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911화 (911/1,559)

제 911화

포식의 권능으로 사라진 갑주.

일리나에 의해 베어진 나머지 쩌리.

마지막으로 균열 속에서 나온 거대한 갑옷거인까지.

버티고 버티던 갑옷거인은 힘 조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천하대장군의 일검을 막아 내기 위해 제 덩치를 이용해 밀어붙였다.

하지만 힘겨루기가 질린 듯 천하대장군의 기세가 일순간 힘을 끌어올리며 모든 것이 변했다.

천지가 뒤집히는 일격.

주변에 퍼져나가지 않게 억제했음에도 막대한 충격파가 터져나가 기사들을 날려 버릴 정도의 풍압을 만들어 낸 것이다.

무력이 그리 높지 않은 에이리아를 보호하기 위해 페르세르크가 펼친 장막의 5장 중 3장이 박살나고 세피로스화한 륀느가 힘을 방출해 역풍을 만들어 내고도 겨우 상쇄시킬 정도의 충격파였다.

순식간에 적이 무너져 내리고 사라지자 오색의 별가루들이 흩어지듯 퍼져 나간다.

이전과 다르게 어떤 힘은 느껴지지 않았다.

찢어진 균열은 본래대로 돌아왔고 하늘은 거대한 싱크홀이 뚫린 것처럼 거대한 원기둥 형태로 뻥 뚫려 버렸다.

놈들이 나타나면서 보였던 검은 구름의 중앙에 거대한 구멍이 생겨난 것이다.

“크헉!! 대……대체 무슨?!”

바닥에 엎어져 있던 베드경의 경악한 외침을 무시한 채 나는 내 뒤에 현신한 거신을 올려다보았다.

“힘 조절 안하냐.”

내 말에 천하대장군의 번뜩이는 안광이 나를 바라본다.

적당히 힘을 조절해야 자세히 파악이 되는데, 열받았다고 그대로 박살내 버린 꼴이라니.

내 시선을 보던 천하대장군이 이내 천천히 주먹을 들어 올렸다.

패기로운 모습. 보는 이들마저 든든하게 만드는 엄청난 위압감.

그리고.

나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고는 그대로 흩어져 버리는 완벽한 강심장까지.

“저, 저 미친놈이?”

냉큼 도망쳐 버린 천하대장군을 보며 내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래. 다음에 나오기만 해라.”

천천히 일어나며 주변을 살피는 이들을 뒤로한 채 나는 크레이터에 펼쳐진 빛의 가루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분명 고대마수인 보팔레빗을 잠깐이나마 흩어 버렸다.

애초에 놈의 본체 대부분은 마계에 있는 만큼 본래 상태는 아니었다곤 해도 좀 전 내가 처리한 놈들의 수준으론 보팔레빗을 어찌할 수가 없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스윽…….

나는 공간이 찢어졌던 부근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알타이르.”

부욱!!

일순간 시간의 정령 알타이르의 힘이 주변 공간의 시간을 격리시킨다.

모두가 멈춘 상황 속에서 나는 균열이 있던 자리에 신력을 흩뿌렸다.

에너지를 어디 한번 물어나 봐라.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한번 찔러 본다고 나쁠 것은 없다.

조용히 힘을 흩뿌리던 도중, 문득 나는 무언가가 나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 봐라?”

콰득!!

공간이 찢어지며 균열 너머에서 무형의 무언가가 나와 접촉한다.

그리고 나는 볼 수 있었다.

어두컴컴한 거대 공간.

그 공간에 뜬 엄청난 수의 별.

그 별 중 특출나게 강한 힘을 품은 어떤 무언가를 말이다.

거대한 눈을 본 내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보통의 존재가 아니다.

별,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다수의 별이 모여 만들어진 거대한 힘의 집합체.

프리아 여신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거대한 힘의 군집체가 나를 직시한다.

이 정도 힘을 지닌 존재라면 보팔레빗의 연결을 단번에 끊어 버려도 이상하지 않으리라.

그리고 나 또한 놈을 직시했다.

“너구나.”

-…….

대상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듯 보인다.

놈의 정체는 아마 갑옷이 말했던 거해궁이라는 존재이리라.

“볼일 끝났으니 나중에 보자.”

