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93화
254. 세상이 흔들려도 사람들은 모른다
“하아…… 하아…….”
일본의 각성자이자 선녀의 힘을 지니고 있는 소녀. 코오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눈앞에 있는 검은 거대한 안개를 바라보았다.
그저 닥치는 대로 파괴하는 괴물은 그야말로 자비가 없었다.
예언이 적중했다.
일본에서 곧 재앙이 들이닥친다는 예언을 내렸던 이번 사태가 그리 달갑게 다가올 수가 없었다.
믿었던 데이비의 부하인 륀느는 놈에게 당했는지 돌무더기 사이에 깔려 침묵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눈앞의 검은 괴물은 지금껏 봐온 그 어떤 것보다 위험했다.
그럼에도 각성자들이 살아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괴물이 적극적으로 이들을 공격하지 않고 그저 파괴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수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대체 저런 괴물이 어디서 튀어나온 것이란 말인가.
‘이대로 가다간 전부 죽게 될 거야.’
섬뜩한 생각이 든 코오나는 빨리 데이비가 돌아와 주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그에게선 연락이 없다.
-그으으으으으으!!!
이윽고 가만히 있던 검은 괴물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새하얀 안광을 번뜩이며 파괴하기 시작하는 괴물은 기이한 마법 같은 것을 마구잡이로 사용하며 닥치는 대로 부숴나갔다.
“으아아아악!!”
“안돼!! 미코토!! 피해!!”
필사적인 외침에 20대 중후반대의 여성이 검은 안개에 휩싸인다.
그리고, 검은 안개가 사라졌을 때 그녀는 전신이 새카맣게 변질된 채 움직이지 않게 되어버렸다.
참혹한 현장이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를 상태가 되어버린 그들에게 전력을 기대할 순 없었다.
“젠장!! 이 빌어먹을 괴물이!!”
격분한 각성자들이 재차 덤벼들지만, 괴물은 마치 날파리를 쫓듯 검은 안개를 휘둘러 그들을 시커먼 무언가로 만들어버렸다.
수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이 이상의 희생자를 막기 위해 각성자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론 불가능했다.
“빌어먹을 애초에 공격이 먹히고 있는 거야 뭐야!!”
아무리 공격을 퍼부어도 괴물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양새였다.
강해도 너무 강하고 상성이 나쁘다.
거대한 화염에 침을 뱉는다고 불이 꺼지기나 할까.
어림도 없는 소리.
이대로 이기는 게 가능할까. 어쩌면 데이비가 오기 전에 전멸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움이 앞서기 시작한다.
아무리 강한 존재들을 봐왔어도 코오나는 일반 각성자보다 더 강한 정도지 저런 괴물을 처단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건 지구의 어떤 각성자도 마찬가지다.
지구에 살면서 지구의 위기를 지구의 사람이 아닌 타차원의 이에게 맡긴다니 씁쓸한 현실이면서도 분하기 그지없다.
“피해! 코오나!”
그때 상념에 빠져 앞을 보고 있지 않던 그녀를 향해 검은 안개가 날아든다.
검을 귀신같이 쓰던 그녀라도 피하기엔 너무 늦은 상황.
그때. 다른 각성자 하나가 필사적으로 달려와 그녀를 밀쳐내고 안개에 잠식되어 검게 변하고 쓰러졌다.
“아…… 안돼!! 고로 아저씨!!”
“이 빌어먹을 자식이!!!”
뒤이어 젊은 청년 하나가 덤벼든다.
콰앙!!!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는 각성자가 분노한 듯 소리 지르다가 검은 안개가 튕겨낸 바위에 맞고 날아가 처박혔다.
그리고 그런 그를 끝장내려는 듯 검은 괴물이 안개를 그에게 쏟아부었다.
쿠우우웅!!
결과적으로 그는 죽지 않았다. 운이 좋게 그의 연인이 그를 끌어안고 범위 밖으로 벗어났기 때문이었다.
“아아아악!!!”
하지만 연인이었던 그녀는 한쪽 다리가 안개에 노출되어버렸고 새카맣게 변한 다리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아…… 안돼…….”
서서히 검은 안개가 몸을 잠식하자 청년이 그 증상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마나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증상이 완화되진 않았다.
“끄윽…… 끅…….”
그때 그녀가 손을 뻗어 청년의 팔을 잡았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무언가 뻐끔거렸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끝으로 전신이 새카맣게 변하며 굳어버렸다.
