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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902화 (902/1,559)

제 902화

257. 그 괴물에 비하면 저것쯤이야…….

미궁을 가득 채우는 오만가지 감정들을 모조리 긁어모아 정화시키고 그것을 에반젤린이 빠르게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던 나는 에반젤린의 몸에서 빛이 나오는 것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천년이라는 시간은 내게 어마어마한 경험을 선사했다.

실질적으로 완전 기억능력으로 인해 필요 없는 기억이나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을 모두 버리는 인간과 다르게 온전히 가지고 있는 나는 체감상으론 그 수십 수백 배에 달하는 경험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나도 아이를 키워본 경험은 전무하다.

천 년간 영웅들이 나를 보살피고 지켜주었다면 이번엔 내가 다른 이를 지켜주고 보살펴주는 것이니까.

그래서 에반젤린의 변화에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건 그 어떤 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해서 행동해 나갔다.

지금 행동이 나중에 에반젤린이 행복해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에반젤린의 근본을 부정할 순 없으니까.

“세상에…… 고작해야 아이인데 이게 무슨 힘이야.”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리자 흑발의 소녀가 작은 침대에 누워있는 에반젤린을 보며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선생님.”

“요시아? 넌 왜 여기 있냐.”

“전 학생보단 교직원 측이거든요? 나를 저 미친 곳에 던져넣고 싶어요?”

그녀의 물음에 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샤쿤탈라의 수업은 아무래도 너무 가볍지 않았나 싶어서.”

“……오늘만큼은 그냥 못 넘어가요. 팔이나 주세요.”

내가 팔뚝을 걷어 내밀자 그녀는 새침한 표정으로 내 팔에 자신의 이를 박아넣었다.

그녀가 뱀파이어이며 그것도 모자라 뱀파이어들의 절대 군주 뱀파이어 로드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는 편이다.

행복한 표정으로 팔뚝에 이를 박아넣고 있는 그녀지만 딱히 이렇다 할 아픔은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 모기가 피를 빠는 것과 같은 이치이리라.

그녀의 타액. 아니 뱀파이어들의 타액은 대상의 피부에 닿기가 무섭게 흡수되면서 주변 감각을 뒤바꾸어 놓으니 말이다.

눈을 반짝이며 아주 골수까지 빨아먹겠다는 듯 쪽쪽 빨아먹던 그녀가 이내 이를 천천히 빼며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 마약 같아. 선생님 피는 진짜 못 끊겠어요.”

“그래서 나중에 어떻게 시집가려고.”

“시집이요? 이 몰골로 누구한테 시집을 가는데요?”

입가에 피가 묻은 흔적 하나 없지만, 소매로 입가를 슥슥 닦으며 그녀가 물었다.

“나는 괴물인데요. 언젠가 누군가를 사랑한다 해도 그 사람이 대륙의 피바람을 불고 왔던 뱀파이어의 수장이라는 존재를 이해할 것 같아요?”

그녀의 말에 나는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그러네.

요시아 프랑소스.

본디 샤쿤탈라 F반의 영재였으며 한 상인 집안의 수양딸.

하지만 그녀의 진짜 정체는 뱀파이어에 의해 로드로 각성한 존재다.

피를 안 빨 수도 없다.

“결혼을 하게 되면 그 사람에게 충실해야 해요. 이렇게 찾아와서 선생님의 팔이나 목을 물고 있는걸 남편이 잘도 이해하겠네요.”

“그래서. 혼자 살겠다고?”

“수명부터가 다를 텐데.”

그녀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선생님이 거둬주실래요?”

“피 마시더니 취했냐?”

“농담도 못 하나.”

그렇게 말한 그녀가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최근엔 좀 부럽기도 하네요.”

누군가와 사랑하고 아이를 낳는다는 것.

그녀는 그런 행복을 이룰 수 없게 되었다.

“빠아, 빠.”

그때 홍단이와 청단이와 함께 쎄쎄쎄를 하며 놀던 다리안이 아장아장 걸어오더니 요시아에게 양팔을 내밀었다.

