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92화
순식간에 테러리스트를 제압했으나 균열은 발생징후를 보인다.
비공정 아스가르드가 쏘아낸 마나 EMP탄과는 다르게 륀느가 있는 쪽은 륀느의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렇기에 균열을 사전에 막을 순 없었다.
“데이비 님. 보고, 대상 제압 완료. 하지만 균열이 생성.”
-그래. 아스가르드의 마나 펄스는 한쪽밖에 안 되니까.
테러리스트가 제압당한 이상 시부야에서 생기는 균열은 단순 이상 현상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여기서 륀느가 나서지 않으면 그만큼 대참사가 난다.
어차피 륀느나 데이비의 입장에서 한국인이나 일본인이나 지구의 모든 인간은 똑같이 타차원의 인간일 뿐이니 말이다.
누군가를 우선적으로 살린다는 계획은 의미가 없었다.
“데이비 님. 명령 하달을 요청.”
-정리해.
“신무기 사용을 요청.”
-얼마든지.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륀느의 등허리에 돋아난 날개가 펄럭이더니 빛으로 된 입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에 기이한 문양이 스쳐 가며 마치 레이더의 락온이 되듯 모여들었고 그녀의 머리 위에 있던 원 고리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손위로 어떤 무기가 형상화하기 시작했다.
키잉…… 키이이이이이잉!!!!!
그것은 다름 아닌…….
“륀느가. 오러 블레이드 톱을 높게 평가!!”
톱날이 마스터의 상징, 오러 블레이드로 이루어진 전기톱이었다.
찌직…… 찌지지직!!!
“꺄아아아아악!! 몬스터야!!”
사람들이 순식간에 혼란에 빠지기 시작한다.
균열을 찢고 튀어나오는 주홍빛의 화염으로 타오르는 형체.
다름 아닌 B급 이상의 마신이었다.
-크우오오오오오오오!!!
마신은 막대한 포효를 터뜨리며 사방에 균열을 만들어냈고 몬스터들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그대로 두면 어마어마한 사상자가 날 터.
륀느는 맹렬하게 회전하는 전기톱 형태의 무기를 양손으로 들어 올린 후 가볍게 빌딩에서 뛰어내렸다.
“륀느가.”
키이이이잉!!!!
“전기톱을 우수 평가!!”
콰지지지직!!!!
-크오오오오오!
어마어마한 스파크가 일어나며 륀느의 전기톱이 마신을 그 자리에서 갈라버린다.
사람들은 갑작스레 나타난 몬스터에 당황한 듯 패닉에 빠졌지만, 곧 륀느가 그 자리에서 마신을 동강 내버리자 그대로 굳어버린 듯 침묵했다.
새하얗고 어린 천사.
륀느의 모습은 그야말로 어린 천사 그 자체였다.
콰직!! 콰드득!!
하지만 곧이어 벌어지는 일은 새하얀 천사와는 달랐다.
균열에서 튀어나오는 몬스터의 피를 뒤집어쓴 새하얀 피의 천사가 저런 모습일까.
도망친다는 생각도 잊은 채 닥치는 대로 떨어지는 몬스터들을 갈아버리는 륀느를 그저 지켜만 본다.
그녀의 무기가 맹렬하게 회전하는 오러 블레이드가 넘실거리는 전기톱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마치 섬광처럼 날아다니며 닥치는 대로 지상을 향해 강하하는 몬스터들을 처리하는 데에 긴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본래 목적은 민간인 학살 테러.
즉. 큰 전력이 필요하지 않다.
게다가 추가 균열을 열기도 전에 륀느에 의해 완전히 제압당했으니 추가 몬스터의 유입은 물 건너간 상황이었다.
-끼이익…… 끼익…….
콰직!! 키이이이잉!!!!
피가 튀든 말든 거칠게 몬스터들을 도살해버린 륀느는 급기야 비행형 몬스터 몇 마리가 빠르게 도망치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날아올랐다.
“후퇴하는 적 추격 섬멸 요청.”
-그래.
“명령 인수.”
