알아요?”

“복권이라면 알고 있지. 그게 왜?”

“그걸 말이라고!!”

마가가 대뜸 내 멱살을 잡는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800만 번을 제작하라니 미쳤어요?!”

“뭘 새삼스럽게, 거기다가 무조건 800만 번 채우라는 보장도 없잖아.”

“왜 나만…….”

울상이 된 채 그녀가 무너져 내린다.

“포도 자식은 꿀 빨겠네. 결국, 복잡한 건 내가 다하니까.”

마가의 침울한 중얼거림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니가 제작 시도하는데 들어가는 재료. 그걸 그놈이 만들고 있어. 걱정 마.”

“아…….”

“니가 끝나기 전에 그놈에게 해방 따윈 없다.”

내 말에 그녀의 얼굴에 음산한 웃음이 서린다.

“아…… 바로 성공하진 말았으면 좋겠네요.”

싸이코 같은 여자 같으니.

“그리고 이번엔 나도 직접 나설 거다.”

완성품만 나오면, 내가 직접 고난이도의 수술을 거치지 않고도 앞을 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다시 빛을 되찾아 줄 수 있다.

물론 그 조건이 상당한 외과 수술 실력에 걸리지만 말이다.

지옥에서 끓어오르는 듯한 절규 소리를 외면한 채 나는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 * *

“어디 가려고?”

“아. 잠시 바깥에 볼일이 있어서.”

예쁜 의상을 입은 채 나갈 채비를 하고 있는 일리나는 상당히 담담한 표정이었다.

“볼일?”

“응. 유나 언니의 부탁이라 거절하기도 그렇고. 잠깐 나갔다 올게.”

“남자냐?”

“응.”

담담하게 대답하는 그녀였다.

“그래. 잘 다녀와.”

“금방 다녀올게.”

의심이라곤 한 톨도 보이지 않는 대화였지만 그녀도, 나도 이상하게 생각지 않았다.

그렇게 일리나가 떠나고 나는 말 없이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따라가 보려고?”

“아니. 애도 아니고, 굳이.”

흔들의자에 기대듯 앉아있던 내 앞으로 페르세르크가 다가왔다.

그녀는 야시시한 표정으로 내 위에 걸터앉듯 올라서며 장난스런 미소를 지어 보였다.

“본녀는 고양이일세.”

“보통 고양이들이 요망하긴 하지.”

매력적인 웃음을 지어 보이면 그녀가 장난스레 푹신한 고양이 발로 내 뺨을 콕콕 찔렀다.

“어때? 기운이 드는 게야?”

그녀의 장난스런, 언 듯 보면 약간 비웃는듯한 미소에 나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뺨을 천천히 쓰다듬고는 그대로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고는 품에 엎어지게 만들었다.

어정쩡한 자세로 엎어진 그녀가 놀란 듯 나를 바라본다.

이에 내가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덜컹!!

갑작스레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어…… 올 시간을 잘못 잡았나?”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는 현아와 부드럽게 웃고 있는 삼촌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현수야. 아니, 이제 데이비라고 했구나. 데이비. 삼촌이 눈치가 없었던 모양이니 다음에 오마.”

그렇게 말하며 삼촌이 돌아선다.

이에 페르세르크가 그대로 고양이 발을 끼운 손을 들어 내 얼굴을 콱 밀쳐버리고는 벌떡 일어났다.

“어서 오세요. 별일 아니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겝니다.”

부드러운 미소에 돌아서 나가던 삼촌이 어색하게 웃는다.

“신혼부부가 한창 깨를 쏟는데 늙은이가 찾아와서 민폐를 끼쳤군요.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질부.”

“말씀 편하게 하십시오. 본녀는 괜찮습니다.”

어색한 기침을 하는 삼촌 뒤로 다시 고개를 쏙 내민 현아가 내게 다가온다.

“올…… 오빠야. 분위기 좋다?”

“무슨 일이야. 여기까지 오고. 연락도 없이.”

“그게. 삼촌이 그냥 오빠야가 보고 싶다고 해서.”

“연희 누나는?”

“회사 일. 한창 프로젝트로 바쁠 시기라.”

그렇게 말한 그녀가 한숨을 내쉰다.

“이제 좀 시집도 가고 하면 좋을 텐데.”

“누가 할 소리를. 네 앞가림이나 잘하세요. 누구 걱정을 하고 있어.”

“그 성질머리 어디 안 가네.”

“어머나. 손님이 오셨네요.”

부엌 쪽에서 과일을 가지고 오던 에이리아가 놀란 듯 귀를 쫑긋거렸다.

* * *

자잘한 이야기를 나누며 허허 웃어 보인 삼촌이 찾아온 데엔 큰 이유가 있지 않았다.

그저, 죽고 다시 태어난 조카가 잘살고 있는지 보고 싶었다는 것이었다.

“사실은 말이다. 현수…… 아니 데이비.”

“현수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본래 그 이름을 버릴 생각이었지만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일까요.”

내 대답에 삼촌이 옅게 웃어 보였다.

마당에는 라이트 세이버를 들고 과일을 던져 보기 좋게 잘라내는 기행을 벌이고 있는 륀느와 그것을 보며 어색하게 웃는 에이리아. 신기한 듯 손뼉을 치는 현아가 보였다.

“현수야.”

