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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887화 (887/1,559)

제 887화

“젠장! 젠장 막아!!”

저벅저벅 걸어오는 나를 향해 그들이 겁에 질려 소리 지른다.

탕! 탕!!! 탕탕!!

맹렬한 격발음과 함께 공기가 찢어지며 탄환이 내 전신을 노리고 날아들지만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나를 보호하듯 허공에서 탄환들을 모두 낚아채 가루로 풍화시켜버렸다.

고위 흑마법이 실시간으로 몸을 회전하며 모조리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

저들의 입장에서 나는 뜬금없는 날벼락일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정체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들 조직은 나의 존재를 눈치채고 있다.

휘리리릭!! 퍼헉!!

강한 힘에 튕겨 나간 특수부대원 하나가 피를 뿌리며 쓰러진다.

“으…… 으아아아아!! 오지 마! 이 괴물아!!”

겁에 질린 이들의 외침 속에서도 나는 담담하게 나아갔다.

“주, 죽어라!!”

급기야 패닉에 빠진 이들은 나이프를 뽑아 들고 근접전으로 나를 어찌해보려 한다.

하지만. 그의 나이프가 찔러 들어옴과 동시에 팔을 휘감아 비튼 내가 아주 짧고 절도있는 동작으로 그의 복부를 가볍게 후려쳤다.

터어어엉!!!

하지만.

가볍게 후려친 것치고는 거대한 가죽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덤벼들었던 특수부대원이 튕겨 나갔다.

픽픽픽!!

그리고 쓰러진 그를 가볍게 밀 듯 쓰러뜨리기가 무섭게 시선도 돌리지 않고 손을 허공에 휘젓자 손아귀에 황동색의 철갑탄두들이 순식간에 빨려 들어온다.

“도…… 도망쳐!! 지원을 요청해!!”

대적 자체가 소용이 없음을 깨달은 그들은 필사적으로 다시 내달리기 시작했고 그런 그들을 무심하게 바라보던 내가 허공에 황색의 탄환을 던졌다.

티잉!!!

동시에 허공에 뛰어오른 탄환은 극도로 압축된 공기의 충격파에 맞아 튕겨 나갔고 고성능 케블라 방탄복을 종잇장처럼 찢어발기며 그들을 쓰러뜨렸다.

해저 기지 전체에 시끄러운 사이렌이 울려 퍼진다.

느긋하게 걸어 나가던 그들은 나를 발견하곤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비명을 지르고 도망치기 바쁜 상황이었다.

물론 군인인지 용병인지 모를 이들은 나를 저지해보려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이제는 감당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지 도망치는 이도 부지기수에 가깝다.

“으아아아아!! 사, 살려줘!!”

“나는 용서하마.”

담담하게 말하며 뒷걸음질 치다 주저앉은 연구원을 향해 빙그레 웃었다.

“근데 이놈이 널 용서할까?”

나는 피가 잔뜩 묻은 권총을 들고 그에게 겨눈 채 방아쇠를 당긴다.

타아앙!!

커다란 소리와 함께 쓰러진 그가 움찔거리다 그대로 침묵했다.

“너무 잔인한 거 아닌가요?”

“이놈들에게 베풀 자비가 있어?”

“이런 식으로 나오면 결국 당신도…….”

“나도 똑같다는 말 하지 마라. 후회하기 싫으면.”

내 경고에 그녀가 입을 다물었다.

“내가 뭐 성인군자나 성자도 아니고 말이야.”

“성자 맞지 않나요?”

“조용히 해. 넌 대답이나 하면 돼. 이놈들의 연구일지를 봤으면 이놈들이 어떤 놈들인지 알 텐데.”

“그렇지만…….”

“무엇보다 내가 열 받는 건 본의 아니지만 내가 살기위해 구한 세상을 유지시켜주는 달 타나토스를 이놈들이 멋대로 이용했다는 거야. 그러니까 따라오기나 해.”

“도망치는 자는…….”

“어차피 이놈들 밖으로 못 나가.”

입구는 거대한 흑룡이 지키고 있는 것은 물론이오. 다른 방향의 탈출을 막기 위해 일대 영역에 시간의 정령 알타이르의 힘을 사용해두었다.

저놈들 수준에선 절대 빠져나갈 수 없다는 소리였다.

