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03화
파바바바바바박!!!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생도들을 보며 키클롭스는 몸을 묶고 있는 사슬을 움직였다.
젖먹던 힘을 다해도 부서지지 않던 쇠사슬이 삐그덕 소리를 내며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카앙!!!
그리고, 그는 곧이어 자신의 왼쪽 팔을 자신의 가슴께로 당겨 사슬 중 하나를 뜯어내 버렸다.
터엉!!!
나머지 한쪽 또한 뜯겨 나간다.
이제 일어나기만 하면…….
“마법사!! 발포!!”
마치 기다렸다는 듯 사방에서 각각의 마법들이 쏟아진다.
물론 마법은 기본적인 공격마법들이 대부분이었다.
하나하나, 아니 다수가 모여도 키클롭스 같은 강대한 적에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마법들이다.
하지만. 힘이 약한 자에겐 그것을 보충할 방법도 존재한다. 명예를 중시하는 귀족들이라면 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평민들에겐 지극히 당연한 선택.
그것이 펼쳐졌다.
챙그랑!!!
기다렸다는 듯 사방에서 날아든 기름들이 화력을 증폭시켜준다.
물론 그래 봐야 큰 타격이 될 수 없다.
다만 아무리 지능이 낮은 키클롭스라도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아직 해방도 되지 못했는데 이 예의도 없는 인간 놈들이 공격을 해온 것이 아닌가!
-그우어어어어어어!!!
막대한 포효를 터뜨리며 그가 난동을 부렸다.
“강궁 준비!!”
그러거나 말거나 키클롭스의 외안에 비친 인간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이내 그를 향해 거대한 활들을 꺼내 당겼다.
“발사!!”
투쾅!!!
손이 바들바들 떨릴 정도로 강하게 휘어진 강궁의 화살이 날아들어 키클롭스의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눈을 노리고 날아든다.
하던 것도 멈추고 팔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보호하지만 그것 또한 이미 계획된 대로였다.
-비겁한 놈들!!!
키클롭스는 괴성을 내지르며 비열하게 공격해오는 인간들을 향해 소리를 내질렀다.
“못 일어나게 막아!!”
“밟아 저거!”
“죽여버려!!”
동시에 대체 뭐가 저들을 이토록 공격적이게 만들었는지 의문이 서리기도 했다.
결국, 키클롭스는 완전히 해방되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막대한 데미지를 받고 말았다.
팔을 휘두를 때면 아주 기다렸다는 듯 전위가 나서서 공격을 흘려주고 그 틈을 타 모조리 공격 범위 밖으로 빠져나간다.
“흐흐흐흐흐.”
“흐흐흐…….”
그제야 키클롭스는 눈앞의 인간들에게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뭔가 잘못됐다. 감히 항거할 생각도 들지 못할 정도로 무서운 기세를 내뿜던 그 검은 머리에 붉은 눈을 가진 인간도 그러했지만, 눈앞의 이 미물들은 충분히 이길 것처럼 약해빠졌음에도 계속해서 얄밉게 빠져나간다.
뿐만 아니라 키클롭스의 몸을 구속하던 구속구가 풀어지지 못하게 계속해서 방해했다.
-크아아아아아아!!
결국, 키클롭스는 자신의 모든 구속구를 부수는 데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미 키클롭스의 몸은 적의 수준을 생각할 때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의 상처를 입고 있었다.
카가가가가가각!!
바닥에 떨어진 거대한 쇠사슬을 집어 든 그가 맹렬하게 분노한다.
절대 포식자인 자신이 고작해야 저 작은 인간들에게 이토록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 너무도 수치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분노한다.
화가 난다!
키클롭스의 분노는 곧 그의 힘이 되었고 그렇게 집어 든 쇠사슬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생도들을 압박해갔다.
“큭!! 아직 이 정도로 우리를 꺾지 못한다!! 방패!! 올려!”
척!!
“저지팀! 움직여!”
쩌어어엉!!
다수의 방패병이 방패를 들고 버티지만, 순식간에 쓸려나갈 뿐이다.