그렇게 말하며 나는 접촉하던 힘을 강제로 끊어 버렸다.

스팡!!!

동시에 균열이 닫혀 버렸고 나는 이내 시간 격리를 해제한 뒤 페르세르크에게 다가갔다.

“페르세르크.”

“표정이 좋지 못하구나. 좀 전 시간의 정령의 힘이 느껴졌는데.”

“그래. 회랑에 좀 다녀올게. 메가로드리아와 함께 하인스 영지로 돌아가.”

“.……그대는 사고를 늘 몰고 다니는구나.”

“누가 아니래. 귀찮은 일은 그 양반들에게 떠넘기고 올 테니까 가서 기다리고 있어.”

“맨입으로?”

그녀의 장난스런 물음에 나는 주변을 스윽 둘러보았다.

아직 상황을 전부 이해하지 못한 이들은 혼란스러운 표정들이다.

“갔다 와서 해 줄게.”

“그래. 이번만은 본녀가 양보하지.”

“좋아.”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하자 그녀가 손으로 내 팔을 툭 처냈다.

“아이 취급 하는 건 그리 좋지 않아.”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까딱거려 나를 숙이게 만든 뒤 내 머리에 손을 올려 쓰다듬었다.

“옳지. 다녀와.”

“……두고 보자.”

적극적이고 소극적인 걸 떠나 주도권을 잡지 않는 편인 일리나나 에이리아와 다르게 페르세르크는 틈만 나면 나와 주도권 싸움을 하곤 하니까.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저…… 데이비 왕자님.”

“여기 나타난 건 전부 처리했습니다. 그래도 위험할 수 있으니까 당분간 근처에 사람 들이지 마세요.”

“대체 무슨 일입니까.”

“잘못해서 그 문이 다시 열리면 난리가 나는 정도?”

내 말이 거짓말이 아님을 깨달았는지 베드경의 표정이 파랗게 질렸다.

이후 나는 메가로드리아를 소환한 뒤 남들이 보지 못하게 허공에 손을 뻗어 비틀었다.

치잉!!

동시에 내 육신이 빛과 함께 흩어진다.

* * *

신의 영역.

본래 프리아 여신이 존재하던 곳이었으나 이제는 회랑의 영웅들이 머무르고 있는 창공의 공간이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창공의 공간에는 오딘의 취향이 듬뿍 들어간 거대한 천공바위가 보인다.

지름 수십 미터부터 수백 미터짜리의 거대한 바위들이 창공에 떠서 수십 줄기의 폭포를 끝없는 창공의 아래로 쏟아 붓고, 각 거대한 바위들 사이사이로 다리가 놓여 있다.

스르륵.

“왔구나.”

제법 짧게 머리를 친 하레스가 나를 불렀다.

막상 저렇게 보니 일리나와 다르다는 느낌이 들지만 눈매만큼은 정말로 닮은 느낌이 들었다.

짧게 머리를 친 하레스와 일리나를 나란히 상상하며 둘을 비교해 보면.

“그 선조에 그 후손이구만.”

“응?”

“무슨 일로 기다리고 있었습니까?”

“다 보고 있었다. 네가 올 것 같더라.”

나는 신의 영역에 함부로 들어오지 않고 그들도 웬만한 일이 아니면 내게 접촉하지 않는다.

그것이 서로를 위하는 과정이니 말이다.

그 말에 나는 그를 따라 구름다리를 건너 거대한 동양풍의 건축물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여기다.”

이윽고 그는 나를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서양식과 동양식이 적절하게 섞인 정원은 독고준과 오딘의 취향이 한껏 들어간 느낌이었다.

이윽고 나는 커다란 바위 위에 앉아 낚싯대를 잡고 있는 작은 소녀를 볼 수 있었다.

“오딘. 데이비가 왔는데.”

하레스의 말에 오딘이 천천히 차가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낚싯대를 허공에 던져 고정시키더니 나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왔다.

“오랜만입니다.”

“…….”

말없이 나를 올려다보던 그녀가 이내 나를 기준으로 빙그르르 걸어 돌았다.

그리고 나를 향해 환하게 웃어 보였다.

저렇게 웃을 땐 보통…….

퍼억!!

망설임 없이 나를 정원의 호수 쪽으로 걷어차 버렸다.