“아아…… 아아아…… 아아아아아악!!!”
격분하며 청년이 소리를 지른다.
“안 돼요!! 마나 고갈로 죽고 싶어요?!”
“죽어!! 죽어!! 죽으라고!!”
연인을 잃은 청년이 광증이 도진 것처럼 소리를 질러대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물론.
화아아악!!
부질없는 짓이었다.
수십 명의 각성자가 순식간에 전멸했다.
남은 것은 코오나를 포함한 고작 몇 명뿐.
그럼에도 검은 안개의 괴물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절망만이 가득한 상황에서 코오나는 떨리는 손으로 괴물을 바라보았다.
새하얀 안광을 빛내며 천천히 이동하는 괴물을 보며 코오나는 이내 결정을 내렸다.
“해태의 힘을 쓸게요.”
“뭐?! 너 미쳤어! 그걸 쓰면 너도 죽어!”
“여기서 저 괴물을 못 막으면 다 똑같아요.”
코오나가 결연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륀느도 당했다. 그녀 이상의 괴물이라는 소리였다
그런 괴물을 처리하는 건 힘들지라도. 끝까지 싸워 아주 잠깐이라도 시간을 벌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동안 어떤 대책이든 나올 테니까.
“나머지 분들은 모두 대피하세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주변으로 청명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다시는 돌이키지 못할 공격을 준비하며 그녀는 천천히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해태의 힘이 거의 머물렀을 때.
처음으로 검은 괴물이 하던 것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아.
처음부터 그냥 위협도 아니었기 때문에 무시한 거였구나.
그런 서글픈 생각이 든 코오나가 손을 뻗었다.
푸른빛과 백색의 빛이 마치 면발이 일렁이듯 그녀의 손끝을 타고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청백색의 창을 만들어냈다.
그녀의 혼이 서린 창이 움직이자 위협을 느낀 검은 괴물이 그녀에게 손을 뻗는다.
어차피 죽는다면 도망치지 않으리라.
그렇게 그녀가 죽음을 각오한 그 순간.
검은 안개가 그녀를 완전히 덮치기 직전.
거대한 진동이 일었다.
“어?”
그리고 모두가 눈을 부릅떴다.
괴물이 일격에 침묵시켜버린 새하얀 천사. 티오니스 성자와 함께 있던 것으로 유명했던 날개 달린 소녀 륀느가 천천히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죽은 줄 알았던 그녀가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난 모습에 공격을 가하던 검은 안개가 흠칫하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천천히 일어난 륀느의 육신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하며 놀라운 광경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등허리에 돋아나 있던 날개가 빛으로 휩싸이며 3쌍의 날개로 변했고 이내 빛에 휩싸이며 거대한 빛이 흘러넘치듯 넘실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머리 위에 있던 고리는 이내 천천히 그 형태를 바꿔가며 기이한 문양으로 변했고, 단계적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천히 등 뒤로 이동하더니 마치 태양을 등에 진 것처럼 둥글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새하얀 빛이 머금어진 그녀의 눈동자가 뜨여진다.
쿵!!! 쿵쿵!!
그리고.
그런 그녀의 주변으로 하늘에서 새하얀 빛의 기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어느덧 수십 개로 늘어난 빛의 기둥은 하나둘 서서히 흩어지며 그 안에서 륀느와 흡사한 갑옷을 입은 존재를 만들어냈다.
하나하나가 막대한 힘을 지닌 존재들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왔고 그들은 마치 검은 안개를 포위하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륀느. 세피로스 화의 최종진화를 확인. 이것을 높게 평가.”
그렇게 말한 륀느가 한 손을 뻗었다.
동시에 그녀의 손으로 빛으로 된 창 한 자루가 쥐어진다.
하지만 곧 그 창은 다른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천칭을 녹여낸 창이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얇은 너비의 긴 장검이었다.
양손으로 검을 틀어쥔 륀느가 창공에서 검은 괴물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명령 인수. 성흔 활성화. 데이비 님의 성력을 가호로 발현.”
치이잉!!!
동시에 그녀의 주변으로 다차원적인 마법진이 생겨나며 주변을 휘감는다.
그리고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검게 변색되어있던 인간들이 하나둘 본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멀쩡한 이들은 또 다른 일로 경악했다.
버프 마법.
수십 겹의 버프 마법이 중첩되기 시작한다.
활력이 넘치는 육신에 모두가 경악하던 찰나.