“우웅…….”

“…….”

너무 귀여운 그 행동거지에 요시아는 반사적으로 코를 틀어막았다.

“와…… 이건 좀…….”

“쇠고랑 차고 싶냐? 나이 차이를 생각해라.”

“누…… 누가 뭐래요?!”

당황한 그녀가 나를 퍽퍽 걷어차지만, 다리안은 그러거나 말거나 요시아에게 폭 안겨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요시아는 그런 다리안이 귀여워 죽겠는지 우쭈쭈 거리며 녀석과 놀아줄 뿐이다.

“그런데요. 선생님.”

“어.”

“대체 그 괴물은 왜 넣으신 거예요?”

“괴물?”

“네.”

요시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설마 그걸 학생들이 잡을 거라 생각하세요?”

“요시아. 인간은 말이야. 극도로 끔찍한 무언가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초인적인 힘을 낼 때도 있어.”

쿠우웅!!!

미궁 전체가 흔들린다.

“그 정도도 못 해치우면 쓰나.”

나는 미궁 내부를 비춰주는 영상석 중 거대한 공동에 묶여있는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약 20여 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체격을 지닌 붉은 색의 외눈박이.

실제로 흔히 볼 수 있는 몬스터는 아니다.

라스트 위스프가 내 요청을 받고 생포해준 몬스터니까.

괴물의 이름은 키클롭스.

마스터급 존재가 있으면 어렵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마스터가 있다고 해서 쉽게 제압할 수 있는 놈도 아니다.

놈의 장점은 막대한 힘과 생명력.

트롤의 재생력과는 다른 질긴 생명력은 오우거를 가볍게 상회하는 수준에 있는 몬스터라 할 수 있다.

말하진 않았지만, 생도들이 저 미궁을 나오기 위해서 반드시 잡아야 하는 몬스터이기도 했다.

“인간이 왜 징그러운지 알아? 혼자서 안되는걸 떼로 모여가서 잡는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거든.”

인간이나 고블린이나.

인해전술은 고유의 특징이다.

나는 미궁을 돌아다니며 보이는 족족 생도들을 잡아 자신들의 소굴로 끌고 가 강제로 근육 트레이닝을 시키고.

근육을 자랑하며.

생도들의 정신을 있는 대로 꺾어버리는 근육 토끼들을 보며 만족스레 웃어보였다.

“계속해서 두려움을 심어줘.”

그렇게 하면 생도들은 네가 아닌 다른 것들은 전혀 겁내지 않게 될 거다.

극약처방이긴 하지만 보팔레빗 같은 힘도 외관적으로도 경악스러운 존재는 세상에 잘 없으니까.

“와…… 불쌍하다.”

엉엉 울면서 벽면에 몰려 근육을 자랑하는 수십 마리의 토끼에게 둘러싸여 있는 생도 마리벨을 바라보았다.

뜨거운 숨결이 차오르고, 숨이 차올라 헐떡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넝마가 된 옷을 걸친 채 돌아다니는 학생들의 모습까지.

언뜻 보면…… 굉장히 음란한 표현이지만 실상은 달랐다.

“제발…… 싫어…… 토끼…… 근육…… 싫어…….”

토끼들은 자신들의 근육을 자랑하며 근육트레이닝을 전파하기 바쁘고 학생들은 그 끔찍한 광경을 눈에 담지 않기 위해 점차 자신들의 방법을 발전시켜나갔다.

나흘 정도 버티면 된다던 말.

사실 거짓말이다.

“아아. 학장 데이비 올 라운이다. 생도들은 전부 듣고 있으리라 본다.”

느긋한 미소를 지은 채 나는 그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냈다.

“내가 나흘이라 했던가?”

“미안한데 일정이 변경되어서 일주일간 실습으로 변경한다. 식량과 물은 이미 충분히 세이프 하우스에 배치해놓았으니 불만은 받지 않도록 하지. 너희들이 일주일간 배터지게 먹어도 남을 식량이 거기 있는 건 다들 알고 있을 거다.”