순식간에 섬광이 되어 날아오른 그녀가 빠르게 몬스터들을 추격한다.
몬스터들은 뒤도 보지 않고 도망치기 시작했고 륀느는 맹렬하게 그들을 추격하며 닥치는 대로 학살해나갔다.
그렇게. 끝도 없이 도망치던 몬스터들이 바다 인근까지 도망쳤을 때.
마지막 몬스터를 처치한 륀느의 뒤로 어떤 그림자가 나타났다.
“읏.”
놀란 륀느가 무표정한 얼굴로 앓는 소리를 냈다.
* * *
“더미 데이터…….”
적의 수장이 있는 곳을 찾기 위해 정보를 종합하고 위치를 특정했다.
하지만 도착한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속았네요.”
서윤이 인상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이미 철수하고 없다. 꽤 오래된 것으로 보아 비록 그들의 본거지 중 하나였던 것 같긴 하지만 찾는 장소는 아니었다.
“빌어먹을!! 다시 숨어 들어가지고는!!”
격분하는 윤석을 무시한 채 뒤늦게 합류한 페르세르크가 다가왔다.
“데이비. 일단 습격은 막았다만 어찌하려고?”
“여기가 티오니스였다면 당장 찾아내서 찢어버릴 수 있겠다만…….”
“여긴 지구니까.”
지구이기에 내가 힘을 쓸수록 넬타리드의 영향력이 줄어든다면 사려야 한다. 물론, 그렇게 하지 않아도 놈을 찾는 데엔 큰 문제가 없다.
벌레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느냐 벌레잡이 약을 뿌리느냐의 차이니까.
“이제 어떻게 할 거죠? 습격은 막았다고 하지만…….”
“걱정 마. 위치 찾을 수 있으니까.”
“네?”
“필요 증거자료 다 챙겼나?”
“네? 아. 네 충분히 챙겼어요. 아다만티움이라는 조직을 세상에 공표해도 될 만큼요.”
“그럼 돌아가. 돌아가서. 일을 공식화시켜. 알아서 잔당 치우라고.”
“네?! 그게 무슨…….”
“나는 금기를 어긴 근원인 아다만티움의 위원장이라는 사내만 처리해줄 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그들을 순식간에 돌려보내 버리자 서윤이 놀라 무언가 소리치려 했다.
물론 그녀의 외침은 들려오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제 어떻게 찾을 거야? 단순 정보로는 못 찾을 거 같은데.”
일리나의 물음에 나는 주변을 스윽 둘러보았다.
“찾는 방법이 있긴 하지.”
딴에는 용의주도하게 찾는답시고 나를 면밀히 살핀 모양인데.
결국, 전기신호니까.
“윌 오브 위스프 소환.”
빛과 뇌전의 정령.
위스프가 소환된다.
2년 동안 소환했던 뇌전의 정령의 하위 정령이다.
작은 빛 덩어리인 위스프가 나를 바라보았다.
“저기 있는 전기가 어디로 이어졌는지 찾아줄 수 있지?”
내 말에 위스프는 한차례 반짝이더니 이내 감시 장비 속으로 사라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나왔다.
[찾았어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적이 나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있다. 그러니.
나는 그것을 역추적하면 되는 일.
그가 나를 감시하고 있는 것을 어찌 찾았느냐 묻는다면 대답 자체는 허무할 정도로 간단할 수밖에 없다.
비록 지구에서 금기를 어겼다지만 신격을 지닌 존재가 금기를 어긴 존재를 못 알아볼 순 없으니까.
* * *
“위원장님!! 피하셔야 합니다!! 습격입니다!”
“…….”
“일단 피신하시고!”
“그렇군요. 결국, 여기까지 찾아왔군요.”
젊은 청년, 칼리시니프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저 복수하고자 했을 뿐인데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된 건지.”
그렇게 중얼거린 그는 책상 서랍을 열었고 이내 권총을 꺼내 들었다.
“위원장님?”
타앙!!!
망설임 없이 탄환을 삽입한 칼리시니프가 부하를 쏘아죽였다.