그렇게 발견하는 이. 저항하는 이들을 모조리 도륙해가며 계속해서 내려가던 도중 나는 문득 이 넓은 곳을 힘 조절해가며 하나하나 제압하는 게 귀찮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에 신마의 카드첩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허공에 던졌다.

“나와라.”

동시에 검은 안개 같은 것이 모여들며 회색빛 피부의 인영 셋이 나타난다.

“화하하하하하!!”

기괴한 웃음을 터뜨리는 이 세 놈은 내 영혼으로 만들어진 존재라 할 수 있다.

바스타드 소드를 든 놈 하나.

도끼를 든 놈 하나.

또 샴쉬르를 든 놈 하나.

과거 슬리지아를 죽였던 평행세계에서 불러냈던 녀석들이다.

“이들은…….”

“보이는 대로 다 제압해. 저항하면 죽여도 좋다.”

내 말에 세 녀석이 말없이 내 뒤의 소녀 코오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바스타드 소드를 든 녀석이 나와 코오나를 보곤 인상을 찡그렸다.

이후 제 동지들을 불러모으더니 들리지 않게 뻐금거리기 시작한다.

그런 와중에 시선은 나와 코오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화하하하하하하하!!!”

그러고는 바스타드 소드를 든 녀석이 나를 보며 장난스레 새끼손가락을 들어 흔들어 보인다.

"그거 잘라달라고?"

냉큼 손가락을 내리는 녀석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두번째 도끼를 든 녀석은 내게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나와 코오나를 한 번 번갈아 보다 조용히 입을 뻐금거렸다.

‘알지?’

빠아악!

“알긴 뭘 알아. 새끼야.”

결국, 매를 벌고 걷어차여 벽에 처박히고 말았다.

세 번째 샴쉬르를 든 녀석은 나를 묘한 얼굴로 바라보다가 이내 코오나를 향해 다가갔다.

“동작 그만. 명령 어기고 계속 그러다가 진짜 뒤지는 수가 있다.”

내 말에 샴쉬르를 든 회색의 인간이 아쉬운 듯 입맛을 쩍쩍 다시다가 물러났다.

“알아들었으면 어서 꺼져. 너도 당장 일어나.”

내 말에 벽에 처박힌 녀석이 아무렇지도 않게 몸을 일으키더니 이내 껄렁껄렁하게 걸어가기 시작한다.

“히익!! 뭐야 이 괴물들은!!”

“적이다! 죽이자!”

“그러자!”

그러거나 말거나. 회색의 삼인방은 광기 들린 것처럼 웃어대기 시작하더니 경박한 모습과는 정반대로 엄청난 속도를 보여주며 덤벼들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파고든 녀석들은 저항하기 위해 쏘아지는 탄환은 그냥 맨몸으로 맞아가며 덤벼들고 있었다.

“으아아아악!!”

“살려줘!! 살려줘!!”

검을 집어 던져버린 채 한 사내를 붙잡아 레슬링 기술을 걸고 있는 짓이 완전…….

“저 싸이코 새끼들…….”

저 세 놈은 내 영혼을 비추어 만들어진 놈이라 했던가.

아무리 봐도 저놈들과 나는 다르다. 저놈들은 불량품이 분명하다.

“거…… 좀 미안하다.”

“괘, 괜찮아요.”

“미성년자 건드리다가 쇠고랑 차는걸 못 배웠나 저것들은…….”

“티오니스도 그런 법이 있나요?”

“티오니스에서 조혼하는 경우 열둘에서 열셋 정도 뭐, 비공식적으론 사실상 10살짜리도 있지.”

“…….”

“다만 상징적인 혼인이지 진짜 부부로서의 의무는 다 자라고 나서 이행하는 게 관습이야. 실제로 혼인보다는 약혼을 하는 경우가 많고.”

티오니스는 지구와 다르니 말이다.

비명을 무시한 채 아래로 향했을까.

나와 코오나는 아주 작정하고 막아놓은 듯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은 단순히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한 구조가 아니었다.

내부에서 외부로 새어 나오지 못하게 막는 구조였다.

마치 감옥 같은 형태.

천천히 격벽의 문에 손을 가져다 댄 나는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뜨며 홍단이를 꺼내 망설임 없이 격벽을 날려버렸다.

그러자 지금까지 본 것과는 다른 거대한 연구 실험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다수의 인간들이 있었는데 그들 모두 긴장한 얼굴로 격벽을 잘라버리고 들어온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실험실의 중앙에는 정체가 불분명한 거대한 기계 장치와 침대가 있었고.