륀느가 대각선 아래에 있는 검은 괴물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동시에 그녀가 소환한 것으로 보이는 갑옷을 입은 새하얀 신의 기사들이 검은 괴물을 향해 쏟아져 내린다.
검은 안개에 휩쓸리면 그 자리에서 죽을 텐데도 멈추지 않는다.
“안돼! 그렇게 단순하게 들어서면!!”
당황한 이들의 외침이 들려왔지만 그들의 외침은 곧 멈춰질 수밖에 없었다.
섬광이 되어 쏟아지는 새하얀 기사들이 검은 안개를 관통. 괴물을 구멍투성이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마치 수많은 요격기가 요격을 하듯 검은 괴물의 주변을 배회하며 끝없이 공격을 퍼붓는다.
물론 그것만으론 큰 효과가 없었다.
괴물은 금방금방 본래의 형태를 복구했으니까.
이에 륀느는 검을 한차례 거둬들였고 이내 그녀가 소환해낸 기사들이 그녀를 중심으로 하늘에서 괴물을 포위하듯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들의 행동에 모두가 경악한 듯 상황을 지켜보았다.
이윽고 륀느가 긴 장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검의 가드 부분이 얼굴 즈음에 오게 양손으로 틀어쥐고 검 끝을 하늘 높이 향하게 쥔 그녀가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륀느. 신성 섬멸 모드 가동. 대부분의 자체 에너지 소모 경고확인.”
짧게 중얼거린 그녀가 검을 빙그르르 돌리며 네려 세웠다.
그리고는 허공에 발판이 있는 것처럼 지지하고는 당장이라도 쏘아져 나갈 것처럼 자세를 잡았다.
“성흔 공명 최대치 확인 완료. 대상 상태 분석 완료.”
그렇게 말한 그녀의 말에 코오나는 좀 전 백광의 기사들이 무엇을 한 건지 깨달을 수 있었다.
상대의 힘을 흡수하고 상대를 분석한 것이다.
처억!
륀느가 몸을 웅크리듯 튀어나갈 자세를 잡았다.
콰아앙!!
그리고 대각선 아래로 정확히 괴물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좀 전 괴물에게 한 대 맞고 다운되어버린 때와는 격이 다른 신성함과 힘이 느껴졌다.
-그우우우우!!
검은 괴물은 그런 륀느를 쳐내기 위해 거대한 팔을 휘둘렀다.
콰지직!!!
하지만 마나와는 다른 방대한 힘. 코오나가 붉은 공허에서 봤던 힘과 흡사한 힘이 륀느를 감쌌고.
퍼어엉!!!!
처음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한 구멍이 괴물의 몸에 생겨났다.
괴물을 꿰뚫은 륀느는 지상에 착지하기 무섭게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
이내 검을 곡예 하듯 빙빙 돌리더니 털어냈다.
[세피로스 최종형태. 륀느, 명령하달. 섬멸개시.]
치잉!! 투쾅!!!
그리고. 그녀의 그런 신호에 맞춰 하늘에서 괴물을 포위하고 있던 백광의 기사들이 각각 창끝에 빛을 머금었고
이내 검은 괴물을 향해 일백이 넘는 섬광의 가닥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세상에…….”
“저게 대체 뭐야…….”
좀 전까지 재앙에 가까운 힘을 지니고 있던 검은 괴물이었지만.
그 괴물은 빛이 흩어졌을 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동시에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륀느가 발라당 뒤집어졌다.
이에 코오나가 황급히 그녀에게 뛰어갔다.
“륀느 씨!”
바닥에 드러누운 채 륀느가 눈동자만 굴려 그녀를 바라본다.
“륀느 씨 괜찮아요?!”
“륀느. 과부하. 성흔 과다 사용에 따른 데이터 부족. 이로 인한 과부하.”
“…….”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히 해야 할 일을 인도해.”
그녀의 말에 코오나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어떤 중요한 일인지는 모르나 상당히 진지한 그 모습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대량의 미각 데이터 수집을 요구. 륀느, 초밥. 초밥을 요청해. 초밥의 톡 쏘는 미각 데이터를 높게 평가!”
“…….”
그 말에 코오나는 벙찐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륀느는 대자로 뻗은 채로 입만 뻐끔거리며 어서 가져와서 제 입에 넣어달라는 시늉을 한다.
* * *
“사…… 살려줘…… 살려줘…….”
