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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905화 (905/1,559)

제 905화

정령의 축복.

자연 그 자체의 일부인 정령은 그야말로 생명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령의 힘과 반하는 종족에겐 해당하지 않지만, 인간 혹은 홀른이라 불리는 존재에게 정령은 축복의 존재와 다름없다.

본래라면 정령을 제외한 종족이 정령계에 들어서는 건 본래 불가능하다.

실제로 내가 정령계에 들어갔을 때 정령왕들은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지었으니까.

그때 나를 보던 노아스와 엘라임의 표정은…….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실제로 지금 내가 있는 이곳도 엄밀히 표현하자면 정령계라고 할 순 없었다.

중간계와 정령계의 틈 사이에 막대한 생명 에너지가 감돌면서 생겨난 생명의 땅.

그곳에 정령들이 모여들면서 이제 정령계화가 되어가고 있는 곳이다.

앞으로 수백 년에서 3천 년 정도.

그동안은 정령계와 중간계가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되리라.

“인간이…… 정령계에 올 수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지만…….”

“보고도 믿기지가 않네…….”

생도들은 제 주변으로 모여들어 재잘거리는 작고 귀여운 정령들을 보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장은 충분히 구경하도록 해. 일단은 쉬어둬야 하니까.”

내 말에 학생회장 듀크는 근처의 정령이 가져온 과일을 받아들고는 떨떠름하게 그것을 베어 물었다.

“대박!”

그리고는 대놓고 감탄을 터뜨렸다.

“겁나 맛있어!”

“회장님. 언동을 조금 더 고온단어로 선정하시는 게 어떨까요.”

듀크의 말에 부학생회장 리미엘이 혀를 쯧쯧 차며 그를 구박한다.

“평민과 귀족의 선을 나눌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왕족과 귀족은 타국에 비치는 얼굴이에요. 교양은 곧 저희들이 품어야 할 의무죠.”

그녀가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주홍빛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꺄르르륵! 인간 데이비의 친구! 우리가 선물을 가져왔어!]

정령들이 내미는 과일을 받아든 그녀가 우아하고 곱게 웃어보였다.

“어머, 고마워요. 잘 먹도록 할게요.”

그리고는 귀족들이 으레 그러하듯 우아하게 그리고 작게 입을 벌려 과일을 베어 물었다.

“대박!! 개 X맛!!”

눈을 부릅뜨며 그녀가 소리치자 듀크가 인상을 찡그린다.

“저 봐. 누가 누구보고 체통을 챙기니 뭐니 하는 거야. 그보다 그 이상한 말은 또 어디서 배운 거야.”

“크, 크흠! 아카데미에 오기 전에 이방인들에게서 배웠죠. 실례, 제가 못난 모습을 보였군요.”

“더럽게 맛있지?”

“…….”

불만을 품는 얼굴이지만 이내 그녀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과일을 베어 물었다.

이미 곳곳에 퍼져 정령계를 구경하는 생도들의 표정에 생기가 돈다.

이 장소는 내가 생명력이 가득한 달을 띄운 곳이다.

그런 만큼 생명력은 그 어떤 세계보다 막대하다.

“슬슬 얘들에게 축복을 내려줄래?”

[응! 응! 인간 데이비의 말이라면 우리는 언제든 들어줄 거야!]

[우리의 구원자! 우리의 친구!]

[기꺼이 축복할게!]

재잘거리며 수많은 정령들이 빛이 되어 쏟아져 내린다.

정령은 자연의 근원 중 하나.

그런 만큼 정령의 축복을 받는다는 말인즉슨 자연의 축복을 받는다는 뜻과 같았다.

보통 정령의 축복은 정령사들이 친화력을 올리는 최고의 수단 중 하나로 알고 있지만 사실 정령사가 아니라도 그 효과는 충분히 존재한다.

“인간의 몸의 60퍼센트는 물로 이뤄져 있다. 때문에 자연의 축복을 받은 인간들은…….”

내 말에 여성 생도들의 눈이 부릅 뜨여진다.

“평생 피부에 기미 잡티 같은 걱정이 없으며 노화도 상당히 늦어지게 되지.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건 남녀 관계없이 노화가 상당히 늦어진다. 자연지기, 아니 자연에너지가 너희들 몸에 깃들게 되거든.”

“세상에!”

“어머나!”

나이 세상 불문하고 여성들의 관심사는 다를 것이 없네.

반대로 단순 피부 노화가 늦다는 말에 크게 기뻐하지 않는 중생들이 보인다.