그 침대의 중앙에는 하늘빛 머리카락의 소년이 팔다리를 구속당한 채 누워 기이한 주사기를 몸에 꽂고 있다.

“…….”

실험일지에 적혀있고, 그곳에 기록되어있던 모습 그대로다.

“직접 보니 더 가관이네.”

설마설마했던 것도 있었다.

베헤모스는 가장 단순하며 뇌까지 근손실을 막기 위해 생각하기보다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단순한 성미를 지닌 폭군이니까.

그런 녀석이. 자신의 기척을 완전히 숨긴 인간의 형태로 의태를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다.

그의 힘으로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그는 차라리 죽었으면 죽었지 저런 모습을 원하진 않을 테니까.

[난 나보다 열등한 놈의 말을 듣지 않는다!]

베헤모스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바로 이것이었다.

“좀 전 폭음 소리는 자네가 일으킨 것인가?”

베헤모스의 몸에 주삿바늘을 꽂고 있던 연구원의 물음에 나는 조용히 연구원들을 향해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긴장한 이들과 다르게 단 한 명만큼은 감정이 읽히지 않는 얼굴을 한 채 나를 바라본다.

“결국, 쫓아왔군.”

하늘빛 머리칼의 소년의 말에 연구원은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렇군. 어딜 사라졌나 했더니…… 타차원의 인간과 손을 잡은 게로군.”

이미 정체를 알고 있는 그의 말에 나는 인식 장애 마법을 해제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걸어 나갔다.

“안 그래도 찾고 있었지.”

“알고 있네. 자네의 오지랖은 정말 경이적인 수준이로군.”

“별건 아니고, 이쪽도 입장이라는 게 있어서. 그래서. 베헤모스를 어떻게 꼬드겼는지는 모르겠는데 할 일은 다 했나?”

내 물음에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다네. 마침 엄청난 발견을 한 참이지. 물론 그것을 막으려 들진 마시게. 어차피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백업해두었으니 이곳 전체가 날아가도 그것을 막을 순 없을 게야.”

느긋하게 말하는 그와 다르게 다른 연구원들은 긴장한 얼굴들이다.

“그래서, 이제 와서 베헤모스와 손을 잡고 이곳을 털었는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그는 끌끌 웃어보였다.

“그렇군. 그랬어. 뭐, 예상 못 한 바는 아닐세. 그런데 자네. 혹시 이곳이 수심 몇 미터인지 알고 있나?”

“글쎄, 꽤 되는 거 같던데.”

“무려 수심 600미터일세. 마나란 정말 대단하지. 본래라면 불가능할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줬으니까.”

수심 600미터.

그리 깊지 않은 것 같지만 사실상 엄청난 깊이라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보통 이 정도 깊이라면 어떤 각성자라도 살아서 물 밖으로 나가기 힘들다는 뜻이네.”

그의 말에 다른 연구원들의 눈이 부릅 뜨여졌다.

“소장님!? 설마!!”

당황한 연구원들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그는 망설임 없이 어디선가 꺼낸 장치를 눌렀다.

삐익!!

“베헤모스 하나가 날뛰어도 이곳의 인간은 전부 몰살이지. 그런데 티오니스 성자라니.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의 중얼거림에 내 눈이 가늘게 뜨여졌다.

“한국 사람이었나?”

“보면 알지 않나.”

“대체 몇 개 국가가 참가한 거야.”

“국가라…… 우린 국가의 단위로 움직이는 이들이 아닐세 그를 초월한 아득한 무언가지. 그보다 왜 묻지 않는가?”

그의 물음에 나는 벽면을 가리켰다.

“공적으로 할 수 없으니까 이런데 숨어있는 거겠지, 뻔한데 뭘 물어.”

내 대답에 나와 대화하던 연구원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도…… 도망쳐!!!”

“안돼!! 죽고 싶지 않아!”

콰아아앙!!!!!

연구원들의 비명과 함께. 기다렸다는 듯 벽면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피아 구분 없는 폭발은 수많은 연구원들을 집어삼켰고 그대로 단단하고 두꺼운 벽면을 완전히 날려버렸다.

수심 600여미터 아래의 해저기지에서 벽면이 날아가 버리면 결과야 뻔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과 함께 나를 수장시켜버릴 생각이었다.

결단력 자체는 빨랐다.

실제로 자신들의 정보를 지키고, 이곳의 모든 증거를 단번에 인멸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게 무슨…….”