역시 이럴 때 뿐이다.

“우억!”

순식간에 호수에 빠져 버린 내가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수면 밖으로 끌어내기가 무섭게 그녀가 작은 손으로 내 머리를 콱 짓누르며 싸늘하게 웃어 보였다.

“정말 오랜만이야 데이비. 널 만나면 아주 화끈하게 태워 버리고 싶었어.”

“이 망할 노친네가 진짜!”

화르르륵!!

“한 번 더 지껄여 볼래?”

“예, 누나. 무슨 일이세요.”

“…….”

나를 한참동안 노려보던 그녀는 이내 내 머리를 짓누르던 손을 치우고 돌아섰다.

“이미 봤을 거야.”

“거해궁.”

“그래. 그런 이름이지.”

“그거 대체 뭡니까”

“우선은 따라와. 프리아 여신의 기록 중에 네가 찾는 답이 있으니.”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동시에 주변이 모조리 변하며 거대한 지하 신전의 모습이 드러났다.

“프리아 여신이 남겨 놓은 오래전의 전승이자 기억이 저장된 곳이야.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 남은 게 있어.”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거대한 석벽에 새겨진 글귀를 가리켰다.

처음 보는 언어였다.

“구조가 엉망이네.”

“신언이야. 표음문자니 뭐니 그런 걸로 해석하면 천년을 쥐고 있어도 실마리조차 못 찾을 거다.”

단어와 문장. 배열, 필체.

모든 것이 언어가 되는 아주 비효율적이면서도 완벽한 문장이다.

“태초 프리아 여신이 세상을 창조하기 전 그녀가 의지를 가졌을 때 분리된 열세 조각이 있어.”

“열세 조각?”

“그래. 그렇게 떨어져 나온 조각은 당연히 신의 파편이었기에 자아를 가졌고, 동시에 불완전한 파편이기도 했으니 신격을 완전히 얻지는 못했지.”

그녀는 천천히 석벽의 글귀를 해석해 주었다.

“너무 강렬한 자아를 가진 탓에 프리아 여신은 이 열세 조각을 흡수하지 않고 모두 봉인했다.

그게 바로 별자리.

황도 12궁.

“그런데 이제 와서?”

“네가 만난 건 그중 하나야. 프리아 여신이 잠든 것도 문제지만 그 실상은 네가 만든 타나토스 때문이야.”

막대한 생명력이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 세상의 균형을 바꿔 더욱 많은 생명력을 일으켰다.

그 때문에 첫 번째 별인 북극성이 깨어났고.

그 북극성은 자신의 휘하에 있는 황도 12궁을 천천히 깨우기 시작했다.

“망할 그놈의 달. 뭐만 하면 문제야.”

정령계도 살살 시동을 걸고 있고, 에반젤린의 성장통도 방해하고 있다.

부족하면 위험하지만 너무 많아도 좋지 않다.

“완벽하게 제어하는 건 프리아 여신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불가능하지. 그건 너도 우리도 마찬가지야. 우리 전부가 매달려도 안 되는 걸 애석하게 생각할 것 없어.”

담담하게 말하며 오딘은 지팡이로 내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집중 안 해? 태워 버린다?”

“계속해요.”

짜증을 부렸다가 무슨 뒷감당을 하겠는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빛을 일으켜 허공에 별자리 같은 빛을 만들어 냈다.

“지금 완전히 깨어난 건 두 개야.”

그녀가 손짓을 하자 두 개의 별자리가 빛을 내뿜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해궁. 캔서, 혹은 검의 별. 검신.”

“그건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만 검신이요?”

“프리아 여신의 기억 속엔 그렇게 기록돼 있어.”

그녀가 다시 지팡이를 휘두르자 두 번째 별자리가 강하게 빛을 내뿜었다.

“두 번째 별자리, 금우궁 타우르스 힘의 별, 격신.”

격신?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는 모르겠다만 데이비, 황도 12궁의 힘은 반신급이야. 지금처럼 설렁설렁 치우기엔 너무 복잡하다.”

“아니 이런 걸 왜 프리아 여신이 직접 처리 안 하고 지금까지 재워 놨답니까.”

“난들 알겠어? 다만 추측해 보자면…….”