“우린 여기서 끝났습니다. 적이 생각 이상으로 너무 강했어요. 그뿐입니다.”
그렇게 말한 그가 소파에 털썩 걸터앉은 뒤 찻잔을 준비하고 커피를 두 잔 따르기 시작했다.
“생각 이상으로 정확하게 찾아내시는군요.”
“어디 도망은 안 가나?”
“이제 와서 당신에게서 어디로 도망치겠습니까. 계획은 실패했고, 1년 동안 준비해온 우리의 염원은 여기서 박살이 났는데.”
언제 온 것일까.
칼리시니프의 앞에 데이비가 느긋하게 앉아 다리를 꼬았다.
“금기를 어긴 놈이 말은 잘하네.”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요.”
“내가 널 죽이러 온 이유 중에 하나야.”
담담하게 말하며 데이비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쾅!! 쾅!!
바깥에선 계속해서 폭음이 울려 퍼진다.
이곳은 B급 이상의 마신만 일곱이 주둔하고 있을 만큼 경계가 철통같지만, 그 어떤 존재도 이들의 진입을 막을 순 없었다.
“설마 B급 마신들을 가지고도 이렇게 허무하게 밀릴 줄은 몰랐는데요.”
“니들이 말하는 A급도 실없는 완성품이니까.”
그 말에 칼리시니프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저는 칼리시니프입니다. 국적은 버렸으니 무국적이라 생각하십시오.”
“그딴 건 관심 없고.”
“그런데 이렇게 있어도 되는 겁니까? 보아하니 대부분의 전력을 다 움직인 모양인데.”
“그런데?”
“당신의 별장에 남아있을 한 명이 저희 목표입니다.”
에이리아 알 린디스.
린디스 제국의 황녀이자 데이비의 부인.
그리고, 조직 [아다만티움]이 EX급 마신의 모체로 사용하기 위해 노리고 있던 수인족 소녀.
그녀를 언급하자 데이비가 빙그레 웃어보였다.
콰직!!
동시에 칼리시니프의 머리가 그대로 숙여지며 테이블에 처박혔다.
반대로 데이비는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다.
“비공정은 생각보다 안전해서 말이야. 마신이 들이닥쳐도 막아줄 이도 있고.”
전력이야 차고 넘친다.
그는 데이비라는 존재가 가진 저력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하나 물어도 되겠습니까.”
“말해봐.”
“금기를 어겼다고 하던데. 제가 뭘 한 겁니까.”
“진화.”
그 말에 칼리시니프가 눈꼬리를 꿈틀거렸다.
“진화?”
“진화론에 대해 알고 있나?”
“뱀이 다리가 퇴화하고 나비가 살기위해 날개의 모습을 변형시키고 식물이 환경에 맞게 변하는 그런 것들 말입니까?”
“그래. 그런 진화.”
“신적인 존재가 나타남으로 인해 진화론이 가장 의미 없는 학설이 된 줄 알고 있었는데요.”
칼리시니프의 대답에 데이비는 어깨를 으쓱였다.
“왜 창조론과 진화론을 떼놓고 보는지 이해를 못 하겠는데. 신이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했다고 생각하면 안 되나?”
“어째서죠?”
“완벽하지 않으니까 서서히 개선해나가라고 만든 거지. 세상에 완벽 같은 건 없어.”
완벽만큼 오만한 단어가 어디 있나.
실제로 태초신 프리아 여신조차 완벽하지 않았기에 타나토스 같은 존재가 나온 것을.
“네 문제는 그거야. 모든 생명체는 진화를 할 수 있다. 이미 인간도 한차례 진화를 겪었지?”
2차 각성자라고.
그 말에 칼리시니프가 조용히 침묵한다.
“문제는 네가 그 자연스러운 진화의 흐름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거야. 버그를 일으키고 원래는 존재해선 안 되는 진화를 이뤄내려 했지. 다만 그 과정에서 멈췄다면 이렇게 심각해지진 않았겠지만.”
그는 그 선을 넘었다.