“남자의 경우 해면체 활…… 아니다. 이게 설명이 참 그런데. 그냥 몸에 좋아. 기존의 정령 축복과 다르게 정령계의 축복은 농도가 진해서 자연지기가 몸에 깃들게 되거든.”

그 한마디에 남성 생도들의 표정이 변한다.

“그래도 정령들은 겁이 많으니까 너무 날뛰지 마라. 만약에 여기서 난동부리다가 걸리면 내 손으로 갱생시켜줄 테니.”

“평생 따르겠습니다!!”

“평생은 얼어 죽을, 가서 공부나 열심히 해 이것들아. 그리고 너희만 편애하는 게 아니야. 1년에 한 번씩 대규모 실습수업을 진행하고 모두 정령의 축복을 내려줄 거다.”

다른 아카데미에서 이런 거 해주는 거 봤냐?

마스터급 존재가 아니면 노화를 방지할 방법은 거의 없다.

그런데 정령계에 와서 정령의 축복을 받음으로써 노화를 방지할 수 있다?

그 누가 눈이 번뜩이지 않을까.

물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바쁜 평민들에겐 사실 노화라는 게 별로 의미 없는 메리트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생도들이 정령들의 빛과 공명하며 축복을 받는 모습을 보던 내 곁으로 엘라임이 다가왔다.

[계약자. 할말이 있어요.]

“할 말?”

[최근 정령왕들의 움직임이 부산스러워지고 있어요. 알고 있나요?]

딱히 관심이 가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진지했다.

[정령계에 온전히 들어올 수 있는 건 당신뿐이에요. 정령계의 중심에 있는 대정령이 당신을 부르고 있어요.]

그녀의 말에 나는 정령의 축복을 받고 있는 이들을 흘끗 바라보았다.

“바샤.”

스르륵.

“찾으셨습니까 은공.”

이윽고 내 부름에 대답하듯 무복을 입은 엘프 하나가 다가왔다.

하인스 영지, 자경단에 소속된 특작부대를 이끄는 엘프. 그것이 바로 바샤라는 남성 엘프였다.

아이나가 자처한 다크엘프 정보부대와는 조금 달랐다.

공식적인 특수작전부대가 바로 이들이니 말이다.

실제로 이들은 아이나 같은 은밀 정보부대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유리아 헬리샤나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없다고 말한 아이나의 부탁 때문이었다.

“정령의 축복과 구경이 끝나면 저 녀석들 내보내. 보팔레빗에게 말해놨으니 몬스터들을 한쪽으로 싹 치워놓았을 거다.”

“어딜 가십니까?”

“정령계 좀 다녀올까 해서.”

“명 받잡겠습니다. 은공.”

정령계라는 존재 때문에 바샤의 눈에 상당한 존경심이 비치는 게 보였다.

“아. 그리고.”

엘라임을 따라 걸어가던 내가 돌아섰다.

“하실 말씀이라도?”

“아무것도 아니야. 별일 없겠지.”

내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인 엘프 바샤는 이내 조용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치지지직!!

나를 따라온 엘라임이 정령계의 문을 열며 나를 인도했다.

이제 와서야 내가 정령계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제약도 사라진 지 오래였으니까.

프리아 여신이 남긴 권능은 생각대로 전능하진 않지만, 상당히 많은 이점을 내게 건네준다.

[이…… 인간!]

중간에 이어진 정령계가 아닌 진짜 정령계로 들어섰을 때.

나는 내 앞을 막아서며 모습을 드러내는 작은 소녀를 볼 수 있었다.

푸른 머리칼에 새하얀 브릿지가 된 귀여운 인상의 소녀였다.

바로 내가 정령계에 도달해 계약했던 뇌전의 정령왕. 인드라였다.

윌 오브 위스프를 지배하는 뇌전의 정령왕.

그것이 바로 그녀다.

그녀는 순진무구한 눈망울 속에 고민과 두려움을 애써 숨기며 내게 말했다.

[왜…… 왜 나타나지 않아요?!]

“음?”

[그…… 그렇게 불렀는데…….]

그녀의 말에 나는 문득 생각했다.

“그랬나?”

[계약의 인 자체가 불안정해서겠죠. 소환하느라 고생했어요. 인드라.]

불만이 서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던 인드라는 곧이어 흥! 하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자…… 자주 놀러 오란 말이에요. 제 첫 계약자인데. 제 처음을 가…… 웁!!]

“넌 그 주둥아리 좀 조심할 필요가 있겠다. 여기 페르가 있었다면 넌 방금 주둥아리로 살인을 저지른 거야.”

내 말에 그녀가 놀란 듯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래. 대정령이 날 기다리고 있다고?”

[제가 안내할게요. 엘라임.]

[그래 주겠어요?]