들릴 리 없지만, 미궁의 단단한 석벽 밖으로 생도들의 절규가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그 토끼들은 계속해서 너희를 추격할 거다. 실습을 포기하면 빼내 준다던 말도 사실은 거짓말이야. 난 너희들을 그렇게 약하게 키운 적이 없다.”

다시 절규가 쏟아지는 느낌이 든다.

“다만 이번엔 진짜로 성자의 명예를 칩으로 바꿔서 맹세하마. 실습을 빨리 끝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마.”

그렇게 말한 나는 멈칫한 생도들을 영상석 너머를 통해 확인했다.

“너희들이 그동안 돌아다닌 미궁의 중앙에는 거대한 공동이 있다. 아마 본 사람도 있겠지만 단단한 석벽 문으로 닫혀있다.”

그 당시엔 생도들이 덜 여물었으니까. 위험 때문에 문을 잠가놓은 게 사실이었다.

“그 석벽 문이 이제 열릴 거다. 그 안에 있는 괴물을 처치해라. 무슨 수를 써도 좋다. 그 괴물을 너희들의 힘으로 처리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조건보다 우선시하여 실습을 조기 종료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협조가 있건 관련이 되어있다면 모두 공적을 나눠서 실습 종료를 시켜줄 거다. 마지막으로. 너희들을 쫓는 거대 토끼와 다르게 공동의 괴물은 몬스터다. 그 사실을 잊지 마라.”

담담하게 말하며 통신을 꺼버리자 다리안의 볼에 제 볼을 비비며 즐거워하던 요시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악랄한 인간.”

“원하면 너희 F반도 다시 시켜줄 수 있는데.”

“F반 해산한지가 언젠데요. 그거 알아요? F반이었던 놈들 하나같이 당신이 있는 이쪽으론 오줌도 안 싸요.”

그녀의 말에 나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마를 콱콱 밀었다.

“내가 그토록 노력했는데 말이야.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댁 양심이나 챙기셨으면.”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절규에 빠진 생도들이 섬뜩한 안광을 번뜩이며 집결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피식 웃어보였다.

세이프 하우스에 이는 동안은 시간이 카운트되지 않는다. 오로지 그 밖을 배회해야 시간이 카운트된다.

일주일?

당연히 너무 긴 시간이니 그들에게 남은 결정은 하나뿐이다.

이 끔찍한 근육 토끼들을 피해 최대한 빠르게 미궁의 보스를 잡는다.

생도들은 잘 모르고 있었다.

본판보다 강한 고블린을 포함한 다수의 몬스터들을 상대로도 고전하는 타 아카데미 출신의 학생들과 다르게 이들은 근육 토끼라는 항거불능의 괴물에 맞서다 보니 다른 몬스터는 이미 어렵지 않게 제압하고 처리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역시…….

내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인간은 재밌어.”

“…….”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요시아가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에이리아에게 물었다.

“저…… 에이리아 언니. 저 인간…… 괜찮은 거 맞아요?”

“데이비 오라버니는 늘 한결같으신걸요? ”

“…….”

할 말을 잃은 그녀였다.

“적어도, 데이비 오라버니는 오라버니의 방식대로 학생들을 한뜻으로 모으셨으니까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 요시아는 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전우애.

그것이 가져오는 파급효과를 잘 모르는 그녀였다.

* * *

세이프 하우스에는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세이프 하우스 내부에 있는 동안은 어떤 몬스터도 진입할 수 없다.

둘째. 세이프 하우스에 한 인간이 들어갔을 때 체류 가능한 시간은 10시간.

사실상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체류 가능한 시간은 고작 2시간 정도가 전부다. 실제로 그 시간을 모두 채우면 세이프 하우스는 그 대상을 추방시키고 24시간 동안 받아주지 않게 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세이프 하우스에서는 본래 약속했던 실습의 버티기 시간이 1초도 흐르지 않는다.