그녀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놈들을 죽일 수 있는 건 오로지 너뿐이라는 판단이 서거든.”

포식의 힘을 지닌 존재.

힘의 집합체인 그들에게 포식의 힘은 그야말로 최상의 공격 방법이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외에도 여러 조건이 있는 것 같다.”

“우치?”

“받아라. 아참 그리고 너무 걱정 마라, 그놈들. 자신의 생존에 큰 메리트를 지닌 대신, 반신 이상이면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은 반신만도 못해.”

즉. 힘에 몰빵한 탓에 유틸이 떨어지는 놈들이라는 소리다.

그는 내게 부적 세 장을 건네주었다.

“한 장은 북극성에 관한 내용이고 나머지는 황도 12궁의 내용이다.”

“나머지 한 장은 뭡니까?”

“그 내용을 해석하기 위한 기반 자료지. 알아서 해석하라고.”

“왜 안 가르쳐 주고요?”

내 물음에 그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그리고 오딘이 나를 향해 가볍게 다가오더니 내 정강이를 퍽! 하고 걷어차며 내 발 아래 공간을 열어 버렸다.

그대로 빨려 들어갈 뻔한 내가 가까스로 주변을 붙잡아 지지하며 이를 악물고 웃어 보였다.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물어 봐도 됩니까?”

“그러게 말이야. 본래 푹 쉬어야할 입장인데 누구덕분에 쉬지도 못하고 조율을 하고 있잖아.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참 궁금해질 지경이야.”

담담하게 말하는 그녀의 쏘아붙임에 나는 모른 척 시선을 돌렸다.

“거, 그거야 뭐…….”

“죽기 싫으면 알아서 해결해. 내가 알려 주는 건 여기까지야. 아참.”

그녀가 손뼉을 쳤다.

“로아이아스가 전해 달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녀의 말에 나는 빨려 들어가는 육신을 손으로 잡아 겨우겨우 버텼다.

그러자 그녀가 내 손앞에 쪼그려 앉더니 이내 손가락을 하나하나씩 풀며 말했다.

“네 딸이라고 했나? 에반젤린. 그 아이의 운명의 실이 생겨 났다고 하더라. 축하해. 그런데 그 실이 좀 꼬인 것 같아서.”

“꼬여요?”

내 물음에 우치가 대답했다.

“난을 겪을 상이야. 그리고 모두 공통된 의견인데. 황도 12궁급 반신들이 하나씩 각자 분야를 가지고 있는 건 알거야.”

“거해궁이 검을 쓰긴 하던데.”

“지지 마라. 그런 근본도 없는 놈한데 지는 거 아니다.”

“누가 진답니까.”

단순히 영웅의 수준을 넘어선 이상, 지는 건 이쪽도 생각이 없다.

“그럼 됐어. 얼른 꺼져 버려!”

우드득!

결국 마지막 손가락 까지 풀어 버린 그녀로 인해 나는 더는 어떤 정보도 얻지 못하고 회랑에서 쫓겨나 버렸다.

거 오랜만에 왔는데 인사라도 좀 하면 덧나나.

나는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저항하지 않고 몸을 맡겼다.

그리고 균열 너머에 도착했을 때 내가 본 것은 티오니스 대륙, 아니 정확히 오색의 운석이 떨어졌던 장소가 아니었다.

내 주변에 보이는 것은 거대한 섬과 그 섬에 정박한 것처럼 추욱 늘어져 있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사족 보행형 흰수염고래.

그리고.

파멸의 주둥이를 가진 인어 한 마리가 보인다.

“수호자님! 파리 4마리가 모이면 뭐가 되는지 아세요? 사파리!”

[풉!!]

“…….”

귀가 밝은 것이 이렇게 저주스러울 수가 없다.

나는 흰수염고래의 곁으로 다가가 그대로 놈의 옆구리를 걷어차며 진지하게 물었다.

“웃기냐? 웃겨, 이 새끼야?”

[컥?! 계……계약자?! 계약자가 왜 여기에!]

“나도 몰라 인마. 신력을 너무 오랜만에 사용했나…….”

그렇다고 해도 차원까지 뛰어 넘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어서 오세요!”