그가 간과한 한 가지 사실이 있었다.

“뭐가 됐건 내가 이곳에 있는걸 다른 쪽에서 알면 곤란할 거 같아서 손을 좀 썼거든.”

내 말에 살아남은 연구원들의 표정에 경악이 서린다.

완전히 박살 나버린 벽면엔 큰 구멍이 뚫려 있다.

하지만. 그 사이로 쏟아져 들어와야 할 물이 단 한 방울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

“저게 어떻게 된 거지?”

“별거 아니야. 그냥 시간이 멈춘 공간에 물이 쏟아져도 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뿐이야.”

멈춰버린 시간 안에선 물도 흐르지 않으니까.

본래 이런 용도로 알타이르의 힘을 사용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잘되었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저건 나중에 수리하라고. 아 그리고 괜히 연락하려 들지 마. 저거 물 보면 알겠지만. 전파도 전부 멈춰서 바깥과 하나도 이어진 게 없으니.”

“큭!? 괴물 같은 새끼…….”

내 발언에 그가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상식을 초월한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벌였으니 당황할 수밖에.

구멍이 뚫렸는데 물이 들어오지 않는 장관 속에서 베헤모스가 그대로 구속구를 박살 낸다.

그리고는 팔을 뻗어 연구원의 목을 틀어쥐고 들어 올렸다.

“컥!! 커헉?!”

“인간. 저 말을 들었나?”

“……베…… 베헤모…….”

“역겨운 입으로 내 이름을 부르지 마라. 하찮은 미물아.”

쿠웅!!

그의 전신에서 막대한 존재감이 터져 나온다.

동시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이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네놈들을 하나하나 다 찢어발기는 그 순간만을 기다렸다.”

연구원들의 입장에선 날벼락일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밖에. 베헤모스가 날뛰는 것도 상당히 큰일인데 그를 제어할 수단을 모두 차단당한 것과 다를 바 없으니 말이다.

그런 마당에 목줄이 사라졌음을 깨달은 베헤모스가 구속을 부숴버렸으니.

곱게 죽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겁에 질린 얼굴로 모두가 굳어있던 와중에 베헤모스는 목을 틀어잡은 연구원을 노려보며 말했다.

“말하라. 하찮은 미물아. 네놈을 어떻게 죽여주길 바라나.”

“킥…… 키히히…… 그걸 내게 물어 뭣하나.”

그의 웃음소리에 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갔다.

모두가 절망하고 있던 중이라 저항하는 이는 없었다.

점차 힘을 가하며 승리자의, 또 절대 포식자의 미소를 짓고 있는 베헤모스를 바라본다.

베헤모스 하나만 해도 절망 그 자체인데 나라는 존재까지 끼어들었으니 재앙이나 다름없다 여기는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베헤모스는 나를 믿고 있는지 오로지 눈앞의 인간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다.

작은 소년의 모습이지만 저래 봬도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심해의 폭군이다.

“음? 잠시 기다려라. 네가 원하는 정보는 내가 대신 캐내…….”

“아니 그전에.”

내 대답에 그가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내가 뻗은 손이 베헤모스의 어깨를 틀어잡아 그대로 당겨버렸다.

갑자기 자신을 건드리는 내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녀석을 보며 나는 빙그레 웃으며 발을 들었다.

“여기 있을 때 간에 보톡스를 처방받았나 보다? 날 속이고 튀어?”

그래. 달의 힘을 어떻게 이용하건 금기를 이용하건 전부 처리해야 할 일이긴 하다.

하지만.

그전에 먼저 확실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

“무슨?!”

퍼어어엉!!!

당황한 그가 움직이는 속도보다 빠르게 그의 복부를 후려쳐 띄워 올린 내가 발로 그를 밀어내듯 걷어찬다.

동시에 베헤모스의 육신이 퉁겨져 폭발로 인해 부서진 구멍으로 튕겨 나가버렸다.

시간 정지 결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깥까지 튕겨 나가버린 그가 죽을 리는 없다.

다만 타격이 상당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온 그의 얼굴엔 혼란이 가득했다.

“인간! 이게 대체 무슨?!”

“됐고, 너 일로와 이x끼야.”

나는 미리 뽑아둔 머리카락 세 가닥을 허공에 휙 던졌다.

그러자 머리카락 한가락 한 가닥들이 하나의 내 모습이 된다.