생도들이 최후의 보루로써 세이프 하우스에 들어서긴 하지만 그것도 일부일 뿐이다.

학생회장 듀크는 그의 머리에 매달려 정수리를 콱콱 깨물고 있는 마리벨을 가볍게 무시한 채 소리쳤다.

“생도 제군!! 아까운 시간을 쪼개어 이 세이프 하우스에 와준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의 외침에 학생들이 침묵했다.

“이곳에는 평민, 귀족 할 것 없이 모두가 같이 모여있다! 거기에 의문을 품은 자가 있나?! 없겠지. 현재 우리는 하나의 재앙을 피하는 모두 같은 동지일 뿐이니까!”

-상당히 많은 수가 없어요!

“그래. 학생의 3분지 1이 없다. 그들은 오지 못한 것일 거다. 하지만 이렇게 모두가 모여주었다!!”

귀족과 평민의 경계가 허물어지게 만드는 데엔 많은 답이 필요하지 않다.

인간은 공공의 적이 존재하면 언제고 연합해왔으니까.

“가증스러운 학장 데이비 올 라운!! 그 인간이 우리를 속였다! 나흘이면 된다던 실습이 갑자기 일주일로 늘었다. 다만! 나 학생회장 듀크는 이것이 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주먹을 꽉 쥐고 소리쳤다.

“일주일?! 어림도 없지, 식량의 양을 보았나? 저 양은 생도 전체가 몇 달은 버티고도 남을 양이다! 즉! 그 인간은 일주일이 되면 또다시 기간을 늘릴 거라는 소리다!”

그렇게 외친 듀크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그는 우리를 이곳에서 당분간 내보낼 생각이 없다!!”

그 외침에 생도들의 표정이 파랗게 질렸다.

“싫어…… 근육 토끼 싫어…….”

“제발…….”

충분히 즐긴 근육 토끼들이 생도들을 버리고 가버렸으니 이곳에 있는 것이지 그게 아니었으면 벌써 대부분의 생도들이 사라졌을 것이다.

죽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도 토끼가 두려울 수밖에 없는 것은 토끼에게 잡히는 순간 지옥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 시간에도 데이비 학장은 계속해서 우리의 점수를 채점하는 극악무도한 짓을 하고 있다! 생도 제군들!! 이대로 당할 것인가?!”

격하게 소리친 그가 말한다.

“우리는 여기서 사라지지 않는다!! 복수해야 하니까! 극악무도한 학장 데이비 올 라운이 유일하게 자신의 명예를 걸고 한 약속이 있다!”

이미 다 들어 알고 있는 내용이다.

“다들 한 번씩은 보았을 것이다. 이 지옥 같은 미궁의 중앙에 있는 거대한 문을! 하지만 나는 그 문 안에 있는 게 토끼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그가 한발 나선다.

“이대로 죽을 것인가? 이대로 저 끔찍한 토끼에게 잡힐 것인가!”

“…….”

“언젠가 우리는 죽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이 아니겠지!”

그의 연설에 모두가 침묵한다.

“또다시 우리는 토끼에게 잡혀 생지옥을 볼 것이다! 내 머리를 물어뜯고 있는 이 마리벨 양이 토끼에게서 탈출한 직후 내게 한 짓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나가는 길을 발견했다는 극악무도한 거짓말로 나를 꿰어내 토끼들에게 던져준 것이다!”

그 말에 생도들의 시선이 그녀를 향하지만, 분노를 표하는 마리벨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나는 그 지옥을 잊을 수가 없다! 근육트레이닝을 좋아하는 나도 그 지옥은 감당하지 못한다! 이곳에서 체류하고 겁을 먹고 물러선 자가 처할 미래는 그런 것이다!”

그가 검을 뽑아 들었다.

“말해봐라. 생도 제군들! 저 문 너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게 뭔지!”

-이 생지옥을 나가게 해줄 열쇠!!!