생명체가 가진 고유의 진화의 흐름을 섞어 존재해선 안 되는 것을 만들어냈다.
마신이 바로 그런 존재였다.
“거기다가 남이 힘들게 만들어놓은 달의 힘을 멋대로 끌어다 쓰기도 했고.”
“하…… 하하하하! 웃기는군요.”
“웃기냐 이게?”
담담하게 말한 데이비가 천천히 일어났다.
“이제 곧 국제 사회에서 너희들을 매장하려 들 거다. 켕기는 놈들은 너희들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겠지. 그건 니들이 알아서 해. 내 알 바가 아니니까.”
“…….”
“다만 금기를 어긴 원흉인 너는 직접 처리해야 할 거 같아서.”
스르릉…….
홍단이를 천천히 뽑아 든 데이비가 물었다.
“네가 왜 이런 짓을 했는지는 물을 필요 없겠지?”
“우리가 패배했습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이라는 후회만 생기는군요. 죽이십시오. 지옥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왜요. 설마 그 많은 사람을 죽인 당신이 천국이라도 갈 줄 아셨습니까?”
“아니. 다만 착각하는 게 있어서 말이야.”
데이비가 초단이의 검 날을 그의 목에 겨누었다.
“네겐, 지옥에 갈 권한조차 없어.”
서걱!!!
치이이잉!!!!!
데이비의 검 끝에 담긴 신력이 넬타리드의 신력과 연동되며 그를 감싼다.
넬타리드가 그를 심판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기가 무섭게 그가 칼리시니프를 회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리 반병신이 된 신이라도 이 정도도 못 해서야 쓰나.
“금기는 말이야. 본능적으로 거부하게 돼. 이걸 하면 안 된다. 인간으로서 이것만큼은 하면 안 된다.”
머리는 이해를 못 하는데 본능이 이해를 해버리는 것이다.
그걸 넘었다는 건 세상이 어찌 되건 상관없다는 스스로의 선택이다. 인간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건 상관없는 일이지만 신의 입장에서 세상의 근간을 흔드는 존재는 그냥 둘 수 없다.
그것은 아무리 평온을 관장하는 현재의 넬타리드라도 마찬가지였다.
“크윽?! 크으으으!!”
피를 뿌리며 쓰러지려던 그의 육신이 빛에 붙잡혀 허공으로 떠오른다.
동시에 가루처럼 그의 몸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에겐 죽음조차 사치라고 느낄 만큼의 고통을 가해야 했으나 넬타리드가 상당히 안달이 났는지 재빨리 회수하려 든다.
아쉽긴 하지만 금기를 어긴 영혼이 어떻게 되는지는 잘 아는 만큼 미련 없이 놓아주기로 마음먹었다.
“넬타리드가 과연 자비가 있는 신일지는 모르겠다만. 적어도 넌 아닐 거 같다.”
“우린 틀리지 않았습니다!! 소중한 이들을 죽인 괴물을 미워하는 게 뭐가 나쁘다는 겁니까!!! 그 괴물들을 이용해 장사를 하고 사익을 챙기는 자들을 벌하는 게 뭐가 나쁩니까!!”
서서히 흩어지며 그가 광기에 사로잡힌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아다만티움의 소속원들은 하나같이 그러했다.
몬스터에 대한 지독할 정도의 분노가 광기를 일으키고 있다.
다카예프가 누설한 내용에 따르면 아다만티움의 조직원들은 하나같이 몬스터에게 가족이나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 몬스터에 대한 증오를 그러모아 광기로까지 번진 것.
그것이 아다만티움이다. 처음엔 국제 정세를 잡겠다는 말을 했었지만 그건 위장 목표일 뿐 이들의 목표는 처음부터 같았다.
몬스터의 말살. 그리고 그 몬스터를 통해 사익을 챙긴 인간의 청소.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인간이 죽어 나갈지는 그들의 알 바가 아니었다.
아마 그냥 두었으면 큰 문제를 일으켰으리라.
서서히 흩어지는 그가 팔을 뻗어 내게 소리 질렀다.