하지만 죽은 이는 없었다.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 괴물 키클롭스의 공격이지만 너무 허무하게 막혔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저지팀이라 불린 마법사들이 끈적끈적한 거품을 만들어 키클롭스의 호흡을 방해했기 때문이었다.
갑작스레 숨이 틀어막히면 생명체는 경직된다.
인간이라면 피하겠지만 분노로 가득 찬 키클롭스는 애석하게도 지능이 낮은 탓에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고 그대로 당하는 바람에 공격을 저지당했다.
회복마법이 물밀 듯이 쏟아지며 전위들을 회복시키기 시작했고 예비 전위들, 즉 서브 탱커들이 나서서 키클롭스의 주변을 끌었다.
“수가 부족해…… 젠장!”
놀라울 정도로 깔끔하게 공략은 진행되게끔 만드는 건 다름 아닌 듀크였다.
그는 단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놈을 저지할 수 있도록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더러운 짓도 마다하지 않고 저질렀고 키클롭스가 무식한 데 비해 힘만 세다는 점을 역이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가 부족하다.
결정적인 한 방을 먹이기 위해선 틈을 보였을 때 확실하게 숨통을 끊어야 했다.
하지만 화력이 부족한 탓에 그게 불가능하다.
즉.
아무리 멍청해도 계속해서 똑같은 것을 당할 리 없으니 시간 끌기 전에 죽이지 못하면 생도들의 패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세상에 어떤 미친 학장이 생도들의 실습수업 대상으로 저런 말도 안 되는 괴물을 데려왔는가라는 의문은 들지 않았다.
“아아아악!!”
“젠장! 부상자는 뒤로 후송해!! 서브 탱커와 메인 탱커 전원 나가서 시선을 끌어!!”
“수가 부족합니다! 회장님!!”
“알고 있어!!”
미친 듯이 사슬을 휘두르며 공격하는 키클롭스의 공격은 방비가 튼튼한 전위를 제외하곤 즉사에 가까운 공격을 받게 된다.
온 전신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때였다.
“으아아아악!!!”
평민 출신의 마법사를 보호하던 방패를 든 귀족자제 한 명이 키클롭스의 공격에 당해 그대로 거대한 손에 전신을 잡혔다.
조금만 힘을 줘도 으스러질 공격에 듀크가 눈을 부릅뜬다.
“안돼!!”
위험할 시 나선다곤 했지만 저렇게 되면 누가 구하기도 전에 죽을 것이다.
키클롭스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잡힌 소년을 노려보더니 이내 입을 쩍 벌렸다.
한입에 집어삼키려는 것이다.
이에 듀크가 급히 나서려던 순간. 마리벨이 다가와 그를 끌어안고 뒤로 당겼다.
“회장! 이상한 생각하는 거 아니죠?!”
마리벨의 외침에 회장 듀크가 눈을 부릅떴다.
“이봐 마리벨 양 내가 누구라고 생각해! 나 학생회장 듀크야!!!”
“으으…… 으아아악!!”
겁에 질린 소년이 비명을 지르고 잡아먹히려던 그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긴 화살들이 순식간에 키클롭스의 팔에 꽂혔다.
-그우?!
“으아아아아아아아아!!”
터어엉!!
이에 의아함을 느낀 그가 비틀거린 순간 네다섯 명의 학생들이 마법의 도움을 받아 도약하며 키클롭스의 급소를 거대한 해머로 내리찍어버렸다.
“회장!! 저 왔습니다!!”
뒤이어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타디아였다.
타디아는 기다렸다는 듯 소리친다.
“전원 합류해!!”
“역시!! 성공할 줄 알았다!”
“이게 무슨…… 저들은 분명 합류하지 못한 생도들 아니었나요?!”
마리벨의 물음에 듀크가 음산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그래서 오기 전에 그들을 찾아 이곳으로 합류하라 일러뒀지!”
유일한 문제는 수의 부족이었다.
하지만 부족한 인원이 채워진 이상.
“후우…… 죽는 줄 알았네!”
“준비해라!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튀면 반드시 내 손에 뒤질 것이다!”
듀크가 무기를 빼 들며 소리친다.
“전원!!!”