“삼촌, 제가 할 말이 있으신 거 같은데요.”

“…….”

내 물음에 그가 쓰게 웃었다.

“현수 너. 혹시 신성 그룹의 일을 배워볼 생각은 없니?”

그의 물음에 내가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전생의 내 삶을 지탱해주었던 그토록 든든한 삼촌이 왜 이렇게 왜소해 보이는 것일까.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현아도, 연희도 이 못난 삼촌을 돕는다고 회사 일에 처박혀서 자기 꿈도 못 이루고 시집도 못가고 저러고 있지 않냐.”

“삼촌.”

“네가 일을 배워서 이 회사를 물려받았으면 한다.”

비록 왕자, 혹은 하인스 영지의 영주라는 입장에서 세계 굴지의 기업이라는 신성 그룹 자체가 크게 매력적이진 않다.

“회사에 집착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현수 너도 알겠지만 지금 이곳은 수많은 각성자와 몬스터가 싸우고 있다.”

“그렇죠.”

“거기서 수많은 희생자도 나고 있지. 신성 그룹은 말이다. 현재 그런 각성자들을 서포트하고 특수한 파장 감지 장치를 개발해 전 세계 사람들이 보다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단다.”

넬타리드의 일면인 파괴와 흉신은 사멸했지만, 그들이 남겨놓은 세계의 뒤틀림은 지구의 한쪽 면모로 자리 잡은 지 오래였다.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신성 그룹이 만들어진 것도 지금은 거의 붕괴되어버린 넬타리드 교단의 지원과 약속, 그리고 대의를 받았기 때문이지. 하지만 지금의 신성 그룹을 이끄는 주주 중 절반 이상은 그런 대의보다는 하나의 장사를 위한 기업의 모습을 원한단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마냥 좋게 보지 않았다.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아. 그렇기에…….”

“중간을 잘 유지할 존재가 필요하다는 거죠.”

“필연적으로 적이 많아질 수밖에 없지.”

그가 내게 부탁하려는 건 상당히 고역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다.

“삼촌.”

“크흠. 삼촌이 못난 모습을 보였구나. 이 이야기는 잊어다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마음을 다시 고쳐먹은 듯했다.

“사랑하는 조카와 질부의 생활을 보면서 그런 힘든 일에 너를 밀어 넣는 건 삼촌의 욕심이겠지.”

“삼촌.”

내가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것보다 우리 조카. 정말 능력 좋구나. 왕국의 공주님들이라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티오니스도 한창 정신이 없었으니까요.”

“하하하. 그래. 그래도 삼촌은 한 명만 사랑했으면 한다만.”

“그러게 말입니다.”

처음엔 그와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지금 나름대로 괜찮은 거 같네요.”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삼촌은 슬슬 돌아가 봐야겠다. 현수 네가 잘살고 있는 걸 봤으니 더는 여한이 없다.”

“삼촌.”

“그래도. 가끔은 찾아와 주려무나. 네 부모님의 기일에 얼굴 한 번 정도는 비쳐서 아들 잘 살고 있다고 한마디 정도는 해줄 수 있잖니.”

“생각해볼게요.”

그때였다.

우우웅!! 우웅!

스마트폰이 맹렬하게 울린다.

대상은 다름 아닌 넬타리드의 둘 남은 심복.

발키리아 종족인 프레이아였다.

-인간!

“요즘은 신의 사자도 스마트폰을 쓰냐?”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금기를 범한 자들이 나타났다! 인간 너를 노리고 있어!

“나를?”

-그래! 아무래도 네가 만든 달의 힘을 이용하는 것 같아. 그러니까…….

콰아아앙

멀지 않은 곳에서 폭음이 들려온다.

“무슨…….”

삼촌의 중얼거림에 나는 스마트폰을 향해 조용히 말했다.

“끊는다.”

“뭐…… 뭐?!”

“……삼촌. 잠시 기다려주세요.”

갑작스런 폭음에 여유를 만끽하며 즐기던 에이리아나 륀느도 고개를 들어 보였다.

허공에 던진 과일 하나가 힘없이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방금 일리나가 간 방향이었을 텐데?”

페르세르크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 * *

“저 여자군요.”

검은 복장을 입은 사내가 빌딩의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보통 인간의 시력으론 도저히 구분할 수 없지만, 이들은 전혀 상관하지 않는 모양새였다.

“이토록 완벽한 축복이라니 놀랍군요. 그래. 저 여자를 사로잡으면 되는 겁니까?”

“조심하십시오. 상대는 티오니스 성자의 사람입니다. 뭔가 한 수를 숨기고 있을…….”

“뭐 별거 있습니까. 저희가 빌려온 그 마신이라면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을 텐데요.”

그렇게 말하며 그가 손가락을 튕긴다.

동시에 근처에 있던 이가 신호를 보내기가 무섭게…….

콰아아앙!!

한 사내와 찻집에서 앉아 대화하고 일리나가 있던 공간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티오니스 성자는 위험하기 그지없는 자이니 최대한 조심해서 목표를 회수하세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시우 씨?! 시우 씨! 정신 차리세요!”

피를 흘리며 쓰러진 남성을 부축한 채 일리나가 당황하여 소리쳤다.

너무 뜬금없고 전조 없는 습격이었으니 말이다.

“회수할 마신을 보내라. 귀한 몸이니 함부로 잃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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