“이대로 끝날 거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쥐가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 당신이 구해낸 인어가 어떤 것을 우리에게 제공했는지 당신은 모를 겁니다!”
“그래. 그래 내가 알아서 한다.”
파스스스!!!
악을 지르며 사라지는 그를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금기를 범한 자들의 최후는 하나같이 보기가 좋지 않다.
나는 고요해진 그곳을 둘러보았다.
이미 페르세르크와 일리나가 정리를 끝내버렸는지 주변은 고요해져 있었다.
“그나저나, 인어라면 그…….”
웃는 얼굴로 개그라 쓰고 언어폭력이라 읽는 짓을 태연하게 하던 불사의 존재.
바다의 여왕이며 바다 그 자체.
하이 머메이드 소야를 뜻하리라.
생각해보면 단순히 이놈들이 베헤모스를 제어하기 위해 인어 소야를 데리고 간 것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놈들은 대체 소야를 이용해서 뭘 하려고 했던 것일까.
나는 아다만티움의 수장 칼리시니프의 집무실을 둘러보다 어떤 파일을 찾을 수 있었다.
[불사의 존재. 바다의 여왕 보고서.]
그 타이틀만 봐도 소야를 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말 없이 그것을 펼쳤고. 이내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건가?”
그리고는 홀린 것처럼 주변의 전자 장비를 활성화했다.
몇몇 장면들이 프로젝트를 통해 출력된다.
한 곳은 한국. 한 곳은 미국, 중국, 일본, 등등 각지의 장면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은 아스가르드의 마나 EMP탄으로 해결이 됐다.
하지만.
일본 쪽은 조금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폐허가 된 항구.
그곳에 모여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는 일본 각성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들을 짓밟고 있는 검은 형태의 거대한 무언가가 끊임없이 주변을 파괴하고 있다.
분명 륀느가 그곳에 가 있었을 텐데?
화면을 바라보던 나는 곧 괴물의 발치 아래에 쓰러져 있는 새하얀 원피스의 작은 소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본신의 힘을 꺼낼 수 있는 륀느를 상대로 이긴 괴물.
나는 저 괴물의 정체를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처음 보는 존재지만 어째서인지 그 정체가 명확하다.
1만 년 전 신들의 전쟁이 있었을 때. 타나토스와 넬타리드는 자신의 피조물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바로 중립종족.
“반트였나?”
반트는 여성체로만 이루어진 종족으로 그 외향은 작은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영상에 보이는 반트는 검은 안개로 몸을 이루며 거대한 괴물이 되어있었다.
그럼에도 반트라고 확신하는 것은 내가 가진 신격이 본능적으로 상대를 꿰뚫어 보았기 때문이리라.
“이 새끼들. 죽은 반트의 유골을 찾아서 인어의 비늘을 먹였구나.”
베헤모스를 제어하기 위해서만이 아닌 인어 소야의 자체적인 가치 또한 이용했다.
맞지 않는 것을 먹고 부활한 반트는 괴물이 되었다.
인어의 고기는 불사의 묘약이라 하였던가.
정말 불사는 아니겠지만 베헤모스의 진화석과 인어의 비늘을 이용해 저 고대 종족을 깨워냈다고밖에 판단할 길이 없다.
어디 보자. 그냥 두면 저거 대참사 나겠는데.
“륀느. 내 말 들릴 거라 믿는다.”
이미 반트에게 당했는지 침묵하는 륀느였지만 상관없었다. 륀느가 이전 내게 개조를 부탁했던 게 이렇게 써먹을 일이 생긴 것이다.
“리미트 해제를 허락할게. 눈앞에 그 고대의 잔재.”
처리해,
쿠웅!!!!!!
동시에 어마어마한 백색의 빛이 륀느가 쓰러져 있던 돌무더기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그녀에게 준 것은 간단했다.
나의 힘을 빌리는 통로.
-륀느, 허가에 따라 성흔을 발현. 강화성공을 륀느가 높게 평가.
즉 인공 성흔을 그녀에게 새겨버렸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