척!!
“돌격!!”
격한 외침과 함께 광기에 휩싸인 생도들이 키클롭스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키클롭스는 전신에 느껴지는 격통에 비틀거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쟤들 뭐야…… 무서워…….
낮은 지능으로 키클롭스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판단이었다.
* * *
“진짜 죽으면 어쩌려고…….”
페르세르크가 내 팔을 툭 치며 물었다.
“사망자가 나올 정도로 난이도를 올리면 어떻게 해.”
“그럼 그놈 운명인 거지.”
“데이비.”
그녀가 나를 곱게 흘겼다.
그리고는 내 멱살을 잡아당겨 자신의 시선에 맞추고는 자신의 가슴께에 내 얼굴을 끌어안듯 당겼다.
“거짓말을 하는 요 나쁜 입을 어찌 혼내주어야 할까.”
“…….”
“본녀에게 말해봐. 어떤 벌을 받고 싶은 게야.”
“키스라도 해주면 말해줄게.”
그녀의 말에 나는 눈을 게슴츠레 떴다가 조용히 말했다.
“별거 없어. 그냥. 위기의 순간에 인간은 공공의 적을 두고 협력하는 거니까. 진짜로 죽일 생각은 없지.”
키클롭스는 잘 모르는 듯하지만 이미 놈은 수차례 세뇌를 받은 후였다.
즉.
생도들이 싸우고 있는 키클롭스는 본래의 키클롭스의 열화판과 같다.
누군가를 잡아먹는 시늉을 하는 것뿐 실제로 먹지는 않으려는 것과 같다는 소리였다.
쿠웅!!!
이윽고 키클롭스의 거체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잡았네.”
쓰러진 키클롭스를 밟고 일어서며 환호를 지르는 생도들이 보인다.
평민 귀족할 것 없이 피를 뒤집어쓴 채 서로를 얼싸안고 눈물까지 흘리며 기뻐하는 생도들을 보며 나는 따스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리고, 천천히 바닥을 향해 손을 뻗어 마법진을 형상화 시킨 뒤 공간을 뛰어넘어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다들 고생했다!”
내 말에 기뻐하던 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몰린다.
“너희들은 기적을 이루어냈다. 본래 생도라면 절대 이길 수 없는 괴물을 이겨냈으니까. 무엇이 너희들을 이렇게 만들었나.”
그 물음에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협동이다. 힘이 약한 것들이 힘을 합쳐서 강한 존재를 꺾는 것은 인간의 근본적인 역사이며 전통이다. 오래전 현자 중 한 사람이 했던 말이다.”
다굴에 장사 없다.
학생들은 그제야 자신들의 곁에 누가 있는지를 볼 수 있었다.
“다들 그동안 봐왔을 거다. 평민이고 귀족이라는 이유로 서로 배척해왔겠지. 코시아 샤렌의 일은 극단적으로 치우쳐진 일 중 하나일 뿐이지 너희들의 마음속에도 그런 생각이 남아는 있었을 것이다.”
그 말에 학생들 중 일부가 고개를 끄덕인다.
겉으론 신경을 안 쓰는 척하지만 정말로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를 봐라. 듀크!”
“……예. 학장님.”
“네가 보기에 귀족들만 있었다면 이놈을 잡았을 거라 생각하나?”
“아뇨.”
“타디아!!”
“네…… 네! 저하!”
“평민들만 있었다면 과연 이놈을 죽였을까?”
대답은 없었다.
뻔한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너희 모두가 힘을 합쳤기에 잡아낸 것이다. 나는 그런 너희들의 협동에 찬사를 보내고자 추가적으로 선물을 주고자 한다.”
내 말에 그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일단 내가 내놓은 보상이 꽤 컸으니 말이다. 그런데 추가 보상이라니.
생도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이에 나는 키클롭스의 시체에서 내려온 뒤 바닥을 가볍게 손에 쥔 검의 검집 채로 두드렸다…….
툭…… 투툭. 투투투투툭.
모스부호처럼 수차례 두드리기를 잠시.
바닥이 열리기 시작하자 학생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는다.
“설마…….”
“아…… 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