아다만티움의 수장 칼리시니프를 심판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내가 본 것은 흔들의자에 앉아 삐걱삐걱하고 있는 엘프와 대체 무슨 짓을 당했는지 바닥에 쓰러져 와들와들 떨고 있는 폐인들만이 보였다.
“무슨 짓을 한 거야.”
에나벨은 어벤저 편대로써 육체성능보단 마법에 특화되어있는 생체 골렘이다.
특히 에나벨의 마법은 흑마법 계통으로 간혹 이런 경우를 보긴 한다.
“넌 싸움이 끝나면 꼭 그러고 있더라.”
내 말에 에나벨이 천천히 나를 바라본다.
“에나벨이 이것을 후하게 평가합니다.”
륀느의 말투를 배웠었던 독특한 골렘.
에나벨이 더욱 빠르게 흔들의자를 흔들며 스산하게 웃자 나는 괜한 오한에 몸을 파르르 떨었다.
“어휴 됐다 됐어. 나머지는?”
“처리 완료.”
“그래. 수고했다.”
쓰러진 놈들은 회복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굳이 회복시켜주어야 할 이유도 없었기에 나는 에나벨을 이용해 그들의 신병을 구속한 뒤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날렸다.
“어디 보자. 간첩신고가 몇 번이었더라.”
“간첩 맞아?”
“알아서 하겠지. 테러 신고 번호였나?”
“차라리 그게 맞겠지.”
“그거나 그거나.”
전화를 날린 나는 이 장소를 알렸다.
“륀느 쪽은? 가지 않아도 괜찮아?”
“음?”
“반트족은 고대종족일턴데 거기다가 불사의 비늘을 먹었다면…….”
“내 성흔을 최대한으로 땡겨갔는데 그거 하나 못 처리하면 안 되지.”
사람이 성흔을 내릴 수 있다는 것부터가 경악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모르니 륀느에게 확인하고자 의식을 공명시켰다.
“륀느.”
[우적. 우적우적…….]
무언가 씹는 소리가 들린다.
“륀느?”
[우적! 우적우적!!]
또다시 무언가를 씹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다만티움을 말살한 마당에 또 뭔가 남은 건가? 륀느가 대화를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 건가 싶어 내가 표정을 살짝 굳혔다.
“륀느 대답해. 괜찮은 거 맞냐?”
[우적! 우적!! 우적!!]
씹는 소리가 더 커졌다.
이에 내가 그곳으로 날아가려던 찰나.
[꿀꺽!! 륀느가 초밥의 미각 데이터를 높게 평가.]
…….
“거기 있는 반트 시체 회수해 와. 초밥을 먹든 문어 빵을 먹던 네 맘대로 하고.”
-륀느. 미각 데이터 수집을 높게 평가!
“…….”
나는 그대로 통신을 끊어버렸다.
“알아서 돌아오라지.”
일본 쪽에선 괴물로부터 나라를 구한 륀느의 존재를 인지한 모양인데 어차피 들킨 시점에서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거 참…… 의안 이식 수술의 재료나 캐러 왔다가 아주 난리네 난리야.”
처음엔 아다만티움 같은 조직과 관련 없이 지구에 넘어온 것이었다.
길어야 며칠 내로 돌아갈 작업이었건만 상당히 시간을 소모한 일이기도 하다.
“이번 일로 그대의 입장이 더 골치 아파지는거 아냐?”
페르세르크의 물음에 일리나가 동조했다.
이에 나는 조용히 주변을 보다 고개를 저었다.
“사람은 말이야. 자기 일 아니면 전부다 관심 없어. 내일만 돼도 이일의 진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당장 티비에 이런 일이 있었다 떠들어도 그렇구나 하며 잠깐 화두에 떠오를 뿐 그것으로 끝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대중의 눈에 보여줄 만한 게 없으니 말이다.
그 외에 각국의 정상은 이번 일을 이용해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만 생각할 터. 외려 여기서 나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손해를 감수할 이유가 없었다.
그 점은 내게도 이득으로 적용한다.
당장 세상에 크나큰 문제가 생겨도 사람들의 평온과 현재는 변하지 않을 터.
아다만티움의 위원장 칼리시니프도, 결국은 그 사실을 끝내 몰랐다.
세상이 흔들려도 사람들은 자기 일이 아닌 이상 관심을 크게 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하루이틀사이에 1년 동안 세계의 눈을 속여온 조직이 거의 다 괴멸했음에도 직접 참사를 겪을뻔한 일본을 제외하고 그 어떤 국가도 어수선한 분위기만 유지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