[맡겨주세요.]

그녀는 빈약한 가슴을 펴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저의 계약자니까요.]

마치 아이가 소유권을 독점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누가 쥐방울만 한 정령왕 아니랄까 봐.]

[뭐…… 뭐라고요?!]

그때 난입한 누군가의 목소리에 뇌전의 정령왕 인드라의 표정이 표독스레 일그러졌다.

마치 작은 소동물이 포식자를 경계하듯 내 뒤로 숨어 으르렁대는 그녀였다.

[정령왕씩이나 돼서 인간의 뒤에 숨는 거냐? 인드라?]

[당신 같은 사고만 치는 나잇값 못하는 정령왕에게 그런 말을 듣고 싶진 않네요! 베에!]

혀를 쏙 내밀며 바람의 정령왕, 제비, 즉 실피드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는 인드라의 행동거지에 그가 인상을 팍 찡그린다.

[이 쥐방울만 한 게 콱!]

“제비.”

내 부름에 실피드가 움찔거렸다.

“관심 있어서 찝쩍거리는 거면 나중에 해.”

[누…… 누가 이런 쥐방울에게 찝쩍댄다는 거냐!]

[어휴, 저 등신…….]

엘라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자 실피드의 표정이 팍 찡그려졌다.

[이봐 계약자. 그곳엔 가지 않는 걸 추천하지.]

“이유라도 있나?”

[별거 없어, 그냥…….]

말끝을 흐린 그가 짧게 혀를 찼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 꼰대 자식들…….]

짜증을 부리며 가버리는 그의 모습에 내가 엘라임을 향해 설명을 요구하는 시선을 보냈지만, 엘라임도 복잡한 표정이었다.

[어서 가요.]

이윽고 인드라가 내 팔을 잡아당기며 앞장서서 걸어가기 시작한다.

푸른 머리칼에 브릿지된 새하얀 머리카락이 살랑거리며 불안한 공기를 내비쳤다.

* * *

뇌전의 정령왕 인드라.

그녀는 정령왕이라는 지고의 위치에 존재한 순수한 상위 영혼이면서도 상당히 거리낌 없고 천진난만했다.

뒷짐을 쥔 채 숲을 앞장서서 사뿐사뿐 걸어가던 그녀가 몸을 빙그르르 돌렸다.

[왜 그동안 한 번도 안 나타났어요?]

“굳이 정령계에 들릴 이유가 없잖아.”

[체, 그게 말이에요? 당신은 나 뇌전의 정령왕 인드라의 계약 홀른(인간)이에요.]

“그렇지.”

[그럼 계약 홀른은 정령이 원할 때 와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 생각은 해볼게…….”

내 대답에 그녀는 입을 툭 내밀고는 꾸물거렸다.

그리고는 조용히 멈췄다.

[다 왔어요.]

“호오…….”

[이곳이 태초 정령의 요람. 대정령의 안식처에요.]

눈 앞에 펼쳐진 공산은 거대한 절벽으로 둘러싸인 보랏빛 숲이었다.

중앙에는 세계수보다는 작지만, 그 힘이 예사롭지 않은 나무가 존재했고

태초의 숲.

과거 정령계의 붕괴 당시 날뛰었던 태초 정령들의 요람이며 태초 정령 중에서도 가장 오래 존재해온 대정령이 존재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렇게 잘난 양반이면 난리 났을 때 나서서 좀 도와주던가.”

내 중얼거림에 인드라가 경악하며 나를 올려다본다.

[저…… 절대로 그런 말을 대정령의 앞에서 하지 말아요! 꿈에서라도 그럴까 두렵네요!]

“대정령이 무섭냐?”

[대정령이 무섭냐니요! 대정령은 모든 정령의 존경을 받는 존재예요! 그런 존재를 두려워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죠!]

그녀의 외침에 내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래. 굳이 이제와서야 뭐. 그래. 나를 여기까지 부른 이유가 있을 텐데?”

내 물음에 인드라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리고 두리번거렸다.

[대…… 대정령님!]

“거짓말이야.”

[홀른!!]

분노한 그녀가 소리친다.

열이 뻗친 얼굴로 나를 투닥투닥 두드리던 그녀의 손끝으로 뇌광이 파직파직 튀겼지만, 그녀의 힘은 내게 닿기도 전에 사라졌다.

[어…… 어떻게 내 힘이?!]

“글쎄다?”

제법 놀리는 맛이 있는 그녀였다.

울상을 지은 채 인드라가 자신의 작은 손을 모아 펼쳤다가 오므렸다가를 반복하며 문제가 있는지 확인했다.

파직!! 파지직!!