나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어 보이는 인어 소야를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티오니스에서는 엄청나게 수다스러운 모르지아나를 만났었고, 지구에서는 입만 열면 빙하기를 불러오는 얼음의 인어가 있다.

“어쩌면 너희들이 별자리 놈들보다 더 무서울지도 모르겠다.”

내 중얼거림에 인어 소야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여기서 뭐 하는거야. 여긴 또 어디고.”

“아. 남아메리가 지역에 있는 무인도예요. 간간히 피서를 즐기기엔 좋답니다. 근처에 해먹을 만들어 뒀어요. 같이 즐기실래요?”

그녀의 말에 나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딘이 나를 이곳으로 보낸 데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딱히 이상한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이상 현상을 발견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저건 또 뭐야.”

별자리가 눈에 띌 정도로 환하게 빛나며 서로 이어지고 있다.

별자리의 형태는 소의 형태.

“금우궁 타우르스…….”

깨어난 별자리가 둘이라고 하였던가.

게의 자리, 검신 거해궁.

소의 자리, 격신 금우궁 타우르스.

어느 쪽이건. 대상은 거대한 우주공간이라 칭해지는 신의 영역에 갇힌 반신이다.

이윽고, 거대한 별자리.

금우궁의 빛이 한곳에 모여들기 시작했고.

이내 내가 있는 이 섬을 향해 번뜩이더니 지름만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빛의 기둥을 쏘아 흘려 보냈다.

쿠우우우웅!!!

“꺅!”

[물러나라. 멍청한 녀석!]

소야를 수염의 촉수로 휘감아 여파에서 보호한 베헤모스가 나를 향해 묻는다.

[계약자. 저건 대체 뭐냐.]

“내가 아나.”

조용히 그 상황을 지켜보길 잠시.

나는 반투명한 형태가 된 거구의 무언가가 빛의 기둥 속에서 걸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크기는 약 2미터 80센티 정도의 작은 미노타우로스 같은 모습이었다.

몬스터에 비하면 큰 편은 아니지만 인간보다는 확실히 거대한 크기였다.

금우궁의 빛에서 쏟아진 존재는 말은 하지 않았다.

대신 전신이 별자리처럼 촘촘한 빛으로 이루어진 거한은 이내 나를 바라보더니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그그그그극!!

동시에 그의 앞으로 바닥이 스스로 일어나며 내 허리쯤까지 오는 거대한 반상이 되었다.

“뭘 하자는 거야.”

내 물음에 빛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형체는 곧 내게 힘자랑을 하듯 손을 뻗어 공간을 힘으로 일그러뜨리기 시작했다.

“힘자랑?”

그거 나도 할 줄 아는데.

콰지지직!!

내가 그의 박자에 맞추듯 가볍게 손을 휘저어 공간을 비틀어 버리자 녀석이 만족스러운 듯 과장되게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대소를 터뜨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저놈은 이상한 놈이로구나.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놈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놈이 오른 팔꿈치를 반상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는 마치 팔씨름을 하는 듯한 자세를 잡더니 고개를 까딱인다.

뭐, 왜. 한판 붙자고?

애초에 자아가 확실한 놈들이니 이해 못할 짓은 아니었다.

나는 성큼성큼 걸어가 그대로 놈의 거대한 팔을 잡았다.

동시에 거해궁과 마주쳤을 때 느낀 것과 비슷한 거대한 별의 힘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주변에 진동하는 막대한 힘을 보며 나는 놈의 정체를 완전히 직감했다.

체격부터 엄청난 차이가 났지만 내 입가엔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힘 싸움을 원하는 놈에게.

오로지 힘으로 승부를 보기 위해, 정정당당한 힘겨루기를 해 주는 수밖에.

[나의 주신 프리아 여신이시여. 나의 만물을 비춰 주시는 나의 주신이시여. 당신이 잠들었으니 나는 당신의 은총을 서리해 갑니다.]

나의 힘을 믿고 경건하게.

이제는 잠이 든 신을 향한 기도를 올렸다.

[9위계 최후 성마법]

[단일 증폭계]

[성인의 힘]

표정이 없는 거대한 별자리의 응집체지만 놈의 표정이 짜게 식은 듯한 느낌이 괜스레 들었다.

뭐. 왜. 불만이면 너도 버프 쓰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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