그 이후 벌어진 일은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비틀거리며 들어온 베헤모스를 그대로 끌어와 쓰러뜨린 나와 내 분신들이 거침없이 놈을 짓밟기 시작한 것이다.

“이 새끼가! 으이?!”

“어딜 감히 내 앞에서.”

“사기를 쳐, 어?!”

퍽퍽퍽퍽!!

묵직한 타격음에 베헤모스는 일어나지도 못한 채 버둥거리며 구타를 당했다.

싸늘한 침묵이 감돌며 두들겨 맞는 소리만이 연구실 전체에 퍼져나간다.

“이 새끼! 이 새끼!”

“넌 오늘 아주 그냥 내가 회를 떠버리려니까!”

“콱 죽어 그냥!”

같은 편인 줄 알았는데 내가 갑자기 베헤모스를 개 패듯 두들겨 패버렸기 때문일까.

연구진들은 벙찐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며 의아해하기 시작했다.

그중 일부는 내가 베헤모스와 같은 편이 아니라고 착각하는 이도 있는 듯 보였다.

“커억!! 자…… 잠깐만!”

“잠깐만이 어딨어, 이리와 이 새끼야”

비틀거리며 본체로 현신할 틈도 없이 기어가는 그의 다리를 잡아 질질 끌고 돌아온다.

그리고는 다시 그를 쓰러뜨려 놓고 집단 린치하듯 퍽퍽 짓밟고 걷어찼다.

“끄아아아악!! 그만! 그만! 아프다! 아프다!”

“아프라고 때리지 건강하라고 때리는 줄 아나!”

퍽퍽퍽!!!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안타까움을 자아낼 정도로 거친 구타였다.

강대한 생명체로써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이던 베헤모스에게서 지금은 위엄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었다.

끙끙대며 바닥에 쓰러진 녀석을 보며 손을 툭툭 털어내자 내 분신들이 일순간 연기처럼 흩어진다.

베헤모스는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환수왕, 무려 세 마리의 환수왕 중 가장 맷집이 강한 베헤모스가 이렇게 기절해버린 것이다.

“야, 기절했냐?”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기절이라는 단어에 연구진들은 경악에 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겉보기만 인간의 형태지 베헤모스를 저 지경으로 만드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나 다름없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 할 일을 할 뿐이다.

-커헉! 끄륵! 자, 잠깐! 내가 잘못했다!! 커헉!! 한 번만 용서해라!! 으아아악!! 그만! 그만! 우욱!!“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며 저항하는 그를 그렇게 한참 동안 응징했을까.

나는 속이 풀리는 만족감에 하던 것을 멈추고 녀석의 멱살을 틀어잡았다.

“이번엔 용서하는데 한 번 더 나를 가지고 개수작 부리면 말이야.”

“…….”

“마 그땐 아주 그냥 깡패가 되는 거야!”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기절한 자는 대답이 없을 테니까.

덕분에 베헤모스에게서 해방된 연구자는 아주 잠깐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

물론 베헤모스의 힘이 워낙 강해 계속해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지만 말이다.

“쿨럭! 쿨럭…… 자네, 자네가 지금 날 구한 건가?”

“…….”

“그렇군. 고육지책이야. 아무리 그래도 결국은 같은 인간…….”

“같은 인간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이윽고 내 손이 그의 머리통을 콱 틀어쥐었다.

“알고 있는 정보.”

“…….”

“가능하면 말하지 마. 사실 내가 네게 들을 정보는 하나도 없으니.”

[심문의 불]

화륵…….

내 손끝에서 검은 화염이 일렁인다.

연구원은 곧 자신에게 닥칠 지옥을 아직 예상치 못한 듯 보였다.

* * *

콰아앙!! 쾅!!

일리나의 검이 일순간 허공을 가르며 거대한 철문을 완전히 박살 내버렸다.

그리고, 그녀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기는 페르세르크가 포니테일로 길게 묶은 머리끝의 비녀를 천천히 뽑아내고는 빙그르르 돌렸다.

치이잉!!

동시에 비녀가 고풍스러운 스태프로 변하기 시작했고 이내 마기를 머금기 시작했다.

“언니, 여기 맞나 봐요.”

팅!! 팅!!

투명한 장막에 탄환들이 날아와 박히고 저지당한다.

엄청난 속도로 탄환이 날아오지만, 페르세르크는 여유롭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그런가 보구나. 쯧쯧 저항이 무슨 소용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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