“그것이 강대한 몬스터라면?!

-우리에게 근육 토끼를 제외하고 두려워할 것은 없다!!

-한낮 나가는 길을 열어줄 열쇠일 뿐!

-덩치만 큰 고깃덩어리!

육체적 정신적 혐오감을 주는 토끼와 다르게 데이비가 보여주었던 문 너머의 괴물은 고작해야 몬스터다!

근육 토끼 같은 절대 재앙을 뒤에 두고 몬스터가 앞에 있다면 나아가야 할 곳은 이미 정해져 있다.

입을 모아 소리치는 학생들에게 있어 더는 평민과 귀족의 차이 따윈 없었다.

“물자는 충분하다! 우리는 하인스 아카데미의 초기 생도들이다! 우리의 목적은 무엇이냐!!”

-이곳에서 탈출하는 것!!!

-데이비 학장에게 복수하는 것!!

“그렇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저 문 너머에 있는 것은 두려움이냐?!

-한낱 몬스터일 뿐!!

-토끼에 비하면 어린애 장난에 불과하다!

듀크가 검을 높게 들었다.

“좋다! 우리는 여기서 죽지 않는다!!”

쿵!!

학생들 중 일부가 무기를 땅에 내리찍었다.

“우리는 여기서 살아나갈 것이다!!”

쿵!! 쿵!! 쿵!!

대다수가 무기를 주기적으로 내리찍는다.

“생도 제군들!! 무기를 들어라! 이 지옥을 모두 함께 탈출하는 거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떠나갈 것 같은 함성을 지르는 학생들의 눈에는 이미 광기가 번들거렸다.

서로 견제하고 계급의 차이로 무시하던 귀족들과 평민은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 협력하고 목소리를 내어 준비를 했고 세이프 하우스의 시간을 써가며 장비를 점검했다.

평민들의 장비를 귀족자제가 수리해주고, 귀족 자제가 지략이 뛰어난 평민 소녀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열띤 토론을 한다.

오로지 한가지 목적으로 규합한 인간은…….

상상 이상의 저력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물론 세이프 하우스에서 중앙 공동까지 가는 길에 무수한 토끼의 습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귀족 평민 할 것 없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그들은 스스로의 희생을 거리끼지 않았다.

“어서 가!! 우리가 막는다!! 지원군이 없는 이상 이 이상의 피해는 안된다!”

“듀크 회장님!! 저희들의 희생을 딛고 빨리 가세요!”

덩치가 큰 학생들이 미리 준비한 타워 실드로 벽을 치고 토끼들의 진입을 막는다.

이 무식한 근육 토끼들은 효율적인 방법은 내버려 두고 몸을 밀 듯 타워 실드와 힘겨루기를 하며 서서히 학생들을 밀어붙인다.

오래 버틸 순 없지만 몇 초라도 시간을 끌 수 있다.

“크윽! 너희들의 희생은 절대 잊지 않겠다!! 가자!”

선두에 선 학생회장 듀크의 인솔로 대다수의 학생들이 빠르게 진입했다.

막대한 희생을 치렀지만 학생들은 결국 거대한 석문에 도달했고, 기다렸다는 듯 문이 열리는 석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르르르르…….

거대한 사슬에 양팔을 포박당한 채 무릎 꿇고 잠들어있던 외눈박이 붉은 괴물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맛있는 냄새가 난다.

그렇게 생각한 그는 오랜 시간 인간에게 잡혀있었던 분노를 터뜨리며 피어를 사방에 폭사했다.

고작해야 인간 따위가 버텨낼 피어가 아니다.

“저놈이다.”

하지만. 생각외로 다른 현실이 펼쳐졌다.

외눈박이 키클롭스의 눈앞에 도열한 작은 인간들의 눈에는 광기라고 치부할 정도로 전의로 가득했으니 말이다.

마치 하나의 먹잇감으로 보는듯한 시선.

이에 키클롭스는 낮은 지식으로 생각했다.

뭔가…… 이상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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