하지만 곧 그녀의 손에 고온 고압의 뇌광이 머금어지자 안도한 표정이다.

[다…… 다행이다. 잘되는구나…….]

안도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조용히 말했다.

“정령계에 외부인이 들어와 있는 게 그렇게 달갑진 않을 텐데. 본론을 꺼내는 게 좋지 않을까?”

내 말에 인드라가 자신만만하게 가슴을 펴고 양손을 허리에 올렸다.

[흥! 이번엔 안 속거든요? 대정령이 아니라. 대정령의 씨앗이 왔다고 해도…….]

[인드라. 미안하지만 자리 좀 비켜주려무나.]

[으꺄악?!]

자상한 노인의 목소리에 인드라가 비명을 내지르며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버렸다.

“쟤는 정령왕이 왜 저렇게 심약한 거야.”

보통 정령왕은 고압적이고 위협적이며,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막대한 존재감을 지니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인드라는 그 느낌이 달랐다.

[그럴 수밖에.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정령계가 그토록 큰일을 겪었으니.]

“그래. 날 보자고 한 이유가 있다고?”

[자네가 오기만을 기다렸네. 나는 이곳의 정령들이 떠받들어주는 보잘것없는 노인일 뿐일세.]

그 말과 함께 내 앞으로 새로운 초목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마른 나뭇가지.

하지만 그 나뭇가지가 품고 있는 힘은 너무도 지고지순했다.

“정령왕들이 왜 경의를 표하는지는 알겠네.”

[이래 본들, 세계를 떠받치고 있는 세계수의 위계만 할까.]

노인의 목소리로 껄껄 웃어 보인 나뭇가지가 웅웅 빛난다.

[본론부터 들어가겠네.]

“얼마든지.”

[자네가 만든 달 타나토스를 파괴해 주게.]

그 말에 나는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되물었다.

“미안한데, 뭐라고?”

내 물음에 대정령은 자신의 몸체인 나뭇가지를 천천히 늘어뜨려 내 손에 닿았다.

아주 옅은 빛이 몸에 감돈다.

동시에, 그의 의지가 전해져 들어왔다.

그의 말뜻을 이해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필요할까.

이미 대부분의 자초지종을 들었지만, 현실은 몇 초도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안가 나는 조용히 그의 요청에 대한 대답을 내놓았다.

“미안한데. 이제 장사 안 해. 딴 데 가서 알아봐. 난 은퇴했으니까.”

대답 자체는 간결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는 공간을 찢으며 허공을 뛰어넘었다.

[가, 가지 말아요!]

그때였다.

뇌전의 정령왕 인드라가 당황하며 그 자리에서 내 허리를 끌어안듯 매달렸고, 그대로 나와 함께 공간을 뛰어넘어버린 것이다.

정령의 본체가 이 게이트를 타고 중간계에 강림하면…….

쿠당탕!!

비교적 가볍게 착지한 나와 다르게 인드라는 균형조차 못 잡고 버둥거리다가 꼴사납게 엉덩방아를 찧어버렸다.

[아야야야, 너무 아파…….]

울상을 짓는 그녀의 중얼거림에 내가 그녀를 일으켜 세우려던 찰나였다.

“설마 새로운 부인…… 은 아니죠?”

당황한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에선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건강하게 그을린듯한 피부를 지닌 아름다운 소녀였다.

“누구십니까?”

여긴 내 집무실이 맞는데.

손님이 온다는 말은 듣지도 못했고.

내 물음에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연락도 없이 찾아뵌 무례를 용서하세요. 시국이 다급한 시국이라 부재중이라도 찾아뵈어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답니다.”

보통 에이미라면 들여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가 이곳에 있다는 건 그녀가 가져온 소식이 단순히 가볍게 취급될 부류는 아니었다는 것이리라.

“반갑습니다. 데이비 올 라운 왕자님. 콘타스 제국의 대제의 여동생인 모르지아나라고 합니다.”

모르지아나.

그녀의 이름은 익히 알고 있다.

모르지아나를 내가 모르진 않아.

실제로 그녀는 서부 대륙에서 굉장히 유명한 인물이니 말이다.

우아한 자세로 말하지만, 그녀의 복장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개방적이었다.

지구의 중동국가에서 보던 무희들의 복장이 이러할까.

갑작스런 그녀의 등장에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보자 그녀가 옅게 웃으며 다가왔다.

그리고는 조용히 말한다.

“들어보시겠어요?”

그때 제 엉덩이를 문지르며 아픔을 호소하던 인드라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인간, 왜 거적때기를 입고 있는 거냐?]

분위기가 싸하게 식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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